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69
가후는 승태가 보낸 당귀와 정향 선물을 받고 웃음을 지었다. 장수는 그런 가후의 모습에 입을 꾹 다문 채 바라보고 있었다.
“장군,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시지요.”
“그··· 별말 없이 언제 만나자고 한 이야기에 그리 웃으시는지 궁금하여 보고 있었습니다.”
가후는 당귀를 올려 글을 쓰며 말했다.
“고구려산 당귀는 당연히 돌아오라는 뜻이며 정향은 고관들이 군을 만날 때 쓰는 것이니, 이는 당연히 돌아오면 높은 자리에 올라 폐하를 보필할 것이라 말하는 겁니다.”
“높은 자리 말입니까?”
“청사에 이름을 올릴 기회이지요.”
장수는 가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약간 상기된 듯한 가후의 얼굴에 장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솔직한 생각으로 장수는 조조에게 귀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차마 싫은 말은 하지 못하였다.
장제가 죽고 나서 세력을 이끌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은 가후였다. 장수가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고, 조조가 장수에게 큰 모욕을 주었을 때 목숨을 걸고 조조와 싸워 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장수는 가후에게 싫은 말을 차마 입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때, 가후가 장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걱정되십니까?”
“안 된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 아니겠습니까? 조조의 자식을 죽였으니 말입니다. 조제는 직접 봤으니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겠지만, 조조는 모르겠습니다. 원소와 손을 잡고 조조를 치는 것이 차라리 좋지 않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가후는 장수의 걱정에도 단호하게 반박했다.
“조조는 천자를 받드니, 첫째입니다. 원소는 강성한데 우리는 군사가 적어 그를 따른다 해도 우리를 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조조는 군사가 약한데 우리를 얻게 되면 기뻐할 것이니, 두 번째입니다. 패왕의 뜻을 가진 자는 사사로운 원한을 풀어 버리니, 이것이 세 번째 이유입니다. 우리가 동국상의 마지막 남은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동국상을 처단하기 위한 수뇌이던 원소가 전쟁 이후에 우리를 놓아 둘 리 없으니, 네 번째 이유입니다.”
“그것은 조조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패왕의 뜻이라 했으나 항장들이 많으니, 원소와 비교하면 아군을 쉬이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장수는 그런 가후의 말에도 꺼림칙한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가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고심을 하신다면, 우선 태수를 만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귀부(歸附)를 결정짓는 것도 어차피 그를 만난 이후에 결정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장수가 그 자리를 떠나자,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제와 달리 눈치가 참 빠르단 말이야.”
가후는 장수를 위해서 조조에게 귀부를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조조에게 장수를 귀부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득이 큰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가치는 증명하였으니, 나의 능력은 조조가 잘 사 줄 것이다.’
문득 가후는 머릿속에 승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마치 가후의 속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대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조조의 보호 아래서 조용히 살아야 할 줄로 알았는데, 잘하면 천하를 주무를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겠구나.’
며칠 후, 저번에 만난 숲에서 다시 만나게 된 승태와 장수의 무리는 저번과 달리 꽤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정확히는 승태의 뒤에 서 있는 이전을 빼고 모두가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승태는 장수에게 다가가 차가 담긴 잔을 건네주며 물었다.
“유표가 제 말대로 딱히 지원하지 않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습니까?”
장수의 퉁명스러운 말에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가후에게도 차를 내어주었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장수와 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귀부의 일정에 관하여 한번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요.”
승태의 이야기에 장수와 이전은 의문을 표하며 바라보았다. 가후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누구를 위한 일정일까요?”
“겸사겸사 아니겠습니까? 이미 원소가 감히 조 사공께서 폐하를 모시고 있음에도 무도하게 사공을 노리고 군을 일으켰으니, 원소가 장 장군을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을 때 시원하게 한 번 질러 주면 될 것 같은데요.”
가후는 그런 승태의 말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너무 우리의 측에서 생각해 주시는 것 아닙니까?”
승태는 입안에 웃음을 가득 담으며 말했다.
“장 장군이 가진 세력의 가치가 높아야 저의 가치도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승태가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말에 장수와 가후는 말없이 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는 차를 들이켜고 남은 찻물을 바닥에 털어 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번에 말씀드린 숲을 태우는 것 있지 않습니까.”
장수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예. 그저 해 본 말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가 하자고 한 일이 아닙니까. 유표에게 화공을 썼다고 하시지요, 뭐.”
장수는 손을 뻗어 승태를 잡으려 하였으나, 창희가 그를 막았다.
“더 물어보실 것이 있습니까?”
“저희가 조 사공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한결같은 장수의 약한 모습에 약간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장 장군, 믿음이 중요합니까?”
“예?”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가치를 가장 높게 올려 드린다고요. 조 사공께서 여러분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다음은 조 사공께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 장군이 보여 줘야지요. 자식과 신뢰하는 호장의 기억을 덮어 버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승태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몸을 돌렸다.
“아! 오늘 이 숲 불태울 겁니다. 알아서 빨리 빠져나가세요.”
장수는 떨리는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는 그런 장수를 보며 웃음을 지었고, 가후에게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그들과 멀어졌다.
승태는 옆에 서 있던 이전에게 물었다.
“뭐라 안 하십니까?”
“무엇을 뭐라 합니까?”
“조정에 대하여 감히 뭐라 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전은 약간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국가의 큰일을 하는 데 뭐라 하겠습니까? 혹 제 말이 조 남양의 계책을 틀어 버려 저들이 귀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공의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명령은 귀부의 허실을 구분하라는 것이지, 거기에 끼어들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요?”
마른 나무들을 주변에 뿌리고 있는 병사들을 지나치자 고순이 승태에게 횃불을 건넸다. 승태는 숲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이 제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아픈 건 이제는 그만하렵니다.”
승태가 횃불을 탁 던지자 마른 잎을 시작으로 빠르게 나무에 불이 옮기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승태는 말에 올라타고 그 지역을 벗어났다. 반면, 장수는 불이 올라오는 그 장면을 바라보다 가후를 엎고 빠르게 말이 있는 곳까지 뛰어갔다.
“이 미친! 조제가 진짜 불을 붙였습니다!”
가후는 타오르는 숲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려.”
***
허도 사공부 사공좨주 집무실.
몇몇 문사들이 죽간들을 옮겼고, 곽가는 죽간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손가의 애송이들이 반란을 제압했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네. 강동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 애송이가 강을 넘으려 하니 말이야.”
곽가는 손책에 관한 평가를 적은 뒤 죽간을 문사에게 건네었다.
그때, 문사 하나가 다가와 곽가에게 죽간을 올렸다. 그것을 읽고 곽가는 비웃음을 보였다.
“황제가 움직이나 보군? 사공께서는 어찌한다고 하시던가?”
“이를 이용하여 신하들을 걸러 내고자 하신다고 합니다.”
곽가는 끌끌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하들이라? 아니지. 이들은 역신(逆臣)이지. 천하를 고통받게 만드는 신하들이 아니던가?”
문관이 예를 취하며 곽가에게 물었다.
“진정 그리 생각하시나이까?”
곽가는 인상을 찡그리고 죽간을 상에 톡톡 치면서 문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정 그러냐니? 자네··· 호병! 호병!”
곽가는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일어났다. 그러자 문관이 품에서 서도(書刀)를 뽑아 들고 곽가에게 달려들었다.
옆에 있던 문관 한 명이 일어나 곽가를 구하려 했으나, 다른 문관이 일어나 서도를 그의 목에 꽂았다.
“커거거걱!”
문관은 곽가를 구하려던 이를 죽이고 서도를 뽑아낸 뒤 곧바로 곽가에게 달려갔다. 곽가는 헐레벌떡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 도중에 입에서 피를 뱉어내며 쓰러지는 문관을 지나가려다가 그가 뿜어낸 피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이 닫혔다.
곽가는 절망하며 문을 두드렸으나, 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곽가는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피가 범벅된 문관들이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곽가는 문 앞에 주저앉아 외쳤다.
“이는! 이는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곽가는 주저앉은 상태에서 그들에게서 물러나며 외쳤다.
“누구의 사주이더냐!”
“패국의 위소! 한조를 무너트리려는 악신(惡臣) 곽가를 한조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
그렇게 외친 위소는 달려가 서도로 곽가를 몇 차례 찔렀다. 그 뒤의 다른 문관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곽가를 서도로 몇 차례 찌르기 시작했다.
곽가는 자신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분명 황실의 움직임은 놓친 적이 없거늘···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곽가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언뜻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있었다.
‘조승태······.’
곽가가 움직이려 하자, 두 문관은 다시 달려들어 그를 서도로 찔렀다.
곽가의 몸의 전면(前面)이 거의 서도의 구멍으로 가득해질 정도가 되자, 그들은 서도를 곽가의 몸에 꽂아 두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병사 둘이 들어왔다. 문관들은 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으나 그들의 모습은 변화가 없었다.
“그대들도.”
푹.
두 병사가 들고 있던 창이 빠르게 문관들의 목에 들어갔고, 둘은 알 수 없다는 눈으로 제 목을 부여잡은 채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힘이 쭉 빠지며 늘어지자, 병사들은 창에서 빼 바닥에 흩어 놓았다. 그러고는 몇 시체들을 더 가져와 근처에 내려놓고 나서 그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
조조는 허저와 악진을 선두로 하여 병사들이 황궁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동승의 병사들이 그들을 막으려 했으나, 허저나 악진의 병사들은 그들을 무참히 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동승은 조조의 길을 막으며 칼을 뽑아 들고 외쳤다.
“역적 조조야! 네놈이 얼마나 무도하면 황궁에서 칼을 들고 이리 들고 살육을 저지르느냐!”
조조는 그런 동승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그의 앞에 목 몇 개를 던졌다.
“감히 조정의 대신을 암살하려 하기에 베었소이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이 붙잡은 인물에게서 국구(國舅)의 이름이 나와 이렇게 왔소이다.”
조조는 말의 뒤에 포박되어 끌려오고 있는 오란의 포박을 풀고, 머리를 질질 끌어 제 앞에 던졌다.
“네 이놈! 역적 조조를 죽여라!”
조조는 피 묻은 칼을 들고 말했다.
“지금 국구를 포박하라! 내 병사들은 죄가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하니 죽고 싶지 않다면 국구를 포박하라!”
그러자 병사들이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 보이는 조조의 병사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강!”
허저가 철퇴를 빙빙 돌리며 다가가자, 몇 병사들이 달려와 앞에 섰다. 그들은 창을 들고 그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허저가 찔러 들어오는 창을 철퇴의 연결부로 묶어 잡아당기자, 병사들은 창을 빼앗긴 채 끌려왔다.
“까꿍.”
그가 철퇴를 휘두르자마자, 끌려온 병사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도 처참히 뭉개지고 날아갔다.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껴 덜덜 떨어 댔다.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눈치만 보고 있자, 조조가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죄인 동승을 포박하면 청사에 이름을 남겨주고, 천금을 내리겠다.”
그 말에 병사들은 칼을 거꾸로 쥐고 동승에게 창을 겨누었다.
동승은 분노한 표정으로 조조를 바라보지만, 조조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동승을 보았다.
“국구께서 이리 무도한 짓을 벌일 줄 몰랐구려. 내 자칫 잘못했으면 목숨이 위험했으니 말이요.”
“이노옴! 천벌을 받을 것이다!”
“글쎄올시다. 하늘이 나를 벌할 힘이 있을지 모르겠군.”
그때, 병사 하나가 빠르게 악진에게 달려가 무어라 전하였고, 악진은 놀란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정확하더냐!”
갑자기 난 큰 소리에 조조는 고개를 돌렸다. 조조는 악진이 급하게 뛰어오는 것을 보자 관자놀이가 찌릿해지며 갑자기 두통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