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71
어중간한 명사 한두명 보다는 관녕이 차라리 낫다.
관녕이 합류하기로 약속한 만큼 사마의는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으로…”
“다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소.”
“예?”
“혁이가 마음에 걸리오.”
관녕이 곽혁을 언급하자 사마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행군사마께서도 알고 계실거요. 혁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리고 곽 대부가 혁이에게 어떻게 대하였는지 말이오.”
“…아. 예.”
곽가는 곽혁이 나랏일을 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효렴으로도 추천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일조차 돕지 못하게 했었다.
“혁이에게 듣기로… 곽 대부는 다른 이들에게까지 말해 혁이가 관직에 나가지 못하게 하더이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곽 대부의 말로는 혁이에게 재능이 없다고 하오.”
“재능이…? 하지만 관 선생께서 제자로 받아들일 정도의 재능이 있는 것 아닙니까?”
“곽 대부의 재능을 이어받은 덕분인지 문사(文事)에 통달하고 고상한 것을 좋아하며 총명하고, 또한 지혜롭소.”
“그럼…”
“하지만… 글쎄. 사람의 됨됨이를 그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소만… 또한 곽 대부 역시 사람을 잘 판단하는 사람. 고작해여 몇달 혁이를 본 나보다 곽 대부가 오히려 혁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외다.”
“그렇군요.”
만약 다른 이가 곽혁이 관직을 얻는 것이나 정무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자신이나 진유하가 막아준다면 충분히 곽혁을 써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곽혁이 정무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곽혁의 아비인 곽가였다.
단순히 곽혁을 싫어하는 이가 있다면 콧방귀를 뀌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 그의 아버지가 막는 것이라면 자신들이라고 하더라도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행군사마를 돕는다면… 필시 사예주로 가야 할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제자인 혁이 역시 따라 올 수 밖에 없겠지. 이제 막 받은 제자를 이곳에 둘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흐음…”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곽 대부와 상의를 해주셨으면 하오.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행군사마를 따르리다.”
꽤나 어려운 조건이다.
사마의가 살짝 눈쌀을 찌푸렸을 때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제자가 돌아왔습니다.”
“그래. 행군사마. 괜찮다면 식사나 함께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관녕이 대접한 고기요리와 밥을 양껏 먹고 난 후에야 사마의는 관녕의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관녕의 요리는 소박하지만 꽤나 맛이 있었다.
장료는 충분히 만족했는지 연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마의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곽 대부가 왜 곽혁의 임관을 막고 있는 것일까?”
“글쎄요… 재능이 없기 때문에?”
“재능의 문제가 아니야. 관 선생이 혁을 제자로 삼을 정도라면 그의 재능은 분명히 있을거야.”
“아직까지 곽혁이 뭔가 일을 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저희보다 더 오래 곽혁을 본 곽 대부입니다. 무언가 생각이 있겠지요. 정 뭐하시면 한번 물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게 낫겠군. 곽 대부의 집으로 가세.”
장료와 함께 곽가의 집에 도착한 사마의는 마당에 나와 검은 돌을 보고 한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발견했다.
꽤나 심각한 모습이다.
진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곽가가 쪼그려 앉아 있다가 아예 자리를 깔고 주저앉자 그와 마주하던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더 찾아보는게 낫겠습니까?”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곽 대부께서는 이곳에서 쉬고 계십시요.”
“그래. 부탁하네.”
아직도 만족할 만한 돌을 찾지 못한 것일까?
곽가와 멀어진 사내가 걸어오자 사마의는 작게 목례했다.
그의 인사에 사내는 허리를 숙여 깊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를 따르는 건장한 십수명의 사내들이 괭이나 망치를 들고 따르자 사마의는 곽가에게 다가가 물었다.
“누굽니까? 어투를 보니 한족은 아닌 듯 싶은데.”
조금 특이한 억양이다.
북방에서 활동을 한 사마의이기에 알 수 있을 만한 어투다.
그의 질문에 곽가는 쓰게 웃었다.
“고구려에서 온 선인 중 하나지. 불타는 돌을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야… 그런데 왜 또 왔나?”
손에 잔뜩 뭍어 있던 검댕을 툭툭 털어낸 그는 평상에 있는 젖은 수건으로 손을 깨끗이 닦았다.
그의 뚱한 표정에 사마의는 고민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나을까?
갈등하던 그를 향해 곽가는 피식 웃었다.
“관녕을 만나봤나보군.”
“예.”
“그리고 혁이도 만났을 것이고.”
“그렇습니다.”
사마의의 대답에 곽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관녕을 끌어들이기로 했겠지? 그렇다면 데리고 가게나.”
“허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곽가는 물끄러미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그의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시선에도 사마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혁이의 일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아무리 아이라고 하지만 곽혁 역시 한 사람의 남자이고, 또한 스승을 모시고 있는 이입니다. 혼인만 하지 않았지 이제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입니다.”
관녕을 데리고 가고, 그에게 업무를 맡기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그의 제자인 곽혁 역시 관청에 드나들게 된다.
그리 되면 반드시 곽혁은 정무에 손을 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곽가의 의지와는 반하는 일이다.
곽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혁이를 데리고 가서… 일을 시키겠다?”
“제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곽 대부께서 왜 혁의 앞길을 막으시냐는 겁니다.”
“막는다라…”
사마의의 말이 재밌다는 듯, 곽가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내가 그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럼. 보호라도 하시는 것입니까?”
“맞네.”
“…..”
“맞아. 혁이를 보호하고 싶은 것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혁이의 성격은, 그리고 그 녀석의 성질은 내가 잘 알고 있지. 그 녀석은 정무를 해서는 안될 녀석이야.”
단정하듯, 곽가는 자신의 아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 말에 사마의가 어리둥절해하자 곽가는 킬킬 웃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한의 정치 체계는 꽤나 바뀌어져가고 있어.”
“뭐… 그렇지요.”
“전하의 유재시용, 그리고 지금 정무를 돌보고 있는 신료들의 행동.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는가?”
“가문보다는 재능, 재능보다는 실적이 중시되는 것입니다.”
“맞아. 검증된 실적을 우선시하고 있지. 효렴이든, 무재든. 과거와는 달라. 명가의 후손이라 하더라도 실력과 실적이 없으면 무시되고 중직에 나아갈 수 없게 만들어지고 있네. 아주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말이야.”
“그게 뭐 잘못되었습니까?”
“잘못되었지.”
하인이 약을 가지고 온다.
그것을 단번에 들이마신 곽가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수백, 수천년간의 정치 체계를 보게. 순수하게 힘과 능력만을 존중하던 체계에서… 정무를 보게 되던 신료들의 결말이 어찌 되었던가.”
“…그야.”
“지금이야 외적이 많은 시대이니 괜찮겠지. 하지만… 자네도 어느정도는 예상할 수 있겠지. 그 외적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야. 결국 외적들은 토벌될 것이고 한은… 아니, 위는 적이 없어지겠지.”
한이 아니라 위.
곽가의 말에서 사마의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한의 명운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 되면 궁극적으로는 어찌 될 것 같은가?”
“…내부에서 싸우게 되겠지요. 거대해진 권력을 얻기 위해서.”
“그래. 나는 그것을 걱정하고 있네.”
곽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위왕과 위왕의 신료들이 쌓아 온 것. 첫번째 세대에서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야. 같은 적을 두고 함께 싸워왔다는 정이 있으니까. 하지만 두번째 세대에서는 어떻게 되겠는가. 또 그 다음 세대에서는 어찌 되겠는가?”
“전 세대의 우의를 무시하며… 스스로만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 말씀이십니까?”
“만약의 일이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고 있네.”
무거운 어조로 말한 후 곽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위험 속에서. 나는 지키고 싶은 것이네.”
“하지만 곽혁이 그정도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또한…”
“정략에 의해서 희생될 것이 뻔해. 그 녀석의 성격상… 많은 권력을 얻으려 할 것이고 많은 추종자를 만들려 할 것이겠지. 혁이 녀석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또 그들에게 존경받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이야. 그런 녀석은 정략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많지.”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
곽가는 냉정했고 사마의는 골치가 아파졌다.
만약 곽혁이 곽가가 판단하는 그대로의 사람이라면 확실히 권력을 얻는다 하여 좋을 것은 없을 것이다.
중직이 아닌 한직의 관리라면 괜찮겠지만 만약 중직에 오르게 된다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사마의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지자 곽가는 여유있는 어조로 말했다.
“마음을 잡을 수 없는 녀석이야. 허나… 능력은 좋지. 거기에 자네의 줄을 잡는다는 것은 분명 시중의 줄을 잡는 것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곽가는 토해내듯 말했다.
“반드시 중직에 오를 것이야.”
“허나… 그것은 모르는 일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미래를 아는 것은 오로지 신만이 가능한 것. 아니, 신 조차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지금 자네가 관녕을 데리고 가려고 하는 이유는 그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겠지? 좌풍익? 우부풍? 혹은 경조윤일 수도 있겠지. 삼보 일대를 복원하는 일은 이미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야. 그렇지 않은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곳에 간다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어. 서량, 혹은 익주. 두 지역 중 하나에 생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야.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반드시 중직에 오를 길이 열릴 것이고 혁이는 반드시 그것을 잡겠지..”
“….”
“뻔히 보이는 일이 아닌가. 모르는 척 하지 말게.”
“그래서. 곽 대부께서는 어찌하시려는 것입니까? 곽혁은 관녕이 인정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곽가(家)라는 명가의 적자입니다. 아무리 곽 대부께서 저지한다 하더라도 곽 대부의 사후 그는 반드시 관직에 나갈 것입니다. 언제까지 곽 대부께서 막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고민이군. 그 녀석을 잘 통제해 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으니.”
“진유하는…?”
“그 녀석은 너무 물러터져서 곤란해. 그는 자신의 사람은 절대 쳐내지 않을 놈이니까. 위험한 다리를 건널 지언정 말이지.”
정확히 봤다.
진유하는 자신의 소의를 따르는 자다.
그리고 그의 소의는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행복.
즉 자신의 부하의 행복 역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곽혁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진유하는 무리를 해서라도 그를 구하려 할 것이고 그것이 성공한다면 곽혁은 진유하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제가 하지요.”
“음?”
“마침 잘 되었습니다. 장안에는 저를 따르는 이들도 몇 있을 뿐더러 지금 제 밑에는 곽회라는 괜찮은 녀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왕창이라는 뛰어난 재지와 훌륭한 마음을 가진 녀석도 있지요. 나이대도 비슷하니 적당히 서로 경쟁과 견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 그 말은 혁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자네는 잘라낼 수 있다는 것인가?”
“예.”
곽가의 냉정함 이상으로 더욱 차갑게.
사마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만약 문제를 일으킨다면 가차없이 잘라낼 것을 약속드리지요. 원하신다면 다시는 관직에 오르지 못하게 금고형이라도 내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흐… 자네도 꽤 하는군. 그 아이의 아비 앞에서 금고형을 언급하다니.”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또한 곽 대부께서도 그것을 원하시는 듯 한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그의 열망을 부추기는 것. 차라리 한번이라도 기회를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흐음…”
곽가는 사마의를 위 아래로 흝어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사마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못할 것 같습니까?”
“너무 잘 할 것 같아서 오히려 걱정되는군.”
투덜거린 곽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마음대로 해보게나. 하지만 조심하게. 그 녀석…”
곽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 만만한 녀석이 아니니까. 그 한번의 기회 때문에 자네가 큰코다칠 수도 있어. 그러니 주의하게나.”
곽가의 허락은 받았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몸을 돌리고 그의 집에서 나온 사마의는 싸늘히 웃었다.
“곽 대부. 저 역시 만만한 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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