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87
예상을 했기에 놀랍지는 않다.
관청으로 몰려드는 병사들을 피해 한적한 곳에 도착한 주태는 주유에게 말했다.
“이곳으로 빠져나가 우회한다면 오군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니. 오군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제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병영으로 가는 것도. 병사를 모아야 해.”
“이미 여몽이 움직여 병영을 장악했을 겁니다.”
주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전황은 오에 크게 불리해. 백부가 온 것으로 그나마 싸우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
부대를 이끌고 나갔을 때 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부대는 보았다.
잘 훈련되고, 또 사기가 막강한데다가 공성병기까지 있는 이들.
말이 적기는 했지만 공성전에 말은 그다지 필요가 없다.
“손책의 부하들이 자기들이 본 위군의 이야기를 주변에 퍼트렸을거다. 그렇다면 함부로 싸우지 않으려고 할 터.”
여몽이 자신들을 받아들인 이유는 자신들을 포획하기 위함도 있지만 병사를 늘리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고작해야 오천가지고는 수성을 할 수 없다.
공성을 하는 이가 허접한 장수라면 모를까 진유하는 이미 오군(吳軍)에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가 직접 공성전을 치룬다면 어떻게든 많은 병사를 모아야 했다.
건업 내에 화살이나 장비들은 충분히 있었으니 그것을 운용할 병사가 필요했다.
그러니 자신들을 받은 것이다.
“그럼 어디로 갑니까?”
“하제가 어디 있을 것 같나?”
“글쎄요… 아마 장가에 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부터 장가의 소가주와 잘 어울렸으니…”
장가라면 오의 사성가 중 하나다.
듣기로 장온은 합비전 패배 이후 오에서 탈퇴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었는데.
주유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주태에게 말했다.
“장가로 가보자. 장가에도 도움을 요청해야 하니까.”
“괜찮겠습니까? 장온은 욕심이 큰 자. 이미 여몽과 손을 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내 생각은 달라. 욕심이 크기에 오히려 오를 거절했을 수도 있어. 주태. 너는 병영으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이 말을 전해. 위국의 법에 따르면 죄를 사할 수 있는 방법은 공을 세우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위험합니다. 혼자서 가신다면…”
“괜찮아.”
건업성의 지리 정도는 다 알고 있다.
어떻게든 숨어 다닐 수 있을테니까.
주유의 진지한 시선에 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태가 병영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본 주유는 차분히 장가를 향해 이동했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겨가며 간신히 장가 근처까지 간 주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병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것을 본 주유는 빠르게 장가의 앞으로 가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두드렸다.
“장온! 나다! 주유다!”
잠시 후 문이 열린다.
문을 열어 준 것은 완전히 무장 한 하제였다.
그는 기겁하며 주유를 당겼다.
“왜 여기 계십니까!?”
“나야말로 묻고 싶은 말이네. 자네는 왜 여기 있나?”
“내가 불렀기 때문이지.”
장온이 나오며 무뚝뚝한 어조로 말한다.
그는 주유를 응시하며 싸늘히 말했다.
“왜 왔지?”
“하제를 부른 것을 보면 얼추 상황은 예측하고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그럼 제안하지. 장온. 장가를 살리고 싶나? 지금 위군은…”
“알아. 건업 근방에 와 있다고?”
“그래. 그들이 건업을 공격하면 모두가 죽어. 전쟁을 방조한 주화파들 역시도 죄를 지은 입장이니까…”
“그래서. 구차하게 살겠다고?”
“그럼 장렬하게 죽고 싶은건가?”
주유는 장온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장온은 킬킬 웃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 법이지.”
“그럼 힘을 빌려주게.”
“그렇잖아도 장가의 병사들을 부르고 있다만…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 여기저기 빼돌려놔서…”
건업에 있는 장가의 사병은 고작해야 천여명.
그것만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소가주님!! 소집이 완료되었습니다!”
“밖에서 대기하라!! 하제. 저들을 이끌 수 있겠나?”
“이끄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정말 괜찮겠습니까?”
“흥.”
장온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가규에 따르면 가주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가문의 일은 소가주인 내가 맡는다. 지금 아버지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야.”
장 가주가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주유가 의아해하자 하제는 쓰게 웃었다.
“소가주께서 저를 부른 이유가… 장 가주님을 포박하여 구금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장온은 히죽 웃었다.
“위국의 법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지. 자네들이 왔다면 탈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을 세우는 것이 낫겠군. 기회는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
장온은 욕심이 많은 자.
그렇기에 누구보다 이해득실을 따진다.
이해득실을 통해서 어떤 선택이 가문에 도움이 되는 지 그는 빠르게 파악했다.
“그럼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군. 주태가 병영으로 갔다. 그곳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온다면 움직일 수 있겠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주전파들의 병사들이 합쳐진다면, 그리고 여몽이 움직인다면 병영의 병사들은 그를 따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성문을 빼앗는거야. 건업에서 불이 나면 손책이 움직이기로 했어. 바깥에 삼천여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흐… 그 말은 우리 손으로 건업을 위에 가져다 바치자는 건가? 이거 진짜 배신자가 되겠군.”
하지만 장온은 딱히 두려워보이지도, 그리고 미안해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즐거워 할 뿐.
그의 미소에 주유는 쓴 입맛을 다셨다.
“뭐가 그리 즐겁나?”
“애초에 난 손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오는 뭐고 연맹은 또 뭐냐. 어중이 떠중이 다 모여 있으니까 결국 이 꼴이 된거다. 한심하기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멍청한 놈.”
장온의 말에 주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연맹이라는 체계가 가지는 단점.
의사결정이 힘들다는 것을 그는 정확히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난 좋아. 합법적으로 가주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 될테니까. 그리고…”
오의 사성 중 전쟁에 참여한 주가는 이미 멸문의 길을 걸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육가는 논외.
고가는 여강으로 이동했다.
결국 장가 외에는 강동 삼군을 다스릴 이들이 없는 것이다.
건업과 오에 있는 대부분의 가문들은 주전파다.
그들은 결국 위국에 의해 처단될 것이고 살아남은 장가가 결국 강동삼군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테니까.
“훗.”
“괜히 좋은 생각하는데 찬물 뿌리는 것 같지만 위국은 호족보다 관을 높이 친다.”
“걱정마라.”
“음?”
“그건 임관하면 해결 될 일이니까.”
장온은 즐겁게 말한 후 하제와 주유를 보았다.
“그렇다면 바로 움직이도록 하지.”
장온과 하제, 그리고 장가의 정병 천명을 데리고 주태와 약속한 곳으로 이동했다.
혼자 움직일 때와는 달랐다.
몸을 숨길 수는 없다.
결국 오백여명의 병사와 그들을 이끄는 이와 마주하고 말았다.
주유가 공격을 하려고 할 때 장온이 나섰다.
“장온!! 뭐하고 있나!”
“초운인가. 뭐하기는. 여몽이 병사들을 모으기로 했다면서? 어디로 가야하나?”
“뭐야. 합류하기로 한거냐? 지금까지 나서지 않더니.”
“아아. 나에게는 오지도 않더군. 어떻게 그럴 수가. 장가 역시 오에 참여한 가문인데. 섭섭하게.”
“그나마 다행이군. 우리는 관청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지금쯤 한 육천명 정도는 모였겠군.”
“그래?”
육천이라.
그렇다면 주전파 가문의 병사들은 거의 전부 모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병영에 있는 병사들까지 합쳐봐여 이만이 채 되지 않는다.
고작 그것으로 위국을 막겠다고?
장온은 피식 웃은 후 말했다.
“하제.”
“예?”
“쳐라.”
“예.”
“뭐? 뭐하는 거냐! 장온!”
“뭐하기는. 내 살길 마련하는거지.”
장가의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초운은 당황하며 외쳤다.
“네놈!! 역시 배신을…!”
“애초에 같은 편이지도 않았는데 배신이라니. 너희같은 역적놈들과 나 같은 충신이 한 편이라니.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는 입은 찢어발겨주지.”
초운의 목에 검을 날린 장온은 그가 쓰러지자 씩 웃었다.
“초가의 땅은 공지가 되겠군. 그 땅에서 나는 작물이 꽤 많았는데. 하하. 기대가 되는구만.”
“…정말이지 지독한 욕심쟁이로구만.”
이 상황에서도 땅 욕심을 내다니.
주유가 혀를 내두르자 장온은 웃었다.
“여기서 공적을 많이 쌓는다면 임관하기도 쉬워지겠지? 하. 아쉽군.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움직일걸.”
저들이 모이기 전에 각개격파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전투는 금방 끝났다.
장가는 처음부터 병사와 물자를 내놓지 않고 있었다.
다른 군으로 병사와 가솔들을 빼돌려 힘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장비도 좋고 병사들의 사기도 괜찮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적들을 쳐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관청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무리다. 그건.”
장온은 하제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그는 공을 세우고 싶어할 뿐 이었지 죽을 생각은 없었다.
고작 천여명만 가지고 육천에 대항 할 생각은 없다.
“여몽도 보통 싸움꾼은 아니야. 그리고 거기 모여 있는 가주들도 전투에는 이골이 난 놈들. 괜히 부딪히고 싶지 않다.”
“흐음…”
“주태와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성문 근처. 우리가 할 일은 성문을 확보하고 길을 만드는 것이다.”
장가에서 가져 온 기름을 가리키며 주유가 말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이천여명의 병사들이 모였다.
그들의 선두에 있던 주태는 주변에 널려져 있는 시체를 보며 인상을 썼다.
“무슨 일입니까?”
“먼저 수급 하나 취했지. 그런데 뒤는?”
“저를 따르기로 한 이들입니다. 죄송합니다.”
“으음… 고작 이천이라.”
만 이천 중에서 이천여명만 데리고 온 것이라면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만약 자신이 갔다면 좀 더 설득할 수 있었을까?
송구스러워하던 주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여몽이 손을 써놔서… 전투에서 이긴다면 주화파의 땅과 공지가 된 곳을 나눠주고 사족으로 신분을 올려준다고 했답니다.”
“남의 땅을 누구 마음대로…”
“지금 상황에서 뭔들 말 못하겠나.”
땅을 가지고, 또 신분을 올리는 것.
자신의 땅을 가지고 싶어하고 신분상승을 원하는 일반 백성에게는 꿈만 같은 소리다.
과연 노숙에게 배운 여몽답다.
노숙처럼 이득으로 사람들을 꼬드기는 것에 주유는 입술을 잘근거렸다.
“어쩔거지?”
“일단 해야 할 일을 하자고.”
장가의 병력 천, 그리고 주태가 데려 온 삼천.
이것으로 성문을 태운다.
그리고 바깥에 있을 손책이 올때까지 버텨내는 것이 중요했다.
“백부가 데리고 있는 병력은 고작해야 삼천여 밖에 되지 않잖아. 음… 합쳐서 육천이라.”
“장가의 병력을 데리고 올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빼앗길것 같아 좀 멀리 떨어트려놨는데. 적어도 이틀 이상은 있어야 한다.”
장온이 떨떠름히 대꾸하자 주유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지금 이 병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왕이면 위에서 움직여줬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
결국 내부에서 자신들끼리 싸워야 하는 것이다.
‘골치아픈 일이 되었구나.’
“빨리 하자고. 손책은 밖에 있는 것이 맞나?”
“아마도… 반시진 안에 올 수 있는 곳에서 대기중일거다.”
“그럼 성벽부터 점령해야겠군. 위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일단 탈주해서 장가의 병사들을 부르자고.”
심란한 주유와 다르게 장온은 무척이나 즐거운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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