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
1화
손님이 이상하다.
돈도 이상한 걸 준다.
그런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이강진은 모래 통을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헉! 헉! 헉!”
뜨겁게 달아오른 콘크리트에서 뿜어지는 열기와 먼지로 인해 숨을 쉬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헉헉헉!”
‘하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하필 사층 작업을 해야 하는 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 버렸다.
아직 완공된 아파트는 아니더라도 일꾼들이 타고 오르는 간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그것이 고장이 나 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층까지 모래를 짊어지고 오르는 것이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마.’
현장에서 가장 힘든 일은 말 그대로 생 노가다다. 얼마나 일이 힘들면, 힘들 때 ‘생 노가다 했다’고 하겠는가.
그리고 모래를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바로 생 노가다였다.
강진은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더 힘들다. 이럴 때는 그저 계단만 보고 오르는 것이 덜 힘들었다.
사층에 올라온 강진이 모래를 풀었다.
쏴아악!
올라오는 것은 한참이지만, 모래가 쏟아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진의 모습에 삽으로 모래와 시멘트를 섞던 아저씨가 물통을 내밀었다.
“좀 쉬다가 내려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헉헉! 날씨 너무 덥네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웃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하지만 여름이 그나마 낫지.”
아저씨의 말에 강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공사가 한창인 여름에 비해 겨울은 현장 일자리가 많이 없다. 그러니 일자리가 그나마 있는 여름이 좋았다.
숨을 좀 돌린 강진이 다시 모래 통을 등에 짊어지는 것을 보며 아저씨가 말했다.
“학비는 모았어?”
“열흘 정도 더 일하면 학비는 모을 것 같네요.”
“수고해.”
“네.”
강진이 모래 통을 짊어지고는 계단을 내려가서는 모래를 싣고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노가다 아르바이트를 끝낸 강진이 지친 몸을 벽에 기댔다. 그러고는 멍하니 방을 보았다.
작은 침대, 침대와 일체형으로 된 작은 장롱과 책상이 전부인 곳…….
멍하니 방을 보던 강진이 목을 비틀었다.
우두둑!
“죽겠다.”
잠시 그대로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잔액을 확인한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백삼만 원 남았다.”
최소한 오백만 원을 모아야 2학기 복학할 학비와 최소 생활비가 된다.
“앞으로 열흘만 더 뛰면 된다.”
우웅! 우웅!
금액을 보던 강진은 모르는 번호로 벨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강진 씨 되십니까?]“그런데요? 누구세요?”
[저는 서&백 대표 변호사 신수호라고 합니다.]“변호사요?”
[다른 것이 아니라 지금 좀 뵙고 이야기 드릴 것이 있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지금 뵐 수 있을까요?]보자는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뭐야? 보이스 피싱인가?”
변호사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나자고 할 일이 없었다.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변호사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강진 씨, 보이스 피싱 아닙니다. 지금 고시원 앞입니다.]“고시원 앞이라고요?”
[네.]고시원 앞에 와 있다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강진이 답했다.
“일단 나가죠.”
그것으로 전화를 끊은 강진이 잠시 있다가 고시원 밖으로 나왔다.
고시원 밖에는 하얀색 슈트를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특이하네.’
올 화이트 정장…… 영화에서 조폭 보스들이나 입는 것을 봤지 실제 입고 다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강진이 고시원에서 나오자 남자가 다가왔다.
“신수호입니다.”
“이강진입니다.”
신수호가 명함을 꺼내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진짜 변호사예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핸드폰을 꺼내서는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신수호의 이름과 인터넷 뉴스가 나와 있었다.
“확인되셨습니까?”
“잠시만요.”
그러고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신수호를 검색한 강진이 그와 화면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는 김복래 여사님의 유산 집행인입니다.”
“김복래 여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즉 누군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런데요?”
“김복래 여사님께서 이강진 씨에게 유산을 남기셨습니다.”
“유산?”
유산이라는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저는 그분이 누군지 모르는데요?”
“이강진 씨의 고조부 되시는 이명섭 씨 누님의 이대손입니다.”
‘고조부의 누나 자손이라는 말인데…… 그럼 남이잖아?’
할아버지의 누나도 알지 못하는 시대에, 고조부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다.
친척이라고 하면 친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다. 고조부 이름이 이명섭인 것도 지금 알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강진은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후 친척들과 연락 안 하고 지낸 지 십 년인데…… 고조부의 누나의 이대손이 왜 자신에게 유산을?
그리고 고조부의 누나의 이대손이면…… 남이 아닌가?
황당한 얼굴로 신수호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제대로 찾아온 것 맞습니까? 저 맞아요?”
“28살 이강진. 17살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희망 보육원에서 퇴소 후 서신대학교 진학. 현재 서신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 휴학 중.”
신수호의 입에서 자신에 대한 것이 나오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정말…… 저를 찾아온 것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제가 유산을 받는다는 겁니까?”
“정확히는 건물입니다.”
“건물? 제가 유산으로 건물을 받는다고요?”
놀란 강진을 보며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복래 여사께서 이강진 씨에게 자신의 소유인, 서울시 논현동에 위치한 이층 건물을 남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