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47
(47)
B타입은 하행 대동맥만 침범된 대동맥박리이고 A 타입은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대동맥박리이다.
A타입의 경우는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기를 돌린 상태에서 박리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해야 하고, B타입은 심장을 세우지 않고 혈관우회술을 통해 혈액을 우회시킨 후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한다.
“네, 교수님.”
“환자에게 병세를 설명하고 수술 동의서부터 받아.”
“알겠습니다.”
소용철 교수는 잠시 심상인이 기록해 놓은 차트를 쭉 훑어보더니 약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나저나 차트를 보면 바이탈도 멀쩡하고 온도의 차이나 혈압의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아 aortic dissection(대동맥 박리)인지 알아차리기 힘든 케이스인데, 이걸 어떻게 알아내고 적절한 검사를 한 거지? 심상인 선생, 몇 년 차였지?”
“2년 차입니다.”
“2년 차 치고는 실력이 좋군. 공부를 많이 했나 봐?”
“네! 아, 네.”
심상인은 이민호의 덕에 대동맥 박리를 빨리 진단할 수 있었지만 그걸 말하지 않고 그냥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소용철 교수는 고개를 돌려 이민호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이민호 선생은 오늘 오프 아니야?”
순간 이민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직 옷을 갈아입은 상태가 아니기에 다른 과 교수가 자신이 오프인 것을 알기는 힘들었다.
“네, 오픕니다.”
“오픈데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거야?”
“아! 저녁 먹고 동기와 심상인 선생님에게 커피 주러 왔다가 잠깐 도와주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 참, 황 과장님께서 이민호 선생 오프일 때 어시를 세워 경험을 쌓게 해 주라고 하시던데, 오늘 어시로 들어올 수 있겠어?”
“네? 그건 나중에 제가 레지던트 됐을 때의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요?”
“나중이든 지금이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오프니 상관없잖아.”
“기회를 주신다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옷 갈아입고 준비해.”
“네.”
* * *
흉부외과의 인턴 이상직은 이민호와 함께 수술 준비를 하며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민호야, 내가 몇몇 레지던트에게 들으니 네가 CS(흉부외과) 턴 돌 때 교수님이나 펠로우 선생님께 마무리를 받았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응.”
이민호가 순순히 대답하자 이상직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실이었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잘 봐주셔서 그런 거지. 설명하자면 길어.”
“어떻게 한 건데? 길어도 되니까 이야기 좀 해 줘. 다른 동기들도 모두 궁금해하고 있단 말이야.”
“내 이야기를 왜 궁금해해?”
“그럼! 어떻게 안 궁금하냐. 다들 뺑이 치며 깨지고 있는데, 동기 한 명이 레지던트도 아니고 교수의 인정을 받아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거잖아.”
이민호는 이상직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고민하다가 이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별거 없어. 그냥 오국환 선생님께서 내 실력을 보고 기회를 한 번 주셨는데, 나중엔 교수님들까지 관심을 가지시면서 마무리를 주기 시작한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 했기에 오국환 선생님이 그런 거냐고. 나는 뭘 해도 깨지기만 하는데.”
“말했잖아, 오국환 선생님이……. 상직아, 이 환자분은 B타입 aortic dissection(대동맥 박리)이라 포지션을 그렇게 잡으면 안 돼. 이렇게 상체를 위쪽으로 올리고, 또 소용철 교수님은 키가 좀 작은 편이니까 수술대의 높이도 낮춰야 해.”
“아! 그렇겠구나. 이런 면까지 디테일하게 하니 선생님들이 너를 인정해 준 거야?”
스르르륵.
그때 수술실의 문이 열리며 소용철 교수가 들어왔다.
“수술 준비는 다 끝났어?”
“네, 준비 끝났습니다.”
“이민호 선생이 퍼스트 어시, 이상직 선생이 세컨 어시를 서.”
“네.”
소용철 교수가 수술 장갑을 낀 후 집도의 자리에 서자 이민호가 맞은편에 섰고 이상직이 이민호의 옆에 섰다. 동시에 간호사가 수술 도구가 실린 트레이를 끌고 와 소용철 교수 옆에 자리했다.
“배 선생님, 수술 준비 다 됐습니다. 이제 마취해 주십시오.”
“네, 마취 시작합니다.”
“…….”
“마취됐습니다.”
“그럼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메스.”
“여깄습니다.”
간호사가 메스를 건네자 소용철 교수가 받아 환자의 좌측 가슴을 쭉 갈랐다.
피부와 근육과 근막을 가르자 좌측 갈비뼈가 드러났다.
“finochietto(갈비뼈 사이를 벌릴 때 사용하는 기구).”
“네.”
소용철 교수의 말이 떨어지자 이상직이 finochietto를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에 집어넣고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끼리릭. 끼리릭……
이상직이 갈비뼈를 벌리다 힘에 부치는지 손잡이를 더 이상 돌리지 못하자 이민호가 합세해서 손잡이를 힘껏 돌렸다.
우두두둑…….
순간 갈비뼈가 부러지며 공간이 만들어졌다.
“허억! 미, 민호야. 너무 많이 돌린 거 아니야?”
“이 정도는 벌려야 수술할 수 있어. 그리고 어차피 rib(갈비뼈)은 수술 후 교정시킬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이상직은 소용철 교수가 아무 말 않고 당연하다는 듯 다음 작업을 진행하자 놀란 가슴을 달랬다.
이민호는 이상직이 계속해서 소심하게 어시를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상직아, CS(흉부외과) 턴 돈 지 열흘 넘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머뭇거려? finochietto도 마치 처음 써 본 것처럼 하고.”
“아, 저번 주엔 CICU(흉부외과 중환자실) 위주였고 수술실은 어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어.”
“아, 그렇군. 장기들을 밀 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장기들 나름 보호하는 막이 있으니 이 정도로 과감하게 밀어서 수술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해.”
이민호가 폐를 한쪽으로 확 젖히자 이상직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둘러 소용철 교수의 눈치를 봤는데, 소용철 교수는 오히려 자신을 한심하단 눈으로 바라본 후 이민호가 만들어 준 공간으로 손을 집어넣어 붙어 있는 조직들을 박리하기 시작했다.
“이거 고정하게 잠시 잡고 있어 봐.”
“으, 응.”
이상직은 이민호가 시키는 대로 어시를 서며 놀란 심정을 달랬다.
흉부외과 수술실은 어제와 오늘 이틀째지만 다른 과를 돌 때 어시를 많이 서 봤기에 인턴에게 허락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민호가 하는 행동은 능숙한 레지던트의 그것과 비슷했다.
‘이 정도 실력이니 펠로우 선생님과 교수님들이 마무리를 줬던 건가?’
만약 자신이 펠로우라도 인턴이 이렇게 수술 과정을 미리 알고 조처를 해 준다면 기회를 많이 줄 것 같았다.
협착된 조직의 박리가 끝나자 마침내 대동맥이 드러났다.
대동맥은 곧 터질 듯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해 보였다.
“이 환자,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병원까지 오지 못하고 죽었겠는데.”
소용철 교수의 말에 이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가던 동네 병원으로 안 가고 이곳으로 온 것이, 살 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환자 본인도 심상치 않다 싶었던 거지.”
대동맥은 환자의 척추 앞에 있는 식도를 중심으로 좌측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측에는 홀정맥이 위치하고 있다.
소용철 교수는 원위부의 대동맥을 차단한 후 간호사에게 Y자형 인조혈관을 받아 대동맥의 일부분을 자른 후 Y자 중 하나에 연결했다.
“이민호 선생.”
“네, 교수님.”
“대퇴동맥-대퇴정맥 우회술로 갈 건데 내가 이쪽을 봉합할 동안 아래쪽 연결 좀 해 줘.”
우회술은 대동맥을 막아 놓고 수술하는 동안 인조혈관으로 피를 계속 흐르게 해 척추를 보호하는 술기다.
“알겠습니다.”
소용철 교수가 대동맥에 연결한 인조혈관을 빠르게 봉합해 고정시키자 이민호 또한 그 못지않은 속도로 우회로를 연결하고 봉합까지 마쳤다.
소용철 교수는 이민호의 빠른 봉합 속도를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번에 봤을 때 보다 더 빨라졌네.’
혹시 대충했나 싶어 인조혈관의 봉합 부위를 살펴보니 오히려 자신이 해 놓은 것보다 더 촘촘했다.
“이민호 선생, 그동안 실력이 더 늘었네.”
“아, 네. 장태주 교수님이 계속 기회를 주셔서 조금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그래 술기는 본시 할수록 느는 법이지. 이민호 선생이 우회로를 빨리 만든 덕에 환자가 받아야 할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어.”
소용철 교수는 우회로로 피가 흐르게 한 다음 아래쪽을 결찰하고 부풀어 있는 대동맥을 가위로 잘라 냈다.
“석션!”
순간 고여 있던 피가 뿜어져 나오자 어느새 니들홀더를 놓은 이민호가 흡입기로 피를 빨아들였다.
“상직아, 이리게이션!”
“으, 응.”
이상직은 잠시 이민호의 봉합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생리식염수를 부었다. 생리식염수와 피를 모두 흡입하고 나자 잘린 대동맥의 단면이 드러났다.
“이민호 선생, 대동맥 문합할 수 있겠어?”
“네, 할 수 있습니다.”
“경험 있어?”
“아직 경험은 없습니다.”
“그럼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 이민호 선생이면 바로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을 거야.”
“네.”
소용철 교수는 일부러 이민호가 잘 볼 수 있게 대동맥의 잘린 부위와 인조혈관의 단면을 맞춘 후 느리게 문합을 했다.
세 바늘 정도를 문합하자 이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간호사에게 니들홀더를 받았다.
“내막까지 촘촘하게 문합해야 하는군요.”
“그렇지. 잘 봤어. 내막을 촘촘하게 문합해 주지 않으면 중막과 외막 사이로 피가 흘러들어 박리가 또 일어날 수 있지.”
“요령을 충분히 숙지했습니다.”
“그래, 그럼 해 봐.”
“네.”
이민호가 문합을 시작하자 소용철 교수가 잠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문합에 집중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황인봉 과장님이 이민호 선생의 술기를 보고 마음이 풀렸다던데, 과연 그럴 만해.”
대동맥의 부풀어 있던 부분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하고 결찰하고 있던 부분을 풀자 심장에서 뿜어진 피가 인조혈관을 통해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소용철 교수는 문합한 부위에서 피가 새지 않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 마취과 의사에게 물었다.
“배 선생님, 환자의 바이탈은 어떻습니까?”
“혈압 91/65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민호 선생, 장 교수님과 마무리 맞춰 봤어?”
소용철 교수는 다른 장기들까지 꼼꼼히 살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민호에게 물었다.
“네, 몇 번 맞춰 봤습니다.”
“그럼 잘 됐군. 이 환자는 고령이라 최대한 빨리 수술을 끝내 줘야 하는데…… 내가 이쪽에서 마무리해 갈 테니까 이민호 선생은 그쪽에서 마무리를 해 와.”
“알겠습니다.”
* *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이 녀석이 정말 내 동기 이민호가 맞는 거야?’
이상직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소용철 교수와 손을 맞춰 마무리를 하고 있는 이민호를 바라봤다.
분명 외모는 자신이 몇 년간 봐 왔던 이민호가 맞는데, 하는 양은 레지던트…… 아니, 최소한 펠로우 급의 수술에 능숙한 의사였다.
‘다른 동기들과 똑같이 수련을 받았을 텐데, 어떻게 이 녀석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실력자가 되어 있을 수가 있는 거지?’
그동안 이민호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들렸지만 대부분 믿기지 않는 말들인지라 반쯤은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소용철 교수와 함께 마무리를 하고 있는 이민호의 손을 보면 그 소문들이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손이 좋아도 교수님의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
눈을 몇 번 감았다 떠도 여전히 자신이 아는 이민호가 소용철 교수와 손을 맞추고 있었다.
‘정말 괴물 같은 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