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73
“정말 이대로 괜찮으려나?”
“이가 놈들이 잘난척 하면서 나갔다가 대판 깨지고 온 것이나… 떡하니 본거지에 들어 온 놈들도 막지 못하고 마등을 뺏긴 것이나… 이거 한가나 북궁가를 계속 믿어야 할지 모르겠군.”
길거리에서 수근거리는 목소리는 며칠째 강해지고 있다.
성공영은 거리를 걸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기껏 마등을 잡았다고 제 안방에서 빼앗기기도 했으니…”
“거기다가 위국에서는…”
자신의 주군을 모욕하는 소리, 그리고 적인 위국을 찬양하는 소리에도 성공영은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이제와서 소문을 막고 괜한 소리를 하는 이들을 쳐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주변 부족들의 싸늘한 시선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한숨을 내쉰 성공영은 천천히 걸었다.
관청을 지나가려던 그는 짐을 꾸리고 나오려는 이들을 발견했다.
양족의 족장이다.
아직 서량 대회의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전사들과 함께 떠나려는 것을 본 성공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삭주놈들이 공격해왔다는 이야기가 있소. 얼른 가봐야 할 것 같군.”
“하지만… 이렇게 가버리시면.”
“뭐 문제라도?”
많은 전사들을 데리고 온 그다.
당연히 부족이 약화될 수 밖에 없었고 그 약화된 이들을 삭주의 유목민들은 놓치지 않았다.
옛날부터 삭주와 양주의 유목민들은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했었다.
성공영의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며 양족 족장은 피식 웃었다.
“아니면 한가에서 우리 부족을 구원하기 위한 병사라도 보내줄 것이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 있으리다. 최소한 이천은 보내줬으면 싶은데.”
지금 상황에서 병사를 따로 빼 보낼 수는 없었다.
이가에서 함부로 나대며 적군을 쳤다가 병력이 줄어들었다.
거기에 마등을 잃게 되며 한수와 북궁가, 이가에 한심함을 느끼며 금성군에서 이탈해버리는 유목민들도 늘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한 부족을 위해서 병사를 보낸다면 다른 이들이 불공평함을 느낄 것이다.
다들 자기 부족에서 전사들을 이끌고 온 것인데 특정한 부족만 우대해준다면 당연히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테니까.
성공영이 아무런 말도 못하자 양족 족장은 씩 웃었다.
“그렇겠지. 아무튼 서량 대회의에서 나의 재산과 부족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내가 지킬 수 밖에 없잖소.”
“그렇지만. 양 족장님의 부족은 금성군 일대로 들어와 있는 것 아닙니까? 삭주에서 움직인다 하여…”
“그렇긴 하더라도 말이지. 우리의 초지도 물론이거니와 전사들의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보장따위는 없잖소. 적이 오기 전에 쳐내야 하는 것은 전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그렇긴 하지만 왜 이제와서… 저번 서량 대회의때는 그러지 않으셨잖습니까.”
“그야 지금까지 서량 대회의를 여는 동안 이렇게 많은 전사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없었으니까. 뭐 이래저래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니 너무 우리를 탓하지 마시오.”
성공영이 입술을 깨물며 노려보자 양족 족장은 말에 올랐다.
“가자.”
“예!”
오백에 가까운 전사들이 나간다.
관청에 있던 이들이 오백.
그리고 병영이나 금성군 내에 대기하고 있던 양족 전사들이 이천이 넘는다.
한번에 많은 수의 전사들이 이탈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처음이 아니었다.
백이나 오백 정도에 불과한 소수 부족들도 슬금슬금 자리를 이탈한지 벌써 칠일이 지났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성공영은 이를 갈며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관청 안의 집무실에 들어와 금성군 내에 모여 있는 병사들의 수를 확인했다.
참가한 부족들의 패가 점점 줄어들어간다.
이가의 패배, 그리고 마등을 잃었다는 것.
그것과 조나현에서부터 올라오는 상인들이나 유목민들이 내는 소문들 때문에 떠나가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성공영이 답답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을 때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지?”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그래…”
불편한 마음을 간신히 다잡고 성공영은 한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들어오자 기다리고 있던 한수, 북궁가야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오게나.”
“지금 상황은 어떻지?”
어두운 표정의 북궁가야가 묻자 한수는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고했다.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멍청한 이육놈을 잡았어야 했나. 젠장맞을 놈. 잘난 척하면서 나가더니 그렇게 패배만 하고 돌아오다니.”
북궁가야가 거칠게 투덜거리자 한수는 눈을 감고 작게 신음성을 흘린 후 물었다.
“이육은 어디에 있지?”
“지금 자기 집에 틀어박혀 있소.”
북궁가야의 대답에 한수는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부르도록.”
“지 욕심 챙기려다가 나간 놈을 뭐하러?”
“이탈한 부족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전사들과 병사들이 필요해. 이가라면 아직 병사와 전사가 남아 있을 터. 그들 역시 위국에 저항을 표했으니 불안해할 것이다. 다시 참가하도록 전하게. 순망치한이라. 당장 코 앞에 있는 적에게 금성군이 뚫리게 된다면 다음은 이가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을 거야.”
한수는 첨병이 가져 온 보고서를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것을 본 북궁가야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금성군 코 앞에 진채를 세웠다… 그것도 오만이나 되는 대군이… 이거 난감하기 그지없군. 손 한번 대지 않고 코를 풀 작정인가.”
“하아.”
적이 금성군에 진채를 짓고 거기에 틀어박혀 있는 의미는 알고 있었다.
금성군에 모인 이들이 이탈하는 것을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적의 식량사정에 문제가 있을리는 없다.
경조와 좌풍익, 그리고 하동군에서 시작되는 보급로가 만들어졌으니 적들은 자리를 잡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그곳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적군의 편이 되어버린 이상 무언가 수를 쓰기는 해야했다.
“익주 놈들에게 연락은?”
“아직도 가정을 넘지 못했다고 하더군.”
“그럼 우회해서라도 이곳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닌가?”
“우회하게 될 경우 사막을 지나야 하는데… 그 대군이 사막을 지나게 될 경우 오히려 사막과 대초원의 도적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야.”
가정성을 통해 안정에서 결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회하여 금성군에서 모이면 되겠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양주의 서쪽은 사막이다.
우물을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쪽에 살고 있는 부족들은 말조차도 통하지 않는다.
서역과 연결된 길이지만 대상들조차도 목숨을 걸고 오가야 하는 것이 바로 그 길.
그 길에 군대가 들어간다?
아무리 서량과 같은 편이라고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괜히 그곳을 통과한다고 나서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절반도 되지 않는 거지꼴에 불과한 난민들 뿐이겠지.”
“그래도 그게 낫지 않소?”
“섣불리 많은 수의 병력을 받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아니면, 북궁가야. 당신이 그들을 지원할 생각인가?”
“그거야…”
지금 가정성에 막혀 있는 익주군의 수는 보고에 따르면 약 사만.
사만여나 되는 이들이 사막을 통과할 수 있게 도와주려면 막대한 물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막에 거주하는 이들을 끌어들이기도 해야했다.
“못하겠지?”
“흥. 댁이 하면 되잖소.”
“만약 내가 빠진다면 적들은 바로 금성군으로 들어 올 터. 적이 왜 한곳에서 기다리고만 있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닐텐데.”
“하. 잘난척하기는. 댁이 무서워서 적들이 저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상황이 좋지 않으니 서로 투덜거릴 뿐이다.
그들의 모습에 성공영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안정군을 되찾는 것입니다.”
“흐음… 그곳을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한번 정도는 제대로 우리의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겠군. 사기를 올리기도 해야하고…”
북궁가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수는 고개를 저었다.
“북궁가의 병사들을 움직일 생각인가?”
“그래야지. 별 수 있나.”
지금 안정에 있는 한의 전장군 조앙은 대놓고 서량에 있는 자신들을 역적이라고 규정했다.
서량은 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곳.
역적으로 규정한다 하더라도 서량에 있는 유목민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을 역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양주를 공격해도 위국이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쾌재를 부를 이들이 존재했다.
바로 양주와 끊임없이 안좋은 사이인 삭주의 유목민들이다.
“삭주의 개자식들이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군…”
“삭주 놈들은 꽤 전부터 한의 놈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족과 삭주 유목민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요 근래 한과 삭주의 관계가 꽤나 좋아지기 시작했다.
위국이 강성하게 되며 더더욱 그들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은 서량에 있어서 좋은 일은 아니었다.
“삭주를 치든, 아니면 금성군 바깥에 있는 놈들을 치든. 둘 중 하나는 쳐놔야 해야 해.”
내부에서 한가와 북궁가에 실망한 이들이 늘어난다면 그 실망감을 주는 원인을 없애면 된다.
북궁가야는 바깥으로 나갔다.
“이가놈들을 부르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 할 수 있는 일 정도는 해두는 것이 맞겠지. 그럼 다녀오겠수.”
북궁가야가 나가자 한수는 무거운 숨을 내쉰 후 성공영을 보았다.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왜 그러지?”
“북궁가야는 패배할 것입니다.”
“아마 그러겠지…”
아무리 북궁가야가 북방에서 이름난 가문의 가주이며, 그의 전사들이 용맹하다고 하지만 대놓고 서량 정벌군이라 이름붙인 군이 자리를 잡았다.
절대 허접한 이들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북궁가야가 이길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항복? 그들이 받아줄까?”
“모든 죄를 제가 받겠습니다.”
“음?”
성공영의 담담한 말에 한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모든 일이 저의 흉계였다고 발표하고, 제 목을 그들에게 바치면 적어도 한가는 살아남을 수 있을겁니다.”
“헛소리 마라.”
한수는 일언지하에 성공영의 제안을 거절했다.
“내가 아무리 나를 위해서만 사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여기까지 나를 이끌며 도와 준 너를 지금와서 버릴 수는 없다.”
“허나 주군께서는…”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책략을 만들도록. 북궁가야가 패배한다는 가정 하에 적들과 싸울 수 있는 책략을.”
차갑기 그지 없는 한수의 말에 성공영은 무거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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