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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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네! 10만! 10만 길더!”
하운이 말하자 중개인은 정신을 차린 듯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10만 길더! 10만 길더! 더 없으십니까?”
“…….”
“…….”
헤이든도 멜라니아도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조금 전까지 2만 길더를 이야기했었다. 그것만 해도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 참 비싼 꽃이었다고 회자될 가격이었다. 그런데 뭐? 10만?
사람들의 시선이 하운에게 쏟아졌다. 그중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하운 대공님이시다!”
“뭐? 그 하운 대공님? 보석술사?”
“그분이 왜 여기에 계셔?”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진 경매장 안에서 리엘라는 하운을 바라보았다.
“대공님,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당신 머리 괜찮아? 라는 표정으로 리엘라가 차마 소리치지는 못한 채 그에게 말했다.
“저 꽃 갖고 싶은 것 아니었나?”
“그야 당연히….”
본심을 말하던 리엘라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다음 고개를 흔들며 정신 차리라는 듯 하운에게 말했다.
“10만 길더예요!”
“알고 있어. 그리고 그 정도는 되어야 어울리지.”
“네?”
어울리다니? 뭐에 어울린다고?
“리엘라 테니어. 그대는 자신이 누구인지 또 내가 누구인지 좀 더 자각할 필요가 있어.”
“무슨 말씀이세요?”
“그대는 호슨 공작의 상속인이야.”
“그건 잘 알고 있는데요….”
그 소리를 갑자기 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나라의 유일한 대공이고.”
“그것도 잘 알고 있는데요.”
그사이 중개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그럼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더 부르실 분 없으십니까?”
그 말에 헤이든도 멜라니아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조금 전 자신들이 아웅다웅하던 금액의 열 배가 되어 버린 꽃이다. 이쯤 되면 화도 나지 않았다. 단지 어이가 없을 뿐. 두 사람이 포기를 선언하자 중개인은 재빨리 소리쳤다.
“10만! 10만 길더! 오늘 들어온 붉은 엘피안은 10만 길더에 거래가 종료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중개인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모자를 벗고 벽에 붙어 있던 종을 있는 힘껏 쳤다. 경매 종료를 알리는 세 번의 종소리가 울리자 경매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카르디아 꽃 시장 역사상 최고가의 경매가 이루어진 순간에 자신들이 있는 것이다.
“10만! 10만 길더짜리 꽃이 나왔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 중개인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엘피안 꽃을 들고 왔다. 원래는 돈을 지불한 후에 물건을 넘기는 것이 원칙이건만 하운이 눈빛으로 빨리 가져오라 말하기에 후다닥 들고 온 것이다. 하운은 중개인에게 꽃을 넘겨받은 후 넋이 나간 사람처럼 ‘10만, 10만….’ 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리엘라에게 엘피안 꽃을 내밀었다.
“받아 주길. 그대에게 주는 선물이다.”
***
시장을 출발할 때 온갖 사람들이 다 달라붙었지만 하운이 계속해서 따라오는 자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라며 보석의 힘을 불러내자 다들 재빨리 멀찍이 물러섰다. 꽃도, 하운 대공도 궁금하지만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을 떨어트려 두고 마차는 새벽길을 달렸다.
“하….”
한숨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리엘라는 무릎 위에 있는 화분을 보았다. 중개인의 손에 들려 있는 걸 멀리서 보았을 때도 예뻤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욱 예뻤다.
활짝 벌어진 타원형의 선명한 붉은색 꽃잎. 그 밑을 짙은 녹색의 꽃대가 튼튼하게 받쳐 주고 있었다. 안에 있는 꽃술로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꽃잎의 색은 진해질수록 우아했다. 아니, 왜 꽃이 이렇게 기품이 흘러넘치는 거지? 게다가 맺혀 있는 봉오리는 하나같이 탐스럽게 통통해서 큰 꽃이 피어날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흐아….”
보면 볼수록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흐, 하는 수상한 웃음소리가 나오기 전에 리엘라는 양손으로 얼굴을 눌렀다. 그럼에도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에 양 볼이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안 돼. 안 돼. 정신 차려야 해. 이렇게 좋아할 일이 아니야. 하운 대공이 이걸 샀다고. 그리고 나에게 선물했어. 어떻게든 돌려주든가 아니면 경매장에 낙찰 포기를 할 수 있나 물어봐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예쁘다.”
정신을 놓은 탓일까. 생각대로 말이 튀어 나가 버렸다. 다시 헤실헤실 웃는 얼굴이 된 리엘라는 화분을 끌어안았다. 작년에 본 꽃보다 몇 배나 더 크고 아름답다. 이런 꽃이 지금 품 안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좋나?”
그때 맞은편 자리에서 들린 하운의 목소리에 리엘라는 재빨리 표정을 가다듬고 헛기침을 했다. 꽃에 정신이 팔려 하운이 맞은편에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선물이니 뭐니 해도 하운이 샀으니 이 꽃의 주인은 하운이다. 리엘라는 품에 안고 있던 화분을 슬그머니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때 마차가 덜컹거렸고 화분이 넘어질 뻔하자 리엘라는 재빨리 그것을 다시 품에 안았다. 지금 집 한 채가 날아갈 뻔했으니까.
화분을 소중히 끌어안은 채 리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내가 웃고 있을 때가 아니야. 세상에 이런 금액의 선물을 덥석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운 대공이 이런 화분을 그냥 저에게 사 줄 리가 없었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낙찰받은 건 취소할 수도 없다 들었는데.’
어떻게든 10만 길더를 마련해서 하운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꽃을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생각을 읽는 보석도 있나요?”
희게 질린 리엘라의 얼굴을 본 하운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게 있었으면 애초에 호슨 공작이 이런 일을 벌이게 뒀을 것 같나?”
그 말에 짜증이 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그런 보석이 있었다면 경매장에서 내가 속으로 욕하는 걸 다 들었겠지.’
하운이 10만 길더를 불렀을 때 마음속으로 ‘이 사람 미쳤나 봐’를 수천 번을 울부짖었으니까.
그 순간 꽃 시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모자를 던져 올렸다. 팔리고 남은 꽃들도 함께 허공을 날았다. 꽃 시장이기에 술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날아다니는 것은 꽃이 아니라 술이었다.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삐 꽃 시장을 나섰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리엘라는 오늘 이 거래가 얼마나 빨리 수도에 퍼질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저녁 신문이 나오기 전에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알게 되리라.
‘10만 길더.’
꽃값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몇 번이나 생각해도 현실감이 없었다. 리엘라가 어두운 얼굴이 되어 다시 한숨을 내쉬자 하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돈이 그렇게 부담스럽나?”
“그게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도 있나요?”
되묻던 리엘라는 그 답이 자신의 앞에 있음을 깨달았다. 10만 길더를 쓰고도 아무런 감흥도 없어 보이는 하운이.
하운은 리엘라의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한 다음 질문했다.
“지금 변호사들에게 어떤 설명을 듣고 있지?”
“호슨 공작님께서 진행하셨던 사업과 거기에 들어가는 돈, 그리고 그 돈들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유지되며 그 기한이 언제까지인지….”
“호슨 공작이 지방에 갖고 있던 저택과 땅. 그 외에 그녀의 이름 아래 있는 회사와 은행의 금고에는 가 본 적 있나?”
“아니요.”
처음에는 안전 때문에 가지 못했고, 그 후엔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설명만 들었을 뿐 가 본 적은 없었다. 제가 가 보았자 부담만 줄 것 같았고 그런 곳에 가면 좋은 소리를 들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군.”
리엘라의 대답을 들은 하운이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마차의 창문 밖으로 리엘라에게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잠시만요!”
리엘라가 소리치자 곧 마차가 멈췄다.
“무슨 일이지?”
“중요한 걸 잊을 뻔했어요.”
“그게 뭐지?”
“아침 식사요!”
***
“오랜만이야, 리엘라. 야, 말도 마. 그동안 얼마나 네 소문이 브릭스 거리를 돌고 돌았는지 너는 모를 거다. 네가 알고 보니 호슨 공작님의 숨겨 둔 딸이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웃 나라의 공주라는 말까지 돌았어. 내가 너희 부모님이랑 조부모님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해도 기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소설을 지어내더라. 그건 그렇고 이것 좀 받아 줘. 오랜만에 왔으니 네가 좋아하는 거 전부 잔뜩 넣었어. 그 꽃은 뭐야? 엄청 크네. 이쪽으로 줘, 치워 둘게. 방해되잖아.”
“아, 아냐, 이건 괜찮아! 아 샐러드 쏟아지겠다. 이쪽으로 줘.”
리엘라는 와르르 쏟아지는 리나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며 그녀가 주는 큰 샐러드 볼을 받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검은 고양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 장사를 하고 있었다. 리엘라는 마차에서 이곳을 본 순간 자신과 하운, 그리고 마부까지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급히 마차를 세우고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리나는 제 손에 들려 있던 팬케이크와 베이컨, 계란, 토스트가 올려진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다음 리엘라의 맞은편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분은?”
“…어, 그게…하운 대공님이셔.”
리나의 질문에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까 잠시 고민하던 리엘라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소문은 다 퍼졌을 테니 숨겨 봤자 오래갈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나중에 리나가 자신에게 거짓말한 것을 알면 가만두지 않을 것도 두려웠고.
“역시나.”
리나는 밀가루가 묻은 제 앞치마를 툭툭 털더니 지금까지 리엘라가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차분한 목소리와 우아한 태도로 치마를 살짝 잡아 들더니 하운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운 대공님. 리엘라의 친구인 리나 레든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이지요. 오늘 저희 가게에 이렇게 대공님을 모시게 되어서 크나큰 영광입니다.”
호슨 공작의 저택에서 봤던 어지간한 귀족 영애들보다 더욱 완벽하고 기품 있는 인사를 하는 리나의 모습에 리엘라는 입을 뻐끔거렸다. 너 뭐야, 몰라.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