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승태의 제안으로 급작스럽게 시작된 수박희는 꽤 큰일이 되어 버렸다. 승태가 싸움의 승자에게 종이와 비단,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만든 종이 갑함을 내어놓자, 사마 가문 또한 비단을 내놓게 된 것이다. 결국, 상금의 양이 뭇 장수들이 혹할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승태는 이에 각저희와 궁술회 같은 여러 대회를 함께 열며 수박희에 참가하지 않는 이들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로 웃고 떠드는 그때,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마초와 방덕이 들어왔다.
승태는 늦게나마 도착한 마초에게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기 위해 그를 불렀다.
사실 마초는 이미 술을 조금 마신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이 마시지 않으면 지금 그의 마음을 달랠 방도가 없었다. 자신의 부친인 마등까지 죽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등의 근거지인 옹주와 량주는 법정의 손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다. 그로 인하여 겨우 몸을 추스르고 마등을 돕던 마대의 행적도 묘연해졌다.
마씨 일족이 거의 멸족되다시피 한 것이었다. 그것도 유비와 유장에게 말이다. 마씨를 이을 인물이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는 외로움이 마초를 잡아먹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마초의 부인과 자식들은 온현에서 최림의 아래에서 안전히 지내고 있었다. 사실 마초를 따라 전장을 누빌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친해진 친우에게 맡긴 것이었다.
가후가 군을 주둔시킨 하동과도 가까우니 안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학식이 높은 최림의 아래에 있으면 배울 게 많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의 혜안이 통한 덕분에 가족들은 별 피해 없이 멀쩡할 수 있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방덕이 약간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마초의 옆을 따라 움직였다.
약간 술기운이 올라 붉은 얼굴의 마초가 휘적휘적 걸음을 옮기는데, 수박희가 열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옆에서 안내하는 시종에게 물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후께서 상을 걸고 연회를 개최했습니다. 그 상금이 얼마나 큰지, 군을 이끄는 높으신 분들도 지금 엉덩이가 들썩인다고 하실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마초는 눈살을 찡그렸다.
얼핏 보아도 자신의 수하들이 밀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슬픈 마음에 술을 마셨지만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수하들까지 밀리고 있으니 더욱 짜증이 깊게 올라왔다.
그래도 이성의 끈은 잡혀 있어 회장을 박차고 깽판을 놓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으로 보아 복잡한 심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마초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종은 연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의 호위를 맡은 함진영이 가히 대단하기는 한 듯합니다. 저들도 각 지역에서는 모두 날고 기는 이들인데 전혀 힘을 쓰지 못하니 말입니다.”
마초의 눈썹이 역팔자를 그렸다. 시종의 말 때문에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방덕이 마초의 옆에 서서 자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수춘후가 보고 있습니다. 저희의 복수에 힘을 지지해 줄 인물은 저자뿐이니, 마음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차분히, 차분히 생각하시지요.”
“알고 있다. 수춘후가 유씨 놈들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내가 다시금 옹양주를 얻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 쯤은 말이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마초는 원독에 찬 표정으로 이를 갈며 말을 꺼냈고, 방덕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마초가 상석에서 내려오는 승태의 앞에 서자, 그는 자신을 마치 오래 헤어진 친우를 만난 것처럼 한 번 껴안은 뒤, 예를 취하는 게 아닌가.
“괴리후께 일어난 일은 들었습니다. 선대의 일과 같이 사해에 명성을 높일 분이었는데, 역적들이…….”
승태는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갑작스럽게 원래 세상의 부모님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다. 승태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본 마초도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마초는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이전에 승태를 만났을 때는 자신에게 무언가 도움을 바라는 게 있었기에 친근하게 대했으리라. 자신도 고개를 숙이긴 하였으나 진정으로 감복한 것은 아니었다. 즉, 그때까지의 관계는 거래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저 모습을 보라. 부모와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게 된 사람의 외로움을 아는 이가 아닌가?’
물론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승태의 모습에 매로된 마초였다.
그렇기에 마초는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였다.
“아니옵니다. 도리어 제가 송구하옵니다. 군을 이곳에 주둔하고, 또 명을 받은 뒤 도착하였으면 가장 먼저 후를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 말에 승태가 다시 마초를 잠시 안아 준 뒤, 자리를 내어 주고 술을 따라 주었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그저 걱정되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마초는 예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양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이름 높은 관우를 상대할 때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던 마초가 승태의 앞에서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마초의 일족이 거의 멸족에 이르렀으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형제들의 죽음에도 좌충우돌하며 주변과 충돌하던 마초가 아닌가. 저렇게 상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조용하게 방덕과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던 마초의 눈에 자신의 무인들이 궁술에서도 지는 모습이 보였다. 승태 휘하 최강의 군세라 불리는 함진영이라면 모를까, 무슨 백마의종의 후신이라고 자처하는 적마군에게 지는 모습에 더 이상 술잔을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초는 방덕을 바라보며 물었다.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 어떠한가? 나는 지금 술에 취해 몸을 가누는 것이 어려우니 영명, 그대가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게.”
방덕은 마초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나아가 예를 취하며 말했다.
“기립하여 쏘는 궁술이 재미없으니 소인, 후께서 더욱 재미있어하실 기사(騎射)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승태는 그런 모습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마초의 눈을 보았다. 자신 있는 궁술에서도 계속 패하여 실의에 빠진 량주병이었다. 그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좋소이다.”
방덕이 량주병을 시켜 말을 가져왔고, 곧 기사를 보여 주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고순이 보기에 점점 멀어지면서도 모두 명중시키는 모습이 과거 여포의 궁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승태는 웃음을 터트리며 마초에게 말했다.
“방 공의 기사가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렇사옵니다. 만일 전장에 나가 싸운다면 능히 일군을 상대할 정도의 무예입니다.”
승태는 마초의 말에 더욱 큰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뭇 병사들과 장수들을 칭찬하며 술을 내려 주고 행상(行賞)하였다.
특히 신묘한 기사를 보여 준 방덕에게도 상을 내린 승태는 자리에서 마초와 사마의, 양수, 최림에게 직접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러곤 중앙으로 나아가 술을 한 잔 마시며 말했다.
“여기 온현에 모인 영웅들은 천하가 다시 혼란해지니 외방에서 외적들을 끌고 온 이들을 벌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패공과 작금의 승상께 은혜를 입은 고간이 감히 북적들과 손을 잡고 황도를 향하여 검을 뽑았습니다. 이 미욱한 후가 감히 영웅들에게 청합니다.”
이에 마초가 가장 먼저 나섰다.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물론 그는 그런 것을 고려한 게 아니라 심정적으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이 마맹기가 후의 곁을 보좌하겠나이다. 의를 행하고 악적들을 모두 벌하소서!”
조금 늦은 양수는 약간 당혹스러운 눈초리로 마초를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나서야 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당황한 사이 사마의와 최림을 비롯한 다른 장수들까지 모두 나서자 재빨리 뒤를 따랐다.
“후께서는 의를 행하고 악적을 토벌하소서!”
“의를 행하고 악적을 토벌하소서!”
바람이 불며 깃발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 * *
하동의 평양을 지키는 가후의 군세는 본거를 안읍으로 옮겼다. 고간과 원담의 기세가 대단하여 결정한 일이었다.
다행히 가후의 빠른 판단으로 인하여 군이 평양현에 갇히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곽원은 침을 삼키며 가후를 바라보았다. 가후는 겉보기에 이미 늙어 눈동자에 백탁이 가득한 노인네에 불과했지만, 너무나 두려웠다. 바로 앞도 안 보이는 눈동자지만, 저 눈은 몇 수 앞의 일을 꿰뚫고 있으리라.
원래 곽원은 조비의 수만 군세와 함께 고간을 정리하려 하였다. 그러자 가후는 그에게 급히 명령을 내려 군을 회수 아래로 퇴각시켰다.
곽원은 가후가 자신이 공을 세울 기회를 빼앗았다며 분개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나 그의 예측에 무릎을 꿇을 상황이 일어났다.
그동안 조비는 평양에서 고간의 군세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고간에게만 신경 쓰고 있는 사이, 원담이 북굴현을 따라 빠르게 피지현을 치고 임분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되니 조비는 순식간에 포위된 상황에 빠진 것이다.
만일 원담을 격파한다 하여도 강을 하나 넘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진 것이었다. 곽원은 그렇게 될 곳에서 자신을 빼준 가후가 무섭고도 감사하여 경외(敬畏)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겠습니까? 위공이 이런 곳에서 대패한다면, 분명 기주와 유주 일대의 고개 숙이고 지내던 인물들이 일어날 게 뻔합니다.”
가후는 그런 곽원의 말에 잠시 눈을 감았다.
실로 그러했다. 원상은 지금 그전의 일로 아직 칩거 중이었다. 사람을 만나기 두려워했고, 예전의 총명함은 다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러니 원상을 대신할 인물은 이제 원담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원담은 마치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조씨와 순씨를 처단하고 황제를 구하는 일이니, 과거 원소가 대군을 일으키던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기주가 흔들리는 것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었네. 일어날 인물들은 일어나겠지.”
“그런… 조비가 패퇴하기를 기다리신단 말입니까?”
“선후가 약간 잘못되어 있는 듯하군. 조비가 쓰러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네.”
“그럼 무엇이 중하단 말입니까?”
“조비의 군세야 이미 죽은 말들이네. 그렇다면 그 죽은 말들을 던져서 환격(還擊)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내에 수춘후의 군세가 도착하였으니, 그들이 군의 한쪽 측면을 무너트릴 수 있을 테지.”
곽원은 가후가 내뱉는 바둑 용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격한다는 하나의 의미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