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 그가 없는 세계, 그리고…(1)
서준은 차분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전신에서 일렁이는 황금빛.
그 빛과 어우러진 몸은 먼지와 같은 작은 알갱이로 부서져갔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바람에 흩날리듯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지구라는 차원이 서준이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동시에 서준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있다면.
이것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건 이 세계의 법칙 자체를 으스러뜨리는 일.
그런 짓을 했다간 지구의 차원이 붕괴될 것 또한 서준은 알 수 있었다.
종말을 막고자 해놓고,
추방을 피하고자 차원을 붕괴시킨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서준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추방을 거부하고 싶었다.
위대한 목소리처럼 초월성을 거부하는 방법도 떠올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인과의 제약을 받아들이며 지구에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했다.
서준은 무(武)의 극한(極限)과 함께 초월, 그 너머의 경지에 발을 디뎠다.
서준이라는 존재는 더 이상 인과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
인과의 제약 자체가 서준에게는 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서준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지구라는 차원은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 또한 억지로 남아있고 하고자 한다면 가능은 했지만···.
그랬다간 지구가 인과를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기에 서준은 존재의 부정을 받아들였다.
다만, 추방을 늦추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것만이 서준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추방을 늦추는 것일 뿐.
추방, 그 자체를 피할 수 없었다.
서준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위대한 목소리를 바라봤다.
위대한 목소리는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살아있을거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서준은 그런 위대한 목소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하늘.
이윽고 서준이 툭, 말을 내뱉었다.
“참··· 징글징글하다. 진짜.”
대상이 누군지 특정되지 않은 말이었다.
정확히는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말이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알고 있었던 걸까.
【······ 쿨럭!】
갑자기 쓰러져있던 위대한 목소리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이윽고 몸이 작게 꿈틀거리더니,
어둠으로 드리운 얼굴이 잠시나마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걸 맞고도 살아있다니···.”
서준은 영혼보다 먼저 어이가 초월하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 펼친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오의(奧意).
모든 것의 시작이자.
모든 것의 끝.
무극(武極).
그건 초월의 경지 마저 뛰어넘은 절대적인 힘이었다.
우주에 기거하는 모든 차원의 인과를 부정하고 초월해버린 경지.
그렇기에 그 어떤 누구도 견뎌낼 수 없는 힘이건만.
정작 위대한 목소리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그것도 심장이 없는 상태로 말이다.
서준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넘어 이제는 위대한 목소리가 징글징글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단지 그런 생각만 들었을 뿐.
서준은 딱히 별 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서준도, 위대한 목소리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저 살아만 있을 뿐.
아무런 힘도, 인과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위대한 목소리가 흡수한 모든 차원의 인과는 무극(武極)에 의해 사라졌다.
지금의 위대한 목소리는 그저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위대한 목소리가 살아있는 이유는 딱 하나.
잔재한 창조신(創造神)의 격(格)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무극(武極)에 차원의 인과가 소멸한 지금.
창조신의 격은 곧 있으면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와 동시에 위대한 목소리 또한 존재가 붕괴되어 사라진다.
지금 서준이 사라지는 것처럼.
즉.
지구에 드리운 종말은 완전히 끝이 났다.
이것이 지구라는 차원이 끝내 갖게 된 마지막 이야기였다.
서준도, 위대한 목소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쿨럭···!】
그럼에도 위대한 목소리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미래는.
이런 운명은.
이런 결말은.
예정되지 있지 않았다.
정해져 있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
일순간 위대한 목소리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목소리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실패··· 했다고··· 생각했거늘···.】
그는 실패하지 않았던 건가.
위대한 목소리의 기억으로 한 존재가 스쳐지나간다.
최초의 초월자.
그 또한.
서준과 같이 미래를 부정하고자 해보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최초의 초월자 또한 지금 서준이 보이는 경지에 닿았었으나,
그는 끝내 세계를 구속하는 초월적인 법칙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인과가 소멸되었고,
이 우주에서 존재가 말소되었다.
그리고 지금.
최초의 초월자와 같이 미래를 부정하고자 하는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불가능함 일임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
서준은 끝끝내 미래를 부정해보였다.
최초의 초월자 마저 무릎 꿇렸던 결정된 미래를.
쓰여졌던 결말을.
예정된 운명을.
보란듯이 부정해버렸다.
끝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뒤바뀐 이야기는···.
“하나만 묻자.”
그 순간 위대한 목소리의 귓가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겹게 바라본 시야.
그곳엔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서준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그리고 그 빛이 일렁일 때마다,
서준의 몸이 작은 모래알로 화하며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최초의 초월자처럼 존재가 소멸되는 것인가···.
위대한 목소리는 일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최초의 초월자의 소멸.
그 소멸을 두 눈으로 목격한 바, 존재의 소멸은 저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건 필시 차원 밖으로 추방되는 것이리라.
위대한 목소리는 멍한 시선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그런 위대한 목소리를 마주하며 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그때··· 날 죽이지 않았지?”
그때라면··· 아.
위대한 목소리는 서준이 말한 그때가 언제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영국에서의 일이었다.
서준이 베세르크를 소멸시킨 직후.
경계의 공간으로 끌려갔을 당시의 일이었다.
당시 위대한 목소리는 베세르크의 심장을 회수하면서 서준과 처음으로 대면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인과의 제약이 걸려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그 상태로는 서준과 싸워 이길 거란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서준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였다.
경계의 공간으로 끌려가 신체의 시간이 정지한 상황.
막말로 어린 아이에게 칼을 쥐어주어도, 서준을 죽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한 번.
위대한 목소리는 서준의 목숨 줄을 움켜쥔 적이 있었다.
“그때 날 죽였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거 아니야. 당신은···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테고.”
그러나 위대한 목소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준을 죽이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랬지? 죽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건가? 그래도 운명은 바뀌지 않을 거라서? 오만의 일종이었나?”
서준은 쉼없이 질문을 건넸다.
위대한 목소리는 그런 서준의 물음을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오만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가 힘없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답을 끝으로 위대한 목소리는 더 이상 의지를 열지 않았다.
설마··· 죽었나?
서준은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부정이라도 하듯.
【나도··· 잘 모르겠군.】
곧이어 나지막한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가 들려왔다.
위대한 목소리의 얼굴은 여전히 어둠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스러져가는 미약한 생명임에도 얼굴에 드리운 어둠만큼은 유지하고 있었다.
얼굴만큼은 절대 밝힐 수 없다는 듯 말이다.
그렇기에 서준은 위대한 목소리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위대한 목소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사실 고개를 돌렸다기보다는 힘없이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았다.
스쳐보이는 하늘.
위대한 목소리는 당시, 영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솔직히 위대한 목소리는 그때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준의 말처럼 그때 서준을 죽였더라면 모든 것이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목소리는 서준을 죽이지 않았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하나의 변덕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서준의 물음에 뭐라 답할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이렇게 다시 생각해보니···.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최초의 초월자.
그가 부정하고자 했던 미래와 운명.
그의 소멸과 함께 그 의지가 실패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가슴 한쪽 깊은 곳.
그 어딘가에 어렴풋이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마···.
서준을 죽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어쩌면 자신이 행할 수 없는 또 다른 구원.
부정되는 미래 속에서만 피어나는 구원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걸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지금.
눈앞에 있는 서준.
서준은 그 불가능한 가능성을 열어버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보는 너희들은 아직 알 수 없겠지.】
위대한 목소리가 나지막히 의지를 내뱉었다.
서준은 그런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라는 말이 아닌 너희들.
위대한 목소리는 서준이 아닌 다른 존재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가 다시금 들려왔다.
위대한 목소리의 시선이 다시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서준의 몸.
끝났다고 생각했거늘.
모든 것이 실패했다고 생각했거늘.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들을 뒤집을 단 하나의 희망.
그것이 아직 남아있다.
최초의 초월자 마저 실패했던.
그렇기에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가장 찬란한 희망이자,
가장 최선의 구원.
그 가능성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위대한 목소리는 서준을 향해 천천히 의지를 내뱉었다.
그건 하나의 길고도 긴 이야기였다.
마치 할머니가 자장가 대신 들려주던,
그 이야기를 듣다 곤히 잠에 빠지는,
오래되고 오래된 이야기.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그 끝에 닿았을 때.
“······!!!”
일순간 서준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서준은 부릅, 뜬 두 눈으로 위대한 목소리를 바라봤다.
“왜··· 대체 왜··· 내게 이걸?”
그런 서준의 모습에 위대한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서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째 자신의 모습이 사연있는 악(惡)처럼 보이지 않는가.
위대한 목소리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르다.
위대한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리운 종말은 완전히 사라진 지구의 하늘은 너무도 푸르렀고 또 아름다웠다.
위대한 목소리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다시 한 번 실소를 흘렸다.
신념이 있다고 하여,
악(惡)이 선(善)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악(惡)은 그저 악(惡)일 뿐이다.
여기에 신념 따윈 한낱 포장재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자신이 하려고 또 추구했던 목적은 이 세계의 종말이었다.
이 푸르고 또 아름다운 세계를 말이다.
그것이 존재의 구원이라는 선(善)의 의지를 지녔다고는 하나···.
죽어야만 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한낱 변명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은 악(惡)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러니 악(惡)은.
악(惡)으로 사라져야 마땅하다.
위대한 목소리는 사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끝이다.
존재를 구원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진다.
하지만.
【선택은···.】
바라보는 시야.
【너의 몫이다.】
그 의지를 끝으로
더 이상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는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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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들려오는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
“······”
서준은 그 자리에 박혀 멍하니 위대한 목소리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솔직히 위대한 목소리를 동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해한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는 분명 사라져야 마땅할 존재였다.
그 뜻이 어떻든, 신념이 어떻든.
그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모든 존재를 말살하려 했던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철저한 악(惡)이다.
그것에 변명할 일말의 여지조차 없었다.
하지만.
“······”
위대한 목소리가 남긴 마지막 말.
그건 아주 오래되고도 오래된 이야기였으며,
태고적에 존재했던 어떤 한 존재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기나긴 이야기를 들은 지금.
어쩌면.
위대한 목소리는 진정으로 이 세계의 구원을 바라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서준은 차분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길었던 위대한 목소리의 이야기 때문일까.
어느덧 서준의 존재는 희미하게만 남아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차원 밖으로 추방될 터.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경악 어린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팀원들은 여전히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기에.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기에.
한 번쯤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서준은 그 욕심을 가슴 깊숙히 억눌렀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지금 팀원들 중 누구라도 마주한다면 지구의 종말이고, 멸망이고, 나발이고.
추방을 거부할 것만 같았으니까.
정말로 그렇게 할 것만 같았으니까.
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어쨌든 모든 것이 끝이 났다.
그러니 괜히 미련을 남기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홀가분하게 떠나는 것이─.
“서준······ 씨?”
일순간 서준의 몸이 덜컥, 굳어버렸다.
천천히 돌아본 시야.
“서준씨!!”
그곳엔 서윤이 서준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부서지는 서준의 몸.
벌써 희미해져있는 서준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서윤은 이를 까득, 깨물며 온힘을 다해 서준에게로 뛰어갔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서윤은 뛰어가는 와중에도 넘어지고 엎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서윤의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당장이라도 기절하라며 몸이 아우성친다.
그러나 서윤은 아득바득 일어나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멈추면.
이대로 기절해버리면.
그가 영영 떠나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이대로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았으니까.
서윤은 악착같이 뛰어갔다.
마치 흩어지는 서준의 존재를 붙잡으려는 듯.
그 순간.
서준이 서윤을 향해 뭐라 소리쳤다.
하지만 모래알처럼 화하는 존재에 그것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흩어져 사라진다.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그는 대체 내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냥···.
서윤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이윽고 서윤이 사라지는 서준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아스라이 부서지는 하늘 아래.
스르르륵···.
서윤의 손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