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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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출진 준비를 한다.
성이는 내가 짐을 꾸리는 것을 보며 말했다.
“오로 가신다고 하셨지요?”
“그래. 일단 합비로 가서 그쪽의 문제를 좀 해결하고 오를 공략해야 할 것 같구나.”
“그럼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
“벌써? 더 있다가 가지 않고.”
업에 있는 새 장원에서 좀 편하게 쉬다가 가지.
내가 걱정하자 성이는 부드럽게 웃었다.
“아버지께서 나라 일을 위해서 이렇게 바삐 움직이시는데 아들이 어찌 놀고만 있겠습니까. 저도 빨리 태학에서 배워 아버지의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장하다!
우리 아들!
난 성이를 한번 꽉 끌어안아주었다.
“그래. 같이 가자꾸나. 아니, 아예 다 데리고 갈까?”
“예?”
“이번에 오에 갔다가 난 바로 형주로 가야 할 것 같거든.”
“그럼…?”
“그동안 네 어머니들을 산양군에서 쉬게 할 생각이다.”
진가의 저택은 허창, 그리고 업에 있었다.
하지만 본가는 산양군이다.
그곳에 있는 장원이라면 다들 편하게 살 수 있을 터.
내가 웃으며 말하자 성이는 기쁘게 웃었다.
“그게 좋을 것 같네요. 어머님들께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주렴.”
성이가 나가고 갑옷을 꺼냈다.
서주의 철로 새롭게 만든 갑옷이다.
얇은 철판이 가죽 사이에 박혀 있는 갑옷을 가볍게 입었을 때 희아가 들어왔다.
“산양군으로 가신다구요?”
“응. 왜? 아. 혹시 견가에 머무르고 싶으면 그래도 괜찮아.”
업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석이를 보고 견엄이 무척 좋아했었다.
희 역시도 꽤나 편했던 것 같은데 원한다면 쉬게 하자.
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제 많이 쉬었습니다. 저도 산양군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뭐.”
갑옷을 입는 내 뒤로 온 희는 가죽끈을 쭉 당겨 고정시켰다.
목 뒤에 있는거라서 챙기기 힘들었는데.
“다른 준비는 필요 없는 건가요?”
“뭐 딱히? 산양군에서 머무르고 있다가 내가 복귀하면 업으로 다시 돌아갈거야. 아니면 같이 태원장에도 가볼까?”
가족들을 전부 데리고 가보고 싶다.
서주에 있는 내 봉지에 휘도 있으니 데리고 가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순선도 데리고 가고.
가족 전원이 함께 가면 재밌게 쉴 수 있겠지.
내가 웃으며 말했지만 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전쟁… 인가요?”
“글쎄…”
이걸 전쟁이라고 봐야 하나?
합비에서 그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 손권은 전쟁은 고사하고 돌맞아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거다.
오 같은 경우는 여러 호족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연합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만큼 각 호족들이나 가문들의 눈치가 어느정도는 들어가기 마련.
그런데 이런 대패를 겪게 된다면.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겪게 된다면 손권의 권력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었다.
잘하면 말 몇마디만으로도 오가 해체될지도 몰랐다.
“아마 크게 힘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한다면 상대해줘야 하고.
내 말에 희는 살짝 내 등에 기댔다.
“왜?”
“걱정되서요.”
“하하하… 별 걱정을 다하네.”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아주었다.
살포시 안긴 희가 부드럽게 웃자 난 천천히 말했다.
“다 잘될거야.”
업에는 양 사형도 있고, 또 여차하면 병주에서 가 사형을 불러도 된다.
조앙이 업에 든든히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은퇴를 했지만 아직 조조와 순욱도 업에 있었다.
그렇다면 나까지 업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산양군으로 내려간다는 말을 하자 조앙은 떨떠름해했지만 막지는 않았다.
산양군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웃으며 반겼다.
손주들이 오니까 신난 듯 보였다.
그렇게 아버지와 하룻밤을 지낸 후 가족들을 산양군에서 쉬게 했다.
아직까지 그녀들의 방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내 자식들의 방도.
산양군이라면 안심하고 가족들을 남겨 둘 수 있었다.
정리를 끝내고 떠날 때가 되자 난 말에 올랐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서주에서도 바로 군사를 이끌고 온다고 하더구나.”
“서주목이요?”
“그래. 진 서주목이 아들과 함께 온다고 하더군.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하니… 서주의 정예병 삼만을 이끌고 합비로 간다 하더라.”
“그렇습니까?”
서주병 삼만.
산양군에 있는 흑귀대 일만.
합비에도 일만 정도는 있을테니 오만이다.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합비에서 된통 당한 오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정도면 전쟁을 해도 손해는 보지 않을 만한 상황.
난 내밀어진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주름진 손이지만 힘은 여전하다.
아버지의 건강이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다.
“다녀오겠습니다.”
“부디 현명하게 행동하거라. 너의 이름은 지금 상당히 높다. 그러니 그 이름에 맞게 움직였으면 하는구나.”
“하하.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인사가 끝나고 모가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꽤나 뿌듯해보였다.
“정말 고생하셨소.”
“아닙니다. 지원이 많은 덕분이었습니다. 거기에 서주에서도 도움을 받았고.”
모가는 봉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작업을 시작했고 고작 삼개월만에 어느정도 성과를 내었다.
내구성이 좋은 수레를 만들어 투석기를 장착시킨 것이다.
산양군에 와서 한번 봤는데 꽤나 괜찮아보였다.
물론 기존 투석기보다 사거리가 짧고, 또 더 작은 돌만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면 초반에 쓰기에는 나쁘지 않다.
“좀 더 개량을 할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지금은 적어도 오십회 정도는 투석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만… 백회, 이백회를 쏘아도 멀쩡하게 만들어보겠습니다. 더 크고, 더 강하게!”
“하하… 모가. 그대가 내 사돈인 것이 아주 안심이 되는구려.”
행여나 모가가 다른 곳에 갔어봐.
어휴.
끔찍하다.
성이가 인재를 잘 골라왔네.
“이게 모두 승상복야 덕분입니다. 복야께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저도 모르던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주의 이 현령이라는 분이. 참 기술력이 대단하시더군요.”
각지에 있는 병기창의 기술자들까지 불러 모아 연구를 시킨 보람이 있다.
그 중에는 새로운 철을 만들어내고 의욕 상실해있던 이전도 있었다.
새로운 연구개발거리가 생겼다고 알리니 바로 달려와 연구소에 들어갔다고 한다.
시키지 않아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다니.
앞으로 열심히 갈아넣어야겠다.
모가는 뿌듯해하며 답했고 난 그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덕분에 이번 공략이 참 쉬워지겠군.”
“하하… 별 말씀을. 그리고 문제가 생길 경우 그것을 조사해 가져다 주신다면 개량을 더 해보겠습니다.”
“문제점?”
“실패를 통해서 배워나가야 하는 법입니다. 전장에서는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고 들었으니…”
예전에 가 사형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실패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것에서 얻어낸다.
그의 말과 같은 말을 하는 모가를 보았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건가?
비록 가 사형과 다르게 모가는 글 한줄 제대로 읽을 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자.
그런만큼 어딘지 가 사형과 비슷해보였다.
“고맙소.”
실전에서 시험해 얻을 수 있는 결과로 개량을 한다.
만약 오가 발버둥을 친다면 공성전을 해야 할 필요는 있었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신형 발석거, 그리고 정란과 상자노를 준비했다.
오를 치기 위해서 저 장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저 장비들을 만드는 이유는 익주로 통하는 관문들을 치기 위함.
그렇다면 이번에는 실전 훈련이라고만 생각하자.
내가 모가와 인사를 마치자 가족들이 손을 흔들었다.
“조심히 다녀와요.”
“그래. 걱정마.”
산양군에서 떠나 관도를 지나고 있을 때 후방에서 점검을 끝낸 서황이 내가 있는 선두로 다가왔다.
“좋겠네. 서황?”
“하하… 장합 대신 가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만. 이걸로도 만족해야겠지요.”
전에 오와 전쟁을 하게 되면 꼭 참전하고 싶다 말했던 서황이다.
그 대신 장합을 보냈을 때 실망했었는데 이렇게라도 가게 된 것이 뿌듯한 듯 보인다.
예전 청이에 대한 손상향의 무례 때문에 꽤나 그들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서황이다.
드디어 그 적개심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뭘 바리바리 싸왔어?”
“만약을 대비하는 겁니다.”
최대한 준비를 한 듯 보인다.
새로 맞춘 갑옷과 대부까지.
전투가 벌어져도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한 그가 웃었다.
그리고 그의 부관으로 참전한 등애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서황과 다르게 불안한 표정이었다.
“조금 걱정이 됩니다만…”
“왜?”
“아무래도 첫 출진이라. 도적 토벌 정도는 해보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없지는 않군요.”
“하하. 별 걱정을 다하는군.”
등애의 옆에 서 있던 관평이 빙긋 웃었다.
옛날의 자신을 떠올린건가?
관평도 옛날에는 출진 자체에 조금 두려움을 느꼈었지.
그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성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합비에 도착하면 해야 할 일이 뭡니까?”
하후상의 질문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할 일이 딱히 뭐 있을까싶다.
보고에 따르면 지금 오의 상태는 완전 개판이라고 한다.
내가 천신제를 지낸 이후로 합비에 대한 공격을 오의 백성들은 상당히 우려했다고 한다.
그 불만을 억누르고 출진했는데 대패했다.
그저 대패라고 기록되겠지만 백성들 입장에서는 미칠 만한 일이다.
자기 아들, 아버지, 친구.
가족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멀쩡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것도 자신들이 그토록 불안해하며 안된다고 했는데.
당연히 손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합비에서의 함정이 신벌이라고까지 알려진 상황.
다들 손가를 백안시 하고 있었고 손가에서는 그들의 시선을 막아내기 위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저 꼴이 무서워서 어떻게든 백성들을 끌어들이려고 한거다.
아무리 손가에 충성을 하는 군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가 얼마나 될까?
오에 있는 백성들 수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오는 화약이 가득 들어있는 화약고와 같았다.
누군가가 불만 지피면 금방이라도 터져나갈만한 상황.
거기에 신역에 침범한 죄를 묻기 위해 내가 직접 합비로 간다는 소문까지 퍼트렸다.
그 덕분에 오의 영역 여기저기서 민란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거 낭패한 표정의 노숙을 상상만 해도 신나는군.
“일단 시체처리가 우선이지. 그거 내버려두면 썩고 진짜 금역이 되어버릴테니까.”
오군이 거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의 처리, 그리고 그곳에서 쓸 만한 것들을 빼와 우리가 써야 한다.
그러고 난 후 주변 정리, 혹시 모를 전염병의 발생도 막아야 하고.
합비로 간다고 해서 바로 노숙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서주에서 화타 어르신이 오신다고 했지?”
“예.”
만약 전염병이라도 퍼지면 골치아프다.
이제 곧 여름
합비 쪽은 이미 꽤 더울 것이다.
신역에 있는 시체의 처리를 생각한다면 화타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옳았다.
괜히 전염병 터져서 서주나 합비, 연주로 올라오면 손쓸수도 없으니까.
가급적 사전에 막도록 하자.
“오에 대한 정리만 끝나면 곧장 형주로 간다. 상용에서 정서장군이 익주군을 끌어들여 그들을 쳐냈을 때 바로 영안을 공격할 거니까.”
진군과 합류한 후 배를 타고 내려가 합비 인근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천신장께서 오셨다!!”
“천신장님!!”
“부디 우리를 굽어 살피시고…!”
“…이게 뭐야?”
내가 당황했을 때 악진이 다가왔다.
늘 점잖은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담겨 있었다.
“백성들이 천신장님을 마중나가고 싶다고 해서…”
“허.”
별 짓을 다하네.
엄청난 환호성과 몰려 든 백성들 때문에 병사들의 고생이 심해보였다.
어떻게든 내 옷깃 한번이라도 만져보려는 백성들.
그리고 안전을 위해 일정 거리 이상 오지 못하게 막는 병사들.
그들의 모습에 난 쓰게 웃었다.
“대충 하고 돌려보내.”
“이미 말은 해놨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장료는 합비성에 있나?”
“예. 바로 모시지요.”
악진의 호위를 받으며 합비성으로 향했다.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합비성의 입구에도 꽤 많은 백성들이 모여 있었다.
숫제 날 귀신 취급을 하는군.
그들이 나를 보며 절을 하거나, 자식을 기원하거나. 혹은 병마를 물리쳐달라고 기원한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괴력난신의 주체가 내가 되어버린 것이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이 상황을 의도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 좋기는 하지만 영 찝찝하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나락에 떨어지는 법인데.
“손이라도 한번 흔들어주시지 그러십니까?”
내 성향을 알고 있는 진군이 웃으며 농을 건넸다.
쯧.
난 짧게 혀를 차고 마차에서 내렸다.
“아이고 천신장님!!”
“부디 저희를 살펴주시고 자식이 나오게 해주시고…”
“바라는 것도 많네.”
옛날 장각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런게 뭐가 좋다고 그 짓을 한걸까?
아무튼 이거 이대로 놔뒀다간 진짜 뭔 일이 날 것 같다.
그럼 어떻게든 막아야지.
사이비 교주가 된 기분을 느끼며 엄숙하게 말했다.
“하늘의 가호를 받은 위왕께서 천신장에게 명하셨으니!”
내 말 한마디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주변을 보며 말했다.
“위국은 무사하니 백성들은 다들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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