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
16화 – 아카데미 경합(2)
그날 이후.
서준은 아카데미 경합을 위한 준비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준비는 강의 진행률을 올리는 것이었고, 계속 강의 진행률을 올린 지금.
현재 서준의 강의 진행률은 다음과 같았다.
5.2%에 불과한 석가모니 강의를 제외하면 곧 30%를 달성하는 진행률.
다른 것에 비하면 심각하게 뒤쳐지는 석가모니 강의 진행률이었지만 서준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5.2%에 불과한 진행률이었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감안해도 진행률이 더딘 것은 맞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찍겠지. 되려 빨리 시작한게 다행이라 생각하자. ’
서준은 멘토가 지금부터 들어야 늦지 않는다고 한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경합 전까지 케이론과 항우의 강의 진행률은 30%는 넘고 싶은데···’
하지만 케이론과 항우의 강의는 아니었다.
물론 앞 자리가 바뀔 때마다 갑작스러운 힘이 생긴다던가, 각성을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준이 30%에 집착하는 이유는 정말 다르지 않냐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20%와 21% 차이보다 19%와 20%의 차이가 더 확연히 느껴졌어.’
아카데미 경합은 각 아카데미에서 최고를 다투는 수강생들이 모이는 대회다.
비록 4부 리그 취급되는 하위 대회였지만 만만히 볼 것은 아니었다.
‘우승 상금을 놓칠 수는 없지.’
우승 상금 1억.
그 1억이 있다면 서준은 초월자 학원에서 판매하는 롱기누스의 창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서준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경합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2주일.
서준은 그 시간 동안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렇게 2주일 후.
서준은 목표했던 30%를 넘을 수 있었다.
“여기 이번 경합에 참가하는 아카데미 목록이에요.”
동시에 다가온 아카데미 경합.
서준은 서윤이 건넨 목록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민트 아카데미] [레버넌트 아카데미] [고추리 아카데미] [드림 아카데미].
.
.
대충 세어보니 30개의 헌터 아카데미가 참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한국의 3대 헌터 아카데미인 ‘가온, 헌터밀, 에일’은 물론, 다른 명문 아카데미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한 번씩 들어본 아카데미들이네요.”
“들어보셨다고요?”
“네. 제가 헌터 아카데미에 관심이 많거든요.”
“아···”
서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자 서윤은 어쩐 일인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슨 말 실수라도 한 건가 싶어 서윤을 바라보자 서윤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희 아카데미는 들어보지 못하셨다고···”
“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서준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서윤은 그런 서준을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농담이에요. 아무튼 너무 부담 갖지는 마세요. 어쨌거나 서준씨는 지금 수련하신지 얼마 되시지 않으셨으니까요.”
“네. 경험 삼아 나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준은 반드시 이번 경합에서 우승할 생각이었다.
“이제 슬슬 출발하죠!”
서준은 힘차게 걸음을 내딛었다.
아카데미 경합이 이루어지는 곳은 수도권에 위치한 프로 헌터 시험장 중 한 곳이었다.
원래 프로 헌터 시험장은 서울 딱 한 곳에만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과 달리 넘쳐나는 각성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는 프로헌터 시험 응시생들을 감당하지 못했고, 프로 헌터 협회와 정부가 주도하여 시험장을 증축.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100여개의 프로 헌터 시험장이 있었다.
물론 아무리 각성자가 넘쳐난다 하더라도 100여개는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각 시험장마다 시험 과목을 세분 전문화하여 지금의 프로 헌터시험은 여러 날을 걸쳐 여러 개의 시험장을 옮겨다니면서 치르고 있었다.
더하여 아카데미 경합과 같은 각종 대회들에 장소를 빌려주는 것까지.
처음엔 세금 낭비다 뭐다 말이 많았지만 으레 그렇듯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렇게 도착한 경합 장소.
웅성웅성.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네요.”
서준은 상당히 붐비는 인파에 살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이 참가하는 아카데미 경합은 4부 리그 취급받는 대회였다.
서준은 솔직히 관련 가족들 혹은 해당 아카데미 관계자가 전부일 줄 알았다.
서윤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설명했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되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볼거리가 없었다.
영화나 만화 혹은 영상에서만 접하던 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
수강생들은 기본적으로 프로 헌터 준비생이다. 수준 차이만 있을 뿐, 헌터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각성자가 판을 치는 시대라지만 헌터들이 싸우는 것을 보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리고 스카우터들도 꽤 섞여있을 거예요. 길드나 용병대에서 온 사람들이죠. 아마 몇몇 정부 관료들도 참관할걸요.”
“아··· 그렇군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다시피 헌터 아카데미를 다니는 수강생들은 모두 프로 헌터 시험을 준비한다.
그리고 프로 헌터 시험에 합격하면 프로 헌터로서 활동한다.
홀로 활동하는 프로 헌터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
한 마디로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싹수가 보이는 수강생들을 미리 선점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어쨌거나 여기 참가하는 수강생들은 각 아카데미에서 유망주라 평가받는 수강생들이었으니까.
‘4부 리그 정도라더니··· 대회는 대회인건가.’
그 순간.
갑자기 주변의 몇몇 인물들이 서준 쪽을 주시하더니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
서준은 의아했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그럼 저는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을게요. 잘하고 오세요!”
서윤은 당황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내가 아니라 서윤씨 때문에 그런거구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서준을 알리가 만무했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경합 전,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은 역시나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각 아카데미당 4명까지 출전이 가능했고, 현재 출전한 아카데미는 30개.
하지만 드림 아카데미의 수강생은 서준 한 명이었으니, 이 경합에 참가하는 수강생은 117명이라 할 수 있었다.
서준은 잠시 모여있는 수강생들을 훑어봤다.
삐까뻔쩍한 무구들. 어딘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들.
확실히 각 아카데미에서 최고라 꼽히는 수강생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서준이 가진 거라고는 철봉 하나였다.
그것도 공사판에서 볼 법한 조잡한 철봉.
이들 사이에서 서준은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저 놈은 뭐야? 어디 아카데미 출신이길래 저래?”
“어디 시골 아카데미에서 이름 한 번 알려보려고 출전한 건가?”
“쟤도 불쌍하다. 억지로 왔을텐데. 애초에 그런 아카데미는 왜 들어가는거야?”
단련된 신체 덕분에 숙덕거리는 소리가 전부 들려왔다.
그리고 예전의 서준이었다면 눈치를 보며 의기소침해졌을 터.
‘대기 시간 동안 강의나 듣고 있을까.’
지금의 서준에겐 그저 동네 개가 짖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서준은 두리번 두리번,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도 서준을 향해 뭐라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달칵.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어 초월자 학원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리 일일 과제를 하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아, 안녕하세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인사말.
뭔가 싶어 바라보자 서준의 바로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작은 체구, 왜소한 느낌의 남자는 어딘가 상당히 어려보였다. 대략 고등학생쯤?
서준이 바라보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경합에 참가하시는 수강생이시죠?”
“아, 네.”
“저도요. 아! 저는 이민기라고 합니다.”
“김서준입니다.”
그리고 서준은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딱히 더 나눌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서준은 왜 통성명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경쟁자들이었다.
같은 아카데미 소속도 아니고… 아니, 설령 같은 아카데미 소속이라 하더라도 경쟁자인 것은 변함 없었다.
어쨌거나 경합의 우승자는 한 명이었으니까.
통성명은 커녕 기싸움을 해야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바로.
“어이! 내가 꺼지라고 했을텐데.”
이렇게 말이다.
콰앙!
어디선가 괄괄한 목소리와 함께 굉음이 터져나왔다.
서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고, 그곳엔 목소리처럼 괄괄한 거한의 남자가 어떤 수강생과 대치하고 있었다.
“장덕철이에요. 고추리 아카데미의 유망주죠. 보다시피 도끼를 주무기로 써요.”
그때 들려오는 민기의 목소리. 서준은 고개를 돌려 민기을 바라봤다.
왜 묻지도 않은 걸 설명해주는 걸까.
서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거한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민기의 말을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거한의 등 뒤로 커다란 도끼가 눈에 들어왔다.
“네가 꺼지라면 내가 꺼져야 하나?”
이어서 들려오는 거한과 대치하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
“민트 아카데미의 유망주, 이철민이에요. 특이하게 쌍단검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동시에 민기의 설명 또한 같이 들려왔다.
서준은 이젠 그러려니 하며 눈앞의 상황을 주시했다.
“지금 한 번 해보자는거냐?”
“시비는 네가 먼저 걸었던 것 같은데? 근육이 뇌까지 들어찬 모양이지?”
“이 새끼가!”
이철민의 도발 아닌 도발에 장덕철이 일갈하며 등 뒤에 매달린 도끼로 손을 가져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바로 그때.
“조용히 좀 하지?”
어디선가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이질적인 분위기에 대기실에 있는 모든 수강생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뭐라고? 어떤 새끼가···!”
장덕철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라도 난 모양인지 거의 죽일 기세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날카로운 인상과 차가운 분위기의 남자.
“이, 이준환?”
장덕철이 중얼거렸고 그와 동시에 대기실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 이준환이 있다고?”
“분명 참가 안한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정작 이준환이라 불린 남자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장덕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기실 혼자 쓰냐?”
“크흠···!”
방금까지 다 때려부술 것만 같이 굴던 장덕철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그건 이철민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서준은 저도 모르게 민기를 바라봤고 민기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였다.
“그··· 이준환이라는 수강생이에요. 레버넌트 아카데미의 유망주인데 사실상 이번 경합의 우승자죠.”
“우승자요?”
우승 후보가 아니라?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기가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원래는 수준 낮다고 참가 안한다고 했었는데 레버넌트에서 사정을 했나봐요. 무슨 조건을 제시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준환이 나온 이상 우승은 확정이죠.”
“아카데미에서 사정을 할 정도라니··· 대단한가 보네요.”
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검성 아시죠?”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요.”
“하하··· 그건 그렇죠.”
민기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손녀분께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네? 서윤씨가요?”
“서윤씨요?”
순간 고개를 갸웃하는 민기.
“아, 말이 헛나왔습니다.”
서준은 살짝 손사레를 치며 말을 고쳤다.
민기는 그런 서준을 의아스럽게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뭐 때문인지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검성의 손녀 제안을 거절하다니… 그만큼 본인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죠.”
아뇨. 아마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서준은 튀어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속으로 웃음을 한 번 흘리고는 민기를 향해 물었다.
“다른 분들을 잘 아시네요.”
여기 모인 이들은 그저 수강생에 불과했다.
아무리 각 아카데미에서의 유망주들로 불리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수강생.
물론 명문 아카데미의 유망주들은 거의 유명한 프로 헌터 이상으로 알려져 있긴 하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아카데미의 유망주들이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서준도 소속된 유망주 수강생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적었다.
특히 이런 4부 리그에 나오는 아카데미라면 더더욱.
“그··· 제가 이런저런 것에 관심이 많은지라··· 하하.”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는 민기의 모습.
민기는 어딘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지만 서준은 굳이 그것을 캐묻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돌려 무심하게 앉아있는 이준환을 바라봤다.
인상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는 이준환.
‘서윤씨가 제의했을 정도의 유망주라···’
서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반면, 이준환은 현재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이준환은 주위를 한 번 쓱, 살펴봤다.
그러자 모두 시선을 내리깔며 슬금슬금 피하는 놈들.
‘이런 수준 낮은 새끼들이랑 경합을 해야 한다니…’
이준환은 좋지 않은 기분을 넘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준환은 이번 경합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정확히는 이런 4부 리그 수준에 미치는 아카데미에 다닐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이준환이 참가한 이유는 딱 한 번만 3부 리그에 올려달라는 삼촌의 부탁 때문이었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해봤자 어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다.
쓰레기들을 이겨봤자 질좋은 쓰레기만 될 뿐이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그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데.’
얼굴은 반반했던 검성의 손녀.
못 이기는 척 제안을 받은 뒤, 어떻게 잘 이용하다가 버릴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순간 이준환은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뭔가 싶어 시선을 돌리자 후줄근한 복장에 공사판에서 볼 법한 철봉 하나 들고 있는 웬 놈팽이 하나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이젠 하다하다 못해 저런 버러지들까지 참가하는건가?’
이준환은 신경질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준환을 바라보고 있던 놈팽이는 다름 아닌 서준.
‘싸워보면 강의 진행률이 얼마나 오르려나.’
“수강생분들 곧 경합이 시작합니다! 모두 준비를 끝마쳐주세요!”
들려오는 경합 관계자의 외침과 함께 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