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20
시에나 공화국에서 시에나는 꽤나 북쪽에 치우쳐 있다.
그 말은 시에나라는 수렁에 오래 발목이 묶여 있다가는, 피렌체가 시에나 공화국의 나머지 지역들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릴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지난 나흘 동안 피렌체군은 빠르게 시에나를 확보하려 노력했다. 물론 각 귀족 가문들의 고도로 요새화된 저택, 거미줄같이 얽힌 골목들을 모조리 점령하지는 못했다.
허나 분명 주요한 대로들과 광장, 거점지들을 점령하면서 시에나 정복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이렇게나, 빠르게 로마군이 진입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저희보다 단 나흘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니!”
“말이 됩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일 용병대장이 기겁하며 말하자, 사보나롤라는 차갑게 말한다.
“실제로 일어났지 않습니까? 이것만큼 이 사태가 ‘말이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어딨습니까? 다시 자리에 앉으십시오. 회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로마 측 군대가 나타났다.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굳게 닫혀 있던 로마파 귀족들의 저택들이 대문을 열고 아껴뒀던 병력을 쏟아 냈다. 적군은 동조자들 덕분에 빠르게 도시 남부로 진입하였고 무서운 속도로 거리와 건물들을 회복해 갔다.
그 결과 다시 대치 상황이다.
다 잡아가던 고기를 놓쳤다는 데 대한 분노로 고요하던 시에나 성벽 바깥 북쪽의 군막.
시민군 지도자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신청하였다.
“말씀하십시오.”
“서기장 각하, 상황이 기묘합니다. 적들의 군세가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까? 물론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이런 진군 속도는 놀랍지만….”
“그거야 시에나 구원을 위해 별동대를 꾸려서 왔겠지요. 시에나에 숨통을 트여 놨으니 이내 증원군이 도착할 겁니다.”
“하지만, 적들의 깃발을 보십시오. 카스티야의 깃발뿐입니다.”
“…흠.”
그 지적에 수뇌부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카스티야의 각 귀족가문들의 깃발과 문장은 보였다. 또한 이베리아와 이탈리아 일대에서 활약하던 용병들의 깃발도.
그러나 어디에도 함께 참전했다는 아라곤과 나폴리 쪽의 문장은 없다.
뭔가, 사정이 있음에 분명했다.
* * *
“장군(Capitán), 현재 톨로메이 광장까지 점령이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북진은 어렵습니다. 거리들이 이미 빠르게 봉쇄되었고, 몇몇 일선 지휘관들의 암살 역시 잦습니다.”
“수고했네. 돌아가 보게.”
북쪽에서 온 피렌체가 도시 성벽의 북쪽 바깥에 주둔지를 꾸렸으니, 로마로부터 진군해 온 카스티야인들은 남쪽 성문 인근에 주둔하는 것도 당연하다.
저 어지러운 도심에서는 대규모의 군대를 관리하기도, 기습을 피하기도 어려우니.
곤살로는 시에나의 세밀한 지도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만 늦었어도 시에나를 잃고 더 나아가 공화국 전체를 잃어버릴 뻔했다.
겨우 도시의 남부를 장악하고 로마파의 숨줄을 붙여 놨으니 일차적으로는 성공이었다.
이차적으로는….
곤살로는 시에나 시내에서의 보고를 받은 뒤, 자신의 맞은편에 선 아라곤군의 전령이 말하는 바를 듣는다.
“현재 저희는 라디코파니(Radicofani)를 지나 공화국의 영역 내로 진입했습니다. 못해도 사흘 뒤면 넉넉히 시에나에 도착할 듯합니다.
그러나 나폴리군의 끊임없는 약탈을 제어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군들을 진압하느라 시간과 자원이 너무 많이 쏟아집니다. 현재 저희를 지원하던 도시들조차 슬슬 피렌체파 귀족들과 연락을 시도한다는….”
“되었네. 이미 내용은 충분히 알아들었네.”
한숨이 나온다.
곤살로 데 코르도바는 젊은 장군이다.
그리고 두 왕이 서로 혼인했다 하여, 카스티야와 아라곤이 한 나라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교황령에서 추기경들의 부탁에 따라 즉시 진군을 주장하니, 아라곤측 인사들은 어떻게 반응하였던가?
개중에서도 나이 지긋한 알폰소 데 아라곤 이 에스코바르는 나긋이, 그러면서도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국익과 국왕 전하의 명예를 위해 움직이오. 추기경단이 더 많은 대가를 약속하기 전에, 우리가 나서서 더 많은 피해를 강요받을 필요는 없소.”
―“하지만 지금 당장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통째로 시에나가 넘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에 저들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군의 명예를 드높임이 우리의 의무 아닙니까?”
그때, 알폰소은 곤살로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소. 우리는 승패만큼이나 이익이 중요하오.”
“패배하면 그 이익을 안겨 줄 교황령도 없습니다.”라는 말이 그때는 목젖까지 올라왔었다.
그러나 애초에 섬기는 주군도, 자신을 따를 이유도 없는 이들이니 그들에게 자신의 판단을 강요할 순 없었다.
특히 알폰소는 지금 아라곤 국왕의 이복형제이자 선왕의 사생아. 그런 지체 높은 인물인 만큼, 제 주군인 페르난도 2세의 병력을 온존하고 충성심을 증명해야 했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설득을 포기한 곤살로는 일단 카스티야군만을 이끌고 빠르게 북상하였다.
숱한 습격과 견제에도 빠르게 진군하여 시에나를 구원하였으니, 이는 그의 강력한 공적으로 남으리라.
하지만 그 생각에 흡족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소가 있었다.
“나폴리인들의 약탈이 그리도 심하던가?”
“네, 마치 시에나라는 나라를 지워 버리려는 듯하다고, 알폰소 각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제어가 안 되는 나폴리군이 시에나 후방에서 온갖 개판을 치고 있다.
대강, 상상이 된다.
나폴리인들이 “오늘은 저 마을을 털 겁니다.”라고 하면, 아마 아라곤인들은 “저곳은 우리 동맹입니다.”라는 상식적인 제지를 가하리라.
그러면 나폴리군은 이렇게 반응하리라.
“이탈리아에 동맹이 어딨습니까?”
그리고 약탈, 해당 마을의 반로마 세력화로 이어진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정당하게 경쟁자 도시로 쳐들어가 온갖 약탈을 하고 그들을 쇠락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나폴리가 놓칠 리가 없다. 악덕은 로마의 것으로 돌리고 이익만 취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지금 이 전쟁의 목적은 시에나 약탈이 아니라는 것이 첫 번째고.
“그래서, 아라곤 측에서 보내온 군량이….”
“3할이 습격으로 소실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게 두번째였다.
곳곳에서 현지 세력들이 조직한 민병대와 유격전이 펼쳐지고, 그걸 진압하느라 다시 시간과 자원을 들이는 데 쏟아야 하는 자원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답이 보이지를 않는다.
잘만 하면 시에나를 점령할 수도 있다. 또, 어떻게든 시에나 공화국 일대를 안정화할 수도 있다. 곤살로 데 코르도바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아는 사람이다. 어렵겠지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작업을 진행한 뒤에 피렌체로 진격해서 다시 이 전쟁을 끝내려면 얼마나 많은 손실과 희생이 뒤따라야 할 텐가?
그 모든 과정을 지나고서… 조국이 얻는 바는 뭐란 말인가?
쾌속으로 시에나에 당도하던 그때, ‘시에나의 해방자’ 또는 ‘정복자’라는 위업을 얻을 생각에 기뻐했던 순간이 몹시도 먼 과거로 느껴졌다. 바로 며칠 전일 뿐인데.
며칠이 지나니, 아라곤과 나폴리의 군세가 슬슬 시에나 남쪽으로 합류하였다.
약탈물을 손에 잔뜩 쥐고서.
…제대로 된 보급품은 없이.
“송구하게… 되었소. 일단, 우리가 시에나 남쪽 시가지로 진입해서, 테르메 거리(Via della Terme)를 뚫고서 진군해 보도록 하겠소. 지금까지의 부진함을 만회해 보이겠소.”
나폴리인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라곤 군대를 이끌던 알폰소 역시 볼이 헬쑥해져서는 휴식도 취하지 않고 곧바로 회의에 참석하였다.
물론 선봉으로서 시에나의 중심 거리에 대한 공격권을 요구해 오는 걸 보면, 아라곤인들 사이에서 전공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테르메 거리를 담당할 테니, 캄포 광장의 안정화와 방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곤살로로서도 전공을 나눠 줄 순 없다. 지금 이들이 온 뒤로 카스티야의 군인들과 이사벨 전하께서 고용하신 용병들이 죽 쒀서 개 주게 생겼다며 불만이 팽배해졌다.
곤살로가 알폰소의 말에 대립각을 세우자, 알폰소는 불만을 품은 듯하면서도 별말 없이 물러난다. 저들의 적극적인 공조를 바라기는 어려울 듯싶었다.
반면 나폴리인들은 여유 만만이다. 애초에 피렌체와 여타 도시들의 국력을 소진시키겠다는 목적이었으니 이 사단을 내놓고도 별 긴장된 기색을 보이지 않느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장군!”
“무슨 일인가?”
“피렌체 쪽의 별동대입니다! 시에나를 측면으로 우회해서 공격해 옵니다!”
저들도 이쪽 본대를 괴롭히며 지난한 시가전을 끝내고 싶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이쪽도 마찬가지니 서로를 이런 습격도 이제 일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았다.
쉽게 끝날 전투가,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직도 도시는 피를 요구하듯, 시내에서 함성과 폭발음을 터뜨렸다.
* * *
/ 작가의 말
이 역사에서 지금의 곤살로 데 코로도바는 1467년 알폰소 왕자의 궁정에 출사한 뒤 이사벨 여왕의 장교로 10년 이상 봉사해 온 베테랑입니다. 본래 그의 명성을 쌓는 시발점이었던 카스티야 왕위 계승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귀족들의 분쟁과 무어인의 산발적인 습격이 있었던 히스파니아반도에서 경력을 쌓은 젊은 지휘관으로 표현코자 하였습니다.
“테르메 거리에서의 북상에는 한계가 있소. 차라리 저들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살림베니 궁전을 건드리기 위해서라도 반치 디 스포라 거리를 타고 올라가는 게 나으리라 보오.”
곤살로 데 코르도바는 지도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인다.
선은 곧 도로, 면은 곧 건물.
술에 취한 노파가 엉망진창으로 짜 놓은 레이스처럼, 어지럽게 얽힌 도시의 거리들은 저마다 각각의 주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차지하는 게, 로마와 피렌체의 큰 목적이었다.
“우리 나폴리인들은 카스티야의 제안을 반대한다. 장군, 다른 작전을 생각해 보시게.”
깃발 아래서 (4)
물론 ‘큰 목적’이 그러했다는 것이지, 세세히 파고들어 가면 저마다의 꿍꿍이속이 있었다.
공화당의 지도 아래 집결한 피렌체의 시민군과 다르게, 곤살로 휘하의 친로마 연합군은 섬기는 주군과 고용주의 목적도, 일선 장수들의 욕망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전공을 탐낸 카스티야군과 아라곤군이 서로 손발이 엇나가는 건 차라리 애교에 가까웠다. 그래도 둘 모두 빠르고 효율적인 승리를 바라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문제는 나폴리였다.
“어째섭니까? 왜 적들의 본거지로 단숨에 밀고 들어가는 대신 애꿎은 서남쪽을 치자는 겁니까?”
“아무래도 후방이 안전해야 하지 않겠나? 자네야 황량하고 드넓은 이베리아 고원에서 무어인이나 쫓으며 싸웠겠지만, 보다 ‘문명화된’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도시를 두고 다투는 일이 더 익숙해서 말일세. 후방 확보의 중요성을 잘 안다네.”
서남쪽의, 아직 약탈되지 않은 도시 구획들을 들쑤시고 싶다는 뜻이다.
그리 후방 확보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들이 배후지에 온갖 약탈을 일삼으며 저항 세력을 키워 줬냐고, 보급선을 부숴 버리다시피 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곤살로는 인내했다.
어차피 나폴리인들과 용병들은 최대한 전쟁을 질질 끌면서 시에나를 약탈하고 싶어했다.
나폴리군 입장에서는 단순히 약탈물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의 국력을 무너뜨리는 일이니 국익과 직결된 문제다.
아마, 저들을 파견한 국왕 선에서부터 이런 식으로 굴라고 명령받았으리라.
그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곤살로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피사에서의 상륙도 실패했다 한다. 기껏해야 해상 봉쇄를 벌이는 동시에 피렌체 해군과 술래잡기를 하는 수준이라 한다.
결국 저들을 꺾으려면 시에나를 함락시키고 서둘러 피렌체로 직행해야 하는데… 아군 내부의 분열이 목표 달성을 막고 있다.
지금처럼 사사건건이 작전에 훼방을 놓거나 의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의 사보타주에 이제는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분명 숙련된 병사는 이쪽이 더 많다. 자신을 비롯한 장수들의 유능함도 로마 측이 더 우월하리라 자신했다.
그런데 이기지 못한다면, 모두 이 분열 때문이었다.
곤살로는 고민한다.
‘어차피… 지금 시에나의 전장은 이미 고착화되었다.’
단 사흘 만이었지만, 곤살로 데 코르도바의 판단은 확고해진다.
소모적인 시가전, 현지 민심의 관리는 최고 지휘관의 문제가 아니라 슬슬 일선의 판단이 중요해질 만큼 지지부진해졌다.
도시를 우회해서 찔러 오는 유격전도 곤살로가 파 놓은 참호를 잘 이용하기만 한다면 그럭저럭 견뎌 낼 수 있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전황이라면….
차라리 곤살로 자신이 없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공작 각하.”
“왜 그러시오?”
대표격인 알폰소 데 아라곤 이 에스코바르를 부르자마자 아라곤인들이 일제히 곤살로를 돌아본다.
그래, 이게 맞다. 이 정도 양보는 카스티야인들도 납득하리라….
“…내가 후방을 안정시키러 떠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지휘관이 전선을 벗어나는 건 안 될 말이오.”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전선을 고착시키는 가장 중대한 요인이 보급 부족으로 인한 아군의 사기 하락과 자원 낭비입니다.
군량을 모으러 여기저기를 나다니고 약탈하는 것보다는 후방을 안정시키고 로마와의 연결로를 깨끗이 청소하는 게 낫습니다. 후방의 별동대들은 이제 제가 직접 지휘합니다.”
곤살로가 빠진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에나에 가장 먼저 당도하고, 시가전에서 가장 많은 공로를 세운 장수가 빠진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곤살로라는 개인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전공에 대한 질투, 경쟁, 갈등이 줄어들리라.
또, 실제로 후방의 장애가 큰 위협이기도 하니.
이베리아에서 무어인과 맞서 넓은 지역을 빠르게 꿰뚫으며 기병들과 함께 달리던 그의 방식과, 이곳의 낯선 시가전은 도무지도 맞지 않았다.
곤살로는 자신의 특기를 살리기로 한다.
로마와 시에나 사이를 오가며, 숙련된 기병대를 이끌고 저항 세력들을 소탕한다.
“한두 주 정도는 자리를 비웁니다. 카스티야인들의 지휘권은 그동안 다른 이에게 인계될 것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이 혹시 계십니까?”
당연히, 없다.
아군이기 이전에 경쟁자가 빠져나가는 일이니.
곤살로는 곧 말고삐를 쥐고서 시에나를 떠났다.
지지부진한 시가전을 둘러싼 후방의 불안정한 상황을 진정시키고, 큰 틀에서 승기를 굳힌다.
그의 특기 중 하나인 기병이 활용될 수 없는 전장에서 벗어나 최대한의 활약을 한다.
그러면 점차 굳건해진 아군은 미숙련병인 피렌체 시민군들을 점차 누르면서 시에나를 가질 수 있으리라.
시에나에 단 사흘 동안 머물렀던 지휘관치고는 빠르고 적확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간과하였다.
* * *
한 가지는, ‘미숙련병’인 피렌체 시민군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생각대로 시민군 대부분은 막 줄을 맞춰 행군할 줄 알게 된, 어설프게 창을 꼬나쥔 상점주들이었다.
곤살로 본인이 끌고 온 이베리아의 숙련병들과 비교하자면 정규군이라 말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리라.
그러나 한 가지 분야에서만큼은 달랐다.
‘파치 가문의 반역’을 겪으면서, 이미 피렌체 시민들은 시가전이라는 것에 이골이 난 것이다.
짧게는 반역자들과의 직접적인 대규모 전투가 일어난 이틀에서 사흘.
길게는 순순히 체포되기를 거부하고 용병과 하인들을 통해 저택을 요새화한 귀족들을 상대하던 수 주.
그들은 도심에서 공격하고, 방어하고, 포위하는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어느 정도 경험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시에나 시민들은 시가전의 후배라고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 캄포 광장 근처의 이 저택을 보자.
친로마 계열 귀족이 점유한 이 저택은 시에나 내전 초기부터 재빠르게 요새화되어서는, 이 근방이 피렌체파에 의해 점령당하더라도 끝끝내 포위 공격을 버텨 냈다.
그러다 잠시 로마파의 군세가 이곳을 수복하면 물자를 공급받는다. 다시 피렌체파가 몰려오면 중간에서 끓는 물과 돌을 퍼부으며 피렌체파에게 피해를 강요한다.
여기까지가 피렌체 시민군들이 이곳에 당도하기 이전의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갈고리를 던져라!”
“피, 피렌체 놈들이 창문으로 넘어온다! 벽을 타고 넘어온다!”
“양쪽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어떻게든 내가 저 안의 귀족 놈 모가지를 따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만들어 낸 기상천외한 저택 공략법들.
땅굴 파서 저택 내부로 들어가기, 벽 타고 침투하기, 자연스럽게 그 집 하인인 양 혼란한 와중에 섞여 들어가기, 근방에서 간이 투석기 조립해서 발사하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