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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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철 펠로우의 어린애 떼쓰는 것 같은 투정을 들으며 이민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선배지만 이럴 땐 정신을 차리도록 쓴소릴 할 수밖에 없었다.
“송경식 레지던트는 정말 좋은 손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 정도 손이 좋은 사람은 송경식 레지던트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외상외과를 거쳐 간 그 많은 인턴 중에서 보질 못했습니다.”
“에휴! 결국 타고난 사람은 몇 달만 배워도 되고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최소 1년 이상은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네.”
“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에휴, 알았어. 그럼 1년간 피나도록 노력해 보지 뭐. 어떻게 요령을 좀 피워 볼까 했더니…… 아주 철벽을 치네.”
“저도 제발 제 술기를 쉽게 가르쳐드리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민호의 말을 들은 신희철은 잠시간 말이 없더니 이니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이민호는 수술 마무리를 했다.
“그나저나 솔직히 이 선생이 신혼여행 갔다 온 후 다들 엄청난 노력을 한 덕인지 요즘 우리 과 사망 환자가 많이 줄었다는 거 알아?”
“어! 그러고 보니 최근 큰 수술을 했음에도 사망한 환자를 못 본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 어려운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를 이 선생에게 몰아준 이유도 있지만 다들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해.”
“어려운 환자를 제게 몰아주지만 그래도 제가 오프 때는 그럴 수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망 환자가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그게 뭣 때문인 줄 알아?”
“다들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겠죠.”
“그것도 있지만 내 경우 아주 신기하게 아찔한 고비의 순간에 이민호 선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떠오르는 거야. 그럴 때 이민호 선생이 했던 방식을 떠올리며 비슷하게라도 하다 보면 놀랍게도 고비의 순간을 넘길 때가 많았어. 내 경우는 최근 두 달 동안 그런 경험을 열 번은 넘게 한 것 같고 홍아남 선생도 비슷하다고 했어. 그러니 어쩌면 과장님이나 교수님도 비슷하지 않을까?”
“과장님과 교수님은 이미 저보다 경험이 많은데 그러겠습니까?”
“아니야, 가끔 수술 중에 멈칫하다가 내가 이 선생의 방식을 떠올릴 때 과장님이나 교수님도 이 선생의 방식을 떠올리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그냥 느낌일 겁니다.”
“아니라니까.”
“이제 마무리 끝났으니, 방 선생하고 윤 선생. 뒷정리 좀 부탁할게. 환자 회복실로 옮긴 후 깨어나면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것까지.”
“네, 알겠습니다.”
* * *
이민호는 자루라 국왕이 준 축의금을 전달해 주기 위해 얼마 전에 그만둔 정보미 간호사를 만났다.
핸드폰에 찍힌 주소지의 커피숍으로 들어가자 저녁인데도 짙은 선글라스에 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이민호 선생님, 여기예요.”
“아! 정 간호사님. 간호사복을 입을 때와는 너무 달라 못 알아봤습니다.”
“호호, 제가 조금 변하긴 했죠.”
“그런데 혹시 눈 수술하신 거예요?”
“어머, 짙은 선글라스를 썼는데 그게 보여요?”
“바로 앞에서 자세히 보니 보입니다.”
“아! 아직 부기가 조금 덜 빠져서 티가 나나 보네요.”
“곧 결혼하신단 말은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해요.”
“아 참, 그리고 이건 자루라 국왕이 정 간호사님께 드리라고 한 축의금입니다. 그리고 제 건 이건데 조금 약소합니다.”
이민호가 봉투 두 개를 내밀자 그녀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 선생님의 축의금은 결혼식 때 주셔도 되는데요.”
“아! 그러면 그때 드릴까요?”
이민호가 축의금 봉투 하나를 다시 집어넣으려고 하자 그녀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봉투를 잡았다.
“아니요. 여기저기 쓸 일도 많은데 기왕 만난 김에 오늘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이민호가 손을 놓자 그녀는 봉투 두 개를 자기 핸드백에 넣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이민호가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그런데 정 간호사님, 곧 결혼하시는데…… 자루라 국왕이 주는 축의금을 받기 조금 껄끄럽지 않습니까?”
“왜 껄끄러워요? 자루라 국왕은 국왕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저도 저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하지만 곧 결혼할 남편분께 미안한 마음도 있을 거 아닙니까?”
피식.
순간 그녀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이 선생님도 참 순진하시네요. 세상에 한 번도 연애 안 해 보고 결혼하는 여자가 얼마나 있겠어요. 그리고 남자도 그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설마 이 선생님은 결혼하기 전까지 총각이셨어요?”
이민호는 잠시 화타가 아닌 이민호의 인생만을 떠올려 봤다.
“네, 저는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다른 여자와 잔 적이 없습니다.”
“풉!”
순간 그녀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뿜었다.
다행히 커피가 이민호에게까지 튀지는 않았지만, 탁자는 더러워졌다.
그녀는 냅킨으로 탁자를 닦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이 선생님이 천연기념물이었다니…… 솔직히 놀랐어요.”
“뭐, 그게 정 선생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다만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이 선생님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나 남자는 결혼 전에 여러 사람을 사귀기도 하고 또 심지어 돈을 주고 성욕을 해결하기도 해요. 물론 저와 결혼할 남자도 그랬을 거라 생각하고요. 그러니 제가 자루라 국왕과 잠시 엔조이 관계를 가졌던 것을 그리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그렇군요. 저와는 연애관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만약 그런 사실을 남편이 알면 좋지 않을 거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
“이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엔조이였지만 돈이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돈이 목적이었던 제가 더러워 보이나요?”
“…….”
“대답을 못 하시는 걸 보니 그렇게 생각하나 보네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제가 간호사를 하며 받은 월급을 십 원도 안 쓰고 백 년을 모아야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다는 거. 이 선생님은 재벌가의 사위가 됐으니 잘 모르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엿같이 변했어요.”
“다른 곳의 아파트를 살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다른 곳에 아파트를 사면 출퇴근만 하루에 세 시간 이상씩 소요되는데요?”
“다들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며 살지 않습니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백 년도 살지 못할 제가 백 년을 모아야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고작 한 달 정도 애인해 준 대가로 살 수 있게 됐는데…… 그런 제가 어리석어 보이나요?”
“…….”
“이 선생님은 어려운 대답은 주로 회피하시는 편이신가 보네요. 아무튼 이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겁니다. 그러니 이 선생님이 제 행복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 선생님의 행복에…… 아니, 삶에 관여할 일은 없을 겁니다. 사실 자루라 국왕이 제게 봉투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다면 제가 정 선생님을 볼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렇죠. 사실 저는 이 선생님의 결혼식에 가지도 않았고 축의금도 내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주신 축의금은 감사히 받을게요.”
“네. 결혼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살펴 가세요.”
이민호는 인사를 하고 나오며 감추고 있던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잣대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왠지 그녀의 장래가 그리 밝지는 않을 것 같았다.
‘뭐, 알아서 잘 살겠지.’
* * *
이민호가 교통사고로 수술을 했던 권오순 환자의 수술 동영상은 방원익 과장과 장태주 교수의 수술 교보재 같은 역할을 했다.
신희철 펠로우를 불러 수술 장면을 보면서 두 사람이 질문을 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감탄하기도 했다.
“이야, 대퇴동맥이 아닌 비장동맥을 천공해 카테터로 조형제를 삽입하고 유도 철사를 넣어 동맥 색전술을 성공시키다니! 어떻게 맨손도 아닌 복강경으로 저렇게 할 수 있지?”
“저도 이 선생이 복강경 기구로 유도 철사를 조정해 마지막에 마이크로코일로 색전술을 성공할 때까지 어시스트를 하며 보고만 있는데도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
“대퇴동맥을 천자하지 않고 저렇게 복강경이나 흉강경으로 동맥 색전술을 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복강내출혈이나 흉강내 출혈은 다 잡을 수 있겠는데.”
“만약 할 수만 있다면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선생이 아니면 저런 술기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사실 대퇴동맥같이 크고 굵은 동맥을 선택하는 이유도 그만큼 쉽기도 하지만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하지. 사실 비장 출혈로 비디오카메라 화면이 온통 시뻘건 상태에서 비장동맥까지 박리해 들어가 결찰한 것부터가 이 선생이 아니면 못 할 일이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희철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장님, 제가 수술 끝나고 이 선생에게 저런 술기를 단기 속성으로 익힐 수 없는지 물었는데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했는데?”
“저런 술기를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요즘 하고 있는 피나는 연습을 1년은 해야 한답니다.”
“고작 1년 연습하면 저런 술기를 할 수 있다고? 정말로?”
방원익 과장과 장태주 교수가 놀란 듯 반문하자 신희철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고, 고작 1년이라고요? 1년이 짧은 시간입니까?”
“그럼, 고작 1년 연습해서 저렇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지. 나는 못 해도 3년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도요. 최하 3년은 피나는 연습을 해야 이 선생의 술기를 따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1년이라고 하니 갑자기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신희철은 두 사람의 희희낙락한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러다 문득 다른 말도 생각나자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 이 선생이 그 1년은 저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뭐? 그럼 우리에겐 뭐라고 했어?”
“그, 그게…….”
“뭐라고 했는지 솔직히 이야기해 줘.”
“그게 두 분은 이제 늙고 노안도 올 거라…… 얼마나 더 연습해야 할지 장담은 하지 않았습니다.”
“늙고 노안도 온다고? 젠장, 노안은 이미 왔어. 그나마 손은 아직 쓸 만하지만.”
“저는 아직 노안은 안 왔지만, 친구들 중에 노안이 오는 이들이 있어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 둘은 이 선생의 술기를 따라 할 수 없다는 거네?”
“이 선생이 술기를 따라 할 수 없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다만 기간을 장담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게 더 절망적인 거야. 사람이 늙으면 손도 눈도 같이 늙으니까.”
방원익 과장이 절망적인 표정을 짓자 신희철은 약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제 연습은 안 하실 겁니까?”
“아니, 그래도 연습은 해야지.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진 계속 연습할 생각이야.”
“저도 마찬가집니다. 사실 이 선생의 술기를 연습한 덕에 제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으니까요.”
“신 선생은 좋겠어.”
“네? 갑자기 뭐가 좋겠다는 겁니까?”
“1년만 연습하면 되잖아. 그럼 이 선생 같은 괴물이 될 수 있는 거잖아.”
“그, 그게 좋은 거였군요. 저는 너무 멀다고 생각했는데요.”
“1년 후 신 선생이 이 선생 같은 괴물이 되어 있다면 내가 바로 임용시켜주고 1년 후엔 부교수 타이틀 달아 줄게.”
순간 신희철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실 내년에 임용될 거란 말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었다.
임용만 돼도 응급의학과에 있다가 외상외과로 옮긴 자신의 선택이 성공한 건데, 부교수까지 된다면 인생이 꽃길로 바뀌는 것이다.
“제가 피나는 연습을 해서 1년 후엔 이민호 선생의 술기를 과장님 앞에서 재현해 보이겠습니다.”
신희철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다짐하자 장태주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과장님이 던져준 당근이 어째 임용만 시켜주고 부교수는 한참 뒤에 달게 해주겠다는 말로 들리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