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05
1006화
부글부글!
면이 삶아지는 동안 강진은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얼음을 대야에 붓고는 슈퍼 옆 수돗가로 가지고 갔다.
수도꼭지를 돌린 강진이 그곳에 대야를 놓고는 다시 푸드 트럭 위로 올라왔다.
냉면 면발을 한 가닥 집어 살펴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면들을 채반에 담았다.
촤아악! 촤아악!
면발을 채반에 올린 강진이 밑에 대야를 대고는 수돗가로 서둘러 걸어갔다.
수돗가에 도착하자마자 수돗물로 일단 뜨거운 김을 식혔다.
쏴아아악!
적당히 뜨거운 기운이 빠지자 준비해 놓은 얼음물에 면발을 담갔다.
촤아악! 촤아악!
빨래를 하듯이 면을 들었다 놨다 하며 찬물에 씻은 강진이 물기를 쫘악 빼고는 몇 덩어리로 면을 나눠 채반에 올렸다.
그러고는 채반을 들고 푸드 트럭으로 와서는 냉면 그릇을 꺼냈다. 냉면 그릇을 잡은 순간, 강진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가 그것을 들고는 다시 수돗가로 걸음을 옮겼다.
수돗가에 아직 있는 얼음물에 냉면 그릇을 넣고 휘저은 강진은 물기를 털어낸 뒤 다시 푸드 트럭으로 향했다.
강진이 푸드 트럭에 도착하자 배용수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잘 했네.”
“뭐가?”
“냉면 그릇 차갑게 한 거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감시한 거야?”
“감시라기보다는 잘 하나 본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게 뭐라고.”
말 그대로 별거 아니었다. 차가운 냉면을 담을 그릇인데 뜨거운 푸드 트럭 안에 있다 보니 뜨끈뜨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서 냉수에 차갑게 식힌 것이다. 이런 그릇에 냉면을 담으면 육수나 면 온도가 올라갈 테니 말이다.
냉면은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게 먹어야 별미인 음식이었다.
“그 작은 것이 음식을 완성시키는 거야. 그냥 따뜻한 그릇에 냉면을 말았으면 맛이 떨어지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가 되기도 하지.”
“맞아. 음식은 정말 작은 차이로 맛이 정말 많이 변해. 그걸 꼭 명심해. 귀찮다고 하나 빼거나 실수하면 손님들이 바로 알아차린다.”
강진은 그릇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어르신들이 계신 곳을 보았다.
“물냉 비냉 주문받을게요.”
강진의 말에 아버님이 할머니를 보았다.
“어떻게 드시겠어요?”
“나까지 주게?”
“그럼요.”
“미안해서…….”
“미안하기는요.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그럼 나는 시원하게 물냉으로 먹을까?”
할머니의 말에 아버님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나는 비냉, 아내는 물냉으로 줘. 아! 그리고 육수도 좀 줘.”
“네.”
강진은 주문대로 양념을 넣고 육수를 부었다. 육수도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온 것으로, 동치미와 소고기 육수를 반반 섞은 것이었다.
소고기 육수를 섞었다고 해서 위에 기름이 뜨지는 않았다.
육수를 갓 만들었을 때 그 위에 뜬 기름을 1차로 걸러내고, 차갑게 식힌 후에 응고된 기름을 2차로 걸러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면 포에 육수를 부어서 기름을 한 번 더 걸러내어 나온 맑은 육수를 썼기에 기름이 뜨지 않는 것이었다.
강진은 육수를 붓고 면 위에 소고기 양지를 편으로 썰어 온 것을 올리고 삶은 계란도 올렸다.
거기에 맛있게 익은 동치미 무를 조금은 커다란 사이즈로 잘라서 올렸다.
동치미 무는 먹기 좋게 한 입 크기인 것도 좋지만, 커다란 것을 베어 무는 것도 맛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약간 큰 쪽이 보는 맛도 좋았다. 드라마 배우들이 일부러 총각무를 손으로 들고는 통으로 베어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처럼 말이다.
‘할머니 이빨 괜찮으시려나?’
동치미 무가 좀 커다란 사이즈라 먹기 힘들까 봐 걱정하며 강진이 무를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전에 할머니 음식 드시는 거 보니 이빨은 좋으신 것 같더라. 그 정도면 베어 드실 수 있을 거야.”
자신의 마음을 알고 말을 해 주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모르니까 가위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힐끗 슈퍼 쪽을 보고는 가위를 슬며시 들어 선반 위로 밀어 주었다.
그에 강진이 가위를 쟁반에 올리고는 반찬을 챙겨 슈퍼 평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냉면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냉면을 보다가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슈퍼에서 밥상을 가지고 나왔다.
“여기다 올려요.”
“네.”
강진이 음식들을 올리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곱게도 만들었네.”
“그러게요. 식당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말했다.
“식당 사장이 만든 음식이니 당연히 식당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오죠.”
그러고는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제가 직접 담근 동치미 무를 고명으로 올렸어요. 베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서 좀 사이즈가 큰데……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강진이 가위를 들고 냉면에 올라간 동치미 무를 보자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어.”
웃으며 할머니가 젓가락으로 면을 흔들었다.
“여기 겨자하고 식초예요.”
강진이 소스 통을 가리키자, 할머니가 겨자와 식초를 냉면에 넣고는 아버지에게 통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아버지가 냉면에 겨자와 식초를 풀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강진이는?”
“저는 먹고 왔어요.”
“먹고 왔어? 왜? 같이 먹지.”
“이 동네에 혼자 사는 친구가 있어서요. 아침 겸 점심으로 한 그릇 해 주고 같이 먹었습니다.”
“광현이?”
아버지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친구예요. 어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따로 담아 온 육수를 보았다.
“이 육수는 내 건가?”
“비빔냉면 드시고 육수를 부으면 다시 물냉이 되잖아요. 그렇게도 드시라고 육수도 가져왔습니다.”
“하! 강진이가 먹을 줄을 아네. 맞아. 이렇게 하면 한 그릇으로 비냉, 물냉을 다 먹는 거지.”
기분 좋게 웃은 아버지가 육수 그릇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육수를 한 모금 마신 아버님이 웃었다.
“으 좋다! 국물이 되게 시원하고 감칠맛 좋네.”
아버님의 말에 장대방이 웃었다.
“나도 아까 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 아빠 입에 잘 맞을 거야.”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고 한 번 웃어 주고는 말했다.
“동치미 육수하고 소고기 양지 육수를 섞었어요.”
“아! 그래서 동치미 국물 맛이 나는구나.”
“여름에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만큼 별미도 없죠.”
강진의 말에 어머님도 육수를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네.”
“육수도 있고 양념도 있으니 이따가 대진이 오면 한 그릇 해 주세요. 면만 삶아서 말아 주면 되니까요.”
“그럼 좋지.”
어머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놓인 수박을 보았다.
“이거 먹어도 되나요?”
“그럼.”
어머님의 말에 강진이 수박을 들고는 평상에 앉아 한 입 베어 먹었다.
냉면을 먹어 배가 부르지만 달달하고 시원한 수박은 잘만 넘어갔다.
수박을 먹던 강진이 슬며시 옆으로 수박을 밀었다. 그러고는 배용수와 장대방에게 눈짓을 하자 그 둘이 입맛을 다시며 수박을 집어 들었다.
화아악! 화아악!
불투명한 수박을 집어 든 두 귀신이 크게 수박을 베어 물었다.
“맛있네.”
“그러게요. 저승식당 음식이 아닌데도 맛이 좋네요.”
“확실히 여름은 수박이지.”
수박을 먹으며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우리 집에 갈 때 수박 몇 통 사 가자. 우리도 먹고 저승식당 시간에 손님들도 좀 먹이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대방을 보았다.
‘저승식당 시간에 불러 줄게.’
강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을 해 주자, 장대방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야 너무 좋죠.”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가 집었던 수박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며 그늘 밖을 보았다.
그늘 밖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전에는 저기에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전에 왔을 때는 할아버지도 저기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지금은 없으니 마음이 허했다.
승천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다시는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저승에는 잘 가셨겠지? 남 해할 분으론 보이지 않았으니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숙 씨 혼자 잘 지내려나? 외로움 많이 타시는 분이신데.’
이혜미와 강선영과 같이 승천을 했으면 서로 의지하면서 저승 생활을 했을 텐데 그녀 혼자 승천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곧 고개를 저었다.
‘아! 혼자가 아니시지.’
저승엔 임정숙처럼 살인범에게 당했던 피해자들이 있으니 말이다.
먼저 승천했던 그녀들은 임정숙이 온 것을 알면 마중을 나왔을 것이다.
‘신수호 씨한테 물어보면 이야기해 주려나?’
신수호가 특별 서비스로 한끼식당 직원들의 변호를 맡아 준다고 약속했었으니, 임정숙의 변호도 그가 했을 것이다.
그럼 임정숙의 근황도 알고 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강진에게 아버님이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이렇게 한가롭게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드네요.”
“무슨 생각?”
“말 그대로 이런저런 생각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그를 보던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네 나이면 이제 생각이 많아질 나이지.”
나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 때문에 생각이 많은 건 아니지만…….
‘서른한 살이라. 어떻게 지낸지도 모르게 서른하나네.’
28살 여름에 신수호를 만나 한끼식당을 맡게 되었다. 정확히는 저승식당을 말이다.
그리고 그 후 3년이 지났으니 벌써 31살이었다. 생각을 해 보면 서른 살 땐 자기가 서른인지도 모르고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서른 살 때는 계란 한 판을 받는 거라고 하던데 나는 그걸 못 했네.’
자기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나이 많이 먹었네, 이강진이.’
28살이었던 자신이 이제는 31살, 3년 차 저승식당 사장님이 된 것이다.
작게 고개를 젓던 강진의 눈에 한 청년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인상에 눈썹이 유난히 짙어 보이는 청년은 냉면을 먹는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영업하세요?”
“뭐 사게?”
“더워서 물 좀 사려고요.”
청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에서 물 가지고 나와요. 여기서 계산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말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청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차가운 생수를 들고 나왔다.
“얼마예요?”
“칠백 원이요.”
청년이 지갑에서 천 원을 꺼내 내밀자,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를 꺼내 거슬러주었다.
청년이 생수를 따서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날이 많이 덥죠?”
강진이 말을 거는 것에 청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저녁에는 좀 서늘해지는 것 같던데 아직 낮에는 한여름이네요.”
청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수박 한 조각을 건넸다.
“수박 하나 드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드세요. 더울 때는 수박 한 조각처럼 행복한 것이 없죠.”
강진의 말에 청년이 망설이다가 웃으며 수박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청년이 수박을 받는 것을 보던 할머니가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물었다.
“혹시 저기 빌라에 살던 아가씨 남자친구 아닌가?”
할머니의 말에 청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저를 기억하세요?”
“아이고! 맞네. 쯔쯔쯔! 여자친구 그렇게 되고 가끔씩 오더니 이번에도 왔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청년을 보았다.
‘송화 씨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럼 이 친구가 오태산?’
강진이 놀란 얼굴로 보는 사이, 수박을 먹던 청년이 선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수박이 달고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