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
70화 – 새 술은 새 부대에(2)
검성은 마치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를 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검성의 생각이 마냥 틀린 것도 아니었다.
“몇 년만에 이렇게 만나는 지 모르겠구려. 젊었을 적, 5명이서 하루 종일 붙어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떻게 그간 잘 지내셨소?”
하지만 마성은 그런 검성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쁜 기색으로 인사를 건넸다.
마성의 얼굴에는 꼭 오랜 친우를 오랜만에 만나는 듯한 반가움이 묻어나 있었다.
검성의 저릿저릿한 살기가 약간은 누그러졌다.
검성은 마성을 말없이 한참이나 바라봤고, 마성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검성에게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오? 설마 내가 걱정되어서 온 것은 아닐테고···”
마성은 방금 검성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저 청년한테 볼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둘이 이렇게 각별한 사이였소?”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 꼴은 대체 뭐고?”
“역시 내가 걱정되어서 온 것은 아니었구려. 허허.”
마성은 산들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본다면 얼핏 섭섭하게 느껴지는 말투였다.
하지만 옆에서 본 마성의 표정에는 검성이라는 존재를 잘 아는 것에서 오는 친숙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마성은 서준을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는 선선한 웃음과 함께 검성에게 말했다.
“객기를 부리다가 죽을 뻔했지 뭐요. 그래서 잠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소이다.”
“뭐라? 죽을 뻔해? 네가?”
그러자 이번에 놀란 것은 검성이었다.
검성은 진중한 눈빛으로 마성을 천천히 바라보다 툭, 말을 내뱉었다.
“다 죽어간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
“검성, 자네는 아직도 팔팔한 게 부럽소이다. 대체 비결이 뭐요? 혼자만 알지 말고 나도 좀 알려주시오.”
“헛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니 엄살이었나.”
“정말로 죽을 뻔 했소이다. 저 청년이 구하러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말로 죽었을 것이외다.”
그러면서 마성은 손가락으로 서준을 가리켰다.
검성의 시선 또한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 순간, 검성이 잊었던 사실을 떠올리듯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네 이놈···!”
잠시 누그러졌던 검성의 살기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서준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니. 검성님. 제가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어쩔 수가 없었습···!”
“닥쳐라!! 네 놈 마음대로 팔아넘기고 그럴려고 그랬던 게 아니다? 그 동안은 서윤이 때문에라도 넘어갔거늘 끝을 모르고 날뛰는구나!”
하지만 검성은 서준의 변명 따위는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서준이 생각해도 검성이 저러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서준이 백번 잘못한 것이지만, 만일 궁니르가 없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서준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검성이 그 사정을 이해해주기에는 검성에게 있어 청룡검이 갖는 가치가 너무도 컸다.
그렇게 다시 저릿저릿한 살기를 내뿜으며 검성이 서준에게 다가가던 그때였다.
“무엇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 청년을 한 번 용서주시면 안되오?”
돌연 마성이 검성에게 말했다.
“네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검성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저 청년이 자네에게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소만. 아마 저 청년이 괜히 그러지는 않았을 거요. 무슨 필연적인 이유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
그 순간 검성이 멈칫거렸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았나?”
“세월은 많은 것을 앗아가면서도 동시에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더구려.”
마성은 그러면서 너털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치 한치의 의심도 없이 서준을 철저하게 믿는 모습.
“……”
검성은 그런 마성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성이 알고 있는 마성은 절대로 그럴 위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성은 누군가를 믿지 않는다.
정확히는 어떤 것을 함부로 믿지 않는다.
마성의 성격을 떠나, 애초에 마법사라는 족속들이 그러했다.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그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심하고 또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 기어코 원인을 밝혀내야 직속이 풀리는 이들이 바로 마법사다.
그리고 마성(魔星)은 그런 마법사들의 정점이라 불렸던 이였다.
지난 세월, 마성이 믿는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5인의 영웅들과 마성의 제자, 정지민밖에 없었다.
검성이 알고 있는 마성은 저런 말을 함부로 하지도 않았으며, 할 위인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검성은 지금 눈앞의 마성이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마성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이 놈은 선을 넘었다.”
하지만 검성은 서준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이쯤되자 마성도 궁금한 것인지 검성에게 물었다.
“대체 저 청년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검성, 자네가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
검성은 이를 뿌득, 갈며 말을 내뱉었다.
“저 놈이 내 청룡검(靑龍劍)을 팔았다.”
“…?”
그리고 마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룡검’ 그리고 ‘팔았다.’
검성이 마성을 잘 알듯, 마성 또한 검성을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5인의 영웅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성은 검성이 청룡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청룡검을 팔았다고?
그것도 저 눈앞의 청년이?
아니, 애초에 검성이 청룡검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길리가 없는데?
“그게 무슨···”
마성은 머릿속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퍼뜩 떠오르는 기억에 마성은 검성에게 말했다.
“잠깐. 그럼 검성 자네가 저 청년에게 사줬다는 그 무기가 설마 청룡검을 팔아서 구매한 것이었던 거요?”
다름 아닌 던전에서 마성이 궁니르를 처음 봤을 때, 서준이 했던 말이었다.
흠칫.
갑작스러운 마성의 말에 서준은 몸을 크게 떨었다.
뭔가··· 일이 상당히 잘못되어가고 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아니나 다를까 검성이 고개를 홱 돌리며 마성에게 물었다.
“내 청룡검을 팔고 자기 무기를 샀다고?”
“자네가 사준 게 아니었소?”
“사줘? 내가?”
“저 청년이 자네가 무기를 사줬다고 그러던데··· 아니었소?”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검성과 마성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서준은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뭐됐다···
서준은 온 힘을 다해 변명이란 변명을 모두 쏟아내었다.
“아, 아니! 판 게 아닙니다! 담보로 잠시 맡겨둔 거예요! 찾으러 갈 수 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지금 협회장님한테 가면···!”
화아아아아아아악!
검성에게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터져나왔다.
“이래도 내가 저 놈을 용서해야하나?”
마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 죽이지만 마시구려.”
검성은 마성의 말을 뒤로하고 성큼성큼 서준에게로 다가왔다.
“하하···”
“네 놈이 청룡검을 진짜로 판 것이 아니고, 마성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죽이지는 않으마. 다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대. 한 대로 넘어가겠다.”
검성은 꽈드득, 주먹을 거세게 말아쥐었다.
다행히 검을 뽑아들지는 않았는데.
“피하든. 막든. 죽든. 알아서 하거라.”
그것이 정말 다행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소름끼치는 기운이 계속해서 검성의 주먹으로 몰려들었다.
아무래도 검성은 한 대로 넘어가는게 아니라, 한 대로 끝장낼 생각인 것 같았다.
서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고.
만철은 저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서윤과 같이 온다던 수연은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준의 소재를 파악하자마자 노발대발하며 검성이 뛰쳐나가는 바람에 서윤만 바로 쫓아온 것 같았다.
“자, 잠시만요! 제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한 대로 끝내겠다 말하지 않았느냐.”
검성은 그 말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쌔애애애액!
그러자 검성의 주먹이 소름끼치는 기세를 흩뿌리며 서준에게로 쇄도해왔다.
그리고 서준은 저도 모르게 검성의 주먹을 향해 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딱히 반항한다거나, 막겠다거나 하는 등의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케이론의 감각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서준은 미친 짓임을 바로 자각할 수 있었다.
검성의 반응을 떠나 아무리 주먹일 뿐이라 하더라도 기세 자체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고, 결국 두 주먹이 맞부딪혔다.
쿠우웅!
순간, 공기가 떨리는 진동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
“…!!!”
어쩐 일인지 검성의 주먹은 서준을 압도하지 못했다.
서로 주먹을 맞대고 있을 뿐, 기세면에서 서준이 일방적으로 눌리지 않았다.
“…끄으억!”
물론 서준은 그 대가로 팔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만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 특히, 검성과 마성은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팔이 부러지는 통증이 아니라 정말로 팔이 부러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부러지는 것을 넘어 뭉개져야 했다.
“끄어어억!”
하지만 서준은 괴랄한 소리만 내뱉을 뿐, 팔 자체는 멀쩡했다
그리고 사실.
‘이게 왜···?’
서준 또한 그 격통을 느끼는 한편,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검성과의 대결을 경험해본 바, 말이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건 고작 며칠이 지나지 않은 일.
다만, 그때의 서준과 지금의 서준이 달라진 것이라면 딱 하나였다.
‘설마… 헤라클레스 강의 진행률 때문에?’
“이 놈이···!”
하지만 의문을 이어나갈 새도 없이 검성이 다시 한 번 주먹을 말아쥐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런 검성의 모습에 황급히 소리쳤다.
“어어! 한 대만 때리신다면서요! 막든 피하든 죽든 알아서 하라면서요!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습니다!”
그러자 검성의 표정이 순간 울그락불그락해지기 시작했다.
서준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는 그럼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두 분 오랜만에 해후를 나누세요!”
그리고는 행여 검성이 붙잡을 새라 병실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가버렸다.
“서, 서준씨!”
“야! 나, 나도 같이 가!”
그런 서준을 따라 서윤과 만철 또한 후다닥,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
“……”
그렇게 병실에는 검성과 마성만이 남을 뿐이었다.
“…쯧.”
검성은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혀를 한 번 차보였다.
그러자 마성이 웃으며 검성에게 말했다.
“허허허허. 검성, 자네도 나이가 들긴 했나보오. 정말 죽을까 힘도 조절하고 말이오.”
“…… 정말로 죽으면 골치 아픈 것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은…”
“그건 나도 놀랐소만.”
마성은 빙글 웃음을 지으며 검성에게 말했다.
“자네, 사실 저 청년을 그리 싫어하지는 않지?”
“헛소리. 저런 꼴도 보기 싫은 놈팽이. 치울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치워버리고 싶다.”
“서윤이가 저 청년을 많이 좋아해서 괜히 그런 건 아니고?”
“……”
마성의 능글맞은 질문에 검성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어 검성이 혀를 한 번 쯧 차며 말했다.
“시끄럽다. 그 이야긴 이제 그만하지.”
검성은 마성 옆에 비치된 의자에 털썩, 자리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눈빛을 바꾸며 마성에게 물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이윽고 마성 또한 순식간에 기세가 변화했다.
단지 두 사람의 기세가 변한 것에 불과했지만 병실에 흐르는 분위기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마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지난 번에 발생한 10성 던전 브레이크를 조사하고 있었소. 그리고 그 조사 끝에 진리회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소이다.”
마성의 말에 검성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마성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검성은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마성은 그런 검성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노선을 바꿔 던전이 아닌 진리회를 추적했지. 그리고 그 끝에 진리회가 어떤 던전을 대상으로 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소.”
“네 말은 던전의 뒤틀림을 진리회가 자행했다는 말이냐?”
마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검성은 단호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게 말이 안된다는 것 쯤은 네가 더 잘 알텐데? 대체 무슨 근거로 진리회가 자행했다고 말하는거지?”
검성의 질문에 마성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마성은 한참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정확한 증거는 없소.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도 잘 모르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사도가 움직였소.”
검성이 몸을 흠칫, 떨어보였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말했다.
“고작 그런 거로 진리회가 개입했다고…”
“그 뒤틀림이 일어났던 10성 던전에서 절제의 사도 흔적이 발견되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 않겠소?”
“…!!!”
그러나 계속 이어진 마성의 답에 검성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7인의 사도는 진리회의 수뇌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더하여 세계적으로도 존경과 경외를 받고 있는 이들.
어딜 가나 국가 원수 급의 대접을 받는 그들이었기에 한국에 방문한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따라서 절제의 사도가 아무런 소식도 없이 한국에 있는 것조차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필 뒤틀림이 발생한 던전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나는 진리회를 추적했소이다.”
그리고 이어진 마성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서준이 구하러 들어간 던전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정확히는 들어가기 전과 그 후의 이야기.
이어 마성은 그 거대한 나무를 마주했을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돌연변이?”
“돌연변이라기 보다는 진화라고 보는 게 맞을 거요. 연구를 하다보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 이미 협회장에게 말해 사체를 조용히 확보해두라 했으니 조만간 지민이에게 넘길 생각이오.”
“왜 네가 직접하지 않고?”
검성의 질문에 마성은 대답 대신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 거대한 나무를 쓰러뜨리게 된 과정까지 모두 이야기가 끝이 났다.
“그 놈이··· 그 몬스터를 처리했다고?”
“그렇소. 그때 광경을 자네가 직접 봤어야 했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하지만 검성은 그런 마성의 이야기를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 서준과 맞붙었을 때 검성이 본 서준은 그 정도의 실력과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마성이 거짓말을 할리가 없었으니, 검성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마성은 그런 검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그 청년을 인정하지 못하는 눈치구려.”
“솔직히 그렇다. 네 말이 사실이라 해도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프로 헌터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겠지.”
자신의 말을 받는 마성의 말에 검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S급 헌터라 뻗대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들을 보지 못했다. 이 놈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맞소. 아무것도 아니지.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오.”
마성 또한 검성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확히는 대격변의 영웅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물론 S급 헌터는 국가 전력이라 생각될 만큼 엄청난 실력자들이었지만, 이 둘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충분했다.
그리고 이 둘은 그런 실력의 고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변화된 시대에서 영웅과 프로 헌터가 갖는 그 위치.
프로 헌터란 이제 한낱 돈벌이가 잘되는 직업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 둘이 그런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평화를 바라고 고대해왔기에 두 영웅은 수 십년간 고군분투 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아직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전하지 않았다.
진리회라는 알 수 없는 위협.
언젠가 영웅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 위협이 몸을 일으켰을 때, 세상은 그것에 대항할 힘이 있을까.
어쩌면 진리회의 진짜 목적은 이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마성이 고민하고 또 고뇌했던 것처럼 검성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영웅들에 비하면 지금의 프로 헌터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검성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그런데 말이오 검성.”
그 순간 들려오는 마성의 목소리.
마성은 말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더구려.”
검성이 바라본 마성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병실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서준이 뛰쳐나간 그 병실의 문이었다.
“우리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소이다. 어쩌면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일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말이냐.”
마성이 검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검성이 바라본 마성의 표정은.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소이다 검성. 허허.”
한없이 평온하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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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을 뛰쳐나온 서준은 곧장 병원 밖으로 나갔다.
행여 검성이 쫓아올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며칠 내로 가서 당장 돌려드려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5억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마성에게 받을 수 있는 돈이 꽤 많았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일이 잘 해결된 상황.
“으아··· 엄청 아프네.”
서준은 그때서야 저릿저릿한 팔의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움직일때마다 통증이 이는 것이 정말 부러진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지···”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었고, 서준 본인도 미친 짓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저릿저릿한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대체 헤라클레스 강의 진행률이 얼마나 올랐기에···”
서준은 궁금증에 곧장 스마트폰을 들어 초월자 학원에 접속.
바로 헤라클레스의 강의 진행률을 확인했다.
그리고.
“…뭔데?”
서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