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6
◈ 216화 오더 시노드 (3)
“존 도우. 자네도 조금 심했네.”
상황을 중재한 레슬리가 루드거에게도 핀잔을 날렸다.
“아무리 방해가 됐다고 하지만, 동료나 다름없는 부하들을 죽이다니. 잘못은 그쪽이 먼저 했다지만, 자네는 항상 손속이 과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레슬리는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니콜라이 녀석이 당하는 꼴을 보니 평소에 쌓였던 것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야.’
자기 과시를 부리는 니콜라이는 이전부터 레슬리와 자주 충돌하던 사이였다.
진지하고 무거운 레슬리와 다르게 언행이 가벼운 니콜라이는 물과 기름 이상의 상극이었다.
같이 제로 오더를 섬기는 자가 아니었다면 가장 먼저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녀석.
그놈이 오늘 존 도우를 건드렸다가 된통 당하고 말았다.
이보다 더 통쾌한 일이 있을까.
존 도우가 부하들을 죽였다?
그건 애초에 알 바가 아니었다. 제로 오더 님께 도움이 하등 되지도 않는 놈들 몇이나 죽어도 그게 무슨 상관할 일인가.
‘니콜라이 녀석. 평소에도 제로 오더 님의 총애를 받는 존 도우를 질시하더니 결국 이렇게 됐군.’
아직도 부들거리며 떠는 니콜라이의 모습을 보니 아마 향후 1주일 동안은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 올 것 같았다.
‘그보다 의외야.’
존 도우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존재였다.
성격이 개차반인 거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본 모습은 그의 상상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번 물면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물어뜯는 미친개. 그런 인상이 전부였거늘.’
오직 제로 오더의 명령만 따르는 엽견.
수틀리면 같은 동료에게도 칼을 들이미는 사이코패스.
그것이 존 도우라는 인물의 전부였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성격 때문에 오히려 왜 저런 녀석이 퍼스트 오더인가 의문이 들었던 적도 많았는데.’
존 도우는 퍼스트 오더 중에서 변장과 잠입, 위장에 특화된 녀석이라 실질적인 전투력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워낙 비밀리에 움직이다 보니 드러난 정보가 현저히 적은 탓이다.
그래서 퍼스트 오더들 사이에서 그의 자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게다가 주어진 자리에 비해서 혜택도 과했지.’
존 도우는 검은 여명회 소속 부하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못 써먹을 녀석들이나 배신자에 대한 제재권은 다른 퍼스트 오더들에게도 있었지만, 존 도우는 그 경우가 심했다.
그럼에도 제로 오더는 존 도우를 탓하거나 책망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일까.
단 한 번도 그에게 쓴소리한 적이 없었다.
‘제로 오더 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존 도우를 퍼스트 오더로 유지시키시려 했는지, 지금까지 몰랐거늘.’
오늘, 그 이유를 드디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새삼 제로 오더를 향한 존경심이 들었다.
‘그분은 다 알고 계셨구나.’
제로 오더는 자신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득히 뛰어나신 분.
그분께서 저렇게 행동을 하셨다는 것은 전부 그만한 뜻이 있어서였다.
실제로 지금, 존 도우의 숨겨 왔던 실력이 증명됐다.
니콜라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같은 퍼스트 오더에게 관측당하지 않을 정도로 은밀히 움직인 것도 그렇고.
오늘 유독 의외의 면모가 돋보였다.
성격이 더러운 건 여전하지만.
‘특히 레더벨크의 실험실을 자신의 손으로 지웠다는 말. 아마 저것에 거짓은 없을 거다.’
실제로 레더벨크 지부는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존 도우의 지난 행보를 생각하면 부하들 없이 혼자서만 움직였을 터.
‘안쪽에는 여러 병력과 흑마법사까지 있었을 텐데, 그걸 자신의 손으로 치웠다는 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존 도우의 전투력이 그의 예측을 능가한다는 뜻이었다.
‘굳이 척을 질 생각은 없지만, 주의는 해야겠어.’
같은 여명회 소속이라 해도 퍼스트 오더들끼리 사이는 좋지 않다.
오히려 서로 경쟁자라 여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존 도우.”
레슬리가 이름을 부르자 존 도우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여전히 동료애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시선이었다.
그건 레슬리도 피차 마찬가지였기에 신경 쓰지 않고 궁금한 걸 물었다.
“레더벨크 일은 네가 했다는 건 네 입으로 시인했으니 그렇다 치겠다. 그렇다면 혹시 발타눙도 너의 짓인가?”
“거기는 나도 모르는 일이다. 애초에 내가 심판을 내린 것은 레더벨크뿐이니까.”
루드거는 발타눙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레더벨크는 명분이 있었지만, 발타눙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런가.”
“다만, 짐작이 가는 자는 있다.”
대신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릴 생각이었다.
그 말에 레슬리의 귀가 솔깃해졌다.
“짐작이 가는 자가 있다고?”
“내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건 니콜라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 말에 조용히 있던 니콜라이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레슬리는 그것에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존 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최근 레더벨크에 위험한 놈들이 많이 모였다.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장, 호국경 테리나 라이언하울이 대표적인 예시지.”
“뭐, 그녀는 우리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호국경과 마찬가지로 경계되는 자가 더 있다.”
“그게 대체 누구지?”
“케이시 셀모어.”
그 이름이 나오자 레슬리는 침음성을 흘렸다.
다른 퍼스트 오더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케이시 셀모어라면, 비색(翡色)의 마법사가 아닌가. 아니,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확실하겠군.”
“저도 이름은 들었어요. 그 악명 높은 제임스 모리아티를 쓰러뜨린 탐정이라면서요?”
가만히 듣고 있던 빅터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희가 싸운 상대는 검은 그림자를 두르고 있었는걸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빅터. 그 공장 지대에 찾아갔을 때 혹시 주변이 물바다이지 않았나?”
“그랬지.”
대신 대답을 한 것은 베롬이었다.
“어쩐지 사방이 물로 가득하다 했더니, 그런 거였나.”
“그렇다는 것은, 그 검은 그림자의 습격자가 케이시 셀모어와 관련이 있다는 거군요! 서로 협력 관계일지도 모르고요! 오효효!”
루드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 여자가 본 회의 꼬리를 물었다.”
“그건 확실히 귀찮은 일이로군.”
별 볼 일 없는 녀석이 꼬리를 밟았다면 그냥 무시했겠지만.
색의 칭호를 지닌 마법사는 무시하기엔 지나치게 거물이었다.
게다가 셀모어 가문은, 케이시 말고도 다른 색의 칭호를 받은 마법사가 한 명 더 있으니까.
이 정도의 사람이 이쪽을 인식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일이었다.
니콜라이도 모르는 기색이었다.
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가장 먼저 시끄럽게 떠들었을 테니까.
그걸 존 도우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했다.
‘존 도우는 니콜라이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과연. 제로 오더 님께서 녀석을 퍼스트 오더로 놔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그보다 놀라워. 지금까지 이 정도의 실력을 용케 숨기고 있었다니. 두려울 정도다.’
레슬리는 마법학계와 관련된 곳에서 일하고 있기에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루드거 첼리시.
그것은 지금 존 도우가 세오른에 잠입하기 위해 사용한 가짜 신분이었다.
‘세오른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심지어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마법까지 만들었지.’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건 순전히 본인의 힘보다는 제로 오더님께서 도움을 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였다.
‘지금까지 얌전히 있다가 이제 와서 두각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이지? 게다가 세오른이 잠입한 것은 제로 오더 님의 명령이라고 하는데, 그건 대체…….’
레슬리로서는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른 퍼스트 오더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존 도우는 평소 회의 때도 이렇다 할 의견이나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렸으며 다른 퍼스트 오더들과 대화 자체를 섞으려 들지도 않았다.
그랬던 그가 오늘은 유난히 많은 걸 보여 줬다.
니콜라이가 노골적으로 건드린 것도 있지만, 그것 외에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령 퍼스트 오더들 사이에서 자신의 서열을 확고히 하려고 한다거나.
벤트민도 레슬리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그녀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서열 정리를 하려 한 거라면 성공이네. 니콜라이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기 좋게 찍어 눌렀으니까. 뭐, 나는 누가 이겨도 상관은 없다지만…… 존 도우 저 녀석은 아무리 봐도 껄끄럽단 말이지.’
그 빅터마저도 존 도우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쭈그러들어 있었다.
이 짜증 나는 과학자가 조용히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스럽지만.
귀찮은 이리 한 마리가 얌전해진 대신 거대한 호랑이가 하나 들어선 기분을 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케이시 셀모어는 어떻게 하지?”
“늘 그렇듯 정해진 대로 가야겠죠.”
“제거하자는 말인가? 그 비색의 마법사를?”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어디 몸담는 곳 없이 떠돌아다닌다면 암살은 쉬운 법이죠.”
“오효효. 저도 그건 동감합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케이시 셀모어의 처우로 흘러갔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케이시 셀모어를 없애자는 것.
그녀가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그녀라면 알아서 잘 대처하겠지.’
루드거는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없다고 여겼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알아서 잘 살아남을 테니까.
‘문제가 있다면 제로 오더인데.’
레더벨크의 비밀 지부를 없애버렸다는 파격적인 수를 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로 오더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도 있었다.
내가 비밀 지부 하나를 없앴다. 너는 어떻게 반응할 거냐.
하지만 제로 오더는 그 충격적인 말에도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다른 퍼스트 오더조차 경악할 때, 그는 여전히 변함없는 태도로 상황 자체를 관망하기만 한 것이다.
끝까지 빈틈은 안 보여 주겠다는 건가.
“이야기는 다 끝난 것 같은데.”
지금까지 사태를 관망하던 제로오더가 입을 열었다.
“다들 자신의 맡은 바 일을 잘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물론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말에 니콜라이와 빅터가 몸을 움찔 떨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니까. 그러니 기죽지 않아도 된다.”
“……오효효. 역시 제로 오더 님이십니다.”
“시간이 꽤 지났구나.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다. 다음에 모일 때는, 비어 있는 공백의 자리가 채워져 있으려나.”
제로 오더가 손을 휘휘 저었다.
회의가 끝났음을 알리는 표시였다.
‘중요한 것은 얻지 못한 채로인가.’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다른 퍼스트 오더들이 각 분야에서 상당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존 도우. 자네는 잠시 남게.”
그 말에 다른 퍼스트 오더들이 과한 반응을 보였다.
제로 오더가 회의 이후에 누굴 따로 부른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특히 니콜라이의 반응이 격했다.
질투심에 온몸의 피가 끓다 못해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제로 오더가 존 도우를 불렀다는 것 하나만으로 존 도우가 얼마나 총애를 받고 있는지 입증한 꼴이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정작 그 부름을 받았음에도 존 도우의 목소리에는 기쁨의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떨떠름해 했지.
‘뭐냐 그 반응은. 너한테는 그게 당연하다 이거냐?’
니콜라이는 그 외침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이 자리에 더 있다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니콜라이는 서둘러서 회의장을 나갔다.
다른 퍼스트 오더들도 조금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원탁에 남겨진 것은 제로 오더와 루드거, 그리고 제로 오더의 부관뿐.
제로 오더가 손을 살짝 들자 부관이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이로써 자리에는 완전히 두 사람만 남게 됐다.
“그래. 오늘 회의는 어땠나.”
“어떻고 자시고. 별거 없었습니다.”
자칫 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에도 불구하고 웃음으로 응대했다.
“그래. 존 도우.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루드거는 그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단둘만 남았는데도 나를 존 도우라 부른다.’
자신의 부하를 죽였을지도 모를 신원 미상의 존재를 눈앞에 두고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다니.
‘제로 오더에게 있어서 그의 부하들은 그저 다루기 편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기에 누군가 죽는다고 해도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거겠지.
이쪽을 끝까지 존 도우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도.
사람으로서가 아닌 직위로서 대하는 것이니까.
전대 존 도우가 사라졌으니, 이제 루드거가 새로운 존 도우가 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런 정체불명의 인간을 아무렇지 않게 간부 회의에 부를 생각을 하다니.
도저히 속내를 모르겠다.
‘딱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내게 적대감이 전혀 없다는 건데.’
어쩌면 상상 이상으로 미친 사람이라서 이 상황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쪽도 거기에 맞춰서 어울려 줄 수밖에.
“제게 따로 바라시는 것이 있습니까?”
“바라는 것?”
그 말에 제로 오더는 가면 아래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아니. 굳이 말한다면 내가 지시한 임무만 열심히 진행해 주면 다른 건 상관없어.”
“임무, 말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나는 이 이상 세오른에 머물 수 없으니까. 해야 할 일도 있고. 그러니 찾아 줬으면 한다.”
찾아 달라.
그 말에 루드거는 제로 오더의 다음 말에 온 정신을 기울였다.
“운명이 점지한 사람. 세오른에 그자가 존재한다. 나는 그 사람을 꼭 찾아야 해.”
‘운명이 점지한 사람?’
그 말에 루드거는 머리를 굴렸다.
‘단순히 자신의 짝을 찾아 달라는 말로 하는 것은 아니야. 제로 오더쯤 되는 자가 퍼스트 오더를 세오른에 집어넣었을 정도라면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건데.’
그때 루드거의 머리 위로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어쩌면 비약일지도 모르고, 지나친 추측일지도 모른다.
번뜩이는 직감은 이성적인 판단을 거치지 않고, 단지 그 결과물을 도출했으니까.
‘리네.’
루드거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무속성 마력의 사용자.
자신의 수업을 듣는 착실한 아이.
그리고, 이 손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죽이고…… 그 기억마저 지워 버린 그의 죄업.
‘리네의 눈은 아직 각성하지 않은 판정안이다.’
그리고 판정안은 나타나는 순간 운명적인 큰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전승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오래된 전설이라고 생각하며 믿지 않겠지만 루드거는 달랐다.
‘어쩌면 제로 오더가 찾는 사람이 리네일지도 모른다.’
이건 단지 이쪽의 비약에 지나지 않았으니 아닐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판정안의 소유자라면 제로 오더가 찾을 만하다고 납득하고 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른 것도 물어보자.
“혹시 특징이라 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특징 말인가.”
“하나라도 알면 범위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 또한 특징이라고 확신을 담아서 말은 할 수 없지만, 굳이 한다면…… 대대적으로 그 사람은 여성이었고. 또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고 하더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여성이라는 말에 리네가 떠올랐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말에 플로라 루모스가 연상됐다.
플로라 루모스는 마력의 냄새를 맡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마력을 시각으로 느끼니까.
“혹시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
루드거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런가. 혹시라도 나중에 찾게 된다면 말해 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그래. 오래 잡아 둬서 미안하게 됐네. 이만 가 보도록.”
루드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루드거가 석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진 뒤.
제로 오더는 잠시 물려놨던 부관을 불렀다.
“세타델.”
“예. 제로 오더 님.”
“네가 잠시 가야 할 곳이 있다.”
“예. 하명하십시오.”
“조금 험준한 곳이야. 아레트 산맥. 그곳에 가 줘야겠어.”
유타 왕국과 엑실리온 제국의 사이에 자리 잡은 아레트 산맥.
그곳은 과거, 루드거가 존 도우와 신분이 뒤바뀐 곳이기도 했다.
“찾을 사람이 하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