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33
“스… 피리도… 노바 동… 지? 동지?”
그렇다. 조선에 있다. 정확히는 원산 사회혁명당 당사에.
“…미안하네, 잠깐 졸았군. 일흔이 넘은 뒤로는 생각만 놓으면 잠이 오니 나 원.”
“아닙니다. 곧 있으면 조선 국왕 전하와 바빌로프 동지와 함께 연구소에 시찰 나가실 시간입니다.”
“그래, 고맙네.”
정말… 옛날 생각이 났었다. 그가 고작 스물두 살이던 시절의, 모든 게 변하기 이전의.
그로부터 2년 뒤, 게르슈니 동지는 신뢰하던 동지에게 배신당해 해외로 망명을 떠났다가 타지에서 결핵으로 죽었다. 죽을 때까지 그는 그 동지가 차르의 프락치인 줄 몰랐었다.
스피리도노바는 부들부들 흔들리는 지팡이를 짚고서 몸을 일으킨다. 이제는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수전증 때문에 손이 떨리는 나이가 되었다.
목표에 집중하라. 목표에 집중하라.
바빌로프 연구소로 향하니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연구소장 바빌로프가 반갑게 웃으며 스피리도노바를 맞아 준다.
“호주에서 재배할 작물의 목록입니다. 여기 세미나용 축약본이고요. 잠시 들고 계시다 지역 농업 조합 담당자들이 도착할 때 나눠 주시면 됩니다.”
“…알겠소. 고맙소.”
한때 그의 목표는 해방된 러시아였다.
지금 그의 목표는 호주이다.
* * *
이탈리아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서지중해의 해적들이 빠르게 줄어듦을 보고받았을 때 소련은, 특히 사회혁명당은 빠르게 아메리카 진출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로밀리와 사회혁명당 비밀 요원들은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유럽의 전화(戰火)를 부채질했다.
그에 따라 포르투갈이든, 카스티야든, 이탈리아의 해적들이든,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 오니 신대륙으로부터 시선을 잠시 떼어 놓았다.
그 빈틈이 소련의 기회였다. 커다란 분쟁 없이 안전하게 새로운 세계들로 뻗어 나갈 기회.
공산당은 아메리카 진출을, 사회혁명당은 호주 진출을 각각 담당한다.
소련의 대사들은 바리바리 선물들을 싸 들고 태평양을 건넜다. 해안가 부족들과 우호 관계를 맺고 그들의 토지를 매입했으며, 전초 기지를 건설하고 안정적인 항로를 확인하는 등의 과정들이 착착 진행되었다.
호주와 아메리카로 향할 자원자는 넘쳐 나니.
“캘리포니아의 기후적 특성을 생각해 볼 때 조선인 농부들에게 새로운 종자와 농법에 대한 철저한 재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단은 개간이 전혀 되지 않은 토지들이 대부분이니, 현지 부족들과 교섭하며 구매한 땅이 넓은 만큼 내륙쪽의 건조한 부지들에는 목초지를 중심으로….”
이제 곧 시작이었다.
당장은 조선과 만주에서 폭증하는 영세 자영농들에게 땅을 나눠 주기 위한 한 방편이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이라는 나라의 체격 자체를 키우는 작업이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소련의 영역은 조선반도와 만주, 거기에 이런저런 도서 지역이 전부다.
러시아가 있기는 하지만 지리적 간극이 너무 커서 실질적으로는 외국이나 다름이 없다. 그 부수반 권람만 하더라도 10년 넘게 고향 땅을 못 밟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아메리카와 호주를 손에 쥔다면? 소련은 중국과 몽골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한 거대한 영역을 얻게 된다. 소련이 대륙 국가가 되는 것이다.
중원보다도 훨씬 거대한 영토가 소련의 것이 되었다는 소식은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트로츠키는 직접 거대한 개척선단들을 시찰하며 얼굴도장을 찍었고, 다른 인민 위원들 역시 제 분야에서 착실히들 움직여 주었다.
문화예술인민위원회에서의 블레어의 섬세한 안배도 돋보였는데.
원산 어디에도, 드로브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연주되지 않는 공연장이 없었다.
물론, 흥분된 분위기는 분위기일 뿐이고.
“아, 트로츠키 동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신품종이나 구경하고 가시겠습니까?”
“괜찮소, 바빌로프 동지. 곧 있으면 공산당 정기 회의니까, 그 전까지 자료만 전달받고 가겠소.”
그와 별개로 실무진들은 바쁘게 돌아간다.
* * *
혁명가들은 이름이 많았다.
개중 몇 가지는 버려야 했고, 몇 가지는 살아남았다.
우크라이나 부농의 아들 브론시테인. 그는 자유주의자였고, 유대인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어린 소년이었다.
그는 죽었다. 러시아 제국의 농민에 대한 가혹한 수탈이 심약한 소년을 죽이고 인민주의자를 낳았다.
그러나 인민주의자 학생 브론시테인 역시 빠르게 죽는다. 이자를 죽인 것은 직접적으로는 첫 번째 부인이 될 스콜롭스카야의 설득이었고, 궁극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적 논리의 명료함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어학에 탁월했고 다개국어로 소통했다. 러시아에 갇힌 인민주의자들의 좁고 고루한 세계 역시 빠르게 녹아내렸다.
그는 학생 운동가 ‘리보프’가 되기도 했고, 런던으로 망명하여 문필가 페로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끝내 살아남은 이름, 이제는 살가죽만큼 그의 존재 자체에 부드럽게 달라붙는 이름은 이것이었다.
트로츠키.
그는 트로츠키였다. 수많은 자기 자신들, 봉건적이며, 일국주의적이며, 반동적인 자기 자신들을 죽여 가며 만들어 낸 이름이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다.
가끔은, 아주 많이.
면도칼처럼 명료한 논리로서 그는 자신의 허물을 찢어 가며 과학적 사회주의자로서 거듭났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 인민위원평의회 의장 레프 다비도비치 트로츠키.’
이 직함을 써낼 때마다, 그는 이 이름에 얽힌 역사를 생각했다.
나는 트로츠키.
과학자.
혁명가.
* * *
캘리포니아는 아주 비옥한 땅이었다. 심지어 넓기도 하다. 여태껏 확보해 놓은 것보다도 더 많은 영토를 소련은 메시카 대공국과의 협정 한 번으로 마술처럼 쉽게 얻어 냈다.
이제 이곳은 소농들을 위한 안식처, 또는 쓰레기통이 되리라.
불만에 찬 봉건적 소부르주아지들에게 땅이라는 여물을 먹이면 만족하고 조용해지리라.
…라는 생각이 원래 아메리카 진출의 밑그림에 있었다고 한다면,
“절대 쌀농사를 곧바로 지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아니다.
“정말로 아니 되오? 허나 조선 농민들에게 농사라 하면 곧 쌀농사나 다름없소, 바빌로프 동지.”
아무리 조선에 시장 경제가 자리 잡았더라도 환금 작물보다 쌀농사를 선호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논리적이다. 작물을 키워다 팔아서 돈을 버는 것보다야, 돈 그 자체가 되어 주던 쌀을 재배하는 것이 옳은 선택지다.
이 또한 시장 경제에 익숙지 않은, 자급자족적인 물물 교환에 익숙한 봉건 소농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생각이었다.
“쌀농사를 짓지 못한다면, 조선 내부에서의 인구 과다 문제는 해결하기 몹시 어려워지지 않소?”
“안타깝지만… 어렵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캘리포니아의 기후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바빌로프 연구소. 이제는 작은 오두막이 아니라 수백 명의 연구원들이 돌아다니는 거대한 4층 건물이고, 그 주위에는 드넓은 시험 재배장이 장원처럼 펼쳐져 있다.
들어보니 방금 전에는 스피리도노바와 호주 개척을 의논했다던데, 그렇게 바삐 지내는 것 치고는 여전히 그의 몸은 열정으로 차 있다.
연구소의 다른 과학자들이 다가와 트로츠키에게 이런저런 서류를 건넨다. 그가 자료를 뒤져 보자 바빌로프는 말을 이어 간다.
“밀 농사는 가능합니다, 동지. 또 호두도 그 특성상 캘리포니아에서도 아주 잘 자랄 겁니다. 어쩌면 조선산 호두보다 캘리포니아 호두의 값이 더 싸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빌로프는 아메리카 지도를 펼쳐 캘리포니아의 이곳저곳을 트로츠키에게 가리켜 보인다.
“그러나 쌀처럼 이 지역의 기후에 적응을 요하는 작물은 아직 재배가 불가능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당장 쌀농사를 시도했다가는 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강 인근이라면… 장기적으로 볼 때 가능하고?”
“정확합니다. 하지만 개척을 기약 없이 미루고 싶진 않으시겠죠. 새크라멘토 분지는 토지가 아주 비옥하고, 강 주위는 아직 늪지대이지만 점차 개간해 내면 성과가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점차 개간해 내는’ 과정에 1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건 안 될 말이지.”
트로츠키는 바빌로프를 따라 연구소 건물 내로 들어온다. 여전히 창문 바깥으로는 널찍하게 뻗은 논밭이 펼쳐 보인다. 트로츠키는 무심결에 정답을 말한다.
“…그렇다면 쌀을 선호하지 않는 집단을 먼저 보내면 되겠군.”
그래, 만주인들을 보내는 거다. 만주인들은 무논밭이 아니라 드넓은 목초지와 자유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조선에서도 보다 조직적인 노동에 익숙한 숙련공들을 데려다 가서 조선 재래식 소규모 농업 대신 소련식 농업공장으로 한번 가 보자.
전문 농학자들이 진두지휘하며, 적확하게 구획된 농장 지대에서 각자 고도로 전문화된 농업을 수행하는 이들.
이렇게만 한다면 일단 아메리카 개척은 성공이다.
단, 이렇게만 한다면 나머지가 실패다.
아메리카 개척이 무엇을 위한 것이던가?
급증하는 소농들을 밀어내기 위해서다.
소농들은 어째서 급증하는가?
일자리가 없어서다.
물론 여기서 조선 내 농업공장의 인원들을 아메리카로 보낸다면 소농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주 정책의 효과가 당장은 나타난다.
허나,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잡히지 않는다.
소농들이 급증하는 바는 결국 조선의 인구 팽창으로부터 오며, 이 잉여 노동력들을 흡수해 낼 산업이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자가 서로 부딪히고, 전자들이 반응하듯이 수많은 변수가 서로 얽히고 부딪히고 움직인다.
트로츠키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욕망과 계산에 따라 움직이면서 그리는 궤적들.
그것들을 모아 놓으면 역사의 결괏값이 나온다.
그리고 트로츠키는 그 결괏값이 ‘진보’로 나오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는 화학자처럼 신중하게, 아메리카와 소련을 반응시켜 화학 작용을 일으켜 본다.
* * *
/ 작가의 말
한 에피소드를 쓰기 위해 48시간 철야 회의를 해 보신 적 있습니까? 그러다 둘 중 한 사람이 앓아누운 적 있습니까?
하지 마십시오. 철야 회의는 공산주의자들의 악습입니다.
두 가지 길 (2)
신대륙 진출 사업이 점차 초읽기로 가까워지니 각자의 머릿속 계산기들이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동지, 저희의 요구 사항은 언제나 그랬듯 단순합니다. 자치권입니다, 자치. 저희에게는 저희 스스로의 민족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민족 공동체의 머릿수가 천 단위를 넘지 못하는데도 그렇소? 심지어 당신들의 고향 땅과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땅이오.”
“물론입니다. 저희 아일랜드 공화국군(IRA)는 언제나 그것만을 요구해 왔습니다.”
스피리도노바는 눈앞의 아일랜드인 협상단들을 잠시 훑어보다가 말한다.
“좋소. 당신들의 민족 공동체를 단위로 구성한 정착촌을 설치해 보도록 노력하겠소. 만일 그 공동체가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한 채로 잘 이어진다면 향후 자치권도 얻을 수 있겠지.”
“감사합니다, 스피리도노바 동지!”
“대신에 기억하시오. 이것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거래요. 당신들이 어느 정당에 투표를 하고, 어느 단체에 후원할지를 잘 결정하시오.”
“물론입니다. 오늘의 동맹 관계가 앞으로도 원활히 이어지기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뒤 아일랜드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한다. 스피리도노바 역시 일어나 그들의 악수를 받고 떠나보낸다.
“동지, 다다음 일정은 폴란드 공산당 계열 인사들, 그리고 이탈리아계 거물들과의 회담으로 잡혀 있습니다.”
“일단 일정은 고정해 두게. 취소하지 말고. 하지만 언제든 미뤄질 수는 있도록 하게. 지금부터 이어질 일정이 이 사업의 핵심이니.”
“네, 알겠습니다.”
그동안 쌓아 둔 수많은 인연을 활용할 때가 되었다.
사회혁명당은 준비해 둔 정치적 자원들이 많았다.
우선, 버릴 듯 말 듯 거리를 유지해 온 원산 내 민족주의 공동체들과의 유대.
그들이 바라는 것이 뭐 별거겠는가? 민족 단위로 똘똘 뭉쳐 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 하는 목표, 그리고 민족 정체성을 유지해 나가고 싶다는 욕망.
개중 전자는 공산당 중심의 1.5당제 성립 이전의 혼란기에서 대부분 기획이 좌초하였다. 민족주의자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보기에는 원산의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
이제, 원산의 인구는 40만이 훌쩍 넘는다.
그에 비하면 1452년에 건너온 의용군 인구는… 1만 5,000명? 세대를 거치며 수가 늘었다지만 그 가족까지 합해도 여전히 5만 명 정도 선에 머무른다.
물론 숙련공이나 학자 같은 핵심 인력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의용군 계열들이 원산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쪽수가 조선계에 한참이나 못 미치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들 조직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후자의 목표만이 온전히 남았으니.
스피리도노바는 저들에게 기꺼이 호주의 땅을 내줄 생각이 있었다.
유럽의 평화로운 전원 마을을 어디 멜버른 주위에 짓고 살든, 시드니에 바르샤바 향우회 같은 것을 세우든 알 바 아니다.
그들이 인근에 인프라를 깔고 토지만 잘 개간해 준다면, 고작해야 인구가 천 명을 넘지 않을 작은 자치 촌락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이 원산 내부에서 호주 개발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든, 정착촌 건설을 위한 조직을 세우든 간에 머릿수 자체가 한정되어 있으니.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일단 당사 외곽의 정자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알겠네. 그쪽으로 가지.”
결국에 원산 내부에서의 역량 동원만으로는, 특히나 의용군 내 커뮤니티에만 접근해서는 절대 대계를 이룰 수 없다.
애버리진(Aborigine, 호주 선주민의 통칭)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조선인과 만주인들의 대규모 이주를 이뤄 내는 게 이번 개척의 관건인 만큼 더더욱.
“목축업 중심으로 가면, 만주인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만, 밀은 몰라도 쌀농사는 호주의 수자원 부족 때문에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조선반도의 북부에서 자원자를 일단 끌어모아 보게나. 그쪽은 그나마 밀 중심의 농업이 발달한 지역들이 많으니”
“네. 알겠습니다, 동지.”
“이제 나는 회담이 있으니, 자네도 밖에서 대기하고 있게.”
조선인들의 대량 이주를 이끌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쌀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땅이다. 어느 조선 사람이 선듯 떠나려고 하겠는가?
그러면 해결책은, 아마 하나뿐이리라.
스피리도노바가 지팡이를 짚으며 문앞에 서니, 옆에 있던 비서가 문을 밀친다.
“민족자주연맹의 당수를 만나 뵙게 되어 반갑소.”
“오랜만입니다, 동지.”
찻잔을 내려놓고 앉은 박팽년은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기업농들의 호주 진출을 설득하고 싶다 하셨습니까?”
조선 사람이 아니라, 자본을 보내면 된다.
* * *
조선 경제에 유의미하게 작동하는 농업 인구는, 크게 세 세력에 의해 삼분되어 있다.
농업공장, 협동조합 농장, 기업농.
이들은 각각 조선 공산당, 인민당, 민족자주연대에 지도되고, 마찬가지로 각각의 이익을 저 세 개의 당이 보장한다.
최근에 정치적 지형도가 이러저러하게 변화했다고는 하나 그 기본 골자는 대강 여전하다.
고로 대지주들이 구성하는 농업 자본들을 움직이려면 민족자주연맹과의 회담은 당연했다.
특히나 호주는 대륙의 대부분이 건조 기후이기 때문에, 방목용 초지로 널리 사용되기 좋다.
조선에서 말 이외에 대규모 목장을 운용하는 건, 보통 조정에서 후원한 함길도 호족들이 차린 농축산 기업들.
호주의 개발을 위해서라면,
“두 당의 유대가 언제까지나 도타울 것이라 믿었습니다. 저희 민자련의 후원자분들 역시 분명히 스피리도노바 동지의 큰 뜻에 함께하고자 가산을 내놓을 것입니다.”
조선의 부르주아지들을 활용해야 한다.
박팽년으로서는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이리라.
기업농들은 조선에서는 더 팽창을 이룰 방도가 없다. 소농들이 조그만 땅뙈기들을 두고서 다투다 결국 나라님에게 호소하는 것이 작금의 조선이다.
그렇다고 농장주들이 곳곳에 퍼진 그 소농들에게 땅을 팔라고 해도 들을 이가 없다. 애초에 조선의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아 밀려난 이들에게 그 땅은 마지막 보루이니.
그러나, 호주라면….
“소련 정부로부터 호주 대륙을 경작할 권리를 살 수 있다 말씀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