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95
대략적인 업무를 끝낸 나는 관사로 들어갔다.
관사에서는 이미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어요?”
“응. 그런데 그건 뭐야?”
“아. 이쪽에서는 양 젖을 이용한 요리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시녀에게 배웠답니다. 드셔볼래요?”
희멀건한 죽이다.
그것을 살짝 들어 맛본 나는 그 감칠맛에 감탄했다.
“이게 뭐야?”
“저족들의 요리라네요. 양젖을 이용해서 만드는 거라고.”
“헤에…”
굉장히 부드럽다.
쌀가루와 양젖을 기본으로 만든 듯한 죽에 내가 감탄하자 청이는 히죽 웃었다.
“희아랑 완이도 마음에 들어하더라구요.”
“약간 새콤해서 그런지 임산부들에게 좋네.”
“네. 그래서 한번 만들어봤어요. 어때요?”
“맛있어.”
원래 요리 솜씨가 좋았던 영이가 만든 것이라 그런지 처음 먹는 것인데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유목민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건 뭐야?”
영이에게 빈 그릇을 건네 준 나는 구석에 쌓여 있는 하얀 털뭉치들을 가리켰다.
옆에는 물레에 바구니에.
내 질문에 영이는 싱글거리며 털뭉치를 들어 올렸다.
“양털이에요.”
“양털?”
“예. 저족들에게서 받은 것이라던데요? 이쪽에서는 이걸로 솜을 대신한다고 하더군요.”
“호오. 그렇군. 그런데 저건 왜 가지고 왔어?”
“뭐. 당분간은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양털로 뭔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져왔는데. 안되나요?”
“안될 건 없지만. 그래도 이런 걸 하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
“그치만 이곳에서는 허도나 다른 곳과 다르게 명가와 얽힐 일도 없고. 이정도의 소일거리는 그저 재밌게 할 수 있다구요. 저도 모르는 것들이 꽤 많아서… 당분간은 이런 일이나 하면서 주변의 분위기를 확인해보려고 하는데.”
영이는 항상 호기심이 많았다.
허도에 있을 때도 그렇지만 나와 함께 여기저기를 다닐 때면 항상 그 지역의 특별한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두곤 했었다.
그런만큼 양털로 옷을 만드는 것이나 유제품을 만드는 것에 신기해하며 직접 해보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경조윤의 아내인데 이런 잡일을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내가 떨떠름해하자 영이는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헤헤~ 괜찮아요~ 그리고 언니도 양털로 이것저것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언니에게 많이 배웠으니까 당신에게 도움이 될거에요. 이걸로 옷도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
명가의 여인이며 경조윤의 아내 치고는 되게 소박하다.
영이의 옆에 놓여져 있는 것은 양털을 모아 실을 만들기 위한 물레와 함께 대나무 바구니에 두개의 대나무 바늘이 있었다.
“뜨개질이라도 하려나보지?”
“알아요?”
“응.”
뜨개질은 이유하의 시대에도 있는 것이었다.
큼지막한 대바늘로 실을 엮어 옷이나 목도리, 모자 같은 것을 만드는 기술이다.
내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영이는 대나무 바늘을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이유하?”
“그래. 그것도 훌륭한 기술이야. 먼 미래에도 남을 정도고.”
“헤에… 그런 거라면 빨리 배워두는게 좋겠네요. 미래에도 쓰인다는 것이라면 당연히 좋은 것일테고. 양모를 이용한 것도 남아 있어요?”
“내가 알기론 이유하의 시대에도 양모는 꽤나 고급 의복 재료인데? 차라리 베틀을 구해다주는게 낫지 않을까?”
“그것도 좋겠네요. 하지만 베틀을 만들려면 이래저래 준비도 필요하니까… 일단 이걸로 우리 애들 옷도 만들어주고, 또 당신 것도 만들어줄게요.”
진가에서도 옷 만들어주는 것 좋아하더니만.
영이의 말에 난 웃으며 그녀의 볼을 콕 찔렀다.
“물레는 다른 사람에게 돌리라고 하는게 어때? 피곤할텐데? 실 뽑는 거 보통 일이 아니라고.”
“이정도는 괜찮다구요~ 희랑 완이가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희랑 완이가?
영이의 말에 그녀들이 빙긋 웃었다.
셋이 함께 한다면 그렇게까지 무리가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스럽네.
내 시선에 영이는 청이의 팔을 잡았다.
“당신 혼자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은걸요? 청이는 나가서 돕겠지만. 우리는 이쪽에서라도 당신과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어요.”
“허…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청이는 무관으로 움직일 수 있는만큼 나를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었다.
완이와 희아도 문관의 업무가 어느정도는 가능하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다.
가급적이면 안정을 하며 몸을 살폈으면 좋겠다.
“그래도 무리는 하지마.”
“알겠어요. 뭐 모아서 팔 것도 아니고 우리 쓸 정도만 만드는건데요.”
내 시선에 완이와 희아는 방긋 웃었다.
그렇다면 괜찮은 거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청이는 씁쓸해하며 말했다.
“아까 조금 알아봤는데 이 근처에서는 목화를 키우지 않는 듯 싶더군요.”
“뭐, 벼나 보리 키우기도 힘든데 목화를 키우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겠지.”
“예. 그리고 키워도 별 의미가 없을 듯 싶고. 양이 있어서 양모가 대세라고 해요. 그런만큼 양모를 이용한 옷 같은 것이 많은데…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족들 같은 경우는 양모로 옷을 자주 지어 입는데. 꽤나 따뜻하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이 알아봤네?”
대견하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청이는 기쁜 듯 웃었다.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지역적 특색을 알아두는 것도 관리가 할 일이니까요.”
“그래. 훌륭하구나.”
내 칭찬에 청이는 또다시 기쁜 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저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아. 그거? 해결됐어. 나와 함께 일하기로 했는데. 왜?”
궁금해하는 영이에게 말해주자 영이는 밝게 웃었다.
“잘 됐네요~”
“뭐가?”
“저족들의 요리나 그들이 만드는 의복들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거든요.”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유목민들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말을 타고 돌아다니잖아요? 보존식 같은 것도 잘 만든다는데… 배워보고 싶어서요.”
“그럼 저유에게 말해서 요리 잘하는 여인을 좀 보내달라고 할까?”
“그래 줄 수 있어요?”
기뻐하는 영이를 끌어안으며 난 그녀에게 속삭였다.
“물론이지.”
“고마워요~”
다 날 위해서 이러는 건데 고마워 할 필요까지야.
영이를 내려 놓은 나는 희아와 완이에게 다가갔다.
“몸은 괜찮지?”
“예.”
“후후후~ 영이 언니가 잘 보살펴주고 있어요.”
“그거 다행이네. 뭔 일 있으면 바로 말해줘. 의원을 불러 줄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당지나 화타 어르신은 언제 오신다고 하나요?”
“글쎄? 아마 낙양에서 진림과 동소가 올 때 그들과 함께 맞춰서 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군요… 그나마 영이 언니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첫 임신이다보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영이가 의술을 제법 익히고 있으니 위기 시에는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영이가 약을 만드는 것을 몇번 봤던 희와 완이었기에 그녀들은 조심스레 말했고 영이는 으스대며 어깨를 쭉 폈다.
“이 언니만 믿으렴~”
“후후후.”
“알겠어요. 언니.”
사이가 좋아서 좋구만.
몇몇 집안은 아내들끼리 투기에 질투에 싸움에.
가정 다스리는 것이 나라 다스리는 것보다 힘들다는데.
난 복도 많지.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의 치안이 확실해질때까지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돌아다니려면 주령과 함께 움직여. 알았지?”
“네에~”
내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외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지.
부인들은 내 말에 환하게 웃으며 밝게 대답했다.
임직현에 도착하고 십일이 지났다.
십일동안 현 내에 있는 밭, 그리고 비료를 만드는 곳과 함께 지렁이 양식장을 쭉 둘러보며 문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 외에 논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위해 몇가지 일을 끝냈을 때 기다리던 사람들이 왔다.
“경조윤! 하하! 이거 오래간만입니다!”
가장 먼저 온 것은 진림이었다.
뛰어난 문재를 가지고 있지만 한때 원소를 따랐고, 또 조조를 비하하는 격문을 쓴 것 때문에 위군 내에서 백안시 당했지만 이제는 조조의 최측근이 된 진림이다.
그가 웃으며 다가오자 난 양 팔을 벌렸다.
“어서 오십시요! 소식 들었습니다! 객조로 진급하셨다구요?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편하게 말씀하십시요. 편하게. 직급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아직 경조윤의 밑 아닙니까.”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다가온 그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친애의 표시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행동에 진림을 수행하던 낭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좌풍익이라고는 하지만 이민족들과 더불어 서량, 그리고 익주와 근접한 곳이다.
그런만큼 위험한 곳이라 혹시 자신들이 팽 당한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모양이다.
“자자. 봤냐? 나와 경조윤은 각별한 사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내가 격하게 환영해주자 진림은 뿌듯해하며 자신을 따라 온 낭관들에게 말했다.
그의 장난기 섞인 말에 낭관들은 고개를 숙여 송구스러워했다.
“하하. 요즘도 이럽니까?”
“어휴. 말도 마십시요. 한번 찍힌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새는 진 경조윤과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많이 시선이 달라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
진림이 다른 문관들에게서 평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정도였단 말인가?
난 그의 어깨를 꽉 잡아주었다.
“아무튼 진 객조께서 오셨으니 익주 방면에 대한 공작은 좀 편해지겠군요.”
“공작이요?”
“이래저래 격문들을 쓸 일들이 많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지금 당장 익주에서 치고 올라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장을 통한 공격은 가능했다.
예를 들자면 이민족들을 끌어들여 한의 정신을 무너트리게 한다든가 유언비어를 퍼트린다든가.
그러한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문장가가 필요했는데 나는 솔직히 문장을 만드는데는 재능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 이 문장가인 진림이 있다면 익주에서 보낼 격문, 그리고 그들이 퍼트릴 유언비어를 막고 역공까지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한중 방면에 대한 공작도 필요하니… 이거 진 객조께서 아주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어이쿠.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마음껏 부려 먹으십시요.”
진림은 씩 웃었다.
진림의 뒤에서 젊은이가 걸어온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작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경조윤.”
“오오~ 네가 온거냐? 이거 참. 서주에서 만나고 처음이지? 화타 어르신은 잘 계시냐? 왜 어르신이 오지 않고?”
“사실 스승님께서 가신다고 하셨지만…”
화타 아니면 이당지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화타의 성격상 그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당지가 올 줄이야.
내가 신기해하며 묻자 이당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근처가 제 고향인지라. 그래서 제가 찾아왔습니다. 물론 스승님에 비하면 의술 실력이 낮지만. 그래도 임부의 병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어찌 해야 하는지는 잘 아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에이~ 소문에는 화타 어르신의 비전을 네가 전부 이어받았다고 하던데. 걱정은 무슨.”
“아뇨. 아뇨. 그정도는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번 사형이나 유 사형의 진맥이나 침술은 아직 저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진심인가보다.
시무룩한 얼굴로 이당지가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나보다는 낫겠지.
“약을 만드는 것은?”
약술에 대한 질문에 이당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것만큼은 다른 사형들보다 제가 더 자신있습니다.”
“하하하! 그럼 좋군. 사실 너를 부른 것이 내 아내들을 돌봐달라는 것이지만…”
“그 외에 이곳에서 병마가 생기면 그것을 치료하려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알겠습니다. 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것이니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의방은…?”
“일단 관청에 두도록 하자고. 필요한 약재나 인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해.”
“예!”
“여러분들이 온 것에 대해 환영하는 축하연을 열고 싶…지만.”
진림과 이당지는 피식 웃었다.
내가 연회같은거 잘 여는 성격이 아님을 이들은 안다.
“연회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바로 업무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진 객조는 바로 격문을 작성해주었으면 하는데.”
“격문? 바로 익주에 대한 작업을 실시하시려는 겁니까?”
“아니… 저족들에게 선포하는 격문을 써줘야겠습니다.”
“저족들…?”
“객조의 업무가 이민족들에 대한 업무를 보는 것이잖습니까. 그런만큼…”
“아아아. 알겠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모양이다.
격문과 포고문을 써서 알리는 것이다.
경조윤인 내가 좌풍익에 와서 좌풍익을 살기 좋게 만들려고 한다.
그것을 알림으로서 삼보의 난 이후 유목민의 삶을 살기로 하고 떠난 백성들을 돌림과 동시에 다른 저족이나 소수민족들이 좌풍익에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다.
문장가인 진림이 좋은 문장을 써서 그들을 혹하게 할 수 있다면 손 한번 안 쓰고 코를 풀 수 있게 된다.
어차피 저족들도 슬슬 유목을 위해 움직일 때가 되었으니 그들에게 진림이 만든 문장을 노래로 바꾸고 그것을 부르게 해서 알려야겠다.
진림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을 따르는 낭관들에게 말햇다.
“자! 바로 시작하도록 하자! 경조윤. 제 집무실은…”
“진 객조의 집무실을 마련해주도록 하거라. 진 객조. 편한 곳을 쓰도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경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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