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04
1005화
냉면을 맛있게 먹은 장대방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좀 더 먹지 그래?”
“아닙니다. 많이 먹었어요.”
“다행이네.”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삿밥이나 장례식장에서 먹는 밥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부른데, 형이 해 주는 음식을 먹으면 허기가 차요. 그래서 먹을 맛이 나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당 사장이 하는 밥이니까.”
보통 귀신들은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 제삿밥을 먹어도 먹는다는 느낌이 들 뿐, 배는 부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저승식당의 음식을 먹으면 귀신들도 약간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귀신들이 저승식당 손맛을 좋아하는 것이다. 저승식당에 현신해서 먹는 것보다는 못 해도 귀신 상태에서도 허기가 달래지니 말이다.
장대방을 보던 강진은 채송화를 보았다. 그녀는 냉면 두 그릇을 먹고는 강진이 만들어 온 찐만두도 먹고 있었다.
“맛있어?”
“맛있어.”
“다행이네. 요새 지내는 건 어때?”
“좋아. 광현이도 잘 해 주고 전에 비하면 천국이지. TV도 내가 보고 싶은 거 마음껏 볼 수 있잖아.”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대방을 보았다.
“아버님, 어머님에게도 냉면 좀 해 드리려고 하는데.”
“좋아하시겠어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곧 오전 11시였다. 부모님 점심시간에 맞게 오려고 최광현 집에 일찍 온 것이다.
채송화 냉면 일찍 만들어 주고 장대방 부모님에게도 냉면을 해 드리려고 말이다.
“자,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강진의 말에 채송화가 만두를 입에 넣으며 그를 보았다.
“벌써 가게?”
“왜? 더 있을까?”
“아니야……. 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얼굴에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그대로 드러나는 채송화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조금 더 있고 싶은데 대방이 부모님 냉면 해 드리려면 지금 가야 해.”
“내가 뭐라고 했나.”
채송화가 소파에 앉아 TV를 트는 것을 보며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성격 참…….’
겉으로는 까칠하면서 속으로는 정이 많은 여자가 채송화였다. 겉도 조금 부드러우면 참 좋을 것 같다는 하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말했다.
“다음에 좀 더 오래 있을게.”
“다음에는 그 직원들 좀 데리고 와.”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강진 혼자 신림에 왔다.
배용수와 직원들이 드라마에 몰두한 나머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 혼자 온 것이다.
‘용수 이놈, 내가 아닌 드라마를 선택하다니.’
그것도 본방도 아니고 다운로드한 드라마라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건데 보던 거 흐름 끊기면 안 된다고, 꼭 봐야 한다고 자신만 혼자 보낸 것이다.
‘매정한 놈.’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귀신 둘이 먹은 냉면들을 싱크대로 가져가서는 채반에 담았다.
그리고 물기를 쪼옥 짠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비닐봉지를 꺼냈다.
누가 보기에도 완전 멀쩡한 냉면이 음식 쓰레기로 변하는 순간이니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귀신들이 먹고 남은 냉면 한 그릇은 자신이 먹었지만, 그래도 버려야 할 냉면과 만두가 많은 것이다.
‘이건 멀쩡한 음식 버리는 게 아니니 천벌 받을 짓이 아닙니다. 귀신들 먹고 남은 음식이라 사람이 먹지 못하니 버리는 겁니다. 이건 꼭 알아주셔야 합니다.’
음식에 대한 잘못을 관장하는 저승의 판사에게 속으로 변명을 한 강진이 채반에 담긴 냉면을 봉투에 담았다.
음식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은 강진이 그것을 냉동실에 넣으려다가 안을 보았다.
“형이 음식물 쓰레기는 잘 버리나 보네?”
강진의 말에 채송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러면 넣을 데가 없어서 이틀에 한 번은 버리는 편이야.”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올 일이 있던가 싶었다.
생각을 하던 강진은 문득 채송화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화 씨가 있으니 많이 나오겠구나.’
채송화가 먹은 음식들을 최광현이 다 먹지 않는 이상은 다 음식 쓰레기가 되는 거니 말이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자주 버리는 모양이었다.
냉동고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은 강진이 손을 씻고는 말했다.
“대방 씨, 가요.”
“또 말 높이시네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라 편하게 말하기로 하고는 또 말을 높인 것이다.
“그래. 가자.”
“네. 형.”
강진은 채송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또 올게요.”
“잘 가.”
인사를 한 강진은 장대방과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빌라에서 나온 강진은 차에 타고는 장대방 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부웅!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한 강진은 평상에 앉아서 수박을 먹고 있는 장대방 부모님과 슈퍼 주인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
탓!
강진이 내리자, 장대방 부모님과 슈퍼 할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들었다.
“왔어?”
“안녕하세요.”
강진은 푸드 트럭 캡을 열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오늘도 여기서 음식 좀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진 엄마한테 이야기 들었어. 편하게 해.”
“감사합니다.”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 캡을 고정시킬 때 대방 어머니가 수박을 한 조각 들고 왔다.
“천천히 하고 이것부터 좀 먹어.”
“감사합니다.”
강진이 수박을 받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후루룩!
과즙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에 강진이 손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수박이 엄청 달아요.”
“그러게. 오늘 수박이 정말 달더라고. 비가 안 와서 그런가 봐.”
강진이 수박을 후루룩 먹을 때 어머니가 말했다.
“아직도 날씨가 무척 더운 것 같아. 추석이나 지나야 좀 시원하려나.”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어머니 집에 귀신 한 명 둬야겠네요.’
귀신이 있으면 조금은 더위가 사라지니 말이다. 물론 이건 속으로 한 농담이었다.
자신이야 상관이 없지만, 사람한테 귀신은 좋은 영향보다 안 좋은 영향이 더 많으니 말이다.
수박을 먹던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대진이는요?”
“여자친구 만나러 갔어.”
전에 말을 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 모양이었다.
“아버님이 전에 카드 주던데 돈 많이 쓰고 그러지 않아요?”
“가끔 밥집 찍히기는 하는데 많이 안 써.”
“다행이네요.”
모텔이나 그런 곳에서 카드를 쓰지 않아 다행이었다. 성인이기도 하니 부모님들도 이해를 해 주겠지만, 놀라기는 하실 테니 말이다.
강진이 수박을 마저 먹자, 어머니가 손을 내밀어 껍질을 받으며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냉면이야?”
“여름 다 가기 전에 한 번 해 드리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나가서 사 먹어도 되는데.”
“그래도 되지만, 굳이 해 드리고 싶어서 온 강진입니다.”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작게 숨을 토했다.
‘아, 덥다.’
철로 된 푸드 트럭이다 보니 실내 공기가 후끈후끈했다. 찜질방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온도가 오른 상태였던 것이다.
평소라면 귀신 직원들이 있어서 이런 온도는 금방 떨어질 텐데 지금은 강진 혼자였고, 있는 귀신도 장대방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장대방은 아버지 옆에 가 있으니 귀신 에어컨 효과를 볼 수가 없었다.
후끈 달아오른 이 더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늦여름 더위에 강진이 숨을 토할 때, 어머니가 말했다.
“거기 많이 덥지?”
“그러게요. 생각보다 조금 더 덥네요.”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가서 해 먹을까? 에어컨 틀고 먹으면 시원한데.”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라면을 정말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아세요?”
“라면? 그야 먹고 싶을 때 먹는 거지.”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그게 정답이기는 하네요.”
뭐든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으니 말이다.
“근데 강진이가 생각한 정답은 따로 있는 모양인데, 그건 뭐야?”
“조금 날씨가 추운 날, 그러니까…….”
강진이 집게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라면 면발을 이렇게 집어 들었을 때 김이 화악 피어오르는 날 야외에서 먹는 거예요.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맛이 좋죠.”
“그렇게 먹어 봤어?”
“현장에서 알바할 때 참으로 컵라면이 자주 나오거든요. 겨울에 그거 하나 먹으면 몸이 확 풀어지죠.”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추운 겨울에 라면 끓여 먹으면 맛이 좋지.”
“반대로 더운 날에 시원한 냉면을 먹으면 그게 또 기분이 좋고 맛있죠. 에어컨 틀어 놓고 먹는 것보다 더운 곳에서 먹는 냉면이 더 맛이 좋을 거예요.”
“강진이는 먹을 것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네.”
“음식점을 하니까요. 최대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강진은 가스레인지 위에 솥을 올리고는 그 안에 물을 부었다.
촤아악! 촤아악!
솥의 절반쯤까지 물을 채운 강진은 자신을 보는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육수하고 양념은 다 집에서 해 와서 면만 삶으면 됩니다. 그러니 쉬고 계세요.”
“말동무라도 해 줄게.”
“아니에요. 거기 계시면 오히려 제가 좀 불편해요.”
“그래?”
“어머니 더운 땡볕에 세워 두는 거잖아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늦여름 유난히 뜨거운 햇살에 머리가 뜨끈해지던 참이었다.
“그럼 강진이 불편하지 않게 나는 저기 가 있을게.”
어머니가 걸음을 옮겨 그늘이 있는 평상으로 가자 강진이 물이 뜨거워지기를 기다리다가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불렀어?”
“더워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한창 드라마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그거 다운로드한 거니 이따 가서 보면 되잖아.”
“혜미 씨하고 선영 씨는 먼저 다 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혼자 봐야 좋은 드라마가 있고 같이 봐야 좋은 드라마가 있는 거야.”
“무슨 소리야?”
“로맨스나 웃긴 드라마는 혼자 봐도 되는데, 지금 보던 드라마는 같이 봐야 재밌어.”
“너 막장 드라마 보고 오던 거 아니었어? ‘헤어지고 사랑한다’인가?”
제목부터 참 막장 같은 드라마였다.
“맞아. 막장 드라마는 같이 보면서 같이 욕하고 안타까워하고 해야 재밌어.”
말을 하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너 때문에 그 욕을 혜미 씨, 선영 씨하고 같이 못 하잖아. 이게 또 같이 욕하는 재미로 봐야 더 재밌는데.”
배용수가 아쉬워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게 그렇게 재밌냐?”
“취향을 좀 타기는 하는데 재밌더라고. 나쁜 사람 욕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어.”
배용수는 끓는 물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놈들은 다 지옥 가서 장난 아니겠다고 하면서 보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의 옆에 살짝 다가오며 말했다.
“많이 덥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투덜거리면서도 덥다고 하니 다가와 주니 말이다.
“네가 오니 그래도 좀 버틸 만하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을 보았다.
“물 다 끓었다. 면 넣고 얼음물 준비해라.”
강진은 끓어오르는 물을 보고는 음식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