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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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하와의 만남을 마치고 복귀하며 손책은 생각했다.
결국 선택이다.
누군가는 구해야 했고, 누군가는 버려야 했다.
그가 고민하는 동안 주유 역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굴러 들어 온 돌.
자신들은 오에 있어서 굴러들어 온 돌에 불과하다는 말이 계속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 가주님.”
“왜 그러나?”
“잠시 저와 이야기를 하시죠.”
“그러지.”
한당을 빼온 주유는 그에게 몇가지를 지시했다.
한당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유는 손책도 불렀다.
속이 복잡한 손책이 오자 주유는 그를 위 아래로 흝어보았다.
“이거 힘들겠군.”
“음? 무슨 소리지?”
“네가 외팔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다. 쯧.”
갑자기 왜 시빈가.
손책이 인상을 쓰자 주유는 교주까지 따라왔던 병사를 불렀다.
손책과 체격이 비슷한 그다.
그를 이리저리 살피던 주유는 그의 옷을 벗겼다.
“왜, 왜 이러십니까!”
“가만히 있어봐 좀.”
주유의 기행에 놀란 손책과 한당이 말리려 했지만 주유는 그의 상의를 완전히 벗겼다.
탄탄한 근육질인 그의 몸을 유심히 지켜보던 주유는 차분히 말했다.
“옷 입어.”
“아아… 잘 익은 한송이 꽃이 결국 떨어지는… 예?”
“입으라고. 옷.”
그가 머뭇거리며 다시 옷을 입는다.
팔을 넣으려고 할 때 주유는 그의 팔을 잡았다.
“오른팔은 소매에 넣지 말고.”
의아해하며 그가 옷을 입는다.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단번에 외팔이가 만들어졌다.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주유는 손책을 보았다.
“나, 나는 왜?”
“옷 벗어.”
“무슨 얘긴지 설명을 좀 해줬으면 싶은데. 내 알몸 정도는 얼마든지 봤잖냐.”
“진유하의 말대로 우리는 그저 굴러들어 온 돌에 불과해. 옛날의 강남 연맹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오에게 있어서는 기득권층에게 훼방을 놓으려는.
말 그대로 굴러들어 온 돌에 불과했다.
“다른 이는 모르겠지만 여몽. 그 자가 마음에 걸려.”
“하지만 그자는…”
“노숙의 밑에서 꽤나 공부를 한 자야. 옛날에는 그저 싸움만 잘하는 놈이었지만 지금은 다르겠지.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 옳다.”
손책이 옷을 전부 벗는다.
속옷만 남기고 알몸이 되자 주유는 병사에게 손책의 옷을 주었다.
“바꿔 입도록.”
허둥거리며 그들이 옷을 바꿔 입는다.
아까 주유가 말한 것처럼 한쪽 팔을 빼고 갑옷과 옷을 입은 그에게 손책의 투구를 씌운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진흙을 얼굴에 바른다.
얼굴에 진흙이 발려 구분이 조금이라도 더 힘들게 한다.
주유 역시 진흙을 얼굴에 발랐다.
“다른 이들 역시도 얼굴에 진흙을 바르게 하시지요.”
“음. 알겠네.”
한당이 병사들에게 지시를 하는 동안 손책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야?”
“그들의 입장에서는 반란이 아니겠지만… 아무튼. 지금부터 우리는 정찰을 실시한다.”
“정찰을?”
“그래.”
만약 이 일만의 병사가 교주에서부터 따라 온 충성스러운 이들이었다면 상관없지만 좀 달랐다.
이들 전부를 믿을 수는 없었다.
복귀하는 도중에 뜬금없이 얼굴과 몸에 진흙을 발라 위장을 하라고 했다.
누가봐도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위장을 한 후에 정찰을 한다면 다들 납득을 할것이다.
야간에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정찰을 하려면 진흙으로 얼굴과 옷에 위장을 하는 게 당연하니까.
손책과 병사를 바꾼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할 필요 없는 정찰까지 시행한다.
위군이 진을 치는 곳 주변을 돌며 정찰을 한 후 주유는 한당에게 말했다.
“한 가주께서는 이곳에서 남아주십시요. 삼천의 병사를 드릴테니 위군의 상태를 확인하는 척 하며 바깥에서 대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건업성 근처를 이동하며 성문이 열리면… 지원 부탁드립니다.”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건가?”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한쪽 팔 소매에 나무와 장갑을 끼워 팔처럼 위장하게 한 손책에게 가볍게 눈짓했다.
병사로 변장한 손책이 한당과 함께 머물렀다.
주유 혼자 건업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칠천의 병사들을 이끌고 주유가 건업으로 향하자 손책은 불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과연 그들이 공근이 생각한 것처럼 멍청한 판단을 하겠습니까?”
“글쎄요… 하지만 위기 앞에서 자신의 욕심에 눈이 가려지는 이들은 분명 있습니다.”
만약 건업에서 별다른 일이 없다면 동틀 때 한당과 손책을 안으로 들인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주유가 나오지 않기로 했다.
약속했던 시간은 아침 해가 뜬 후 반시진까지.
손책은 무거운 마음에 큰 한숨을 내쉬었다.
“여몽이라… 과연 어떻게 될까.”
“제 생각도… 사실은 공근과 같습니다.”
이미 아들인 한종에게 오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한당이었다.
오를 구성하는 인물 중에 의인은 적다.
있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득을 따르고자 하는 자들 뿐이다.
“한 가주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진유하의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예.”
진유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 그와 했던 얘기를 한당에게도 전부 말해주었다.
한당은 곰곰히 생각하다 답했다.
“문대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던 것과 같습니다. 그 분도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하셨지요.”
“…그렇지요. 아버지께서도 그러셨지요…”
한당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손책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건업 앞에 도착한 주유는 횃불을 들었다.
“주유다. 문을 열어라.”
“데리고 간 병사들보다 수가 모자란데… 혹시 전투를 치루셨습니까?”
성벽 위에 있던 병사의 질문에 주유는 무덤덤히 답했다.
“한 가주에게 정찰 및 위국의 움직임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만약 밤을 노려 기습이라도 한다면 당할 수 있으니. 도대체 정찰도 하지 않고 뭣들 하는거냐?”
주유는 자신의 옆에 있는 손책 복장의 병사를 보였다.
“어서 씻고 싶으니 문을 열도록.”
밤이다.
횃불의 그림자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손책의 한쪽 팔이 없는 것으로 확인은 할 수 있었다.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밑에 신호를 하자 건업성의 문이 열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음…”
정봉이 반기자 주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흙으로 엉망이 된 몸을 보였다.
“상태가 엉망이군. 우리는 씻고 올테니 다른 이들을 좀 모아주게나.”
“다른 이들이라면…?”
“오의 가주들과 호족들. 진유하와 거래를 했으니 그 거래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겠어. 오의 이장(二將) 어르신들도 모시도록.”
“알겠습니다.”
정봉은 손책과 주유를 힐끔 본 후 떠나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주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행이군. 걸리지 않은 것 같아서…’
손책으로 위장한 병사와 함께 관청으로 들어간다.
관청에 마련된 방에 들어오자마자 시녀에게 말해 목욕을 준비시켰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 천장이 열리며 흑의의 사내가 떨어져 내렸다.
“…넌.”
전투라도 치룬 것인지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는 사내다.
그는 주유를 향해 목례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주태.”
“가주님도 오래간… 넌 누구냐.”
주태가 쓰게 웃으며 인사하려다가 놀라며 소검을 잡았다.
주유는 그의 입을 막았다.
“조용. 무슨 일인데 암행을 하는거지?”
“여몽이 배신했습니다. 주화파에 속한 이들을 감금하고 뜻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공격했습니다.”
“그런가…”
진유하의 걱정이 맞았구나.
결국 여몽이 이렇게 나와버렸다.
“가주님은 어디 계십니까. 건업은 지금 호구입니다. 어서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여몽이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 가주님을 시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봉 역시 가담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주태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주유는 피식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이해가 되질 않아서. 너는 왜 이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지?”
“저의 주군은 손견도 아니고, 손권도 아닙니다.”
주태는 손책의 명령은 불합리한 명령이라고 해도 한번의 불만 없이 늘 따른 이였다.
수적일때 등용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목숨을 걸라는 말에도 군소리없이 목숨을 걸었던 주태라면 이렇게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좋아. 다른 이들은?”
“다른 이라면…?”
“하제는 어디 갔나?”
“음…”
“구금되었나?”
“제가 있던 숙소에도 병사들이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전 탈출할 수 있었지만 하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가담한 것은 아니겠지?”
“하제가 이런 일에 가담할 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역시 손책에 의해 등용된 이다.
그만큼 충심이 강하고 의를 따르는 이.
배신을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군… 아무튼 여몽.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군. 여몽의 뒤에는 손권이 있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지하감옥에 있던 제 부하들이 전부 죽은 것으로 보아…”
하루만에 이렇게 움직이다니.
병사들이 움직이고, 또 다른 호족들까지 가담한 것이라면 결국 그와 손권이 손을 잡은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서 가셔야 합니다.”
“빠져나갈 길이 있나?”
“예.”
“그렇군. 자네도 함께 가지.”
손책으로 위장한 병사에게 말하자 그는 씩 웃었다.
움직일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검을 주태에게 넘겨 주었다.
“주 대장.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아무리 주태라고 하더라도 이런 호구에서는 몸을 빼는 것도 쉽지 않을 거다.
거기에 주유까지 데리고 가야한다.
그렇다면 자신은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병사는 웃으며 말했다.
“주 군사. 부디 가주님을 잘 보필해주십시요. 그리고 하나만 전해주십시요.”
“…뭐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그가 시간을 끌어 어떻게든 주태와 주유의 탈출을 도우려 한다.
주태가 가지고 있던 소검으로 무장을 한 그가 가볍게 검을 움직인다.
꽤나 소검이 익숙한 모양이다.
주유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소검이 오히려 익숙한 듯 보이는군.”
“아무래도 목동 출신인지라…”
“그런가. 그러고보니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군. 미안하네.”
“하하하… 괜찮습니다.”
씩 웃은 병사는 가볍게 얼굴을 만졌다.
“오군 오정 사람으로 오찬이라 합니다. 일개 목동이었지만 소패왕의 이름에 반해 손가의 병사가 되었지요.”
오찬은 소검을 만지작거렸다.
“그분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저 역시 영광입니다. 주 군사. 부디…”
오찬은 빙긋 웃었다.
“이 땅에 의를 가져다 주십시요.”
“알겠네.”
창 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한두명의 발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주태는 주유의 팔을 잡았다.
“바로 가시지요.”
“오찬.”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지요.”
주유는 입술을 꽉 깨물고 그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주태와 주유가 빠져나가자 오찬은 투구를 착용했다.
손책의 흉내를 내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이들이 자신을 보고 수근거리며 이동한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손책.”
몸을 돌린 채 서 있던 오찬이 천천히 일어난다.
이미 이 건물은 포위가 되었다.
주유와 주태는 잘 빠져나갔을까?
자신에게 향해지는 시선을 마주하며 오찬은 왼손으로 검을 잡았다.
“와라.”
“…넌 누구냐.”
그들을 향해 씩 웃은 오찬은 투구를 벗은 후 옷 안에 넣어 둔 오른팔을 꺼냈다.
“소패왕의 검이라고 해두지. 와라. 이 배신자에 불의한 놈들아.”
“제길!! 도망쳤다!! 찾아!!”
복도를 향해 달려나가는 병사들을 향해 방의 기물을 던져 막는다.
바깥에 있던 이들이 소란을 듣고 횃불을 들고 움직인다.
히죽 웃은 오찬은 소검을 까딱거렸다.
“그들은 어디로 갔나.”
“네놈들 머리 위에 계시지.”
군의 장교로 보이는 이는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잡아. 고문한다면 알아낼 수 있을거다.”
“고문? 하하하!! 오군의 목동을 얕보지 마라!!”
달려오는 병사들을 향해 빠르게 소검이 움직인다.
기묘한 움직임으로 병사들의 목을 베어버린 오찬은 장교에게 검을 겨눴다.
“네놈의 목이 과연 늑대 가죽보다 질길지 확인해볼까?”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천천히 검을 뽑아 잡았다.
“말릉 여가 가주 호위장 철영.”
“흥. 여가라면 도둑놈 가문 아닌가.”
오찬은 싸늘히 웃었고 그 웃음에 철영은 이를 드러내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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