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5
◈ 215화 오더 시노드 (2)
니콜라이는 내가 수상하다는 낙인을 찍기보다는, 상황을 유도하게 만들었다.
괜히 선동가로서 활동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의 말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교활했다.
‘본인은 타당한 의심을 했다고 말하지만, 그 기저에는 이쪽을 향한 자격지심이 깔려 있다.’
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도발.
그것은 나라는 인간이 아닌, 존 도우라는 퍼스트 오더를 향한 질투심의 발로였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은근하게 이쪽을 의식했던 것은 그런 이유이리라.
‘하지만 그의 지적이 딱히 억지는 아니야.’
나는 표면상 검은 여명회의 간부지만, 진짜는 아니었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교사로서 보여 준 행보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들이다.
스파이 주제에 명성을 쌓고 이름을 날리다니.
어울리지도 않으며 용납되지 못할 행동이었다.
니콜라이가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아마 평소 존 도우에게 적잖게 불만이었을 텐데, 이번 기회로 빌미를 찾은 거겠지.
니콜라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존 도우라는 인간에게 흠집을 새기며 자신이 우월함을 입증하려는 것.
지극히 개인적이고,
저열한 이유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크게 되받아친 것이다.
들어 줄 가치도 없다는 듯, 쓸데없이 혓바닥을 굴리지 말라고.
‘어차피 제로 오더는 끼어들지 않고 관망한다.’
다른 퍼스트 오더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나와 니콜라이의 싸움을 즐겁다는 시선으로, 다른 누구는 아무 상관없다는 반응.
말릴 생각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황은 나와 니콜라이, 단둘만의 매치로 이어졌다.
니콜라이가 나를 공격한 그 순간부터 투기장이 완성된 것이다.
니콜라이가 웃음을 흘렸다.
“존 도우. 언행이 많이 격하네. 아니면 혹시 뭐 찔리는 거라도 있는 거야?”
“상대할 가치도 없는 말에 어울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 본인은 당당하다 이건가? 그렇다면 그 믿기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뭐지? 뭐 본인의 잘나신 뜻이 있다 그거야?”
“그래.”
이쪽이 뻔뻔하게 답하자 니콜라이는 허, 하고 탄식을 흘렸다.
“못 보던 사이에 더 뻔뻔해진 것 같네. 존 도우.”
“뻔뻔? 네가 그렇게 느꼈다는 건, 그만큼 너의 정보력이 못 보던 사이에 더 미천해졌다는 소리겠지.”
니콜라이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에 상당한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었다.
이곳에 왔을 때부터, 다른 간부들에게 자신이 아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안달이 난 태도도 그렇고.
묘하게 자기 잘난 척을 하는 그의 언행에서 확신을 얻었다.
나를 공격하기 위해 입을 열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접한 정보를 통해, 내가 지나치게 수상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판단의 근거부터 자신이 입수한 정보인 것이다.
‘내가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들은 전부 사실이다. 그 전제가 틀릴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에 나오는 태도겠지.’
자신이 몸을 담은 분야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거라는 자만.
그것은 그의 원천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 약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니콜라이의 자존심을 대놓고 찔렀다.
“아는 것이 많으면 뭘 하나. 그걸 바탕으로 생각하는 머리가 짧은데.”
“……지금 싸우자는 거냐?”
“그렇게 들렸나? 아니, 됐다. 딱히 직접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아하니, 니콜라이 네놈도 내심 자격지심을 지니고 있었나 보군.”
니콜라이가 내게 한 지적은 타당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코웃음을 치며 그런 시시한 걸 지적하냐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비치었다.
합리적인 의견에 반대로 비논리로 응대한 것이다.
물론 이러면 내가 역풍을 맞겠지만, 그것도 무식하게 우기면 맞는 것이다.
오히려 당당하게, 뻔뻔하게.
무언가 있는 척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아리송해 한다.
실제로.
억지를 부리는 내 태도에 나를 향한 의심을 더욱 키워야 할 다른 간부들이, 오히려 니콜라이를 보고 있었다.
니콜라이가 짜증을 담아 말했다.
“쓸데없이 말 돌리지 마. 너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니콜라이가 정론을 꺼내며 반박했다.
니콜라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판단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모른다. 올바른 행동은 때로는 꺾이기 마련임을.
나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말하지 않았나.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을 일부러 회피하는 건 아니고?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지금 너의 말은 일부러 대화를 어긋나게 하는 거잖아.”
눈치 빠른 녀석.
내가 일부러 이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뭐, 검은 여명회의 간부쯤 되는 녀석이 이런 것도 모르고 넘어갈 리는 없으니까.’
나도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은 아니었다.
진짜 목표는 그다음에 있었으니까.
“니콜라이. 내가 너의 말에 반박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건, 네가 말하는 전제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뭐라고? 지금 그게 무슨…….”
“너는 자신이 뭐든지 알고 있고 남들의 머리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지금 내 정보력을 무시하는 거냐?”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무시하는 것이 맞나.
그가 분명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묻지. 빅터 드레드풀이 허가한 레더벨크의 실험 지부를 날린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정체를 감춘 사람을 나보고 어떻게 알라는 거지?”
“그런 것도 모르면서 지금까지 전부 아는 척을 했던 건가?”
“하. 그러면 존 도우, 너는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건가?”
“그래.”
내 당당한 대답에 니콜라이는 숨을 삼켰다.
다른 간부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허세도 적당히 부리시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만큼 추잡한 짓은 없으니까.”
“왜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야 당연히…….”
“네가 모르니까, 나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
“니콜라이. 그래서 네가 안 되는 거다.”
“……뭐라고?”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다시 나의 주도로 돌아왔다.
어차피 이건 나와 니콜라이, 단둘만의 싸움.
지켜보는 제로 오더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 걸 알기에, 나는 막 나갈 수 있었다.
“고작 표면뿐인 진실을 가지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하는 버릇은 고치는 것이 좋을 거다.”
“하. 그렇게 잘났다면 말해 보시지. 네가 알고 있다는 그 진실을.”
“무얼.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나는 천천히 운을 떼며 진실을 입에 담았다.
“레더벨크 실험실을 없앤 건 나다.”
……!
그 말에 소리 없는 경악이 원탁 위로 퍼져 나갔다.
오직 제로 오더만이 흥미롭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특히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니콜라이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은 벙찐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지금, 뭐라고…….”
“레더벨크에 있던 실험실. 그걸 내가 없앴다고 했다.”
“존 도우 씨! 지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오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빅터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놀랐겠지.
설마하니 자신의 소중한 실험실 하나를 날려버린 것이 같은 간부였다니.
그것도 레더벨크 실험 쪽은 존 도우가 이름까지 빌려줬을 정도니까.
“존 도우 씨! 저는 당신을 철석이 믿었었는데!”
“닥쳐라. 빅터. 왜 나의 잘못으로 돌리는 거지?”
“예, 예?”
“애초에 그 실험실에서 늑대인간을 탈출하게 만든 것은, 명백히 네놈의 관리 실수였다. 그래 놓고 나에게 도망친 늑대인간을 잡아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지.”
내가 으르렁거리듯 말하자 빅터가 입을 쏙 다물었다.
“네놈의 장단에 맞춰서 도움을 주려 했는데, 돌아온 건 뭐였지? 관리 미숙으로 인해 실험체가 탈주하고, 그 실험에 이름을 빌려준 나를 노출시킬 위험에 빠뜨리게 만들었다. 늑대인간이 세오른에 침입하고 그 흔적이 총장의 코앞까지 놓였을 때, 내가 무슨 기분이었을 거라 생각하나?”
“아, 그, 그건…….”
“그래서 없앴다. 내 손으로 직접. 거기에 무슨 반박할 말이라도 있나?”
“그, 그렇지만 거기 관리는 온전히 제 소관이 아니라서…….”
“그래. 따지고 보면 그곳에서 일하던 흑마법사나 샴수스 학파 놈들의 잘못이겠지. 하지만 그런 녀석들과 손을 잡은 것은, 순전히 너의 의지가 아니었나. 빅터.”
나는 빅터를 강렬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개인적인 감정까지 듬뿍 담아서.
“마음 같아서는 내 계획을 망친 네놈을 씹어 먹고 싶지만, 그래도 같은 간부로서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 아랫것들은 아니다. 그래서다.”
“그, 그래서라니요? 당신 설마, 레더벨크 실험 지부를…….”
“그래. 내 손으로 끝장냈다. 쓸모없는 녀석들은 몇이나 있어 봤자 발목을 붙잡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증거까지 완벽하게 인멸하는 것이 편했으니까.”
그 말에 다른 간부들이 침묵했다.
왜 그랬냐고.
이건 배신이라고.
그렇게 따지는 녀석들은 없었다.
그래. 애초에 놈들이 보는 존 도우는 이런 녀석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하고 뭐고 다 죽이는 놈.
오직 제로 오더의 명령만 따르며, 다른 간부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않는 놈.
그런 존 도우가, 제로 오더가 내린 특명을 방해받는 것도 모자라 정체를 들켜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됐다?
거기에 연루된 놈들을 모두 쳐 죽이는 건, 과하게 막 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존 도우이기에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녀석의 더러운 성격이 지금 와서 도움이 되는군.
“쓸모없는 놈들은 필요 없다. 그놈들이 몇이나 있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나았지. 내 말이 틀린가?”
“……존 도우. 지금 장난하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너의 그 행동은 도가 지나쳤어.”
니콜라이가 반발하며 나섰다.
나는 그 말에 코웃음으로 응대했다.
“왜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내 덕분에 늑대인간 실험실은 들키지 않고 비밀의 저편으로 사라졌으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비록 등급이 낮다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 여명회의 전력이야!”
“그때 내가 그곳을 없애지 않았더라면,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에 의해 전부 다 파헤쳐졌을 것이다. 네가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니콜라이.”
“…….”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의 이름이 나오자, 뭐라 따지려던 니콜라이가 입을 다물었다.
저 반응을 보면 정보국의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이 얼마나 위험한 놈들인지 알고 있다는 거로 보이는데.
조금 더 찔러 볼까.
“아니면, 설마 몰랐나?”
“……그럴 리가. 나이트크롤러, 심지어 그곳의 단장인 테리나 라이언하울이 레더벨크에 간 것은 나 또한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묻지. 내가 만약 실험실을 폐기하지 않고 놔뒀다면, 네놈이 말한 그 사자가 실험실의 존재를 과연 몰랐을까?”
“…….”
니콜라이는 모를 수도 있지 않으냐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니콜라이이기에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대놓고 탈출한 실험체와 그 실험실의 존재.
그것을 호국경 정도 되는 자가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여기서 호국경을 깎아내리며 그건 괜한 기우라고 말을 한다면?
그러면 나는 오히려 적의 전력조차 파악하지 못한 머저리라고 공격할 기회를 잡게 된다.
실제로 그 흔적을 거의 지운 나에게까지 추적의 마수를 뻗어 온 사람이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자라면, 절대 우습게 보지 못할 테지.
니콜라이도 그걸 알기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검은 여명회의 대의를 위해서 레더벨크 지부를 제거한 것이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인 거다.”
나는 이쪽을 노려보는 니콜라이를 명백히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그런 것도 모른 채로,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지부를 습격했니 어쩌니 떠드는 꼴이 너무나도 같잖군그래.”
“…….”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교사로서 위장취업을 한 주제에 너무 많이 나선다니. 너무 시끄럽게 군다느니. 수상하다느니.”
한 마디 한 마디.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니콜라이의 검은 불꽃이 치욕과 분노로 뒤섞여 바르르 떨었다.
“니콜라이. 내가 너의 말에 반박하지 않은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런 가볍고 맹신하기 힘든 정보를 가지고 진실이라 믿으며 설치는 네놈의 모습이 우스워서다.”
“……!”
“아, 그러고 보니 조금 전 그렇게 말했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만큼 추잡한 것은 없다고. 나 또한 깊게 동의한다. 니콜라이. 아주 좋은 말이야.”
니콜라이의 의견은 일견 정당했고 합리적이었다.
실제로 그의 의심은 날카롭기까지 했다.
그것이 실제 의심보다는, 존 도우라는 인물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듯, 그가 낸 주장은 ‘진실’에 도달했으니까.
하지만 그 진실에 확신이 없었기에 그는 결국 지고 말았다.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이면.
니콜라이의 정보력은 그것까지는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레더벨크 지부를 없앴다는, 어떻게 보면 검은 여명회의 입장에서는 트롤링에 가까운 짓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어차피 막 나가는 거, 얼굴에 철판을 깔고 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아니. 아직이야.”
침묵을 유지하던 니콜라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존 도우. 네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레더벨크 지부를 없앤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그만하지.”
그때 대화에 끼어든 것은 레슬리였다.
“……레슬리.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니콜라이. 이제 충분하지 않나.”
“당신이 뭔데 그걸 멋대로 판단하죠?”
“먼저 시비를 걸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건 너의 잘못이다. 이야기는 이미 끝났어. 아니면 더 할 생각인가?”
레슬리는 중재하는 척하며 니콜라이를 힐난했다.
이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니콜라이가 실책을 저지른 지금 기회를 잡은 것이겠지.
니콜라이로서는 환장할 노릇이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다 자기 업보인 것을.
억울하면 지지 말았어야지.
“뭐, 그건 저도 동의해요. 이 이상 말싸움으로 시간을 갉아먹는 것도 질색이기도 하고.”
벤트민까지 그렇게 나서며 말하자 니콜라이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강렬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는데, 아마 눈빛에 힘이 있었다면 나는 이미 오체분시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피식 웃으며 니콜라이에게 말했다.
“니콜라이. 다음엔 좀 더 분발하도록.”
“……!”
니콜라이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