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반군들 가운데에서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무엇이 충의더냐!”
그가 일어서려는 것을 위병이 막았다. 다리를 걷어차 엎어지자, 최염이 그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반군은 엎드려 거품을 문 채로 소리쳤다.
“으으… 작그음… 폐흐아께서 그에시거느……!”
승태가 손을 들자 위병이 행동을 멈췄고, 그자는 한쪽 얼굴이 벌게진 상태로 최염을 보았다.
“그대들이 말하는 충의가 무엇인가? 후는 이미 조정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인데, 그에게 충성하는 것 자체가 충의를 버린 것 아니더냐! 지금 충의를 말하고자 한다면, 능당 칼을 잡고 수춘후를 베어라! 이는 형주……!”
송충의 말에 허정이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승태의 반응을 보고 멈추었다. 그러나 최염을 비롯한 관료들이 멈칫하는 것이 빤히 보였고, 승태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최염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자가 이리 말하는데 어찌 생각하시오? 충의가 아니라 하는데 말이오.”
“충의가 바뀌겠습니까? 단지 그 이루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최염의 말에 다시금 죄인들 사이에서 소리가 크게 나왔다.
“네 이노오오옴! 방법? 무슨 방법을 말하는가? 조정에 나아가……!”
최염이 다시 한번 그자의 말을 끊었다.
“조정에 나아가 무엇을 하란 말이오?”
나이가 먹었음에도 당당한 풍채에서 느껴지는 힘은 그야말로 최염의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염의 압박에 그자는 순간 말을 잃었지만, 그들은 조정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니 더욱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순가의 인물들은 순자의 후예들로, 그대가 정당하고 옳은 이야기를 하였으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네! 또한……!”
최염은 콧방귀를 뀌며 그에게 말했다.
“옳음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자가 누군가에 따라 다른 법이오. 순욱이 나를 옥사에 넣었을 때, 나는 유비와 손을 잡는 것은 후일 폐하의 안위에 문제가 될 것이라 말하였소. 또한, 천하가 아직 위태로운데 천도를 한다고 하였소. 대체 이 어디에 정당이 있소?”
“이는 네가!”
최염은 다시금 소리를 지르는 그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그보다 크게 외쳤다.
“내가 옳다고 배운 모든 일! 서주에서 배운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무너졌소! 나는 순가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옳은 길로 걸으면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소! 내가 무엇을 위하여 조정의 부름을 받아 갔는데! 내가 후의 말을 전하기 위해 갔다고 여기시오!”
최염은 지금 반란을 저지르고 잡혀와 당당히 앉아 있는 이들을 보았다. 그러면서 생각하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정의라 생각하는구나 라고 말이다. 그리고 최염의 등 뒤에서 웅성거리는 이들도 모두 말이다. 우스운 일이었다. 치국을 하는 자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바른 길 위에 서 있는 인물들이었다.
단지 그것이 합당한지, 합당하지 않은지, 시대와 부합한지, 하지 않은지만 있을 뿐이었다.
“내 순가에서 하는 일 중 반대한 것은 순가의 입김이 닿은 이들만이 관직을 차지하는 것뿐이었소. 고래로 명망 높은 가문만이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었는데, 순가에 도움을 준 이들이 모두 관직에 올랐으니 이게 매관매직이 아니면 무엇이오?”
“어찌 그것이 매관매직이라더냐! 능력이 있는 인물을 뽑아 앉히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잘 못되었다고 그러는가? 작금 같은 환란에 무엇을 따지겠는가!”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금 같이 어지러운 시기에 과거와 같은 큰 시험을 보기도 어렵고, 혹여나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 다분하였다. 그러나 최염이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작금의 환란의 시초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환국? 지금의 어지러움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기야 기억을 못하니 후께 칼을 거꾸로 들었겠지. 작금 유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것이 무엇이오? 그대들이 그것을 듣고 따르는 것은 또 어떻고! 매관매직이니, 청류며 탁류를 말하던 그대들이! 순가의 패악질에 흔들린 그대들이 후를 망치려 하는 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최염은 다시 몸을 휙 돌려 승태를 올려다보았다.
“소신 최염, 허자의 일은 누군가의 명을 내린 인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나 작금 이들을 보니, 충분히 홀로 아집에 사로잡혀 일을 저지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여겨지옵니다. 소신, 혹여나 주군께서 노사와 각별하여 감정에 휘둘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 같사옵니다. 소신이 주군의 생각에 의심을 한 점에 대하여 벌을 내려 주소서!”
최염이 몸을 낮추어 고개를 숙이며 죄를 청하는 모습에 승태는 기백에 한 발자국 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고까운 마음보다는 살짝 웃음이 나왔다.
승태가 바라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서주의 깊은 뿌리 중 하나인 정현의 제자가 승태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지금 최염의 뒤에 서 있는 이들 대다수가 정현의 학파를 이은 타지의 유자들이었다.
저들이 형주 학파들과 척을 지고 승태의 말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 속으로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최염이 앞에 서서 형주 학파의 생각을 짓이겨 버렸으니 손을 잡으려면 문제가 꽤 될 것이었다.
“주군을 걱정하는 것이 어찌 죄가 되겠습니까? 또한 걱정하는 바를 잘 알고 이에 대하여 말하였으니 어찌 죄를 말하겠소? 그만들 일어나시오. 본 후는 그대들에게 죄를 묻고자 함이 아니오. 단지 이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함이었지. 또한 조정의 일에 그러한 문제가 있는 것을 지금 알았으니, 이를 널리 알려 승상의 죄악에 하늘이 노할 것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오. 능히 패악한 자를 몰아내는 것이 천명 아니겠소?”
승태는 알아서 엎드린 최염과 그의 일당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로잡힌 이들을 쭉 바라보았다.
“본시 나는 계절존망의 마음으로 먼저 떠난 유 형주의 자제분을 목으로 세움으로써 그 전통을 이어 나가려 하였소이다. 그것은 이전부터 말해 온 것이니 모르는 이 또한 없을 것이오.”
“거짓이 아니더냐! 그 허울뿐인 말로 우리를 끌어들였지만, 그대는 결국 반란의 수괴일 뿐이다!”
“그것 참 아쉬운 일이오.”
승태가 손을 흔들자 갑주를 입은 유종이 나와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하였다.
“형주로 출진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죽을 자리에 앉아 있는 형주인들 뿐 아니라 형주의 사족들 또한 놀란 눈으로 유종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저 유종이 지방으로 물러나며 큰 부를 받았다는 생각만 한 이들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군을 준비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대의 자리를 되찾으시오. 그리고 나아가 더 높은 곳을 향하시오.”
“후의 말씀, 명심하겠나이다.”
유종은 중앙의 큰 길 양옆에 무릎 꿇은 형주의 인물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저은 뒤에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을 바라보는 유종의 눈에 담긴 감정은 오직 경멸뿐이었다.
마치 연극과 같이 지나간 그 순간, 친국장에 다시금 정적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끝에 송충이 허탈하게 물음을 던졌다.
“어찌하여 죽을 이들을 이렇게 욕을 보이나이까…….”
유표의 초빙을 받은 송충과 같은 이들이 지금 모반의 수괴들이니, 승태가 유종을 도와 형주를 다시 얻을 수 있게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유종이 그들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억장이 무너지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승태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대들에게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오. 그대들의 선택이 틀렸다, 그리고 도리어 그대들이 충성을 바친 선주의 자리를 되찾는 것을 가로막은 원흉이라는 것을 알고 가야 하지 않겠소? 가는 길에 그 정도는 봐야 유형주가 욕하는 것을 알아들을 것 아니겠습니까?”
승태는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처리하는 느낌으로 허정에게 말했다.
“형을 집행하지요. 할 건 다했습니다.”
승태는 그 말을 끝으로 친국장을 나갔고, 그러고 나서 죄인들은 질질 끌려가며 사라졌다. 그리고 남아 있던 최염과 신료들은 얼어붙어 있다가, 이내 정현에게 수학을 받은 이들과 그들의 학파가 달려와 물음을 던졌다.
“어째서 그런 것입니까! 이렇게 되면 최 공께서 바라는 대로 신료들의 힘으로 후가 후일 승상을 엎어버리거나, 다른 생각을 품게 되었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이들과 같이할 수 없지 않습니까? 공의 뜻을 지금 뒤엎으려는 것입니까?”
“그것도 살아야 가능한 것이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들이 서 있는 자리는 죄인의 자리였네.”
“그것에 대한 건 수춘후가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그저 보여 주는 것이라고…….”
최염은 그 말을 한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주변의 인물들도 대강은 최염이 말한 바에 대하여 알아듣는 듯싶었다.
“승상이나 순가의 사람과 연통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작금 최염은 일파의 수장의 위치에서 물음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도 몇 있을 것입니다. 영천 출신의 인물이 꽤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들 중 승상과 친분이 있는 이들은 없으니, 그저 순가의 사람과 접촉하는 정도겠지만요. 순가가 아니더라도 영천이라는 출신으로 친우들과 연을 이어 가는 것 자체가 의심받을 것입니다.”
“엎드리기를 잘 하였군.”
“형주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척을 지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필요하면 다시 찾는 것이지. 그보다는 지금 수춘후가 우리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 정도의 뭔가를 잡았다는 것이네. 분명 일이 터질 것이니, 누구도 지금은 먼저 나서지 마시게.”
모두가 최염의 말에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최염이 호통을 쳤다.
“말을 하게! 반발하고 싶으면 우선 나와 연을 끊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최염은 인상을 찌푸리며 승태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아직 칼집에서 칼을 꺼내지 않았으니, 칼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전에는 물러남이 맞을 것이네.”
* * *
노숙은 퀭한 눈으로 군의 배치를 마치고 서신을 각 장군들에게 보내었다. 그의 옆에 유엽이 같이 있었지만, 군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내 도와준다 하지 않았는가? 자네가 쓰러질 뻔한 일이 벌써 두 번이네. 혹시나 과로하여 진정 쓰러져 누워 버리면, 전장은 어찌 하려는 것인가?”
“그때는 내 자리에 그대가 오면 될 일이네. 많이 부러워하지 않았는가?”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주군께서 돌아가셔서 머릿속에 딴 생각하는 인간들을 때려잡을 심산으로 가셨으니, 자네는 버티는 정도로 만족하라는 것이야!”
노숙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빨리 예주를 넘어 동령까지는 가야하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세? 우 장군이 우리에게 넘어와 겨우 초현까지 선을 그은 상황이네. 하후연, 그 도독이라는 자가 직접 나서 싸우고 있어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데, 여기서 예주를 한 번에 넘어간다니… 말이 되는가?”
“유비가 익주를 평정하기 전에 움직여야 하네.”
“그보다 조비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숙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전예가 건넨 조비의 군세가 주둔하는 경로이네.”
유엽은 노숙에게 받은 지도를 훑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노숙을 보았다.
“우리가 적이 아니었는가? 상대의 배치가 낙양을 노리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