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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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와 조비를 수행하는 이들이 석왕채에 의해 몰살당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허허.”
좌풍익에서 복귀한 하후상의 보고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상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슬픈가?”
“슬프다기보다는… 찝찝하군요.”
한때는 친구였고, 또 한때는 동기였지만 이제는 적이 되어버린 이가 갔다.
하후상으로서는 우울할 수도 있겠지.
그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난 짧게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관청에. 조비가 죽은 것에 대해서는 다들 알겠지?”
“예. 이미 소문이 퍼졌습니다. 조가에서도 내일부터 장례식이 치뤄진다고 합니다.”
“음… 그래야지. 일단 그 뒷처리 문제도 있으니 나는 관청으로 가야겠군. 너는 여기 있도록.”
난 관복을 대충 걸치고 집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와 관청으로 걷는 사이 교사원의 요원들이 나를 반겼다.
“승상복야.”
“왜 그러나.”
“승상부주께서 찾으십니다.”
“안그래도 가려고 했네. 같이 가세.”
지금 교사원의 업무는 양 사형이 보고 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인 후 그들과 함께 걸었다.
안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승상부주의 집무실에 들어간 나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앙을 마주했다.
앉아서 죽간을 읽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꽤나 복잡한 표정이다.
나를 지그시 응시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네가 한 일이냐?”
단도직입적이군.
차라리 이게 낫다.
“그렇다… 라고 하시면 어쩌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나는 조비를 죽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그가 죽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계셨겠지요. 살아 있다면 죽기 전까지 계속 왕위를 노릴 것이라는 것도.”
조앙은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둥이도 아니고, 생각없는 등신도 아니었다.
어쩌면 조조 이상으로 교활한 머리를 가진 남자일지도 몰랐다.
필요하기에 덕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런 사람이 결코 순진한 사람일리 없지.
그렇기에 난 조앙에게 물을 수 있었다.
만약 조앙이 예전에 내가 생각하던 그 순둥이었다면 난 어떻게든 숨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말하는 것이 낫다.
“…나는.”
조앙이 작게 중얼거리자 난 그의 손을 잡았다.
“형님.”
“후우… 그래.”
힘겹게 한숨을 내쉰 조앙이 의자에 앉았다.
양 사형은 어깨를 으쓱인 후 그의 앞에 잔을 놓아주었다.
잔에 담긴 것은 술이다.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조앙은 단번에 들이마신 후 말했다.
“형으로서는 그가 살기를 바랬다. 나와 함께해주기를 바랬어.”
“그렇군요.”
“하지만… 왕으로서는, 그리고 내 아들의 아비로서는… 그만한 야심을 가진 위험한 이가 없었으면 했지.”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군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덕왕, 패왕을 따지기 이전의 문제입니다.”
“알고는 있어. 알고는 있지만… 조금 힘들군.”
조앙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난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손 치워보십쇼.”
치워진 손 밑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어떻게든 웃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그를 향해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셔야 합니다.”
“…그래야겠지.”
“전에도 말씀드렸고, 그리고 지금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형님은 저희의 방패입니다. 저희를 지켜주실 분.”
“그래. 그리고 너는 나의 검이지. 너희는 나의 무기지. 나의 적을 잡는 자들이지.”
우리는 협정 아닌 협정을 맺은 사이다.
그런만큼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자들이다.
“적이 될 자를 친 것이라고 생각해주십시요.”
조앙은 무거운 한숨을 내쉰 후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만약 검이 방패를 노린다면?”
“그럴 일은 없겠죠.”
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조앙을 노릴 이유가 없다.
“형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원하는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그렇지. 너는 소의를 따르는 사람. 너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하야하여 제 욕심만 챙길 놈이지.”
“잘 아시는군요.”
내가 웃자 조앙은 쓴웃음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자. 그럼 마음정리는 끝났다.”
“마음정리라…”
“언제까지 슬퍼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그리고 언젠가는 날 칠지도 모르는 놈이었고. 다만 아버님이 걱정되는군.”
“음…”
솔직히 나도 걱정된다.
조앙이 날 의심할 정도라면 조조 역시 당연히 날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문젠데.
내가 고민하자 조앙은 쓰게 웃으며 물었다.
“같이 가주랴?”
“어린애도 아니고. 때가 되면 부르시겠지요.”
아직까지 왕부에서 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조조 나름대로도 생각할 것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할까?
난 양 사형이 건네 준 차를 받았다.
“할 일 없으면 일이나 좀 해라. 비가 죽게 됨으로써 우리가 더 편해진 것은 사실이니까.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것이 나아.”
차와 함께 받은 죽간을 보았다.
그 녀석이 죽든 말든 당장 내 상황이 변한 것은 없군.
내가 한숨을 내쉬며 죽간을 받아 업무를 시작하려 하자 조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수고들 하게. 난 동생을 달래며 추모주나…”
“좌장군도 앉으시지요. 할 일 많습니다. 곽영의 일에 관련된 이들을 잡아내는 일, 그리고 좌장군의 사람들로 그 자리를 채우는 일. 저희 둘이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양 사형은 인상을 썼다.
떠나려던 조앙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내 동생이 죽었다! 그런데 나보고 일을 하라는 건가!?”
“예.”
“…젠장.”
조앙은 궁시렁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난 피식 웃었다.
저 인간.
사실은 크게 슬퍼하고 있지 않군.
아니면 그 슬픔을 단번에 잠재울 정도의 놀라운 심계를 가지고 있든가.
궁시렁거리며 양 사형과 함께 업무를 시작하는 조앙을 보며 나도 업무를 진행했다.
승상부주의 집무실에서 몇시진 정도 일을 했을까.
눈이 뻐근해질 때 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그래. 갔다오는 김에 시녀에게 술 좀 가져오라고 해라. 승상부주. 우리도 좀 쉬자고.”
“그러지요.”
조앙도, 양 사형도 꽤나 피곤해보였다.
그의 느긋한 말에 난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맑은 밤공기를 맞이하니 기분은 좋군.
“아. 이보게.”
“예, 히익! 승상복야!”
“뭘 그리 놀라나? 집무실로 죽엽청을 한통 보내주게나. 그리고 간단히 먹을 야식거리도 가져다 놓고.”
“아, 알겠습니다…”
날 두려워하던 시녀가 후다닥 도망간다.
그녀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자리에 앉았다.
“하아… 오늘은 집에 못 들어가겠군.”
조비가 죽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그에 대한 처리는 문서 한줄로 끝나게 될테니까.
이미 교사원에서 조사를 마친 일이다.
조비가 토벌한 도적의 복수를 위해 산적이 움직였고, 그 틈을 노려 다른 산적이 공격했다.
보고는 그렇게 올라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와 양 사형, 그리고 조앙이 곽영의 일에 대한 후속처리를 하는 중이다.
괜한 소리를 입 밖에 내어 우리의 눈 밖에 나고 싶어하는 이들은 없었다.
“북방에도 사람을 보내놔야겠군…”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왕부의 호표기가 다가왔다.
그들은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드디어 때가 됐군.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다른 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조조만큼은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조비의 죽음에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딱히 겁나지 않았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왕부의 내원에 들어갔다.
왕부의 내원에 들어간 나는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조조를 발견했다.
그는 홀로 선 채 달을 보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그래. 자네들은 나가게.”
함께 들어 온 호표기들이 나가자 조조는 나를 불렀다.
난 차분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자 조조는 들고 있던 검을 내 목에 가져다 대었다.
시퍼런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뜩인다.
조조의 표정은 무감정했고 나도 별다른 표정을 띄우지 않았다.
“왜 죽였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고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깟 수로 나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딱히 아버님을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금방 들킬테니까요.”
다른 이는 몰라도 조조만은 알거다.
내가 조비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가 있음으로서 조앙이 얼마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조앙을 왕위에 올리려 하는 나에게 있어서 조비가 얼마나 걸림돌인지.
그는 알거다.
조조는 날 지그시 노려보았다.
“왜 죽였나.”
“왜… 가 필요합니까? 선택했을 뿐입니다.”
“선택?”
“예. 선택. 자환이 아닌 자수 형님을 선택했을 뿐이죠.”
“나는 그를 살리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천하를…”
내 말에 조조는 검을 당겼다.
날카로운 검이 나에게 겨눠지자 난 조조를 향해 물었다.
“전하. 저도 한번 여쭙지요.”
“그래. 마지막 남길 말은 필요하겠지. 해봐라.”
조조가 나에게 이렇게 싸늘히 말하는 것도 처음이군.
그리고 나 역시 이렇게 거칠게 말하는 것도 처음이고.
조조와 연을 맺은지 꽤나 오래 되었지만.
언젠가 한번은 이런 분위기가 되어야 했었다.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난 지금까지 생각하기만 할 뿐 꺼내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왜 전하께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저에게 강요하십니까?”
“…뭐?”
조조의 흔들리는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전하라면 이미 알고 계셨을 것 아닙니까. 비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냥 놔뒀다간 끝까지 저항하고, 반항할 것임을.”
“…네놈!”
이제는 눈 뿐만 아니라 검끝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조앙도 눈치채고 있는 것을 조조가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난 흔들리는 그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아버님께서도 하지 못하신 일을 저에게 강요하지 마십시요. 저는 신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평행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사람 중에 저에게 더 가깝고, 저의 가족과 더 가까운 이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내 아내는 청이다.
그리고 청이의 친오라비는 조앙이고.
그렇다면 조앙과 조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조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비 녀석을 설득하라고 했어!”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보고드리지요. 실패했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는 신이 아니라고. 실패했습니다.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설득을 잘하고 협박을 잘한다 하더라도 그의 의지를 꺽을 수 없었습니다. 됐습니까? 이 말이 그렇게 듣고 싶으셨습니까! 예!! 저 실패했습니다!”
난 한걸음 조조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자 조조는 오히려 한걸음 물러났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입니까!? 저는 그저 힘없는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런 제가 도대체 어떻게! 어디까지 했어야 했습니까! 위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둬야 했습니까!?”
그동안 생각하고 있던, 억누르고 있던 짜증을 단번에 토해내었다.
“그 놈이 뻔히 위협적인 놈인줄 아는데도 방치해야 했습니까!? 그래서 그가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까!!”
“이놈이 끝까지!!”
조조가 검을 들어 올리자 난 목을 내밀었다.
“치시지요.”
“왜 명령을 어겼나!!”
“그 쓰레기 같은 놈을 쥐어 터트려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이번 뿐이었는 줄 아십니까!? 수번, 수십번도 넘게 있었습니다! 그놈을 짓밟고! 팔 다리를 자르고! 그 같잖은 혀를 뽑아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나를 노려보는 조조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외쳤다.
“그런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조가의 사람이니까요!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 것이라 생각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제 가족과 자수 형님 뿐만 아니라 조가, 하후가. 더 나아가 위국 전체를 흔들려는 놈을 제가 왜 봐줘야 했습니까!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조차 포기하지 않았던 놈을 제가 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나! 왜!!”
짐승처럼 거칠게 포효하는 조조를 향해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도 한가지만 여쭙지요.”
조조의 눈이 흔들렸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할지 눈치를 챈 듯 했다.
그래도 해야했다.
그의 눈에 실려 있는 두려움을 마주하며 난 싸늘히 말했다.
“비 녀석의 호위가 왜 그것 밖에 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아무리 유배지로 가는 것이라 하나 그는 왕자. 적어도 천여명 이상을 보내는 것이 옳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호위한 병력은 고작해야 백여명. 아무리 호표기라 하나 일국의 왕자를 호위하는 길입니다. 고작 백여명이라니.”
“…나는.”
“전하께서도… 내심 바라신 것 아닙니까?”
땡그랑.
검이 떨어진다.
힘없이 조조가 자리에 앉자 난 그를 향해 물었다.
“전하께서도 알고 계셨잖습니까.”
“….으…”
이렇게 조조가 작아보이기는 처음이군.
검을 떨궈버린 그를 향해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놈의 마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내버려두면 결국 그 놈이…”
“….”
“자수형님을 죽일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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