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44
임강현 성 내부로 들어간 나는 포박되어 끌려나오는 이들이나 흑귀대의 창과 검에 겁을 집어먹은 이들이 힘없이 따라 나오는 것을 보았다.
거 못하겠다고 징징거리더니 잘만하네.
우리에게 보이는 유들유들하고 능글맞은 모습 따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흑귀대원들은 검을 까딱거리며 저항하는 이들을 걷어 차거나 망설임없이 두들겨 패며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우리 애만은!!”
한족과는 다른 차림새를 하고 있는 이들이 끌려나온다.
금성군 부터는 한족이라기보다는 거의 유목민들이 살아가는 곳과 같다고 하다더니.
꾀죄죄한 몰골의 사람들이 끌려나오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흑귀대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던 사내가 눈을 번뜩이는 것을 발견했다.
“죽어라!! 악적!!”
흑귀대가 걷어찬 것에 밀려 넘어지던 그가 바닥을 구른 후 나에게 달려온다.
힘껏 뛰어올라 나에게 단검을 쑤셔 넣으려고 할 때 뒤에 있던 철갑기마대가 검을 던졌다.
그것에 맞은 사내가 바닥에 떨어져 즉사.
그를 걷어 찼던 흑귀대원은 당황하며 나에게 달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 뭐 이럴 수도 있지. 야야. 그러니까 손속에 정을 두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위험한 거 들고 있는 놈들은 그냥 손을 잘라버려.”
“끙… 알겠습니다.”
어차피 약탈을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하는 것이 낫지.
내가 죽을 뻔 했다는 것 때문인지 흑귀대원들은 더더욱 사나운 눈으로 잡힌 이들을 끌고가기 시작한다.
임강현의 백성들이 끌려나와 공터로 이동한다.
긴 행렬을 지켜보며 난 고민했다.
잡기는 잡았는데 이거 어디다가 쓰지?
현이라고 하지만 현 내의 백성들의 수는 대충 봐도 그리 많지는 않은 것 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이곳으로 오면서 만난 마을의 인구수를 생각해봐도 임강현은 오천호가 채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어이. 화수.”
“….”
“대답.”
“뭐요.”
“우리와 교전을 한 병사들은 이가에서 보내 준 병사들인가?”
“…그렇소.”
“소? 이런 씨.”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해 내 말고삐를 잡고 호위를 맡은 흑귀대원 중 하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사나운 말에 움찔한 화수는 슬쩍 눈을 돌렸다.
“…그렇습니다.”
“워. 장맹. 그러지 말라고. 그래도 연장자이신대 나름대로 대접은 해드려야하지 않겠냐. 까짓거 말 좀 낮춰서 하면 어때.”
“하지만 도련님. 이런 거 오냐오냐 봐주시면 얘들이 주제파악 못하잖습니까. 이제 노예로 팔려나갈 놈들인데…”
“…..”
유목민인만큼 노예로 팔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거다.
화수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위국에서 노예 파는 건 금지다. 몰라?”
내 말에 화수의 표정이 밝아진다.
하지만 장맹은 씩 웃었다.
“걱정마십쇼. 돈 안 받고 넘길거니까. 어차피 얘들 데리고 있어봐야 저희가 어디다 쓰겠습니까? 저번에 연을 좀 맺은 삭주 놈들이 있는데. 걔들에게 넘겨주려고 합니다.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요.”
“아니… 그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적당히 서량이 아닌 중원이나 하북 쪽에 풀어놓고 그쪽의 노동력으로 쓸 수도 있으니까.
섣불리 노예로 넘기는 일은 하지 말자.
괜히 책잡힐 구석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낫지.
아무튼 노예 이야기를 꺼내니 화수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이들이 딱딱히 굳는다.
이거 협박으로는 꽤 좋은데?
“그나저나 언제 그런 놈들과 연을 맺었냐?”
“노마현에 있을 때 만난 상인이 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거래하는데 그 중에 노예거래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거 재밌는 정보다.
혹시 한족 백성들이 노예로 거래되고 있으면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데.
내 시선을 눈치챈 장맹은 손을 저었다.
“한족은 이제 거래 안한답니다. 요새 한족 거래를 하는 놈들은 없기도 하고.”
“그게 무슨 소리야?”
“북방에 도는 소문인데. 왠 미친놈들이 한족 노예를 거래하는 상인들을 다 쓸어버린다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삭주나 북방에서는 더 이상 한족 백성들의 거래는 금한다고 합니다. 이쪽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답니다.”
“허… 그런 훌륭한 위인이 있다니.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그게 누군지 몰라?”
“모르겠는데요.”
에라이.
뒷 내용이 더 이상 없다는 것에 난 인상을 썼고 장맹은 킬킬 웃었다.
“원래 그쪽 애들이 그러잖습니까. 어쩌면 북방에서 사마 좌풍익이나 장 교위, 관 도위가 했던 일이 퍼져서 지레 겁먹고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흠… 그런가. 거 노예 써서 뭐 하려고 그렇게 노예를 쓰려는 건지 모르겠네.”
그냥 돈 주면 되지.
노예들 부려봤자 의욕도 없어서 성과내는 것이 더 힘든데.
“사람은 원래 다 그런거랍니다. 아무튼 약탈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마십시요. 장삼이 지금 열심히 털고 있으니까.”
장맹이 말했을 때 멀리서 외침이 들린다.
“이얏호!! 이것들아! 빨리 빨리 움직여!”
채찍을 휘두르며 집 안에서 돈 될만한 것을 잔뜩 들고 나온 장삼과 눈이 마주쳤다.
“어…”
저 자식.
아까 전까지는 하기 싫다고 한 주제에.
되게 좋아하네.
내가 어이없어하며 바라보는 것을 눈치챈 장삼은 황급히 왼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큭… 내 안의 도적이 날뛰려 하고 있다…!”
“그래. 훌륭하다. 계속해.”
정말이지 믿음직스럽기 그지 없다.
“알겠수! 얘들아! 가자!”
“오오!!”
그러고보니 약탈을 하는 것은 흑귀대 밖에 없네.
백귀대는 약탈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파괴 공작, 그리고 포로로 잡은 이들의 관리를 맡았나보다.
흑귀대의 갑옷을 입은 이들만이 여기저기를 뒤지며 부수거나, 숨어 있는 이들을 끌어내는 것이 보인다.
“으으…!”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봐?”
화수의 재갈을 풀어준 나는 그를 보며 히죽 웃었다.
“초원의 법이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뭔 얘기 하려나 했네.”
그의 입을 친절히 재갈로 묶어 준 나는 열린 길을 통해 관청으로 향했다.
관청 앞에는 꽤나 많은 시체들이 있었다.
관청을, 화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한 건가보다.
시체들을 정리하던 백귀대는 내가 오자 하던 일을 멈췄다.
“오셨습니까.”
“음. 저항하지 않는 자들은…?”
“일단 포박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들의 처리를 어찌할지가…”
약탈을 하는 경우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점령이 아닌 치고 빠지는 경우.
두번째는 군의 사기가 크게 하락된 경우.
약탈을 하게 되면 점령을 해도 점령지에서의 지원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이곳의 점령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사마의가 원하는 것은 임강현을 점령하여 이가의 군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런만큼 백귀대 역시도 난감해하고 있었다.
점령지인데 약탈을 해야 한다니.
그만큼 포로의 처리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들이 내부에서 들고 일어나 저항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뭐… 일단 모아놔봐. 장맹이 그러던데 노예로 팔 수도 있다고 하니까. 적당히 병사들 빼서 마노현으로 보낼 수도 있어.”
노예로 넘기는 것보다는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서 백성화시키는 것이 남는만큼 노예로 팔 생각은 없다만.
듣는 귀가 많으니 이렇게 말해두는게 낫겠지?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관청 안으로 들어가보니 꽤나 호화로운 옷을 입은 이들이 포박된 채 끌려나와 있었다.
그들 중 중년의 여인은 나와 내 뒤에 있는 화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이놈!! 감히 화가를 건드리고 무사할 성 싶더냐!!”
달려나오려던 그녀의 몸에 창대가 꽂힌다.
한대 맞은 그녀가 고꾸라지고 질질 끌려 사람들이 있는 곳에 쓰러진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백귀대가 들고 있던 창을 빼앗아 들었다.
“문제는 이들인데… 화가에서는 뭐 챙길 것이 있었나?”
“돈 될만한 금이나 패물은 있었습니다. 식량도 꽤 있었고.”
“일단 다 챙겨나. 그리고 임강현 내에서 가지고 오는 것들도 챙겨두고.”
“가져 올 것이 있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나도 여기까지 오면서 봤는데 대부분이 유목민들이라 그런지 파오들과 마굿간이나 양을 묶어 둔 곳만 많을 뿐이었다.
뭔가 돈 될 만한 것은 진짜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관청 안으로 관평과 흑귀대원들이 들어왔다.
“뭐 좀 챙겼냐?”
“이정도가 다요.”
아까 들고 있던 커다란 보따리.
장삼은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고작 이게 다야?”
“이거라도 챙긴게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데… 뭔 거지들 치는 것도 아니고.”
아까 신나하며 털던 장삼은 무척이나 떨떠름해하며 주머니를 내게 넘겨주었다.
이만한 현을 털었는데 고작 이정도라니.
내가 황당해하자 관평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적으로 유목민들은 금붙이를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그들의 재산을 나누는 기준은 양과 말, 그리고 가죽들입니다.”
“북방에서도 그러나보지?”
“예. 한족의 상인들과 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은… 그리고 한족들도 금보다는 쌀이나 곡식, 그 외의 식량이나 향료들을 대금으로 지불할 뿐입니다. 그런만큼 이들이 금이나 보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음… 그, 그래도 식량 걱정은 없겠군. 아무튼 점령은 얼추 성공한 셈인가?”
“예. 포로로 잡힌 이들은 관청 주변에 모아두었습니다.”
“저항하는 이들은?”
“남자들 같은 경우는 저항하기는 했지만… 죽이는 것도 손맛이 좋지 않아 두들겨 패고 포박해 놓은 정도입니다. 아, 물론 병사들 같은 경우는 대부분 죽였습니다. 관리하는 것도 일인데다가 저항이 거세서…”
“잘했어.”
무조건 포로로 만드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관리가 힘들면 쳐내는 것도 옳은 것이지.
관평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화가의 사람들을 한데 모아 놓은 뒤 말했다.
“혹시 도망친 사람은 있나?”
“….”
“있나보군.”
“어떻게!?”
“댁들은 표정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눈을 굴리며 내 시선을 피하는 화가의 사람들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적인 방법은 거의 모르는 듯 했다.
아까 화가 가주가 뜬금없이 나와 항복을 요청하고 사자로 나왔던 것을 떠올렸다.
다 끝난 전투에서 시간을 끄는 이유는 별 것 없다.
첫번째는 지원군을 기다리는 것.
두번째는 지원군을 부르기 위해 누군가를 내보내는 것.
난 근처에 있는 화가의 하인들을 데려 온 후 한명의 목에 창을 겨눴다.
“자. 대답해보시지.”
“뭐, 뭘 대답하라는 겁니까?”
“여기 있는 것이 화가의 전부인가?”
“…..”
“다섯을 셀 때까지 대답 안하면 찌른다. 하나, 둘, 셋, 넷, 다…”
“자! 장남이 없습니다!”
“그렇군. 그는 도망친건가?”
“…아, 아까 듣기로는…”
“이놈!!! 네놈이 은혜도 잊고!!”
아까 나에게 달려들었던 여인이 성을 낸다.
하지만 하인은 그녀의 외침도 잊고 황급히 말했다.
“이가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다고…!!”
“그렇구만.”
그럼 임강현이 털린 것에 대해서는 그쪽도 금방 알겠네.
목표로 했던 일은 그럼 대충 끝난 셈인가?
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야야. 수고했다. 술… 을 먹기는 좀 그러니까 약탈해서 얻은 양으로 고기나 구워먹어라.”
“예.”
“그럼 경조윤께서는…?”
“난 일단 여기서 좀 쉬어야지. 그리고 근처 지형도 좀 알아두도록 해. 그리고 몇놈 잡아서 이육에 대해서도 좀 알아오고. 어떤 놈인지 알아야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두겠지?”
“예!”
철갑기마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살벌한 시선에 닿은 이들이 눈을 돌린다.
그들 중 몇을 잡은 철갑기마대가 끌고가자 난 곰곰히 생각하다가 장삼에게 물었다.
“혹시 여자가 고픈 이들 있냐?”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그렇게 발정난 놈들은 아닌데? 에이~ 급이라는게 있는데. 계집들 보고 미쳐 날뛰는 놈들 아니우. 그리고 쟤네 냄새나. 하나 데리고 와볼까?”
“응. 한번 좀 보자.”
나도 좌풍익에 있을 때 저족 여인과 몇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유목민들은 씻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만큼 여인들에게서도 냄새가 심하게 날 수 밖에 없었다.
장삼이 손짓하자 그나마 미색이 좀 괜찮은 젊은 여인이 끌려왔다.
그녀를 데리고 온 장삼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후 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떻수?”
예쁘다고는 하지만 내 아내들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진다.
손가락에 침을 발라 그녀의 볼을 쓱 긁어보았다.
“끼야아아악!!”
완전 더럽다!
이게 뭐야!?
예전에 비누를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중원의 백성들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이들에게 정녕 씻는다는 개념은 없는건가?
난 손에 잔뜩 뭍어난 땟구정물을 화수의 옷에 닦아낸 후 손사레를 쳤다.
“워… 난 사양이다. 하고 싶은 놈들 있으면 하라고 그래.”
“우리도 사양이우. 허도에 가면 훨씬 예쁜 기녀들도 많은데. 이런거 잘못 먹으면 체해.”
“그럼 장맹에게 말해서 노예상인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나 찾아보라고 하든가. 아무튼 약탈의 정석은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겁탈하고 아이는 노예로 파는 거니까… 말리지 않을테니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전해주렴.”
“알겠수다. 그런데 그럴 놈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럼…”
내가 말을 이어나가려고 할 때 관청의 안쪽에서 하후상이 나왔다.
그의 옆에는 여인들이 꽤 있었다.
뭐야?
하후상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나와 장삼의 얼굴도 굳어버렸다.
“뭔데?”
“한족 여인들입니다. 노예로 거래된 듯 싶습니다. 창고에 있더군요.”
“호오… 그래?”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던 여인들은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자리에 엎드렸다.
“제발… 저희들을 고향에 돌려보내주세요…”
그녀들의 말에 난 화수를 보았다.
화수는 움찔하며 눈을 돌렸고 난 웃었다.
“하. 요놈들. 노예거래에까지 손댔다 이거지? 그것도 한족의 노예거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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