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62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영이가 마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내 품에 폭 안기자 난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반갑다.
임진현에서 떠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정말 오랫동안 보지 못한 듯 했다.
못보던 영이를 보게 되니 좋긴 하다만.
그런데 왜?
내 얼굴 여기저기에 입맞추던 영이는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에구… 제대로 먹고는 다니는거에요?”
“자, 잘 먹고 다니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굉장히 잘 먹고 다닌다.
요즘 밥맛이 좋아서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는데다가 양이 남아서 매일이 고기반찬이다.
하지만 영이는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빠르게 내 소매를 걷고 팔을 잡았다.
“뭐야… 이 앙상한 팔은…”
“…..”
이 근육질의 팔이 가는 팔이라니.
영이는 내 팔을 만지작거리다가 바지까지 걷었다.
흑귀대와 함께 남는 시간마다 훈련을 하느라 근육이 더욱 도드라진 다리다.
저번에 뜀박질 할때 내가 쉽게 지친다는 것 때문에 흑귀대가 몸을 단련하고 아침에 뛸 때 함께 뛰는 나다.
고작 사흘 뿐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훈련을 해서 근육이 좀 잡혔을텐데?
“영아? 저기. 나 요새 훈련을…”
하지만 영이는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내 다리를 꽉 잡았다.
“이 가는 다리는 어떻고…”
금방이라도 울 기세로 영이는 날 꽉 끌어안았다.
“이래서야… 서있는게… 고작이잖아.”
영아.
그 서 있는게 고작인 사람을 무서워해서 몇만이 넘는 익주군이 덤벼들지 못한단다.
날 너무 약하게 보는 영이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저… 부인? 요새는 식량사정이 너무 좋아서 다들 잘 먹고 있습니다만…”
영이의 말에 황당해하며 곽회가 다가갔다.
하지만 영이는 그의 말은 신경도 쓰지 하지 않고 내 얼굴을 잡았다.
“잘생긴 얼굴이 반쪽이 됐네… 흑.”
“아니 진짜 잘 먹고다니는데… 가 아니라.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
아무리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장은 전장이다.
괜히 위험한 곳에 영이를 두고 싶지 않았던 내가 의아해할 때 마차에서 작은 체구의 소년이 내렸다.
“아버님!!”
“성이까지!?”
마차에서 내린 성이가 쪼르르 달려와 내 앞에 선 후 내게 안기려다가 멈칫 한다.
요새 자기도 남자라고 쉽게 안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귀엽기만하던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자리에 멈춰 선 성이는 꼿꼿히 고개를 들고 날 보았다.
“흠흠, 아버님! 저도 아버님을 돕기 위해서 왔습니다!”
성이가 뭘 해?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보는 성이의 시선을 마주하던 나는 영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이는 베시시 웃었다.
“우리 성이가 아주 장하지 않나요?”
“장하긴 장한데… 아직 성이는 열한살 밖에 되지 않았다고.”
“음. 그렇죠?”
깜찍하게 웃은 영이는 내 볼을 콕콕 찔렀다.
“하지만 사내아이랍니다.”
“…사내아이든 뭐든 아직 애야. 사람 한번 못 죽여 본 아이가 올 곳은 아니라고. 당신이 그정도도 모를리 없는데…”
내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을 때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다가왔다.
그를 본 나는 기겁했다.
“헉! 네가 왜!?”
“오래간만입니다. 도련님… 이 아니라 경조윤. 도련님은 이제 성 도련님이니까요.”
“어… 어어. 그, 그래.”
요화다.
산양군에 있어야 할 요화가 왜 영이랑 성이를 데리고 온거지?
난 놀라며 영이를 보았고 영이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산양군에서 지원이 왔어요. 원검이 허도의 병사들을 이끌고 좌풍익을 구원하려고 왔답니다.”
“어어…”
내가 당혹스러워하자 성이는 날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저도 이제 다 컸습니다. 아버님을 도울 수 있어요.”
“아들아. 네가 많이 큰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전장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인상을 쓰며 만류하려고 할 때 영이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 성이… 벌써부터 사람들을 이끄는데 자질이 있는데요?”
“어?”
“하하! 성 도련님이 대단하시더군요! 전술을 짜는데 아주 훌륭해! 어리지만 체력도 좋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저유가 걸어나온다.
그의 등장에 난 떨떠름한 얼굴로 성이를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임진현에 나타난 도적들을 우리 성이가 병사들을 데리고 요격하여 퇴치했어요.”
“…응?”
이건 또 뭔 소리래?
내가 성이를 보자 저유는 씩 웃었다.
“아주 대단하덥디다! 목장을 노리고 들어 온 도적놈들을 아주 신묘한 전술로 물리치시던데 아~ 역시 피는 못 속인다니까?”
성이가?
이거 진짜냐?
난 저유를 보았고 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진 도련님 지휘를 받았으니 진짜입니다. 정확하게 도적들이 들어 올 곳을 예측해서 그들을 물리치고 양동을 하는 이들마저도 깔끔하게 잡아내셨습니다!”
“허… 네가 그정도 실력이 된단 말이냐?”
내 질문에 성이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부님과 어머님, 그리고 장 사부님과 서 사부님. 거기에 허도에 있을 때 순 승상에게 배웠고…”
내가 없는 동안 도대체 뭘 가르친거지?
고작해야 열 한살 남짓한 성이는 어느새 꽤나 훌륭한 책사가 되어 있었다.
“임진현에 도적이 나타나자 성이가 무서워하는 제 동생들을 지키겠다며 친한 저유와 저족 전사들을 데리고 몰래 출전했지 뭐에요?”
“몰래?”
“예. 저족 전사들이나 목동들과도 꽤 사이가 좋은 성이이니… 그들을 설득해서 성이가 나간거에요.”
명령을 받아서 나간 것도 아니고 설득해서 나갔다고?
난 성이를 보았다.
성이는 내 시선에 무척이나 뿌듯해 했다.
“아버님도 많은 이들을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드셨잖습니까. 저도 아버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 이거 진 도련님이 나이는 어린데도 무척이나 조리있게 말해서 우리 전사들도 다들 도련님 말씀에 껌뻑 죽지 뭡니까.”
기가 막힌다.
지금 그러니까 열한살짜리 아이에게 설득되서 그 아이의 지휘를 받아 움직였다 이거지?
“저도 아버님을 돕고 싶습니다. 어머님과 조부님께 듣기로는 아버님도 제 나이때부터 천하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니 그건 아니지.”
성이의 말에 난 당황하며 손사레를 쳤다.
“어? 어머님께 듣기로는 아버님도 제 나이 때 악행을 하는 이들을 물리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렇긴 한데.”
온현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문표 흉내를 내며 그곳에서 인신공양을 하는 이들을 강에 던져버리고 온현 현령의 비리를 잡아냈었다.
그때가 열한살때 쯤이었지.
난 새삼스러운 눈으로 성이를 바라보았다.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아들이니까요.”
“어머~ 우리 아들. 말도 참 잘해. 음음. 그래. 사람을 설득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뭐라고 했었지?”
“자신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임진현에 들어왔던 도적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저는 제 자신을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이의 자신만만한 시선에 난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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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묘하기 그지 없다.
자기도 다 컸다면서 날 돕겠다는 성이의 굳은 시선에 난 뭐라고 말해야 할 지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걱정이 된다.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도적 한, 두 무리 토벌했다하여 전장에 나설 정도가 될까?
내가 성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내 옆에 있던 곽회가 웃으며 나섰다.
“이거 경조윤의 아드님이시로군요. 반갑습니다. 곽회라 합니다. 직급은 현재는 도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진가의 장남. 성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편하게 대해주십시요. 편하게. 경조윤의 아드님이라면 이미 높은 자리가 예정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 아버님께서 한의 경조윤이라 하나 저는 그저 아무런 관직도, 경험도 없는 일개 사족에 불과할 뿐입니다. 또한 아버님께서는 스스로의 능력과 자질이 없다면 임관하는 것에 도움을 주시지 않으실 분이시니… 그저 곽 도위님께서는 아랫사람이라 생각하시며 편히 대해주십시요.”
방긋 웃은 성이는 곽회에게 허리를 숙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허… 경조윤 뿐만 아니라 순 승상이나 그 외의 다른 많은 분들께 가르침을 받은 것을 따진다면 그 배분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배분은 배분일 뿐. 그것만으로 사람을 측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야…”
곽회가 감탄한다.
그리고 난 뿌듯해졌다.
잘한다! 내 새끼!
사람의 능력은 신분이 다가 아니다.
물론 신분 역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
성이가 빙긋 웃으며 낮추기를 자처하자 곽회는 입맛을 다신 후 손을 내밀었다.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세.”
“영광입니다.”
내밀어진 곽회의 손을 맞잡으며 성이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누가 본다면 굽신거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성이 정도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결코 굽신거리는 것이 아닌, 겸손함과 겸허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존대받을 수 있는 성이이지만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는 대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역시 내 아들.
대견하기 짝이 없는 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내 손길이 좋았는지 성이가 방실방실 웃었다.
그것을 보던 저유는 킬킬 웃었다.
“진 도련님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
“그렇다니까요. 우리 쪽 애들은 진 도련님이 마냥 순둥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도적들을 상대할 때 마치 잘 벼린 칼과 같지 뭡니까?”
“남자가 자신을 드러낼 때는 예리한 칼과 같아야 한다고 조부님께서 늘 말씀하셔서 그렇습니다.”
“하하하. 거 훌륭한 조부님이시군요.”
당연히 훌륭하지.
누구 아버진데.
저유와 성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넌 왜? 아버지는 어쩌고?”
“모르셨습니까? 서량의 일 때문에 각 군에 소집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소집령에 따라 제가 산양군의 군사들을 이끌고 나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오시지 않고?”
“예. 군수님은 산양군에서 계속 머무르고 계십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버지의 몸도 좋지 않은데다가 연세도 연세시다보니 함부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화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으니 그를 보낸 것이겠지.
“그런데 지원군이라면서 왜 고작 저정도의 병력만 데리고 왔냐?”
요화가 데리고 온 병력은 고작해야 이천여명에 불과했다.
물론 이천여명도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지원인데.
너무 적은 병력에 내가 입맛을 다시자 요화는 쓰게 웃었다.
“좌풍익에 팔천의 군을 두고 왔습니다. 스승님과 서 교위님께서 이천의 군을 데리고 경조윤을 지원하라고 하시더군요.”
“흠… 그래?”
“예.”
장합과 서황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쪽은 별 일이 없나 모르겠다.
내가 납득하자 요화는 웃으며 진성에게 말했다.
“도련님을 보니 옛날의 경조윤이 떠오르는군요.”
“뭐? 똘똘한거?”
“그것도 그렇지만…”
요화는 히죽, 능글맞게 웃었다.
“경조윤께서 군수님의 속을 많이 썩이던 일이… 하하. 지금도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내가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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