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88
“그러냐…”
“뭐야? 그 표정은.”
“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사마사.
삼국지에 의하면 어렸을 때부터 야심을 드러내고 개국공신가문이며 하후상의 딸과 결혼하나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 아내까지 제거할 정도의 독심을 가졌었다.
고평릉 사변을 일으켜 막강한 권력을 얻고 난 이후 조방을 폐위 시키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황제를 옹립하고 권력을 휘두르다가 사망.
삼국지에 있는 사마사에 대한 평가는 대충 이렇다.
사마의 이상의 권신이며 간옹.
그렇기에 사마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이렇게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싱겁기는.”
사마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마사라.
여포때 이후로 이렇게 고민이 되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사마의는 나와 충실한 관계를 맺어왔다.
영이를 기준으로 사마의는 나와 손을 잡았고 서로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 움직였다.
즉 가족관계가 만들어지고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에 있는 사마사의 평가에 의하면…
그는 사마가를 위해서 개국공신 가문이며 자신의 아내인 하후씨 마저도 제거할 정도의 야심을 가졌다고 한다.
과연 사마사도 그렇게 될 것인가.
나는 살짝 치밀어오르는 불안감을 겨우 억눌렀다.
나의 삶은 삼국지가 아니다.
삼국지는 그저 내가 살아가는 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일 뿐 그것이 나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자.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리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후후후.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소년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온 장춘화는 나를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그런 그녀의 부른 배를 본 영이가 감탄했다.
“어머!! 언니! 임신하셨던 거에요!?”
“후후. 예. 그래요. 아가씨.”
“경사네요~!! 자자. 어서 이리로 오세요.”
주령과 소년의 부축을 받으며 장춘화는 영이와 청이가 타고 온 마차에 올랐다.
희아와 완이는 몸 생각을 해서 나오지 못했지.
그렇기에 영이와 청이만 나왔던 지라 마차에는 자리가 남았었다.
영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걸어왔다.
“여보. 저는 언니를 데리고 먼저 가 있을게요. 다른 분들과 함께 오실 건가요?”
“응. 알았어. 중달. 괜찮겠지?”
“음. 춘화. 영이랑 같이 가 있어.”
“알겠어요. 그럼.”
장춘화는 부드럽게 미소지어 준 후 마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사마의는 훈훈하게 지켜보았다.
전에 장춘화를 바라보던 시선과는 조금 다른데?
그의 따뜻함과 애정이 잔뜩 담겨 있는 시선을 보며 나는 이죽거렸다.
“뭐야? 왜 그런 눈이지?”
“뭔 소리야?”
“전에는 아주머님을 보는 눈이 그렇게 훈훈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저 이용해야 할 대상을 보는 것 같았는데… 어디보자. 어이쿠. 이 시선은 그야말로 사랑하는 아내를 보는…”
“헛소리. 명가의 남자에게 있어서 부인은 그저 대를 잇기 위한 것일 뿐. 그런 사사로운 애정따위 있을 것 같은가?”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사마의는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순식간에 무뚝뚝한 얼굴이 된 그는 어깨를 으쓱인 후 뒤따르는 다른 마차에서 내리는 이들을 가리켰다.
“일단 좀 들어갔으면 하는데. 일행이 있어.”
“아아. 그래. 보아하니 아는 얼굴이 있구만.”
뒤따른 마차와 병력을 이끄는 젊은 사내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대검을 등에 걸친 채 말에 타고 있는 무뚝뚝한 남자.
약간 얼굴이 붉은 특징을 가진 사내는 나를 발견하고 작게 미소지었다.
전보다 더욱 몸집이 커진 듯한 사내.
관평이다.
그가 살짝 목례하자 난 뒤를 보며 말했다.
“성문을 열어라. 귀하신 분이 오셨으니까. 쪽문으로 들어가게 할 수는 없지.”
“예!”
귀빈들이 오고갈 때 정도만 쓰이는 대문이 열렸다.
그 대문을 통해 사마의와 그를 따르는 이들이 들어왔고 그들과 함께 나는 황궁으로 들어갔다.
과거 조앙의 밑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사마의다.
황궁을 관청으로 쓰는 것 따위는 그다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모양이다.
“호오…”
“이거… 굉장하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사마의는 그렇다고 치고.
관평도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리고 사마의에 의해서 등용되어 함께 온 관녕도 화려한 황궁의 모습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모르는 두명이 문제다.
그들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중달.”
“왜?”
“저들은 누구지?”
“한명은 알 지 않나? 곽회다.”
“아… 그래?”
가장 어린 소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예전 업에서 만났던 소년의 얼굴이 남아 있었다.
“많이 컸군.”
“예. 경조윤 어르신!”
곽회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난 그의 뒤에 있는 청년을 보았다.
그는 나를 향해 가볍게 목례한 후 자신을 밝혔다.
“경조윤 어르신. 곽 대부의 아들인 혁이라 합니다.”
“…응?”
곽혁이라고?
난 사마의를 보았고 사마의는 어깨를 으쓱였다.
“곽 대부를 설득했지.”
“어떻게?”
곽가의 성격상 자기 뜻대로 안되면 온갖 성질을 내고 방해했을텐데?
곽가는 곽혁이 출사하는 것을 반대하며 나라고 하더라도 그를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너무 강경하게 반대를 해서 나도 차마 데리고 오지 못했던 건데?
내가 어이없어하자 사마의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었다.
“곽 대부가 너를 미워하니 마니 같은 이상한 생각은 마라. 그런 이유 아니니까.”
“흐으음…”
불편해하는 내 표정을 읽은 사마의는 여유있게 걸었다.
그의 뒤로 빙그레 웃고 있는 사내에게 난 한숨을 내쉬었다.
“관 선생께서 이렇게 와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합니다.”
“하하하… 저도 언제까지 재야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럼 전에 함께 오셨으면 좋았을 것을.”
“저 나름대로의 준비도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뭐가 문제가 있겠습니까.”
관녕은 여유롭게 웃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나는 뒤통수를 긁적거리고 사마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꽤나 자신감이 있는 듯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난 입맛을 다셨다.
짜식.
꽤 하는데?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난 지도를 펼쳤다.
사마의라면 서량에 대한 방침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는지는 알겠지?
지도를 펼쳐 놓고 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곽혁과 관녕은 꽤나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서량에 대한 정책은 유화책으로 이어지고 있을텐데? 마가와 사이가 좋은 만큼 그들을 끌어들이며 천천히 서량쪽에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 아닌가?”
역시 사마의는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관녕은 지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위국의 영역은 좌풍익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천수와 안정… 동탁의 손녀가 있는 것으로 동가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관녕의 질문에 나는 사마의를 보았다.
사마의라면 이유를 알고 있지 않을까?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천수 쪽은 동가의 영향력이 한때는 강했지만… 동탁의 패망 이후 그 후계가 없어서 점점 힘이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동백이 나서게 되었지만… 여자가 가주가 될 수 없는 노릇. 동백의 뜻을 따르는 동가의 방계가 동가의 가주가 되었지만 그 힘은 이제 거의 다 써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오랜 기간 가주가 없으면 가문의 힘은 약해질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난 육가를 떠올렸다.
육강이 죽은 이후 육손은 육적을 가주로 내세우며 뒤에서 가주를 돕는 역을 했다고 한다.
이게 명가의 약점인가?
가주가 없으면 가문의 힘은 약화된다.
그것을 생각하며 난 고개를 끄덕이고 지도를 툭 쳤다.
“그래도 동가의 영향력 덕분에 근처에 있는 강족들과 몇몇 호족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보면 천수 일대에 있는 몇몇 현의 현령들은 저희에게 우호적이고, 또 저희가 보낸 관리와 지원을 받아 세금을 저희 쪽으로 보내고 있지요.”
“세금 좀 받는다고 다가 아니지 않습니까?”
내 질문에 관녕은 그저 웃기만 했고 곽혁은 피식 웃었다.
왜 웃는거지?
“뭐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내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세금을 낸다는 것은 만약 저희쪽에서 힘을 보이면 얼마든지 넘어 올 수 있다는 것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양쪽에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은 얼마든지 넘어 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곽혁의 심드렁한 어조에 난 쓰게 웃었다.
세금 좀 보낸다고 해서 완전히 우리의 세력 아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천수군의 약 절반 정도는 좌풍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물자의 거래가 활발하니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여차하면 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문제만 없으면 그 손을 계속 잡고 있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니 말이다.
“흐음…”
사마의는 지도를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천천히 말했다.
“그럼 내가 좌풍익이 되어야 하겠군.”
“오… 물론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 말은?”
만약 마대의 일만 아니었다면 좌풍익으로 사마의를 넣어버렸을거다.
어쨌든 조앙과 함께 일하며 이쪽 일대에 대한 일을 잘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 사마의가 머리를 굴리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익주에서 올라올 첩자들에 대한 대응도 할 수 있을 것이고 한중까지 견제가 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에 마대와 만났어.”
“마대? 마가의 그 어린 놈?”
너랑 나이차이가 거의 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사마의도 마대와 만난 경험이 있었는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왜?”
“서량 일대의 개발과 함께 그 지역의 발전에 대해서 논하려고.”
“개발과 발전… 농업인가?”
단 한마디만으로도 사마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듯 보였다.
곽혁은 이해를 하지 못한 듯 싶고.
관녕은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서량에 농법을 전파하고 농지를 만들어 그들이 유목이 아닌 농사를 짓게 하려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관 선생.”
확실히 관녕이 머리가 좋기는 좋군.
그는 지도의 몇몇 부분을 가리킨 후 말을 이어나갔다.
“행군사마께 듣기로… 서량 일대는 유목민들이 아주 많다고 들었습니다. 유목민들은 거주하지 않는 자들. 그런만큼 통제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농사를 짓게 되면 필연적으로 한곳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공격보다는 수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터전을 버리지 못하게 되니 그들이 관의 통제를 따르게 되지. 전투에서 패배하면 땅을 버리고 도망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될 테니까.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잘만 된다면 서량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겠군.”
사마의의 말은 정확했다.
그들이 유목 생활이 아닌 농경 생활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관의 통제를 따르게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서량 지역의 삶을 농경 생활로 바꾸는 것.
그리하면 강족과 융족, 저족들이 관의 통제를 따르게 되고 그러면 서량 쪽을 완전히 흡수하여 안정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마가 역시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겠지.
아무리 안정화되고 끌어들인다고 하더라도 서량 일대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며 강족과 저족, 융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던 가문이 바로 마가다.
그리고 마등은 황실에서 인정한 서량의 지배자.
양주목의 관직을 가지고 있으니 더욱 편하게 서량 쪽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나와 마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정책 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거야.”
“확실히 잘만 된다면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한데…”
사마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량은 척박한 땅. 그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야. 지을 수 없는 것이지. 그것을 어떻게 메우려고?”
그의 질문에 곽혁은 눈을 반짝거렸다.
“하지만 경조윤께서는 서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농업을 발달시키셨잖습니까. 일설에는 신농의 재림이라 불리며 칭송받기도 하시는데… 서량은 불가능하신 겁니까?”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확인을 해봐야 해. 그래서 일단 좌풍익에는 내가 가있으려고 하는데.”
“그래서?”
“중달. 선택해. 경조 지역인지 아니면 우부풍인지.”
“좌풍익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또 예상 밖이군… 그럼 경조지역을 다스릴 수 밖에 없잖아?”
사마의의 말에 난 웃었다.
나도 내심 경조 지역을 사마의가 맡아줬으면 했으니까.
좌풍익과 장안 같은 경우는 서량, 익주와 인접했지만 우부풍은 홍농과 인접한 곳이다.
그나마 안전을 노릴 수 있는 곳인만큼 장제, 혹은 다른 이들을 보내 놓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여차하면 이번에 데려 온 두습과 설제까지 함께 보내도 되고.
기본적은 치안의 관리만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문제가 되는 곳은 경조와 좌풍익.
서량의 농법에 대한 연구 때문에 내가 좌풍익에 가 있어야 한다면 사마의가 경조윤을 맡아 장안 일대를 다스리고, 나를 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옳았다.
내가 웃자 사마의는 눈쌀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능구렁이같은 녀석. 이미 경조를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하기는.”
“하하하… 뭐 어때. 너도 아주머님을 돌보는 것을 생각한다면 안전한 장안에 있는 것이 낫지 않나?”
내 말에 사마의는 무척이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어찌 명가의 사내가 되어 아내의 안전을 우선시 여기겠나? 크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경조윤을 맡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겠군. 정 네가 원한다면 그리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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