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98
“하지만, 소련의 정기 보급선은 해봐야 몇 달에 한 번 불규칙하게 향하지 않는가?”
“그 수밖에 없습니다.”
왕세자 주앙이 국왕 전하께 건의한 결과, 포르투갈의 소련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만 간다. 허나 그럼에도 소련이 아폰시아에 치른 무역 대금 등은 해적들에게 맛좋은 약탈 대상으로 남는다.
포르투갈은 이탈리아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런데 이솝우화와의 차이점이 한 가지 있었으니.
배를 갈라도 갈라도 알이 나온다. 이 또한 대국 포르투갈의 은혜가 아니겠는가?
허나 안타깝게도 아폰수 5세와 왕세자 주앙이 그러한 이탈리아의 감사에 얼마나 기뻐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더라.
황금의 바다 (3)
이제 꽤나 시간이 지나고, 메시카에서 허겁지겁 도망쳐 나온 이들도 어엿한 해적이 되었다. (해적이라는 직종에 ‘어엿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이상하지만.)
그리고 이들이 포르투갈 식민지를 털어먹던 잔뼈 굵은 해적들과 경쟁하거나, 그들에게 흡수되면서 이 ‘업계’에 완전히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어떤 대포의 사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어떤 깃발을 단 배를 마주쳐야 털 수 있고 어떤 깃발이 체포와 죽음을 의미하는지 정도는 이제 상식이었다.
그러한 상식 중 가장 중요한 황금률.
“낫과 망치 문양을 달아 놓은 배에는 배 타다가 죽은 귀신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근처에 가면 모조리 저주를 받아서 배가 가라앉아 죽어 버리니 근처에도 가지 말게.”
“옛날에 어느 아라곤인 해적단이 소련 철선에 들이박다가 모조리 트리톤의 궁전으로 가 버렸네. 다들 기억해 두라고.”
절대 강철로 된 배를, 붉은 깃발을 단 선박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소련인들은 포르투갈의 몇몇 주요 식민지들만을 보호했기에 웬만하면 그들과 충돌하지 않고 약탈과 도적질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이런 규칙들의 정립에 더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위협용 해골 깃발이 발명됨으로써 해적이나 상인이나 피차 충돌 없이 가벼운 상납으로 일을 마치는 경우도 잦아지고 해적질도 나름 ‘효율화’되었다.
해적 깃발을 보면, 겁에 질린 상선들이 알아서 조공을 바치고 떠나는 식의 누이 좋고 매부도… 아마 좋을 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물론 이런 업계의 발전에도 곤란한 상황에 빠진 이들은 있었다.
“선장님! 지금 피렌체에서 사절이 왔습니다!”
“비, 비, 빌어먹을. 여기 없다고 해!”
“…안녕하십니까? 일 마니피코께서 보내셔서 왔습니다.”
“….”
무턱대고 ‘사업’을 키운 이들.
조용히 선실의 문이 열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베스푸치는 짐짓 당당한 태도로 앉아 사절을 맞이한다. 메시카산 깃털 직물로 꽤나 화려하게 꾸민 한쪽 벽이 눈에 띈다.
“일 마니피코께서 정해진 기한 내로 공언한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마땅한 후속 절차’가 따를 것이라 하셨습니다.”
“모든 일이 잘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련이라는 아주 작고 사소한 변수가 생겼지만 이미 서지중해에서 우리만 한 해적단이 없습니다. 일 마니피코께서 주신 착수금으로 이미 전력도 여섯 척으로 늘었고….”
“일 마니피코께서 성과를 바라십니다.”
“3개월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업 방향의 변경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부러 그란 바하마 근처를 개척해 놨는데, 당장 소련 해군이 그 근처를 왔다 갔다 하니 죽을 맛이란 말입니다.”
“일단 본국에 보고해 놓겠습니다. 여기 일 마니피코께서 보내신 서신입니다.”
이 해역에서 가장 돈이 되던 것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이며, 그다음이 메시카의 여러 소규모 농장들이다.
물론 아직 영세한 메시카의 경제를 생각하면 웬만하면 포르투갈 왕실의 대규모 플랜테이션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가 가장 달콤했다.
요사이 유럽에서 화제가 되는 사치품들과 그에 대한 대금이 끝없이 오가다 보니 약탈물의 환금성도 좋았다.
그렇기에 당연히 베스푸치가 꾸린 ‘상단’도 포르투갈산 상품들을 주력으로 ‘유통’하였다.
물론 포르투갈 왕실은 담배나 설탕이 자신들 이외의 출처에서 시장에 풀리면 눈에 불을 켜고 그 출처를 추적했지만.
―“아메리고, 일단 지난번 물건은 잘 받았네. 당장 은행 지점 몇 곳을 통해 유통 경로를 세탁해 놓았으니 이제 자네가 준 담배들은 메시카산일세. 그런데 요새는 성과 보고가 뜸하군.”
“…빌어먹을, 메디치 만만세다.”
문제는 이제 부랑자 나부랭이들만 이 사업에 끼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로렌초 데 메디치의 피렌체를 비롯해 베네치아, 제노바, 시에나, 페라라, 사보이, 루카 등등 돈이 흐르는 곳이면 빠지지 않는 이름들이 ‘서지중해’에서도 들려오기 시작한다.
누구는 베네치아 10인 위원회 소속 어느 가문의 후원을 받는 아무개, 누구는 아라곤 왕실의 은근한 관심을 끄는 아무개.
이런 식으로 각자 자신의 노획물을 유통하고 ‘사업 착수금’을 받아 낼 뒷배를 구해서는 당당히 활개하고 다닌다.
심지어 제노바의 후원을 받는 해적과 베네치아, 피렌체로부터 지원받는 해적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대리전까지.
어느덧 포르투갈인들이 이름 붙인 바처럼 이 서방의 지중해는 원본 지중해 세력들의 각축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판에 소련이 끼었다.
사절이 돌아간 뒤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베스푸치에게는 부정적인 보고들이 쏟아졌다.
“시뇨레 베스푸치, 메디치가의 요구를 맞추려 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어렵습니다. 아폰시아의 항구에 무작정 쳐들어가서 항구를 노략질한다거나 하는 건 이제 꿈도 못 꿉니다. 웬만한 상선들은 이제 소련 군함들 꽁무니만 쫓아다닌단 말입니다.”
“그걸 내가 모르는 줄 아나? 지금 피렌체에서 독촉하러 오잖아! 뒷배가 빠지면 우리 전력으로 프랑스계 ‘상단’들을 못 이긴다니까! 자네가 3번 함 선장이면 그 정도는 알 것 아닌가?”
베스푸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하게 서지중해의 전도를 바라본다.
소련 해군들의 순찰은 매우 규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제 아폰시아 제도의 포르투갈 식민지를 직접 터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제기랄….”
하필 프랑스나 잉글랜드 쪽 후발 주자들도 슬슬 들어오던 이럴 때, 이런 불운이 닥치다니.
로렌초로부터 지원 약속을 얻어 내고 싱글벙글 본거지로 돌아오니 이미 그때부터 함대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언제라도 소련 해군이 섬으로 상륙해 와서 그들을 모조리 ‘청소’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별일이 없었지만, 얼마 안 있으면 포르투갈 왕실의 포고문을 높이 든 강철의 함대가 이곳을 모조리 박살 낼지도 몰랐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이 문제가 자신만이 아니라 포르투갈을 털어먹던 모두의 걱정이라는 사실인데….
“제기랄! 어떻게 그게 위안이 되나!”
“시뇨레, 진정하십시오!”
“지금 프랑스 놈들이 거들먹거리면서 플로리다에 진 치고 있는 꼴을 보게! 저것들이 우리가 깔아 놓은 판에 뒤늦게 와서 어슬렁거리는 꼴이라니!”
소련 해군이 끼어든 덕분에 이제 한탕 뛸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움직이게 되었다. 사업차 나가서 혹여나 그 붉은 깃발을 마주하면 그대로 끝장이니 말이다.
“누가 해적 동업 조합이라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군. 경쟁자들도 쳐 내고, 망할 소련군한테 배가 가라앉아도 어떻게 보상이라도… 어?”
베스푸치는 잠시 머릿속에 번뜩인 잡념을, 영감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급히 펜을 쥐고 이리저리 휘갈긴다.
세금을 떼는 형식은 어렵지만… 회원금을 걷고, 명단을 유지하고, 기부금만큼 투표권을 얻는다면….
생각보다 괜찮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스푸치의 거점인 그란 바하마(Gran Bahama)에 하나둘씩 해골 깃발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주로 카탈루냐어와 이탈리아어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들이 들리다가, 곧 박수와 환호로 모임이 마무리되니.
수많은 선장들이 사인을 남긴 어떤 ‘헌장’이 곧 피렌체로 날아든다.
“아라곤, 피렌체, 제노바, 베네치아, 시칠리아 등등의 후원을 받는 해적들은 서로를 공격하지 않으며 피난처와 은신처를 공유한다.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해적은 적대한다. 수익의 5%를 조합에 지불하여… 이게 뭔가?”
“베스푸치 선장께서 창설하신 서대서양 무역 공제 조합의 헌장입니다!”
해적들 사이의 동맹.
후발 주자들을 막고, 상호 간의 적대를 청산하며, 실패의 위험 부담을 줄인다.
로렌초가 이 헌장을 받아 든 이후, 이번에는 피렌체로 이탈리아 각국의 전권 대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적들 사이에서, 후원자들 사이에서 어떤 연합이 구축된다.
오직 이탈리아인과 아라곤인, 카스티야인만을 포함하는 해적 동맹.
이렇듯 갑작스레 서지중해의 조류가 뒤바뀌니 갑자기 공격받게 된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해적들은 학을 떼고 떠나, 곧 서지중해의 변두리로 밀려나 버렸다.
“우리 위대한 조합을 위하여 건배!”
“시뇨레 베스푸치를 위하여!”
방향은 다소 이상하지만… 트로츠키의 계획대로 신대륙에 누구도 발붙일 수 없게 되었다.
* * *
아무튼 이렇게 생긴 해적 조합의 활동은 나름 왕성했다.
“저 선박은 뭐지? 깃발로 신호를 보내라!”
“신호에 응답합니다! 조합 소속입니다!”
“저 뒤에 있는 건?”
“어어, 갈가마귀 깃발에다가 뿔투구 쓴 해골이면… 덴마크 놈들입니다!”
“그럼 쳐라!”
“와아아아아아!!!”
피아 식별이 되고, 느슨하게나마 더 큰 단위로 뭉칠 수 있다는 사실은 해적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사업의 안정성도 커졌고, 그에 따라 벌일 수 있는 일의 규모도 커졌다.
“우리는 형제애로 뭉친 위대한 서지중해 무역 조합의 이름으로! 이곳에 정착지를 건설하겠다. 지상의 어느 정부도 이 정착지의 자유와 자치를 빼앗을 수 없으리. 조합장 베스푸치 만세!”
이제 저들은 직접 개척과 정복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도적들의 산채 수준으로 초라하던 마을과 정착지들은, 이제 이런저런 선단들이 머무르며 ‘사업’을 꾸릴 수 있을 만큼 번듯이 성장해 갔다.
그 말은 반대로, 누군가 ‘사업’의 대상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우에스텍(Huestec)인들의 도시들이 침략당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틀라토아니들이 복속과 보호를 청하며 들어오고 지금 피난해 왔습니다.”
“당장 대응할 병력은 있나?”
“지금 동북부에는 병력이 많지 않습니다. 대응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 누군가란 당연히 메시카와 그 주변국이 될 수밖에. 서지중해에 포르투갈을 뺀 정치체란 그들뿐이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해적에 대한 아샤야카틀의 대응 방식은 ‘무시’가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해적들은 오고 가는 것이며, 피해도 크지 않거나 크더라도 결국 한시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저들은….
“저들이 툭스판(Tuspan)을 점거하고 멋대로 정착지를 세웠습니다!”
“첩보에 따르면 남쪽 욱스말(Uxmal) 인근의 해안에서도 그와 같은 식민지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전하!”
항구적인 영토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들은 이제 한낱 도적 떼가 아니라 정복 사업의 경쟁자다.
아샤야카틀은 그리하여 급히 측근들을 소집한다.
“저들이 우아스텍의 땅을 침범하였소. 그곳은 내가 직접 정복한 나의 직할령이기도 하오.
지금 그곳이 공격받는다면, 심지어 해적 떼 따위가 그곳에 영구히 정착지를 건설하려 시도라도 한다면 매우 손실이 클 게 분명하오. 카스티야에 대금으로 지불할 담배를 키우기도 하는 곳이니.”
“당장 정벌해야 합니다. 저들이 방어 태세를 완전히 갖출 때까지 기다리면 늦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러니 셈포알라 공작.”
“네, 전하.”
“내가 기마병 1,500명을 이끌고 해적들을 정벌하러 간 동안 메시카 대공국의 시우아코아틀(Cihuacoatl, 재상)로서 수도의 통치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알부케르케 공작, 그대를 인근에서 아직도 저항을 이어 가는 우아스텍인들에게 사절로 파견하겠소. 유럽인 해적들이 상륙해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고 있고, 곧 그들의 본거지에 당도할 테니 항복하라고 전하시오.”
“예, 전하.”
주군의 하명에 따라 테노치티틀란에 소집된 기사들은 아샤야카틀의 지시를 받아 빠르게 동북부를 향하여 진군하기 시작한다.
선대 대공의 대부터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건설해 온 도로가 기마대의 쾌속 행렬을 도왔다. 며칠 지나지 않아 그들은 대서양에 닿았고, 북상하니 곧 연기와 폐허를 마주했다.
“적들은 지금 해안가에 간단히 구덩이를 파고서 진지를 구축하고 있네. 우아스텍의 도시를 영구히 점령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니 뒤로 물러난 것이라 봐야겠지.”
아샤야카틀은 이제 완전히 저들의 목적에 대해서 확신했다.
단순한 약탈을 위해서라면 벌써 도망쳤어야 하는데, 저 해적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마치 준비하고 있던 것처럼 빠른 속도로 군영을 세웠다.
“일단 저들에게 기병이 없는 이상 우리는 압도적인 충격력으로 적들을 짓밟는다. 전투를 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 저들이 바다로부터 동료들을 긁어모을지 모르니.”
“예, 전하!”
그렇게 대강의 작전도 짜였다.
천 갑옷을 두른 전사들은 편자에 발을 걸고, 창날과 칼날을 점검하며 돌격을 준비했다. 자세히 보니 적들의 무장 역시 그들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아니, 정규군이 아닌 만큼 메시카의 군인들이 더 우월했다.
“돌격시켜라.”
“돌격하라!”
“돌격!”
곧 재규어의 옷을 걸친 전사들은 박차를 가해 말의 속력을 높인다. 달리는 말의 다리는 4개에서, 8개로 변하다가, 곧 숫자를 세기도 힘들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아샤야카틀은 후방에서 그 모습을 보고 수년간 훈련시킨 기마병들의 승리를 자신했다.
물론 승리하기는 했다.
“스파라(Spara, 발사)!”
―탕!
―탕! 탕! 타탕! 탕! 탕!
손실이 생각보다 커서 문제였을 뿐.
최고 속력으로 질주하던 말과 사람의 몸을 총알이 부드럽게 강타하자 곧 선두의 기병대가 성대하게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후, 후퇴! 후퇴하라!”
“2열 돌격! 2열 돌격!”
곧 후퇴와 돌격을 알리는 북소리가 전장 속에서 들려오며, 호기롭게 진격하던 기사들은 목숨을 보전하려 급히 말 머리를 돌린다. 후속 돌격으로 강타한 뒤에야 해적들의 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내 적들의 진지는 함락되었고, 미처 도망가지 못한 해적선 역시 나포되었다. 저항이 심한 몇을 제외하고서는 모조리 포박, 감금하였다.
그러나 뼈아픈 승리였다.
아샤야카틀은 급히 군영으로 가서 군사들의 상태를 살핀다. 귀하디귀한 군마가 단번에 십수 마리 죽었고, 더더욱 귀한 숙련된 기마병 역시 비슷하게 전사했다.
“맙소사… 적들이 쓴 무기가 뭔가?”
“화승총입니다.”
“그게, 이런 무기였나?”
메시카인들도 화승총을 쓰기는 했다.
그게 왜 있는지를 몰랐을 뿐이다. 쏘기만 했지, 맞아 본 적은 없으니까.
일제 사격으로 순간적인 화망을 형성하고, 순식간에 펼쳐지는 굉음으로 말들이 크게 놀랐다.
실제로 화승총이 조금씩 통용되기 시작하는 유럽의 전장과 다르게 신대륙에서 모든 군대는 기껏해야 천 갑옷만 걸치고 있었다.
게다가 날씨가 습한 아열대 기후에서 화승총은 툭하면 고장 나고 오발이 나기에 십상이었다.
비슷하게 작동하는 석궁은 사거리도 길고 보급도 비교적 간단했으니 현재 메시카군의 주력 원거리 무기는 석궁이다.
보급도, 유지도 힘이 드는 화승총 따위 유럽인들로부터 보급받아 봤자 쓸모없었으니 대부분은 창고에 처박아 둘 뿐이었다.
전투가 끝난 뒤 그는 급히 테노치티틀란으로 돌아와 유럽인 귀족들의 보고를 들었다.
“유럽인들은 철갑을 뚫어야 하니 총포를 사용하고, 또한 일제 사격을 통해 적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리길 즐깁니다.”
“그게 그렇게 운용하는 거였군. 그렇다면 유럽의 기사처럼 메시카인들이 철갑을 걸치면 생존율이 올라가는가?”
“아마 그럴 것입니다.”
아샤야카틀로서는 일개 해적이 저런 비싼 무기를 대량으로 구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그보다도 화승총에 대한 파훼법에 들 비용이 더욱 놀라웠다.
강철은 단지 무장에만 쓰는 자원도 아니다. 쟁기 보습 같은 농기구나 대못 같은 건축재에도 철은 들어간다.
그걸 감안한다면….
“세뇨르 트로츠키께 연락선을 띄워라.”
트로츠키는 언제든 필요로 한다면 연락을 넣어도 괜찮다 하였으니.
“무역 협정을… 진행해 보자고 제안하라.”
황금의 바다 (4)
―“…폴리스들의 느슨한 연합체는 점차 중앙으로 힘이 집중되며 강고해지고 대공의 권력 역시 커져 간다. 이는 옛 로마 정치가들이 그러하였듯 넘치는 정복욕을 충족시키고 충분한 권위를 손에 넣기 위해서 직접 대공이 전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대공이 갖은 위기를 극복한 뒤 라틴 동맹이 하나의 공화국으로 화하였듯 하나의 제국만이 이 신대륙에 남으리라 추측하며….”
“주교님, 대공 전하께서 호출하십니다.”
“그래, 알겠네. 곧 출발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전해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