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03
조선에서 유럽까지는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으니.
잘 해내기를, 비는 수밖에.
* * *
/ 작가의 말
원래 두 화로 나누어서 연재할 분량이었는데. 내용 진행이 나누기 애매해서 그냥 한 화로 합쳐서 내보았습니다.
여우의 성품으로 (2)
프랑스.
20여 년 전 교황청,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베네치아는 하나의 동맹을 맺었다.
이탈리아라는 반도는 가장 풍요로우면서도, 또 가장 분열되어 있었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강력한 군주라면 모두가 노림 직한 왕관이고 먹잇감이었다.
그런 만큼 이탈리아를 이루는 가장 강대한 다섯 세력이 모여 그들로부터 프랑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화약을 체결한다.
물론 이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섯 강대국은 언제든 서로를 향한 협잡과 음모를 멈춘 적이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 모두가 공포를 공유하고 있었다. 하나로 단결해 가는 프랑스에 대하여.
실제로 루이 11세가 국내 귀족들을 찍어 누르고 난 뒤, 후임인 샤를 8세, 루이 12세가 끊임없이 이탈리아 정벌을 꾀하였음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공연한 걱정도 아니었다.
허나 당장 이탈리아 각 도시의 시민들이 걱정해야 할 바는 프랑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특유의 성질이던 분열과 지리멸렬함을 누르고서 점차 황제 아래 중앙 집권화되어 가는 제국이, 그 제국의 황제가 아직 귀족들과의 줄다리기에서 완전히 승리하지 못한 루이 11세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이리라.
실제로 이탈리아 북부는 명목상 신성 로마 제국의 영토였고. 또한 교황과 결탁한 황제 프리드리히로서는 언제든 이탈리아라는 보석을 자신의 제관에 추가하고자 하는 욕망에 차 있었으니.
그렇게 보자면 음모자들의 대응은 일견 상식적이었다.
제국을 견제하고 프랑스를 내세운다. 제국과 교황청의 야합에 불안과 분노를 느끼던 이탈리아 각국을 포섭하고 바오로 2세의 흔적을 지운다.
성공만 한다면 황제와 교황을 제하고서는 모두가 반기지 않던 ‘개혁’은 성공적으로 취소되리라. 만일 일부분 실패를 낳는다 하더라도 이탈리아 내 제국의 패권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으리라.
논리적인 판단이었다.
“지금 피렌체와 베네치아의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체 어째서인가? 그 작자들, 당장 교황이라면 그 생살을 씹어먹을 수도 있을 정도로 이를 갈지 않았던가?”
“그뿐 아닙니다. 밀라노에서도 슬슬 이반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당장 황제를 향해 군사적 개입을 요구하는 청원이 오갈 듯합니다!”
“당최 이해할 수가 없군. 이 무슨….”
그러나 음모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한 가지 있었으니.
멀쩡히 깨어서 정권을 쥔 그들보다, 지금 혼수상태에 빠진 교황이 훨씬 영리했다는 점.
* * *
“교황청의 추기경단에서 신중왕(Le Prudent, 루이 11세의 별칭)에게 서신을 보냈다 하오.”
“교황이 몸져누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때에?”
“아마 프랑스에서 지금의 교황에게 불만이 많았으니 그를 달래려 함이 아니겠소?”
“하지만 프랑스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라 보오? 우리가 지금 오스만과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따위로 뒤통수를 쳐!”
베네치아 정치의 중추, 10인 위원회에서 일어난 반응은 이러했다.
“다들, 이러한 교황청의 조치가 옳다고 생각하오?”
“전혀! 우리는 프랑스 왕을 신뢰하지 않소!”
“제국이 우리에게 무얼 했다는 것이오? 저들이 우리 은행에서 돈을 떼어먹었소? 지난 10년 동안 황제 폐하는 그분께서 진 모든 빚과 이자를 꾸준히 상환하시었소. 프랑스와는 다르게!”
“옳소! 프랑스에 우리의 주권을 팔아넘기지 말라!”
시에나의 귀족들 역시 격분을 금치 못했고.
“공작 각하, 현재 시민들의 불안이 작지 않습니다. 프랑스가 무력을 앞세워 쳐들어오지는 않을지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창고에 식량을 비축하고 집에 들어오는 손님을 물립니다. 상인들 역시 점차 도시로 들어오는 발길을 돌립니다!”
“알겠소…. 교황청에 소문이 사실인지에 대해 해명을 요청해 보겠으니 경들은 모두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진력해 주기를 바라겠소.”
밀라노 공작의 궁정 역시 수런거림이 그치지를 않았다.
어째서 이들은 음모자들의 움직임에 경기를 일으키는가?
황제를 너무도 신뢰해서? 반대로 프랑스의 왕을 몹시도 불신하고 증오하기에?
그럴 리가 없다. 언제부터 이들이 신성 로마 제국의 개입을 그리 반겼다고.
제국이든 프랑스든 어떤 강대국도 이들의 주권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었다. 어느 쪽이 되었건 간에 호의적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껏 교황의 야합과 제국과의 거래에는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답은 간단했다.
“황제는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소!”
“관습으로서 보장된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제국은 침해한 바가 없소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이야기가 다르잖소!”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제국은 각 도시의 수많은 관료를 매수했으며, 반교황파들을 숙청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바오로 2세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했다.
교황은 지중해 권역의 약화를 방관하였고, 오스만의 발흥보다도 몽골의 침입이라는 이슈에 더욱 주안점을 둠으로써 베네치아 등 많은 도시에 몰락을 가져다주었다. ‘서지중해’와 대서양 교역을 크게 후원한 걸 제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간접적인 것이었다.
또한 그 모든 조치가 신의 징벌과도 같던 몽골의 침공, 그리고 신에게의 속죄로서 치러지는 신세계의 복음화라는 일련의 서사 속에 연결되어 누구도 감히 불만을 일정 수위 이상으로 표출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게 바오로 2세의 섬세한 안배였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러나, 프랑스는?
음모자들이 황제와 교황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손을 뻗쳐 온다면 반도의 소국들은 어떤 미래를 맞을 것인가?
“파멸이오!”
슬그머니 피렌체의 거리 곳곳에서는, 여기저기에 널린 광장에서는 연사들이 부르짖기 시작한다.
“공화국에 위기가 도래하고 있으니 시민들이여, 각성하시오! 카이사르와 같은 폭군 루이지(Luigi, 루이의 이탈리아식 발음)가 우리 자랑스러운 조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의 공포를 먹고 자란 언설들, 정치적 선동들이 슬며시 도시의 말발굽 소리, 수다 소리, 교회의 종소리나 시장의 흥정 소리와 뒤섞여 피렌체의 일상 소음으로서 자리 잡는다.
“교황 성하께서 중태에 빠지셨으니 이는 우리가 작년에 예언한 바와 같지 않소? 나는 분명 말했소. ‘교회를 한 줄기 섬광과 같은 빛이 꿰뚫고 지나가니 거리의 하얀 새들이 놀라서 날개를 떨치더라!’
나는 예고하였고 예언하였소!”
그리고 수많은 소음이 그렇듯, 그러한 정치적 선동들은 시민들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든다.
공포가 가슴에 심겨진다.
“예언하였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당신의 설교를 즐겨 들었건만 그런 말은….”
“말 그대로요. 백합은 예부터 프랑스 왕실의 문장이었던저, 하얀 새란 곧 프랑스 왕을 상징하는 것이었소. 교회를 섬광이 꿰뚫음은 곧 교황 성하의 등을 찌른 비열한 암수를 의미함이 아니었겠소?”
“아, 아아!”
“내가 기, 기억하오! 분명 저분께서 그리 말씀하셨소!!”
“주님께서 저 젊은 수도사의 입을 빌어 말씀하신 바가 틀림없다!”
“독생자시여….”
물론 당초에는 성당의 천장 근처로 떨어지던 천둥 번개를 묘사한 말이었지만, 누구도 작년 설교의 지나가는 구절이 무슨 의미였는지 깊이 기억하지 않는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사람들이 수도사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숱한 설교자와 양치기들이 겁에 질린 양 떼 같은 피렌체 시민들을 이끌기 위하여 서로의 지팡이를 휘둘러 대니.
개중에 유난히 목청 높고 그 음색이 또렷한 이 수도사가 단연 돋보이더라.
“형제여, 나는 두렵네. 이제 수도원으로 돌아가세나!”
“뭐가 두렵다는 말인가?”
“당연히 일 마니피코께서 움직이실까 봐서가 아니겠나?”
“우리가 메디치가에 반항할 것을 선동하였는가? 그저 피렌체의 땅을 밟고 살아가는 이로서 피렌체를 위한 제언을 내뱉었을 뿐인데 무슨 말은 하는가?”
“그렇습니다! 수도사님께서 잘못하신 바는 없습니다!”
“계속, 계속 얘기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피렌체를 위하여 예비한 바는 무엇입니까?”
“지롤라모! 지롤라모!”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젊고, 열성적인, 산 마르코 수도회의 수도사.
* * *
“요사이 공화주의자들의 선동이 만만치 않습니다, 형님.”
“허… 그래서 걱정이 되느냐?”
“하지만 너무도 모호하지 않습니까? 이번에 거리에서 자신이 예언자라고 참칭하던 수도사의 이야기는 못 들어 보셨습니까?
‘카이사르와 같은 폭군’이라니!”
물론 표면상 루이 11세를 겨냥한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디 루이 11세가 카이사르에 비유될 만한 인물이던가?
루이 11세는 왕국에서 태어난 왕실의 핏줄로서 왕이 되었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공화국에서 태어나 독재적 권력을 손에 쥐고 결국 황제가 되기 위하여 모략하였다.
그렇다면, 그 비유의 대상이 과연 드러나 있는 대로 루이 11세인가? 아니면….
“나인가.”
“당연히 형님이겠지요!”
동생 줄리아노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태연히 로렌초 데 메디치는 차를 홀짝인다.
“역시… 북해에서 들어오는 찻잎이 더 낫군. 제노바를 통해서 밀수되는 건 좀 떫단 말이지.”
“형님, 제 말은 듣고 계시는 겁니까?”
“아무튼, 그게 걱정이라 이 말이지? 나를 은근히 겨냥한, 젊어서 회까닥 미친 어느 권력 중독자의 연설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이 말 아니냐?”
“그놈 하나가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파치(Pazzi) 가문도 지금 호시탐탐 우리의 지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놈이 다른 귀족들을 선동해서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두려움에 질려 있구나. 분명 네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데. 두려움에 눈이 가려지니 보일 것도 안 보이는 거지.”
로렌초는 찻잔을 내려놓는다. 찻물이 가져다준 입속의 향과 잔열을 음미하듯 미소 짓던 그는, 잠시 너그러워진 미소를 지으며 줄리아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공화주의자들을 어떻게 했지?”
“보, 보통은 서지중해나 로마로 보냈지요. 경제적 후원을 해 줘서 포섭하려면 서지중해의 안전하고 부유한 해적선단에 보내 주었고, 유학을 원한다면 로마로 보냈으니….”
“그럼 저 스물을 갓 넘긴 애송이는 뭐가 다를까?”
로렌초는 말을 멈추고 줄리아노를 바라본다. 줄리아노는 대꾸할 말을 찾아보다가, 결국 형님의 말이 옳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쉰다.
“물론, 붉은 깃발을 든 그 ‘독특한’ 공화주의자들에게 사절을 보내면 살아서 돌아오지를 못했지. 그러니 웬만하면 보이는 족족 때려잡았고. 또, 파치 가문의 후원을 받는 쓰레기 중 지독히도 포섭이 안 되는 놈들도 어쩔 수 없이 피를 봐야 했지.
하지만 저 사보나롤라라는 청년은 페라라 출신 외국인에, 수도원 소속이다. 저 녀석의 뒷배가 따로 있던가? 조직이 조금 있던 듯하지만 그리 강대하던가?”
로렌초는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첩보를 기억한다. 저 광신도 청년은 아직 풋내기다.
“하지만 똑똑하고 유능해 보이는 풋내기지. 일개 수도사가 학식이 높고 검소하다고 그렇게까지 추종자를 끌어모으다니…
줄리아노?”
“예, 형님.”
로렌초는 슬쩍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지난 베스푸치가의 망나니와는 다르게 제대로 교양이 박힌 손님이라….
“초대장을 보내 보자꾸나.”
* * *
“밀라노 지부, 이 신호를 수신했다면 ‘아(A), 비(B), 치(C)’를 한 번씩 입력하라.”
―“삐, 삐이이… 삐이, 삐, 삐, 삐… 삐이, 삐, 삐이, 삐….”
“확인되었습니다. 밀라노에서도 통신이 연결되는 듯합니다.”
“좋습니다… 좋군요.”
로밀리는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들렀던, 제노바의 비밀 기지에 들어와 있었다.
이 근방에서는 항상 회원 중 한 사람이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1400년대에 등장한 바이올린족 악기의 조상 격 악기군) 연주를 연습한다며 소음을 내어 이 통신음을 감춘다. 그 비밀스러운 분위기에 로밀리는 괜히 안주머니의 소련 정보총국 신분증이 무겁게 느껴진다.
아무튼, 이탈리아와 옥시타니아(남부 프랑스의 오크어 사용 지역) 일대, 스위스와 남독일 지역에 걸친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함을 확인한 로밀리는 안도한다. 그리고 감탄한다.
지중해와 그 근방의 유럽 지역을 향해, 비록 희박하고 조잡할지라도 광대한 범위에 걸쳐 조직망과 통신망을 구축해 낸 에드워즈와 권람 동지의 노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직은 왜 만든 거지? 그리고 퍼져 있는 범위에 비해서 너무 체계가 안 잡혀 있는데?’
그동안 대단한 조직화 사업이 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 요동이 심했던 이탈리아 몇 개 국에서 꽤 커다란 조직기반이 쌓였지만, 이것도 소련에서 노력해서 된 건 아니고.
신경 써서 조직할 것도 아니고, 지금껏 딱히 활동이 있던 것도 아니라면 왜?
물론 로밀리 같은 성실한 인간은, ‘대강 현지 조력자들 동원해서 그럴듯한 거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조선으로 돌아갔을 때 보고할 치적 하나 늘릴 수 있겠지.’ 하던 에드워즈와 권람의 찌든 정치인 같은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무언가 트로츠키 동지와 소통한 러시아 정부의 심모원려가 있었으리라 짐작할 뿐.
그렇지만 그러고서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바가 있었다.
유럽 내에서 현재 러시아의 인식은 최악이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몽골과 전쟁 중이고, 러시아는 몽골의 동맹이니까.
그렇다면 왜 굳이 몽골―러시아와의 관계를 현지 조직원들에게 밝혔단 말인가? 조직화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물론 치적용 사업에 그 정도 생각을 하고 공을 들이는 이는 없다. 그냥 루스에 망명 온 붉은 사제들 몇몇 내보내서 시작한 조직에 에드워즈와 권람은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 조직은 로밀리가 진행할 실무의 기반이다.
제대로, 재편될 필요가 있었다.
“모스크바로 연결해 주게.”
“알겠습니다, 카메라타(Camerata, 동지) 로밀리.”
곧 신호음이 이어지더니. 답신이 돌아온다. 모스 부호는 쪽지 위에서 빠르게 문장으로 재조합된다.
―“…통신 요청 사유는?”
“소련 정보총국 유럽 지부장 윈스턴 로밀리의 임무 수행에 관련한 사항과 유럽 내 점조직 운영, 소련의 대유럽 외교에 대한 건이다.”
―“계속하라.”
“이곳에서 러시아와의 연결을 드러내는 것은 조직적 확장에 크나큰 악영향만을 가져온다.
그러나 다행히도, 유럽인들 대부분은 대서양을 통해 포르투갈과 접촉해 온 소련이라는 국체와, 저 동쪽의 러시아와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앞으로 소련이 유럽에 접촉할 때는 러시아와 별개의 국가인 것으로 가장한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점조직 운영과 동지의 임무 수행 관련 사항은?”
“현지 조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러시아와 소련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이들은 상관없지만, 앞으로 이는 조직적 기밀 사항으로서 유지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으니 기밀을 지키는 데는 큰 노력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직의 장(長)인 본인 역시, 러시아와의 연계성을 지워야 한다. 그렇다면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가 잘 알려진 제노바가 조직적 주축이어서는 안 된다.”
―“대안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조직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정치 경제적 중심지에 가까운 곳을 추려 보았다. 그중 베네치아와 시칠리아는 교황청과 거리가 떨어져 있다.
그래서 본인은 피렌체를 택했다.”
―“피렌체로의 조직적 기반 이동의 건, 접수됐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달해 주게. 이게 모스크바로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일세”
로밀리는 말을 이어 가려다 망설인다. 이걸… 본국에서 승인해 주려나?
일단 내질러 보자.
“‘러시아와 어떠한 연관도 없는, 스페인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주피렌체 대사로의 임명을 요청한다.”
* * *
/ 작가의 말
“여러분은 수년 전부터 . . . 알프스를 넘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닥칠 거대한 시련들이 예고된 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또한 제가 ‘보아라, 머지않아 빠르게 땅 위에 내리꽂힐 신의 칼을’이라고 말한 지 2년 이 채 지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니라 신께서 여러분에게 예언한 것입니다. 보십시오. 이제 그것이 실현되어 눈앞에 있습니다.”
변선경, “사보나롤라와 덕의 공화국” (2015), 서양사론 125권 0호, p.210.
본래 역사의 1494년 11월 1일부터 진행된 선교 중, 사보나롤라는 당시 프랑스 왕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침공을 자신이 미리 예견했노라고 위와 같이 주장합니다. 본문에서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사보나롤라의 ‘예언’이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에 내리쳤던 번개를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여우의 성품으로 (3)
메디치가의 궁전에는 방이 많았다. 권력자에게 몰리는 손님을 대접한단 기능적인 목적을 넘어, 단순히 심미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