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90
말일이 되기 오일 전.
허도에 도착했다.
오래간만에 오는 허도이지만 꽤나 한산하다.
“어째 사람이 별로 없다?”
전에 봤을 때는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는데.
내가 궁금해하자 입구에서 나를 맞이한 근위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업으로의 천도 준비 때문입니다. 장군부를 제외한 상서부, 승상부, 시중부 등 주요 기관들이 업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상단들도 업으로 꽤 이전했고…”
“그런가… 그럼 허도는 그냥 버리는 건가?”
“글쎄요. 아마 연주목이 쓸 성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각을 격퇴한 후 수도를 장안에서 허도로 바꿨을 때도 장안은 그냥 경조윤이 쓰게 내버려 뒀었다.
동탁이 했던 것처럼 다 태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허도의 관청과 황궁은 연주목의 치소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군.”
다음 연주목은 좋겠네.
황궁에서 기거하게 생겼으니까.
“아무튼. 경조윤. 환영합니다. 호위라도 해드리고 싶지만 흑귀대가 있는만큼 저희가 나서는 것이 오히려 부끄럽군요.”
“하하하. 성문 수비대는 그저 성문을 수비해야지. 수고하게나.”
웃으며 날 반겨 주는 이들을 지나쳐 곧장 허도에 있는 진가의 장원으로 향했다.
장원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관리할 사람만 있어야 하는 장원이지만 사람들이 오간다.
그 말은 이 진가의 장원을 누군가가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왔구나!”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다.
문관들이나 학자들로 보이는 이와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마차가 멈추자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아버지!”
말에서 내린 내가 달려오는 아버지에게 양 팔을 벌렸지만 아버지는 날 그냥 지나쳤다.
“어이구! 우리 장손!”
“할아버지!”
“그래그래! 손녀도! 에구 이쁜 것들!”
“오래간만이에요! 헤헤~”
“할아버지이~”
“에…”
아버지는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성이와 휘, 율이를 한번에 보듬아 안았다.
“어이구~! 이거 너무 커서 이제 이 할애비가 업어주지도 못하겠구나!”
“제가 업어드리겠습니다. 저는 진가의 장손이니까요.”
“전 어깨 주물러드릴게요~”
“음… 저는 팔과 다리를…”
“그래. 그래.”
아~주 행복하시구만.
하나 뿐인 아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손주들만 챙기는 아버지의 모습에 내가 인상을 썼을 때 모여있던 문관 중 하나가 다가왔다.
“하하하. 경조윤. 오래간만입니다.”
“엇? 종 상서령 아니십니까? 이거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지요?”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건장한 노인이 웃으며 다가왔다.
아버지와 버금갈 정도로 나이가 많은 그다.
이제 거의 육십이 가까워졌지만 피부도 탱탱하고 정력적인 것이 힘이 참 좋아보인다.
“그간 별 일 없으셨습니까?”
“허허… 뭐 저야 여전하지요. 아직 젊은 녀석들에게 밀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 보인다.
팔뚝에 힘도 좋고 안색도 벌건게 진짜 힘 좋아보인다.
뭐 좋은 걸 먹었길래 저러는 건가 싶다.
좋은 거 있으면 좀 나눠먹지.
“하하… 종 상서령께서는 요즘 아주 정력적이십니다.”
“정력적이기는 무슨.”
“동 정위 아니십니까. 하하. 이거 오래간만입니다.”
종요와 함께 있던 문관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동소.
예전에 종요에게 소개를 받고 인맥을 이어가던 그가 다가오자 난 그의 손을 잡았다.
“아십니까? 종 상서령께서 요 근래 애첩을 받으셨답니다.”
세상에.
남자는 수저 들 힘만 있으면 여자를 찾는다더니.
내가 감탄하자 종요는 씩 웃었다.
“아~ 이게 참. 그 뭐랄까. 경조윤께서 주신 야관문, 그리고 남자에게 참 좋은 약들이 아주 좋더군요. 아침마다 불끈불끈합니다.”
남자들은 얼마나 크든, 그리고 얼마나 직위가 높든 친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애라는 이야기가 있다.
위국 문관 중에서는 거의 수위를 다투는 위치가 바로 상서령이다.
그런데도 그는 시정잡배들이나 떠들만한 아랫도리 농담을 시전했고 동소는 배를 잡고 웃었다.
“으하하하!! 종 상서령. 고목나무에 꽃핀다는 말을 아십니까? 딱 그짝이군요!”
“허어… 힘도 좋으시네. 몇살입니까?”
“이제 막 열 여섯이 되었습니다. 아주 어리고 활기찬데다가…”
군관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이런 날도둑놈이 있나.
지금 예순에 가까운 사람이 고작 열 여섯짜리 첩을 받어?
내가 황당해하며 쳐다보았지만 종요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흐흐흐. 열심히 관리하면 됩니다.”
“하~ 저도 그 야관문을 좀 꾸준히 먹을 걸 그랬습니다. 워낙 써서 좀 떼고 살았는데… 요새 밤이 무섭습니다.”
그들이 낄낄대며 웃는 동안 다른 문관들이 아버지에게 인사한 후 떠났다.
무습이 말했던 것처럼 많은 백관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계신다더니.
그런데 이 인간들은 왜 온거지?
“경조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요? 어… 예. 일단 들어오시죠.”
다른 이들과 다르게 종요와 동소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있었나보다.
난 고개를 돌렸다.
“석이가 아주 잘생겼구나! 유도 딱 제 애비 애미를 닮았고.”
“아버지! 그만하시고 들어가시죠!?”
“어, 어어. 그래.”
석이와 유를 양 손에 안고 기뻐하던 아버지는 둘을 완이와 희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래. 원검은 흑귀대를 정북부로 일단 보내도록 하거라. 안채는 청소를 다 해 놓았으니 너희들은 어서 안채로 들어가고.”
“안채를 저희에게 내주시면 아버님께서는요?”
“하하하… 내 집은 산양군에 있지. 이 장원은 유하의 장원이잖느냐. 내가 안채에 들어가기는 그러니 나는 객실에 가 있으마.”
아내들과 손주들에게 안채를 내어주고 객실에서 머무르시다니.
훌륭한 시아버지의 면모를 보여주고 계시는구만.
미안해하는 그녀들을 향해 아버지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너희야말로 우리 진가를 크게 해준 은인들 아니냐. 손이 귀한 진가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생기다니. 이제 죽어서 조상님을 뵈어도 체면을 세울 수가 있게 되었어.”
“하하! 이게 다 제가 노력한 덕분이죠. 조상님들 뵈면 좀 자랑을… 아버지? 제 얘기 아직 안 끝났는데…”
아버지는 내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휘적휘적 걸어가버리셨다.
“후후후. 아버님도 당신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고 계시니까 시무룩해하지 마요. 자자. 종 상서령과 동 정위께서 기다리시니 어서 가봐요.”
사랑방에 자리를 잡고 종요와 동소에게 차를 내어 준 후 물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일단 축하부터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승전 축하드립니다.”
“하하… 별 말씀을. 그런데 그냥 축하만 하러 오신 것 같지는 않고.”
종요 정도 되는 사람이 이런 말 하려고 내 집까지 찾아와?
그럴리는 없다.
내가 웃으며 바라보자 종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량에 대한 일이 정리가 되었고 전장군이 후계자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렇지요.”
“아마… 위왕께서는 내년 길일… 삼월 말의 춘일에 은퇴식을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한 반년 좀 넘게 남았군요.”
얼추 예상은 했던 것이지만 종요의 입에서 나오니 현실감이 확 와닿는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전하의 은퇴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게 그냥 조조가 좋아서, 그가 더 일해줬으면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충심이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할거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시간을 끌려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렇습니다.”
“누구입니까?”
“대표적으로는 서간, 그리고 응창과 유정입니다. 그 외에 몇몇 무관들이나 문관들, 그리고 유학자들도 전하의 은퇴를 미뤄야 한다 말하고 있습니다.”
셋 모두 문관들이다.
상서령 정도는 아니지만 각각 대홍려, 석조, 민조의 관직에 있어 꽤 영향력이 큰 이들이다.
“그들이 조비나 조창, 혹은 식이와 관계가 있습니까?”
가장 걱정되는 이는 조비인데.
내가 질문에 동소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저번에 관직이 올라 사예교위가 된 곽영과 같은 파벌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입니다.”
“흠…”
곽영은 조비의 장인이다.
그의 파벌이라면…
조비 이자식.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다른 동생들인 조창과 조식은 이미 마음을 비우고 조앙을 지지하기로 했다.
내가 입을 다물자 동소는 쓰게 웃었다.
“이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 쯤은 경조윤께서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뭐… 그렇지요.”
“그 외에도 은근히 곽영과 조비를 따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비 녀석이 뭘 했길래…?”
능력도 좋지.
내가 감탄하자 동소는 천천히 말했다.
“아직 듣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서량의 공격이 있는 동안 침략해 온 부여군을 격퇴했습니다.”
“허. 진짭니까?”
“예. 그 때문에 무관 중에서도, 그리고 문관 중에서도 그를 인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전장군과 다르게 그는 자신의 힘만으로 그들을 물리쳤으니까요.”
“공을 세운 것이 그 뿐이랍니까?”
“유주목과 대군 군수도 활약을 했지만 적 주공을 잡아내고, 그곳의 전투를 주도한 것이 그라서… 정북장군이 군을 이동하는 동안 빠르게 그들을 격퇴하여 정북장군은 손 하나 쓸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익주군을 상대하는 동안 조비는 부여를 잡고 있었구나.
당장 서량 일에만 바뻐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난 혹시 몰라 궁금해하며 물었다.
“혹시 다른 일이 있었습니까?”
“오가 움직였습니다.”
“예!?”
걱정했던 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놀라자 종요는 빙긋 웃었다.
“합비를 결국 뚫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합비에서 그들을 요격해 퇴치했다고 하더군요. 병사들의 피해도 상당하고.”
“아… 그런. 누가 그런 공을 세웠습니까?”
“합비에 있는 장 문원과 악 문겸, 그리고 서주의 이전이 보급차 왔다가 그대로 전투에 참여해 물리쳤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어쩐지 오가 조용하다 했다.
합비를 건드렸다가 쪽도 못쓰고 깨져버렸구나.
“오의 공격을 막아낸 공적 때문에 이번 논공행상에 참여할지도 모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하시지요.”
“그렇군. 그럼 이번에 조비도 온다는 겁니까?”
“예. 이번에 아마… 조비 역시 올 것입니다. 지금쯤 업에 도착했겠지요.”
조비가 온다라.
그냥 이번 기회에 함정을 파 놓고 확 쳐버릴까?
으으…
조조만 아니었으면 끝장을 냈을텐데.
전에 조조가 말한 것이 있어서 함부로 손대기가 힘들다.
“조비 입장에서도 이번 논공행상 때 심각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심각하게라면… 전하의 은퇴를 어떻게든 막으려는 것이겠군요.”
북부에서 인기를 끌고, 좀 더 하여 입지를 다져나간다면 조비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당장 몇개월 만으로 그 일을 해낼 수는 없다.
적어도 일년, 길게는 삼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조가 위왕의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
당연히 조비를 따르는 이들은 조조의 은퇴를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저희는…”
“이번에 반드시 전장군이 후계자로 확정되고, 또한 위왕께서 은퇴를 말씀하시게 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좀 더 빠르게 은퇴를 하시게 해야지요. 반년 후가 아니라 석달 후, 아니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런 일을 그냥 할 수는 없다.
길일을 정하고 그 길일에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 거다.
종요가 저리 말하는 것도 조비를 경계하기 때문일 뿐이지 실제로 그리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하된 입장에서 주군의 은퇴를 바라는 것은 솔직히 바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조조를 위해서라도 그는 은퇴를 해야 한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 당장 힘이 되어 줄 사람부터 만나야겠군요.”
“힘이 되어 줄 사람이라면…?”
“승상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이미 그 분께서도 힘이 되어주시기로 하셨지만… 역시 확답을 받는 것이 낫겠지요.”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뎁니다!
오늘 바람 보셨나요? 우와 날아갈 뻔…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내일 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다들 조심하세요~
그럼 대댓글 갑니당 ㅎ
트릭스타 // 원정이 실패하는 경우는 많죠… 지형지물 뿐만 아니라 맞지 않는 환경도 있고… 말씀하신대로 똥개도 앞마당에서는 반 이상 먹고 들어가죠 ㅋㅋㅋ
돔페리뇽 // 지력캐 진유하! 지력캐 사마영! 합치면 당연히 지력캐 or 만능형이…!!
철의노래 // 으앜ㅋㅋㅋ 간신전 2부가 과연 나올 것인가!
hjhhyj0413 // 왕위계승!?
백발마인 // 늘 감사합니다 ~
유티단장 // 으앜ㅋㅋ 베드엔딩 루트가 ㅋㅋㅋ
리수진 // 감사합니다~
타루티어루 // 힘을… 원하는가…!
삽삽 // 늘 감사해요~
Dunkel // 그건 끝나면 외전으로!
Kalon // 비바! 욜로~
Bobbylow // 왘ㅋㅋ 밥은 챙겨주시남요?
Pandemonic // 이제 그럴때가 왔네요 ㅋㅋㅋ 딱 제갈량이 2차 북벌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관중을 전부 얻는상태가 되는거죠 ㅋㅋ
건필하십쇼! // 아들아… ㄷㄷ
인페르니우스 // 항상 감사드려요~
나물 // 늘 감사합니다!
바이러스 // 으잌ㅋㅋ 어째 아서스 엔딩들을 ㅋㅋㅋ
마스터칼솔럼 // 항상 감사해영~
Guaaaaaak // 어린 영웅으로서 커가면서 칼 한자루를 얻게 되는데…
허니앙쥬 // 황제는 이제 너무 힘이 없어서 ㅋㅋㅋ 때리면 맞는 슬픈 남자… 어흑흑…
광성 // 맞습니다. 간신이라는 것이 좀 상대적이죠. 충신인 최영장군도 조선의 입장에서는 나라를 좀먹는 간신 모리배가 되었죠…
하하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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