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4)
장기 사업
누나의 결혼 문제는 본격적으로 두 집안 사이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연히 환영했다.
누나는 꼬마 신랑과 결혼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 시기 남편을 잃은 여인이 다시 좋은 집안과 결혼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머지 일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이었다. 미군 부대의 일과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척 시멘트 공장에 계속해서 외화가 들어가야 하지만, 자금에는 여유가 있었다. 다른 일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산에서 눈을 굴릴 때 눈덩이가 클수록 더 빠르게 커졌다. 사업의 기초가 될 초기 자본을 많이 모을 필요가 있었다. 외화를 벌어들일 새 사업이 필요했다.
현재 미래 그룹은 상사와 해운, 식품, 수산, 시멘트, 금융(금은방과 환전소), 부동산 관리(상점) 등 많은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것에 새로운 분야를 더 추가하느냐, 아니면 각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하느냐 하는 선택이 있었다.
‘뭘 고민해. 두 가지 다 해야지.’
분야를 늘린다면 삼백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분야는 국내 소비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외화를 많이 사용하는 일이라 외화가 좀 더 모이는 시기에 시작해야 했다.
‘아직은 수출 위주로 외화를 모아야 해.’
지금은 수출하는 것이 고철과 미군에서 나오는 폐품이 주이지만, 전쟁이 끝나면 좀 더 다양해진다.
텅스텐과 흑연, 철광석과 같은 광물 자원과 누에 실(비단 원사), 돼지 털 같은 농산물, 다양한 수산물로 자원이 수출된다.
‘광산의 개발과 매입은 그다지 내키지 않네.’
광산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다. 시멘트로도 충분했다.
‘누에와 돼지털도 그렇고…… 결국 수산물인가?’
수산업을 하고 있기는 있지만 근해 어업이었다. 이 시기 원양 어업은 상당한 돈이 된다. 먼바다에 아직 어족 자원이 풍부한 시기였다.
북양의 트롤 어업과 남양의 참치잡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우선 북양의 트롤 어업은 제외했다.
‘지금 근해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데 굳이 멀리까지…….’
북양 트롤 어업이 돈이 되는 사업은 맞지만, 한동안 한반도 근해에서 명태가 대량으로 잡힌다. 일부러 먼바다까지 가서 명태나 대구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동안 동해안에서 어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알을 가진 명태들이 대규모로 산란했다. 덕분에 많은 새끼가 무사히 자라났다.
명태 어군에서 탁월 연급군(베이비 붐 세대)이 탄생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명태 풍년을 가져온다. 한동안 먼바다까지 가지 않고도 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동해 쪽에 쌍끌이 선단을 투입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나아.’
북양 트롤 어업을 제외하자 남은 것은 남양 참치 어업이었다.
이것 역시 큰돈이 되었다. 이러한 남양 참치 어업에서 한국의 대형 수산 회사들이 탄생했다.
다만 한국이 사들인 어선은 일본에서 버리는 폐선들이었다. 일본에서 버리는 고철 원양 어선을 사서 참치를 잡았다.
낚시로 참치를 잡는 연승 어업이라 많은 잡지 못했다. 하지만 참치의 가격이 좋아 상당한 돈을 벌었다.
일본인들의 참치 사랑은 대단했다. 참치가 고가에 거래되었다.
‘낚시로도 많은 돈을 버는데, 그물로 잡으면 얼마나 큰 돈을 벌겠어.’
연승 어업은 주낙(낚싯바늘이 여러 개 달린 낚싯줄)이라 고된 노동과 어획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잡아먹는 기름에 비해서 어획량도 많지 않았다.
최근 서양에서 새로운 참치잡이 어선이 나왔다. 60년대의 일본은 비용과 노동력이 많이 드는 참치 연승 어선을 한국에 팔아먹은 것이다.
‘그런 배를 사서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미래 그룹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
일본보다 먼저 원양 참치 선망을 도입해서 앞서 나가기로 했다. 이쪽이 훨씬 어획량이 많고 효율적이었다.
참치 선망은 거대한 그물로 참치 떼를 가두어 잡는 어업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배를 사야 했다. 한국은 아직 그런 배를 만들 기술과 시설이 없었다.
“이창동 사장, 이번 일을 미래 상사에서 주도적으로 해 보세요.”
이창동 사장에게 원양 참치 선망 어선 거래를 담당하게 했다. 수수료가 아까운 것도 있지만, 미래 상사도 이제는 역량을 키워야 할 때였다.
“부회장님, 선박은 일본에서 중고로 사실 것입니까? 아니면 새 배를 발주하실 것입니까?”
“참치 선망 어선은 중고로 팔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은 아직 그런 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요. 만든다고 해도 자신들이 사용하지, 팔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본도 이제 참치 연승에서 참치 선망으로 전환하려는 중이었다. 그런 새로운 배를 한국에 팔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업체들이 조선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미국이나 유럽에 발주를 내실 것입니까? 그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요.”
“삼척 시멘트 공장 때 시도했던 방법을 사용해 보죠.”
“어떤 방법 말입니까?”
“설계는 미국에 맡기고 제작을 일본에서 하는 것이요.”
“시멘트 공장 건설 때 보셨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요구하는 설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이건 방법이 없어요. 참치 선망은 일본이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최신 설계를 준다고 하면 일본 조선사들이 달려들 거예요.”
기술을 내 돈을 주고 사서 그들에게 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거, 이거. 내 돈 내 산도 아니고…… 비싼 기술을 사서 공짜로 건네주다니.’
지금 대량의 참치를 잡아서 일본에 팔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참치 수요가 폭증했다. 원래 참치라면 환장하는 민족이었다.
‘그들보다 먼저 잡아 비싸게 일본에 팔면 돼. 그게 더 이득이야.’
참치 선망으로 잡히는 참다랑어는 횟감으로, 황다랑어와 가다랑어는 참치 통조림을 만들어 팔 수 있었다. 선망의 어획량은 연승과 비교할 수 없었다.
최신 대형 선망 어선으로 남양의 참치를 깡그리 잡아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일본이 대규모로 진출하기 전에 선점하여 이득을 볼 생각이었다.
“미국 회사의 설계비가 150만 불에 일본 조선사가 요구하는 비용이 60억 엔입니다.”
일본에도 없는 최신의 초대형 어선이라 가격이 눈 돌아갈 만큼 비쌌다.
“어휴~ 어선 하나에 뭐가 이리 비싸. 일본 측 조선사에 설계 제공 건으로 10억 엔 정도 깎아 보세요.”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할 거예요. 필요한 것은 그쪽이니…….”
이것은 시멘트 공장과 반대였다. 시멘트 공장은 우리 쪽이 설계가 필요한 것이었다. 반대로 원양 참치 선망 어선은 설계를 원하는 쪽이 일본의 조선소였다.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미국의 최신 기술을 공짜로 배울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재협상해 보겠습니다.”
참치 선망 어선의 가격이 엄청 비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최대의 크기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거의 4천 톤급 어선이었다. 미래에도 이 정도의 크기는 드물었다. 크기도 크기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시설도 장난이 아니었다.
참치 선망 어선 제작에 이 시대 최고, 최신 시설을 요구했다.
군함에서 사용하던 레이더를 개조한 최신 어탐기와 어군 탐지 고속정, 헬기, 세계 최대 규모의 그물, 그것을 바다에 넣고 들어 올릴 힘 좋은 투망기와 양망기까지 달려있었다.
선박 내부에 급속·초저온 냉동 처리 시스템까지 갖추게 주문했다. 어선 안에 많은 설비와 시설이 들어갔다. 이번에 주문하는 참치 선망 어선은 사상 최고가였다.
‘이 정도 시설을 갖춰야 잡은 참치를 비싸게 팔 수 있어.’
급속·초저온 냉동 처리 시스템에서 냉동된 참다랑어나 눈다랑어는 신선해서 횟감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가 아니면 비싼 참다랑어를 대량으로 잡기가 어려웠다.
‘아직 참다랑어가 많으니 비싼 참다랑어 위주로 싹쓸이하라고 해야지.’
일본 어선들이 잡아갈 것을 미래 수산이 먼저 채 갈 것이다. 참다랑어가 줄어들면 옛날 방식을 사용하는 일본의 연승 어선들은 수익을 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선박의 구매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실 것입니까?”
너무 큰돈에 이창동 사장은 비용 마련을 걱정했다.
“이것도 시멘트 회사와 마찬가지예요.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에요.”
대형 공장을 짓는 건설 사업과 선박의 발주는 서로 비슷했다. 선박이 완성되어 인도될 때까지 공정에 따라 돈을 낸다.
이미 모아놓은 외화와 벌어들이는 외화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은…….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한동안 자제해야겠어. 적은 자본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해.’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한때 엄청나게 큰 효자 수출 품목이었다.
‘이건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다만 지금은 이게 큰돈이 된다는 걸 잘 모르고 있지.’
그 사업을 위해 이창동 사장을 불러서 지시했다.
* * *
“네? 여인들의 머리카락을 사서 미국에 판다고요.”
이창동 사장이 나의 지시에 깜짝 놀랐다. 그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왜 그리 놀래? 조선 시대에도 가난한 여인들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잖아. 아니, 파는 게 남자였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가체(加髢)라 불리는 가발 산업은 한국에서 아주 오래된 사업이었다.
“옛 우리네 여인들도 머리카락을 잘라서 먹을 것을 얻었잖아요.”
조선 시대에 가체가 유행할 당시 가난한 여인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다. 그것은 서양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양에서도 한때 가발이 크게 유행했었다. 가발은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오래된 사업이었다.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잖아.’
“가발이 팔릴까요?”
“아직 본격적인 유행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이에요.”
이 시기에 가발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발이 패션 상품으로 자리 잡는 것은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이미 가발 수요가 생기고 있었다.
‘가발의 수요는 오랫동안 꾸준했어.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많지. 약간씩 변화할 뿐이야.’
가발은 패션 아이템으로뿐만 아니라 탈모에도 필수품이었다. 전 세계에 가발 붐이 오고 가지만 어느 정도 수요와 공급이 일정했다. 다만 원료의 공급처와 가공처가 달라졌다.
가발의 원모로 사용되는 머리카락은 먹고 살기 힘든 나라에서 얻는다. 지금 한국이 그런 상황이었다. 전쟁으로 산업이 파괴되어 먹고 살기 힘들었다. 저렴한 가발 원모를 얻는 데는 한동안 문제가 없었다.
“머리카락은 어떻게 얻어야 합니까?”
“저희에게 고철 수집상들이 있잖아요. 그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우리는 미국 가발 공장에 원모를 납품하는 일을 해야지요.”
“미래 상사의 미국 진출입니까?”
“그런 셈이지요.”
‘머리카락을 수집해서 파는 게 아니라 직접 가발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쉽군.’
가발 산업은 많은 기술과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머리카락을 가발로 가공하는 것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원료를 쉽게 얻을 수가 있고. 저렴한 임금에 뛰어난 손재주를 지닌 한국에 적합한 사업이었다.
그렇게 가발을 만들어 해외에 팔고 싶었으나, 지금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국내에 없었다. 이창동 사장에서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미국으로 보내는 산업 연수원들을 모집하세요.”
“부회장님, 산업 연수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기술도 배우고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도 미래에 산업 연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그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 연수는 어떤 분야로 모집해야 합니까?”
“가발과 미용 쪽으로 모집하세요.”
이창동 사장이 바로 이해했다. 가발의 원료만 팔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 그룹이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고자 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미용은 왜 모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부회장님, 미용 쪽은 왜 모집하시려는 것입니까? 동동구리무와 같은 미용 산업도 하실 것입니까?”
‘그것도 해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가발의 판로도 함께 개척하려는 것입니다. 단순히 가발을 미국에 납품해서는 큰돈을 못 벌어요. 소비자에게 직접 팔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미래 상사가 취급한 품목은 고철과 미군 폐기물, 수산물이었다. 판로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가발은 판로가 중요했다. 단순히 가발만 공급해서는 경쟁력이 없었다.
가발이 돈이 된다고 하면 이 사업에 우후죽순 뛰어들 것이었다. 그럴 때 판로가 없으면 저가로 납품해야 했다. 수입 업체는 그중에서 골라서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미용과 가발의 판로가 서로 관계가 있습니까?”
“가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판매하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단편적으로만 본 것입니다.”
그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60년대와 70년대 미국의 가발은 패션 아이템이었다. 특히 곱슬머리로 관리가 힘든 흑인 여성들이 많이 착용했다.
“그들은 미용실로도 많이 가요. 그곳에 미래 그룹의 가발을 홍보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판로 개척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흑인들에게 가발을 권유하는 사람은 한국인 미용사들이지. 결국 그들을 먼저 잡아야 해.’
처음부터 미래 그룹에서 미용사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산업 연수라는 명목으로…….
남성용 가발 시장도 크지만, 지금은 여성용 가발이 더 컸다.
머리를 꾸미기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미용실에 간다. 그곳에서 가발을 홍보하고 판매한다면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 사람은 손재주가 좋아서 미국에서 미용 쪽으로 큰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그와 함께 미래 그룹에서 만드는 가발도 잘 팔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