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14
1015화
송편을 내려놓은 김소희가 비닐장갑을 벗었다.
“내 보일 만큼 보인 것 같으니 잘들 만들어 보게나.”
“잘 보여 주셔서 만들기가 쉬울 듯합니다.”
이혜미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보았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더군.”
“아…… 그러면 안 되는데.”
이혜미가 최호철을 한 번 보고는 슬쩍 그가 만든 송편을 보았다.
그러자 최호철이 슬며시 자신이 만든 송편을 옆으로 밀었다. 그 모습에 김소희가 말했다.
“엄마가 만든 송편처럼 예쁜 딸을 낳고, 아빠가 만든 송편처럼 듬직한 아들을 낳으시게.”
김소희의 덕담에 이혜미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속은 좀 아팠다.
귀신이 무슨 아들과 딸이란 말인가.
속상해하는 이혜미의 모습에 김소희가 말했다.
“지금의 삶이 끝이 아니라네.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니, 자네들도 언젠가는 다시 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네. 그때는 행복한 가정 꾸리고 다산하게나.”
김소희의 말에 이혜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덕담 감사합니다.”
“명절 아니겠나.”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몸을 돌려 강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동그랑땡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참 맛있게 만들었군.”
“하나 드릴까요?”
“그럼 맛이나 한 번 보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작은 접시에 동그랑땡을 하나 올려서는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접시에 담긴 동그랑땡을 보던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모양이 동그랗지가 않았다.
“이건 뭔가?”
“하트 모양입니다. 아가씨에 대한 제 마음입니다.”
강진이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나에게 농을 거는 것인가?”
눈을 더 찌푸리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명절 아니겠습니까.”
명절이라는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앉았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저승 가서 벌받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의 앞에 젓가락을 놓았다.
“그거야 음식으로 장난치고 버리면 그렇죠. 저희야 장난을 쳐도 다 먹으니 괜찮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는 신경을 쓰지 않고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젓가락으로 동그랑땡을 반으로 잘라냈다.
“허억!”
갑자기 신음을 토하는 강진의 모습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왜 그러나? 어디 불편한 것인가?”
“제 하트가 쪼개지는 느낌이라서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 땅의 모든 인간과 귀신을 통틀어 나를 이리 대하는 자는 딱 자네 한 명뿐이네.”
“그래서 심심하지 않으시잖아요.”
김소희가 뭐라 할 것 같자 강진이 잽싸게 말했다.
“사이다 드릴까요?”
사이다라는 말에 김소희가 하려던 말을 머금었다. 기름진 음식에는 역시 시원한 사이다였다.
“그리하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서는 JS에서 사 온 사이다를 가지고 나왔다.
탓! 쏴아악!
이슬이 튀는 듯한 청아한 탄산 소리를 들으며 사이다를 잔에 따른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그녀는 이미 반으로 쪼개진 하트 동그랑땡 한 쪽을 먹고 있었다. 그런 김소희에게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음식 버리면 안 되니 이건 제가 먹겠습니다.”
김소희가 먹었다 해도 동그랑땡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버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드시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동그랑땡을 집어 입에 넣었다.
고소한 기름과 고기 육즙이 입안에 퍼지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작년보다 더 맛있게 된 것 같은데, 어떠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맛있게 잘 됐군.”
입안에 퍼지는 육즙과 야채의 맛을 느끼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다가 문득 물었다.
“요즘도 꽃 피어나다 촬영장 가시죠?”
“가고 있네.”
“촬영은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나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일이 좀 있기는 하지만 잘 되고 있네.”
“귀찮은 일요?”
“바람이라든가 햇살이라든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바람하고 햇살이 무슨?”
“장면에 어울리는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거나, 햇살이 너무 약할 때가 있네.”
“그거야 자연 현상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요?”
“그러니 귀찮은 일이지. 바람을 불게도 해야 하고, 바람을 멈추게도 해야 하고…… 햇살을 모으기도 해야 하고.”
정말 귀찮다는 듯 김소희가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이 그녀를 멍하니 보았다.
‘바람을 부르고, 햇살을 모은다고?’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 것도 하실 수 있으세요?”
“비를 내리거나 멈추는 건 좀 힘이 많이 들지만, 바람이나 햇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지.”
김소희가 우물거리며 하는 말에 강진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 대단하세요.”
“그런가?”
“그럼요. 근데 정말 비도 내리게 하실 수 있으세요?”
방금 전에 좀 힘이 많이 들어도 비를 내리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할 수는 있지만 잘 안 하지.”
“왜요? 가뭄이 든 곳에 비를 내리고, 홍수 난 곳에 비를 멈추면 참 좋을 텐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비는 하늘의 흐름이네. 내가 비를 어디에 내리면 원래 내려야 할 곳의 비가 없어지는 것이고, 내가 비를 멈추면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어. 그것이 어떠한 인과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할 수 있다 해서 함부로 그리하면 안 되는 것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바람과 햇살은요?”
“내가 태풍급 바람을 만들어 내거나, 태풍을 잠재우는 건 문제가 되겠지만…… 고작 머릿결을 휘날리거나 나뭇잎들이 날리는 정도는 그런 인과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 또한 햇살도 잠시 빌려 오는 것 정도는 괜찮네.”
“그렇군요.”
재차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아가씨 덕에 촬영 현장이 잘 돌아가겠네요.”
“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손 거드는 것이지.”
“혜원이는 어떻게 잘 하던가요?”
“잘 하고 있네. 곧 있으면 촬영 끝날 듯해.”
“벌써요?”
강진이 알기로는 2회까지는 박혜원 촬영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벌써 끝난다 하니 의아한 것이다.
“아역 촬영부터 일단 다 찍는 것 같더군.”
“그렇군요.”
말을 하던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혜원이가 연기를 참 잘 해.”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동그랑땡을 보다가 말했다.
“혜원이 집에도 좀 보내 주게나.”
“당연히 그래야죠.”
“한창 클 나이야.”
김소희가 동그랑땡 반쪽을 마저 먹고는 팬을 보자, 강한나가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동그랑땡을 그녀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그에 김소희가 젓가락으로 동그랑땡을 집어서는 베어 물었다.
맛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계란 옷을 입은 동그랑땡을 팬 위에 올렸다.
촤아악!
기분 좋은 기름 냄새와 소리에 강진이 미소 짓는 사이,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냄새 좋네요.”
“우리도 도우려고 왔습니다.”
“도울 거면 좀 일찍 와야죠.”
강선영의 면박에 도우러 왔다고 한 귀신이 머리를 긁다가 급히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안녕하세요.”
면박을 받느니 무서운 김소희에게 인사를 하려는 것이다. 그 귀신을 시작으로, 다른 귀신들도 김소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추석에 복 많이 받으세요.”
“아가씨, 추석에 복 많이 받으세요.”
귀신들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왜 김소희에게 우르르 가서 인사를 하는지 안 것이다.
한편, 동그랑땡을 입에 넣고 있던 김소희는 귀신들의 인사에 그들을 보다가 슬며시 동그랑땡을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입안에 있던 것을 천천히 씹어 삼켰다. 그런 김소희 앞에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귀신들이 기다렸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귀신들을 보며 김소희가 몸을 바로하고는 옷을 정리했다.
“아직 추석은 아니지만, 언제 또 볼지 모르니 지금 인사 나누는 것도 좋겠지.”
김소희가 귀신들을 하나씩 보다가 청년 귀신을 보았다.
“자네는 여기에 드나든 지 몇 년이나 되었는가?”
김소희가 말을 걸자, 청년 귀신이 공손히 말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오 년쯤 된 것 같습니다.”
“오 년이라…… 오래되었군.”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귀신들이 이곳에 온 햇수를 이야기했다.
대답들을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적당히 날 좋고 바람 좋은 날 승천들 하시게나. 저승도 어차피 우리 귀신들 가는 곳이니 그곳도 살 만할 것이네.”
김소희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말씀 감사합니다.”
“아가씨도 날 좋을 때 승천하십시오.”
“고맙네. 그럼 가서 일들 거들게나. 늦은 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게야.”
“알겠습니다.”
귀신들이 뒤로 물러나자, 이혜미와 강선영이 그들에게 비닐장갑을 내밀었다.
“송편 만들어 보신 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송편 만드시고요, 해 본 적 없는 분들은 여기 와서 꼬치 꽂으세요.”
이혜미의 말에 귀신들이 송편과 꼬치 쪽으로 갈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김소희가 동그랑땡을 입에 넣고는 다시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맛있게 동그랑땡을 먹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송편 맛 좀 보시겠습니까?”
“만들어 놓은 것이 있나?”
“아가씨 오시기 전에 찜통에 넣어둔 것이 있습니다. 지금 딱 맛있게 익었을 시간입니다.”
“그럼 맛 좀 보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깨로 가져오게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몸을 다시 돌리며 말했다.
“저기 그게 표시를 해 놓지 않아서요. 깨인지 콩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알겠네. 그냥 가져오게나.”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찜통을 열었다.
화아악!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그 안에 맛있게 쪄진 송편들이 보였다.
‘쫄깃쫄깃하겠다.’
막 쪄낸 떡만큼 먹음직스러운 것이 없다. 게다가 그 식감은…….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송편을 접시에 담았다. 바닥에 깔아 놓은 솔잎이 붙었지만, 상관없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먹어도 상관이 없고, 이 정도야 먹는 사람들이 하나씩 떼어내는 것도 재미니 말이다.
송편을 챙긴 강진이 접시를 들고는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먹던 동그랑땡을 내려놓고는 송편을 지그시 보았다. 그러고는 무엇을 골라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송편을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한 선택을 하는 것 같았다.
잘 골라야 꿀, 깨가 들어 있는 송편을 고를 수 있으니 말이다.
심각한 얼굴로 송편을 보고 있던 김소희가 결심을 했는지 그중 하나를 집었다.
스륵! 화아악!
불투명한 송편을 집어 든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겉으로는 모르지만, 들어서 만져 보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감이 온 것이다.
김소희가 송편을 도로 내려놓으려 하자, 강진이 슬며시 쟁반을 옆으로 옮겼다.
“음식 들었다가 놓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송편을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김소희가 들은 송편을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콩이네.’
김소희가 집은 건 그녀가 원하는 꿀 송편이 아니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콩 송편이었다.
‘맛있네.’
하지만 김소희는 강진과는 생각이 다른 듯, 눈을 찡그리며 송편을 조금씩 베어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