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310
27화 – 고향으로(1)
하늘을 뒤덮은 무저갱의 차원.
뒤틀려 깨져버린 시공간.
그 속에 존재하는 무궁무외(無窮無外)의 허(虛).
그 안에 비치는 것은 오로지 무저갱의 차원일 뿐이었다.
“······!!!”
“······!!!”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제국민의 표정들에는 선명한 경악의 감정이 어려있었다.
도망치던 뜀박질을 멈추고,
살려달라 울부짖던 비명이 그친다.
아비규환 같던 현장에는 칼날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충격, 당황, 공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람의 감정들이 제국민들의 얼굴에 떠올라있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것을 뛰어넘는 충격이 정신을 지배한다.
저게··· 저게 정녕 싸움이 맞는건가?
아니, 한 존재라는 개체가 펼칠 수 있는 수준의 무력이 맞는건가?
현상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지할 수 없는 무언가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마치 미지의 너머를 무언가를 엿보는 듯한 광경.
그렇기에 저것은 어떤 관념을 뛰어넘은 모순이었다.
사아아악..!
이윽고 허(虛)의 공간이 닫히고,
무저갱의 차원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을 때.
제국의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던 베세르크들.
제국민들을 무참히 유린하던 베세르크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디선가 길게 부르짖는 괴성이 들려왔다.
제국민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괴성이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 보인 것은 오래 전, 아스텔지아의 종말을 예고한 존재.
제국의 신화 속에 이름을 남겨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끔찍한 악(惡).
태고의 악(惡).
〔이, 이럴 수는 없다···! 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태고의 악은 밀려오는 혼돈 앞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모든 어둠을 폭사시키며 가진 바 모든 힘을 쥐어짜냈다.
그럼에도 태고의 악은 밀려오는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태초.
아스텔지아를 종말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존재이자,
최초의 초월자마저 감당할 수 없었던 악(惡).
태고의 악은 이 우주를 통틀어 그 어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정확히는 우주라는 개체 속에 구속된 존재는 태고의 악을 대적할 수가 없었다.
태고(太古)의 악(惡)이란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무(武)의 한계를 초월(超越)한 영역.
무극(武極).
그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경지이자, 까마득한 영역 앞에서 태고의 악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안돼···! 안돼!!!!〕
태고의 악(惡)이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진다.
끔찍한 존재감이 점점 미약해진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미쳐버리는 광기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가련한 생명만이 있을 뿐.
“어, 어억···!”
“어억···!!”
소리조차 새어나오지 않는 경악이 내려앉는다.
그 경악 사이로.
비틀.
서준이 몸을 비틀거렸다.
서준은 황급히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그러나 전신에 휘몰아치는 탈력감에 서준의 몸이 다시금 휘청거렸다.
간신히 롱기누스의 창을 지지대 삼았고 덕분에 넘어지는 불상사만은 면할 수 있었다.
“하악···! 하악···!”
서준은 거친 숨을 내몰아 쉬었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일까.
‘아니.’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완전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武)의 한계를 초월(超越)한 영역.
지금 이 순간조차 서준은 그 영역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으니까.
전신이 덜덜, 떨려온다.
서준은 당장이라도 기절하라면 기절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이를 까득, 깨물며 떠나가는 정신을 붙들었다.
그렇게 천천히 들어올린 시야.
그곳엔 소멸하는 태고의 악이 비쳐보였다.
태고의 악은 기나긴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에 겨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고의 악이 내지르는 비명은 더 이상 소리가 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그 이상의 존재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더 이상의 흔적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서준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환영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겠다.
서준은 소멸하는 태고의 악 사이로 최초의 초월자, 아스텔지아의 모습이 언뜻 비쳐보였다.
그는 사라지는 태고의 악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태초부터 시작되어온 기나긴 싸움.
아스텔지아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서준을 향했다.
서준 또한 가만히 시선을 들어 아스텔지아를 바라봤다.
마주치는 그의 눈빛에는 서준에 대한 무한한 감사가 깃들어있었다.
그 때문일까.
〔정말··· 정말 고맙다.〕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 것만 같았다.
태고의 악은 더 이상의 흔적을 맺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아스텔지아의 모습 또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태초의 이야기는 이곳에서 마지막을 맺었다.
예정되었던 결말이 아닌 새로운 결말로서.
“······”
멍한 정신.
서준은 한동안 멍하니 사라져버린 태초의 두 존재를 바라봤다.
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렸다.
태초의 이야기는 끝이 났으나.
아직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서준은 터덜터덜, 황궁 안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황궁.
황궁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저기 부서진 잔해들은 전쟁터의 한복판을 연상케했다.
실제로 그러하기도 했고.
그 순간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멘토가 호다다다닥, 서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다행히.
멘토는 거뜬해보였다.
멘토는 짧은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서준의 주위를 맴돌았다.
어째, 평소보다 더 호들갑 떠는 듯한 모습.
언뜻 비친 시야로 멘토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다.
진짜 진심으로 무서웠던 것 같았다.
서준은 그런 멘토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황궁의 내부를 훑어보았다.
그런 서준의 시야로 기절한 황제, 엘리안.
가슴에 창이 박혀있는 채 죽어있는 베텔.
그리고 쓰러져있는 칼스가 비쳐보였다.
서준은 황급히 다가가 칼스의 상태를 살폈다.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몸은 정말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서준의 감각으로 미약하지만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다행히.
칼스 또한 무사해보였다.
정확히는 무사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서준은 그때서야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해내··· 셨군요···.”
어디선가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다름 아닌 피칠갑을 한 아렌이 널브러진 채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아렌도 있었지 참.
서준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괜찮으신겁니까?”
“보다시다시피···.”
서준은 내뱉은 말을 바로 후회했다.
누가 봐도 괜찮아보이지 않았으니까.
서준은 멋쩍은 웃음을 한 번 흘려보였다.
서준은 터덜터덜, 아렌의 앞으로 걸어갔다.
말은 이렇게 해도 서준 또한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서준은 아렌의 앞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아고고! 나 죽겄다.”
이어 벌러덩, 자리에 드러눕고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아렌은 그런 서준의 모습을 지켜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별 다른 말씀이··· 없으신건가요?”
“무슨 말이 필요한 거였습니까?”
서준은 뻥 뚫린 황궁의 천장을 바라보며 답했다.
“저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으실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물으면 대답을 해줄 의향은 있으시고요?”
아렌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음, 경우에 따라서요?”
“좋습니다. 그럼 하나만 묻겠습니다.”
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엘리안이랑은 진짜 아무런 관계가 아닙니까?”
“······”
“그 왜, 저희 차원의 신화 같은 거 보면 꿈 속에서 나타나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아렌도 어찌보면 신화 속 인물이니 아렌도···.”
“아닙니다.”
아렌은 서준의 말을 끊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진짜 죽을 것 같았지만 가만 두었다간 어디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아닌가요?”
그럼에도 끊이질 않는 의문.
“하아···.”
아렌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 아십니까?”
“에이, 말이 안 되지는 않죠. 사제지간에 정이 싹트는 것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멘토님?”
아렌은 서준의 말에 대꾸도 하기 싫다는 듯 멘토를 불렀다.
갑자기 자신을 부를 줄 몰랐는지 멘토가 차렷! 자세를 해보이며 답했다.
“지금 초월자 학원과 연결이 되는지 한 번 확인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아마··· 지금쯤이면 차원 간의 연결이 바로잡혔을거라 생각됩니다만.”
멘토는 총총 걸음으로 서준에게 다가와 품 속에서 스마트폰을 빼내갔다.
이윽고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멘토가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아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의 이상 현상으로 인해 끊겼던 초월자 학원.
그리고 아마··· 차원의 이상 현상은 태고의 악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태고의 악이 사라진 지금.
정상적으로 해결된 것 같았고.
멘토는 신이 난 듯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계속 조작했다.
서준은 고개를 내밀어 멘토가 조작하고 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그 순간 스치듯 떠오른 하나의 화면.
《김서준 회원님의 인과 잔고: 추정 불가》
“엥?”
서준과 멘토의 표정이 벙찌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서준과 멘토가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저게 뭐···.”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자는 걸까.
서준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반면 아렌은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꽤 오랜 만에 만나는 거긴 합니다만···.”
그래도 죽이지는 않겠죠.
설마요. 지금이라면 진짜 죽을 수도 있는데요.
뭔 알 수 없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일까.
아렌은 어딘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렌은 몇 번의 심호흡을 반복한 뒤 멘토에게 다시 말했다.
“멘토님. 가능하시면 원장님께 연락을 주실 수 있나요? ”
멘토는 잠깐 고장이 난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였다.
아마 앞선 인과에 대한 정보에 대한 충격이 가시질 않은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그냥 아렌이 찾고 있다고 연락만 넣어주세요. 그럼 아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 겁니다.”
아렌은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멘토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아렌을 바라보다 다시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바로 그 순간.
콰드드드드드득.
갑자기 공간 한 쪽이 괴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멘토의 당황스러운 말이 끝맺기도 전.
뒤틀린 공간 사이로 한 존재가 성큼, 걸어나왔다.
태양빛을 닮은 금발.
그리고 뾰족한 귀.
세상 그 어떤 미의 기준을 들이밀어도 완벽이라고 말할 듯한 외모의 소유자.
〔멘토, 아렌이 찾는다고요? 아니, 멘토는 대체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죠?〕
다름 아닌 초월자 학원의 원장, 이리나였다.
갑작스러운 이리나의 등장에 멘토는 기겁을 하듯 놀라보였다.
“뭐, 뭐죠?”
그리고 그건 서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멘토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리나를 이렇게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으니까.
〔김서준님? 김서준님도 여기에 계셨나요?〕
서준의 존재를 발견한 이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후사정을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준 또한 마찬가지.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 사정을 알 법한 인물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서준을 따라 멘토와 이리나의 고개 또한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받은 한 존재.
“어··· 음···.”
아렌은 답지 않은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순간.
〔아렌···!〕
콰콰콰콰콰콰콰콰!!!
아렌의 모습을 발견한 이리나가 어마어마한 기세를 터트렸다.
공간 전체를 짓누르는 지배의 감각.
그것은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이었다.
그렇기에 그 힘이 너무도 강하다는 것일까.
하지만 아렌은 톡, 건들면 죽을 것 같았고.
더하여 이곳에는 칼스와 엘리안 마저 있었다.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잠깐 진정하시죠 원장님.”
서준은 이리나의 감각에 맞서 마주 기세를 피어올렸다.
화아아아아악!!
이윽고 터져나오는 기세가 이리나의 감각을 감싸안았다.
무(武)의 한계를 초월(超越)한 영역.
무극(武極)의 경지에 깃든 새로운 힘.
그것은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
그 힘을 마주한 이리나의 눈이 부릅, 떠졌다.
당황하는 눈동자.
〔뭐, 뭐였죠···? 이 힘은 대체···?〕
서준은 그런 이리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살짝 돌아본 아렌은 살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듯한 모습.
“아무래도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아렌.”
이어진 서준의 말에 아렌은 몸을 움찔, 떨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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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니까… 원장님이랑 아렌이··· 이렇고 저런 사이···?”
“뭐, 그렇습니다.”
아렌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서준과 멘토는 경악 어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서준도 서준이거니와 멘토의 충격은 더 해보였는데.
어째 멘토는 아예 모르는 일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멘토도 몰랐던 사실이었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왔는데?
멘토는 마치 출생의 비밀을 안 것 마냥 눈을 부릅, 떠보였다.
멘토는 정신이 반쯤 빠져버린 사람처럼 중얼··· 아니, 힘차게 소리쳤다.
“대체 언제부터? 아니, 어떻게 두 분이 만나시게 된 거죠?”
“설명드리자면 복잡합니다만··· 김서준님이라면 대충 답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나라면 대충 답을 알거라고?
내가 그걸 어떻게···.
“아.”
서준은 금방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최초의 초월자, 아스텔지아가 남긴 의지.
아렌이 그걸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스텔지아는 관조자를 대적한 서준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자신이 아이가 처한 운명을 비틀어버렸다.
즉, 아스텔지아에게는 후손이 있었다.
만일 아렌이 최초의 초월자, 아스텔지아가 말한 후손이라면.
정확히는 그 아이라면 둘이 만날 인연은 충분히 차고 넘쳤다.
이리나는 아스텔지아의 제자였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그 순간 가만히 있던 이리나가
어딘가 잔뜩 화가 난 모습.
〔그 동안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길래! 지금에서야 나타난 거야!〕
역시나 이리나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 그게···! 관조자의 영향으로 내가 있으면 네가 다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최초의 초월자께서 남긴 의지를 김서준님께···!”
〔핑계 대지마!〕
이리나는 듣기 싫다는 듯 아렌을 향해 죽일듯이 소리쳤다.
저럴 거면 왜 물어본 건지는 의문이었으나,
그간 서준이 알아왔던 이리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아렌은 도와달라는 듯 서준에게 눈짓을 보내왔다.
서준은 스리슬쩍, 시선을 돌렸다.
보아하니.
아스텔지아가 소멸되기 전부터 알아왔던 사이 같은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체 몇 년이란 말인가.
이건 아렌이 잘못한 게 맞았다.
어째, 태초부터 시작되어온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어느덧 정신을 차린 멘토가 서준에게 말했다.
“네? 제가 왜요?”
라고 내뱉고는 순간.
서준은 곧바로 멘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지구로의 귀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원들과 서윤.
아마··· 서윤이라면 서준을 계속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아스텔지아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지만 그럼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
어째,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할 이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과를 모아야했다.
하지만 그 인과는···.
응? 인과?
“아! 그러고보니 인과!”
서준은 퍼뜩, 떠올랐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전 스마트폰에 잠깐 비쳤던 화면.
《김서준 회원님의 인과 잔고: 추정 불가》
그건 초월자 학원에서 절대로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의미심장한 내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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