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
공금교불갠소 혼자만 보기
-쭈니내나-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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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상속인
지은이│수피아
펴낸곳│로즈엔
투고메일│[email protected]
ⓒ 수피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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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살다 보면 인생을 바꿀 커다란 일이 갑작스레 찾아올 때가 있다.
“벨라리아 아인델 호슨의 모든 재산은 리엘라 테니어에게 상속한다.”
바로, 지금처럼.
01. 만남
수도의 하늘 끝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밤의 냄새를 품은 새벽 서늘한 공기가 남아 있는 거리에 이른 장사를 준비하기 위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리엘라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꽃다발을 가득히 든 리엘라는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리엘라, 잘 잤니?”
“안녕하세요, 카엘 씨!”
자주 들르는 빵집 아저씨의 인사를 받으며 물웅덩이를 재주 좋게 건너뛴 리엘라는 길 끝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 도착했다.
“으아, 무거워.”
리엘라는 들고 온 꽃다발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자물쇠를 풀고 가게의 문을 열었다.
사실 가게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초라한 곳이었다. ‘리엘라의 화원’이라는 간판 하나를 붙이고 내부에는 양철로 된 양동이 몇 개와 넓은 나무 테이블이 전부인 곳. 하지만 리엘라는 그런 자신의 가게를 자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갔다.
리엘라는 가게 안에 있던 양동이를 전부 밖으로 꺼내 그 안에 물을 채웠다. 꽤 많은 수의 양동이였기에 그것들을 다 채울 즈음에는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손등으로 땀을 훔친 리엘라는 바닥에 두었던 꽃들을 전부 가게 안 테이블 위로 올린 후 벽에 걸려 있던 앞치마를 허리에 둘렀다.
“그럼 슬슬 작업해 볼까?”
리엘라는 두꺼운 장갑을 낀 다음 꽃다발을 감싼 신문지를 풀었다. ‘하운 대공, 과연 올해에는 북부 전선에서 귀환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적힌 신문이 리엘라의 손에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향긋한 꽃향기와 함께 붉은색의 장미 다발이 나타났다. 그다음에는 노란색의 프리지어. 그다음에는 분홍색의 튤립.
리엘라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색색깔의 꽃들이 작업대 위에 쌓였다.
가장 먼저 리엘라의 손에 들린 것은 꽃잎이 살짝 벌어진 분홍색의 튤립이었다. 꽃을 묶은 끈을 잘라 낸 리엘라는 조심스럽게 잎사귀를 뜯어낸 다음 양동이 길이에 맞춰 줄기의 아래를 잘랐다.
타닥타닥.
줄기에서 잎을 뜯어내는 소리가 조용한 가게 안에 울렸다. 돌돌 말린 넓은 잎이 떨어지고 줄기에 묻은 흙을 털어 낸 리엘라는 작업을 끝낸 튤립들을 모아 길이를 맞춘 다음, 날이 날카로운 가위를 들어 밑의 줄기를 잘라 냈다.
그리고 줄기의 밑을 깨끗하게 씻어 내곤 물을 채운 양동이에 작업한 튤립을 넣었다. 그다음에 다시 안으로 돌아와서 나머지 꽃들 역시 손질을 했다.
한참 동안 작업을 하던 리엘라가 마지막으로 손질한 장미를 넣는 순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리엘라!”
“왔어?”
길 너머에서 그녀의 친구인 리나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리나의 손에는 아주 큰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리나가 가까이 다가오자 고소한 냄새가 리엘라의 코끝을 간질였다. 갓 구운 빵과 녹은 버터 그리고 살짝 구워진 베이컨까지.
그 냄새에 리엘라가 침을 삼키자 리나는 낄낄 웃으며 바구니 안에서 종이에 싼 샌드위치와 주스가 든 유리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리나의 부모님은 이곳 브릭스 거리에서 가장 큰 식당인 ‘검은 고양이’의 주인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여는 식당은 그곳밖에 없었기에 브릭스 거리의 상인 대부분은 아침 식사를 검은 고양이에서 해결하곤 했다. 그리고 자리를 비우기 힘든 사람의 경우에는 리나가 매일 아침 식사를 배달하곤 했다.
리엘라가 손을 씻고 오는 사이 리나는 어느새 의자를 꺼내 마치 제 가게처럼 앉아 있었다.
“야, 그거 들었어? 카슨 씨네 둘째 딸이 이번에 아카데미 수석으로 졸업했대.”
리엘라가 돌아와 샌드위치를 꺼내기도 전에 리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부 잘한다고 엄청나게 자랑하고 다니더니 진짜긴 했나 봐. 다음 주에 집으로 돌아오는 모양이더라.”
평소에도 딸 사랑으로 유명한 카슨 씨였다. 분명 다음 주에는 집 뒷마당에서 돌아온 딸을 환영하는 파티를 크게 열 것이다. 리엘라는 샌드위치를 크게 베어 물며 카슨 씨와 그의 딸이 좋아하는 꽃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요즘 나오는 꽃들 중에 어떤 꽃이 싸고 예쁜지를 생각했다.
“아, 맞다. 그리고 어제 이튼 저택에서 일하는 엠마를 만났어.”
“엠마는 잘 지낸대?”
“아니. 얼굴이 너무 안 좋더라. 그도 그럴 게 이튼 저택의 마님께서 쓰러지셨잖아. 그저께부터는 아무것도 못 드신대. 의사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실 거라고 했다더라.”
“저런….”
이튼 저택은 브릭스 거리의 끝에 있는 아주 넓고 큰 저택이었다. 그 저택의 주인인 레이디 이블린은 브릭스 거리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사람들은 모두 존경심을 담아 저택의 마님이라 부르며 존경으로 대했다.
“나 이만 가야겠다. 나중에 봐!”
한참 동안이나 수다를 떨던 리나는 시계를 보더니 재빨리 일어나 부모님의 가게로 돌아갔다. 리엘라는 먹은 흔적들을 치운 다음 길에 나가 거리의 끝을 바라보았다. 멀리 흰 저택이 보였다. 리엘라는 그곳을 향해 잠시 기도했다.
석양이 질 무렵, 브릭스 거리의 종탑이 무거운 종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길을 가던 사람들은 모두 발을 멈추곤 모자를 벗고 이튼 저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금 전 세상을 떠난 이가 행복한 곳으로 갔기를 기원했다.
***
다음 날, 리엘라는 다양한 꽃을 사던 평소와 달리 흰색의 백합을 가득 들고 가게로 왔다.
그런 다음 재빨리 꽃을 다듬은 후 한 송이, 한 송이 흰색의 포장지로 감싼 다음 밑을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검은 리본으로 묶었다.
그 꽃들을 양동이에 꽂기도 전에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한 송이에 얼마입니까?”
“80실링입니다.”
손님은 조용히 돈을 지불하고는 꽃을 들고 이튼 저택으로 향했다.
그 손님을 시작으로 리엘라의 꽃집에는 계속해서 백합을 찾는 손님들이 왔다. 결국 아침에 가득 사 왔던 백합은 정오가 되기도 전에 모두 팔려 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리엘라의 가게를 찾은 사람들은 낭패라는 얼굴로 혹시 주변에 다른 꽃 가게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점점 이튼 저택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었다.
텅 비어 버린 양동이를 보던 리엘라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 거리의 사람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을 보던 리엘라는 잠시 가게의 문을 닫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한참 후, 거친 숨을 내쉬며 돌아온 리엘라의 품에는 이제 막 자른 듯한 싱싱한 백합이 가득 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재빨리 다듬어 통에 넣은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가게 앞에 있는 석판의 가격을 지운 다음 새로 썼다.
한 송이 10길더.
그사이 꽃을 사러 온 한 사람이 그 가격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백합 한 송이에 비싸 봤자 1길더다. 그런데 10길더?
“너무하는군. 조문객들에게 이런 폭리를 취할 참이오?”
높은 모자를 쓴 신사는 불쾌하다는 듯 리엘라에게 꾸짖는 목소리로 말했다. 리엘라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로 양동이를 바라보았지만 가격을 고치지는 않았다.
“저는 오전까지 꽃시장에서 사 온 백합 한 송이에 80실링을 받았어요.”
그 말에 신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1길더가 100실링이니 꽃 한 송이에 80실링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범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왜 이건 한 송이에 10길더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꽃들입니다.”
“허, 참.”
리엘라의 말에 신사는 백합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싱싱하긴 했지만 그것뿐인, 평범한 백합이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열 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할 이유를 찾지 못한 신사는 몸을 돌렸다.
다른 지역에서 소식을 듣고 온 것일까. 브릭스 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바구니에 흰 백합을 가득 담고 소리치고 있었다.
“꽃 팔아요! 한 송이에 5길더!”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신사는 리엘라가 가져온 백합을 한번 보더니 낯선 꽃 장수에게 다가가 꽃을 샀다.
길에 낯선 사람들이 늘어나고 석양이 질 때까지 리엘라가 새로 가져온 백합은 한 송이도 팔리지 않았다.
***
주홍빛 석양이 점점 보라색으로 물들고 브릭스 거리에도 어둠이 내려앉았다. 가게들이 슬슬 문을 닫고 몇 안 되는 음식점과 술집만이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리엘라는 가게 바닥을 쓸어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 가게 앞에 하나 남아 있는 양동이에 다가가 턱을 괴고 앉았다.
“역시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봐.”
어두워지는 거리에서 리엘라의 눈에는 더욱 잘 보이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며 환한 빛을 뿜어내는 백합의 모습이.
리엘라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다섯 살 때였다.
“신기하네. 리엘라가 꺾어 온 꽃은 유난히 오래 피어 있는 것 같아.”
어머니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리엘라의 방에 있는 꽃병을 보았다. 가족 모두가 집 근처의 언덕에 놀러 가면, 세 자매는 신난다는 듯 꽃이 피어 있는 들판을 달렸다. 언니들을 따라가던 리엘라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한 곳을 바라보았다.
“예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던 언니들에게 이젠 관심도 없다는 듯, 리엘라는 풀숲으로 들어갔다. 길게 자란 풀 사이에 활짝 피어 있는 푸른색의 꽃이 있었다.
“반짝반짝해.”
리엘라의 눈에는 그 꽃의 꽃잎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