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21
아침이 되자마자 난 잠들어 있는 완이의 입술에 입맞췄다.
작게 응석을 피우며 몸을 비틀고 쿨쿨 잠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밖으로 나왔다.
매일 아침마다 보는 풍경이지만 마음 푸근해지는 풍경이다.
성이와 휘, 그리고 율이가 나와서 오금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장합과 서황이 서로의 무기를 가볍게 부딪혀가며 몸을 푼다.
그 외에 다른 녀석들도 아침의 훈련을 위해 몸을 풀고 있었다.
“아침부터 다들 바쁘네.”
“기침하셨습니까.”
내가 나온 것을 본 성이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다른 이들의 인사도 간단하게 받은 후 난 성이에게 말했다.
“음… 성아.”
“예.”
“넌 오늘 나랑 같이 좀 가자.”
“예? 어딜요?”
“모가에게. 다른 일도 많은 만큼 빨리 처리를 해야지. 이런 문제는 미뤄봤자 좋을 것 없다.”
성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난 휘를 보았다.
순선과 함께 있을 때와는 꽤나 다른 표정이구만.
싱글싱글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짓던 휘는 내 손을 잡았다.
“아버지. 같이 해요.”
“오냐.”
옛날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마당에서 혼자 오금희를 하곤 했었지.
이렇게 내 자식들과 오금희를 하려니 꽤나 뿌듯해졌다.
“자. 그럼 호금세부터 시작한다.”
오금희의 시작 자세를 말하며 내가 자세를 잡자 다들 자세를 잡았다.
오금희를 끝낸 후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난 옷을 갈아입었다.
관복이 아닌 사복이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관직에 있는 이라면 무리하지 않고도 입을 수 있을 정도의 비단 옷으로 갈아입은 내가 나왔을 때 성이도 밖으로 나왔다.
“가시죠.”
“그래.”
성이 역시도 나와 비슷하게 차려입었다.
지금은 신분을 제대로 밝힐 필요가 없었다.
만약 그가 여기서 문제가 된다면 굳이 계속 연을 이어갈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성이와 내가 문쪽으로 향하자 기다리고 있던 장합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장합도 가벼운 무복만 입었을 뿐이다.
우리가 나가려고 하자 마당에서 휘와 이야기를 나누던 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가를 만나러 간다고 하셨죠?”
“응.”
“괜한 짓 하지마요~”
“괜한 짓이라니. 날 뭘로보고.”
히죽 웃은 영이의 입술에 입맞춰주고 밖으로 나왔다.
영이도 꽤나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그것도 그런 것이 자기 아들이기도 하지만 진가의 맏며느리가 될 사람일지도 모른 것이다.
그런만큼 기대가 되겠지.
휘는 내 옆에 서 있는 성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잘해. 헛짓거리 하지 말고.”
“누나… 헛짓거리라니.”
저거 말하는 거 보소.
순선에게 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투다.
성이는 쓰게 웃으며 영이와 휘에게 인사를 한 후 내 뒤를 따랐다.
우리가 집에서 나오자 바깥에서 놀고 있던 장삼과 왕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가슈?”
“모가를 만나러 간다. 왜. 같이 갈래? 오는 길에 점심도 먹고 올건데.”
“어… 그럴까?”
장삼과 왕필이 붙었다.
장삼과 왕필은 흑귀대에서도 꽤나 고참이다.
그런만큼 성이와도 꽤 친했던 그들은 실실 웃으며 성이에게 말했다.
“이야~ 그 꼬물거리던 애기가 이제 제 신붓감을 찾으러 간다니~ 감개무량하구만~”
“그러게 말이야. 모가와 연을 맺고 난 이후부터는 노는 것도 끊고 공부만 하시더니. 이제 드디어 어른이 되시는구만.”
“어른은 무슨…”
“하긴. 아직 털도 안났는데.”
“…장삼. 왕필. 그런 소리는 말라고.”
나이차이가 거의 삼십살 이상 나는데도 하는 짓이 성이랑 판박이다.
한심한 것들.
내가 인상을 썼지만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방 도련님이 어른 만들어주기 전에 우리 도련님~ 어른 되시겠네~”
“형주의 기녀들이 울겠구만~”
“산양군과 좌풍익의 뭇 처자들이 눈물로 밤을 지새우겠네. 내 낭군님이 장가가신다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여자를 꼬시다니. 역시 미래가 밝다. 흑귀대를 이끌 자격이 있다니까?”
“그, 그만해!”
성이를 놀리는데 재미를 붙인 그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그런 그들을 향해 장합은 인상을 구겼다.
“적당히 해라. 응?”
“에이~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암만. 암만. 다 좋아서 그런거요. 장 대장은 우리 마음도 몰라주고.”
철딱서니 없고 짖궂은 삼촌들마냥 성이를 놀리던 그들은 하촌에 들어서자 입을 다물었다.
이제부터는 신분을 숨겨야 한다.
괜한 소리로 쓸데없이 문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장난 칠 때와 아닐 때는 구분하는 놈들이라 다행이군.
그들이 입을 다물자 성이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긴장한 듯 보였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아… 으응. 괜찮습니다. 장 사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오른팔이 나가며 오른발이 나간다.
딱 봐도 긴장했군.
하긴 그럴 것이다.
어쩌면 이번 만남으로 모현과 이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는 것일테니까.
“그런데 빈손으로 가도 되나? 예고 없이 찾아가는건데 뭔가 사들고 가야 하는 것 아니우?”
왕필이 묻자 난 장합을 가리켰다.
장합은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상자를 들어올렸다.
“삼이다. 이정도면 선물로 괜찮겠지? 힘쓰는 일을 하는 만큼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헤에… 그거 비싼 거 아니요?”
“그렇게까지 비싼 건 아니야. 금 오십냥 정도?”
금 한냥에 요즘 시세로 쌀이 여섯섬이니까.
약 쌀 삼백섬 정도 되겠군.
진짜 얼마 안한다.
“쌀 삼백가마니면 엄청 비싼거요…”
“상대적인거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며 하촌을 걸어 모가의 작업장 앞에 도착했을 때 어제처럼 밖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가를 발견했다.
말없이 수레바퀴를 조립하여 수레 하나를 만들어내던 그는 우리가 오자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십시요. 수레를 구입하러 오신 것이라면… 어? 허허. 진 도련님 아니오? 이거 오래간만이구려. 다시 허도에 오신거요?”
“오래간만입니다.”
성이와는 이미 안면이 있는 모가다.
그는 성이를 보자 살짝 고개를 숙였고 성이는 희미하게 웃었다.
“옆에 계신 분은…”
모가는 나를 위 아래로 흝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모가라고 합니다. 귀하신 분 같은데…”
“성이의 애비 되는 사람이오. 만나서 반갑소. 유하라 불러주시오.”
“유하? 하하. 훌륭한 이름이군요.”
“아시오?”
“예. 물론. 승상복야의 성함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도련님의 성도 진가인데. 이거 참 의외로군요.”
모가는 내가 그 승상복야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이상하군.
허도에도 성이의 업적이 퍼졌을텐데.
의심 정도는 하는 듯 보였지만 그저 설마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유하라는 이름이나 성이라는 이름이 그리 드문 이름도 아니니 말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하던 그는 우리를 집 안쪽의 평상으로 데리고 갔다.
꽤 지저분한 평상의 모습이 방 숙부님의 모옥에 있는 평상과 비슷해보인다.
그는 걸레를 가져와 자리를 만든 후 작은 상을 앞에 올렸다.
“이게 집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지저분해서. 자자. 앉으십시요. 현아!! 손님 오셨다! 뭐라도 좀 내오거라!”
작은 모옥의 안쪽에서 소녀가 나온다.
모현은 우리를 보자마자 어리둥절해하다가 성이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성아!”
“오래간만이야.”
“허도에 온거야? 이번에는 언제까지 있을거야? 그런데 옆에 분들은…?”
우리를 보며 모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성이는 빙긋 웃었다.
“내 아버지셔.”
“아, 아버지? 아버님!?”
눈에 띄게 당황한 모현이 허둥거렸다.
머리를 정리하거나 옷을 만지작거린다.
이미 늦었단다.
일하다가 나온 것처럼 보이는 모현이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렇게 갑자기 오면 어떡해… 아, 아버님. 그… 처음뵙겠습니다. 모현이라고 합니다…”
모현이 성이의 팔을 살짝 때린다.
그 손길에 성이는 즐겁게 웃은 후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모현도 싫지는 않은지 깍지를 낀다.
이게 아들과 딸의 차이인가?
순선이 나에게 아버님이라고 했을 땐 화가 났는데 며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인지 마냥 흐뭇하다.
모가는 조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
“현아. 성이와 함께 잠깐 가 있거라. 여기는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나눠야 할 자리이니까.”
“예에… 그, 그럼 아버님. 저는…”
“그래.”
모현이 성이와 함께 집 뒤로 간다.
설마 이 잠깐 사이에 엄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
내 눈치를 살핀 장삼과 왕필이 그들을 뒤따랐다.
“아! 잠깐만요!”
허둥거리며 나온 모현은 내 앞에 작은 잔을 내어주었다.
금이 간 사기그릇에 담긴 물이다.
사기그릇 안쪽에는 꿀이 조금 담겨 있는 것이 꿀물로 보였다.
아무리 요새 백성들이 살만해졌다고 하지만 꿀은 귀한 음식이다.
약재로도 쓰이는 것인만큼 쉽게 내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내온 것은 나를 귀한 손님으로 생각한다는 것이겠지.
꾸벅 인사를 하고 모현이 가자 모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 애비에게도 주지 않던 것을. 쯧. 녀석. 이런. 죄송합니다.”
“하하… 딸 가진 아비 마음이 다 그렇지. 그래… 모가라고 했던가?”
“예…”
아직까지 사돈도 아니고 그저 만나는 사이다.
옷차림을 봐도, 그리고 성이도 어느정도 사는 집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렸으니 하대하는 것이 그다지 난감하지 않았다.
모가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신 것은…”
“그대에게 몇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서 왔소.”
“제안이요?”
어리둥절해하며 모가가 날 바라본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난 차분히 말했다.
“나는 허도의 순가와 연이 좀 있는 사람이오. 혹시 어제 순가의 도련님이 오시지 않았소?”
“순가의 도련님인지는 모르겠지만 귀한 복장을 하신 분이 오시긴 했습니다만… 그게 순가의 도련님이셨습니까?”
모가는 황당해하며 물었다.
순선과는 딱히 연이 없는 듯 하군.
그의 말에 난 꿀물을 한모금 마셨다.
그리 질이 좋은 꿀은 아닌 것 같다.
약간 목이 칼칼한 것이 오래된 것 같구만.
꿀물을 살짝 내려 놓은 후 말했다.
“뭐. 그렇소. 아무튼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순가에서 와주신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니…”
순선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
진가의 가주인 내가 온 게 더 중요한데.
“모가. 그대가 만든 수레가 질이 아주 좋다고 하더군. 우리 가문도 전시에 물자를 군에 대는 일을 자주 한다오. 그런만큼 수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아시오? 위국에서 지원하여 이번에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오.”
“연구? 어떤 연구입니까?”
그가 의아해하자 난 일단 말을 돌렸다.
먼저 깔아야 하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가가 만든 수레가 아주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튼튼하다고 하더군. 그대가 만드는 수레에는 뭔가 특별함이라도 있는거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정성을 다해서 틈이 없게 만들 뿐… 과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모가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하지만 정성을 다한다고 해서 좋은 수레가 만들어질까?
내가 바라보자 모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 가문대대로 내려오는 방법을 조금 더 사용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닌데.”
“그렇군… 혹 재료에 뭔가 수를 쓴 건가?”
“그렇습니다. 자세한 것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정말 변변치 않은 것인지라…”
모가의 시선에 경계심이 서렸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이라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나도 예전에 이 핑계로 귀찮은 일을 넘기지 않았던가.
심폐소생술을 진가의 비전이라고 말한 것만으로도 다들 그냥 넘어갔었다.
그때를 떠올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아까에 이어서 이제부터가 본론이오. 모가. 그 재주를 살려 볼 생각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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