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17
1018화
촤아악! 촤아악!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지는 통닭을 이리저리 흔들던 강진이 앞을 보았다.
송편을 입에 문 아이들이 멍하니 튀겨지는 통닭을 보고 있었다.
“애들이 눈으로 먹고 있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한 번 보고는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열만 세어 보자. 십!”
강진이 십을 외치자, 아이들이 웃으며 소리쳤다.
“구!”
“팔!”
“칠!”
……
“일!”
“땡!”
땡이라 외친 강진이 튀겨지던 통닭들을 꺼내 기름 빠지는 틀에 올린 뒤 가위로 잘랐다.
“알았어. 알았어. 형이 빨리 잘라 줄게.”
애들이 빠르게 해 달라는 눈빛을 강하게 보내는 것에 강진이 가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통닭들을 해체한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자, 됐다.”
통닭을 해체하는 사이 기름도 적당히 빠져서 애들이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와, 맛있게 먹겠습니다.”
아이들은 잘린 통닭을 접시에 담고, 옆에 놓인 치킨 무도 덜어서는 빠르게 흩어졌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자리에 가서 먹으려고 말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황희승을 보았다.
“좀 드세요.”
“그럼 그럴까요?”
황희승이 웃으며 통닭 다리를 하나 집었다.
화아악!
불투명한 통닭 다리를 든 황희승이 웃으며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맛을 본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몸을 살짝 들어 앞 선반에 있는 치킨 무를 접시에 덜어서는 그에게 내밀었다.
“치킨 무랑 같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치킨 무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소리부터 제대로 아삭한 치킨 무의 식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이것도 직접 만드시는 거죠?”
“입에 맞으세요?”
“정말 맛이 좋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황태수가 황미소의 입가를 닦아 주고 있었다.
“천천히 먹어. 체해.”
“맛있는걸!”
“그러니까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지.”
황태수가 컵에 음료를 따라주자, 황미소가 그것을 마셨다. 동생이 음료를 마시는 걸 보던 황태수도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태수는 여전히 동생을 잘 챙기네요.”
강진의 말에 통닭을 손에 든 황희승이 한숨을 쉬며 황태수와 황미소를 보았다.
부모가 없으니 황태수가 아빠이자 엄마처럼 동생을 챙기는 것이다.
“미안하지요.”
씁쓸한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태수가 미소 챙기는 것처럼 미소도 오빠 많이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웃었다.
“맞습니다. 우리 미소가 오빠 많이 생각해요. 먹을 것 생기면 자기 혼자 안 먹고 남겼다가 오빠 주고는 한답니다. 하하하!”
“그래요?”
“전에는 학교 친구 엄마가 햄버거를 돌렸는데, 감자튀김은 안 먹고 그걸 오빠 가져다줬답니다.”
“자기도 먹고 싶었을 텐데.”
“많이 먹고 싶었겠지요. 미소가 먹을 걸 좋아하거든요.”
미소를 지으며 황희승이 황태수와 황미소를 보았다.
“태수가 동생 생각하는 것처럼, 미소도 오빠 생각을 많이 합니다.”
“둘이 우애가 깊네요.”
“그게 안심이 되면서도…… 안쓰럽습니다. 세상 의지할 곳이 없으니 서로에게 의지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애 좋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렇게도 보일 수 있었다. 투정을 하거나 기댈 대상이 서로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여기 보육원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은 좋은 사람들이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챙겨 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혈육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 아이를 보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애들 요즘 학교는 어때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태수는 여전히 공부 잘하고…… 미소는 여전히 잘 뛰어놉니다.”
미소한테는 공부 잘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는 관심이 없나 보네요?”
“한창 놀 때 아니겠습니까.”
황희승이 웃었다. 그 모습에 강진도 웃었다.
“아저씨 같은 아빠들이 많으면 과외에 지칠 아이들도 없을 텐데요.”
요즘은 학교 다니기 전에도 여러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많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황미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자기 반에서는 미소가 제일 잘 달립니다.”
“남자 애들보다요?”
아까도 빠르다는 생각은 했지만, 남자 애들까지 포함해서 제일 빠르다고 하니 꽤 놀라웠다.
“그럼요. 애들하고 같이 뛰면 저 멀리서 뛰고 있습니다. 아주 잘 뛰어요.”
자식이 뭔가 하나를 잘하면 마냥 기쁜 것이 부모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황희승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학교 선생님은 잘 해 주나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홍유정 선생님 그 일 이후에는 정말 새사람이 됐습니다.”
“그래요?”
“애들 하나하나 살피고, 가정환경 안 좋은 애들은 더 주의 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특히 어디 가나 하나둘씩 있는 장난꾸러기들은 더 주의 깊게 살피면서 혼내기보다는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잘 됐네요.”
“그러니까요. 정말 잘 됐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 여기에 음식 봉사 하러 와 있습니다.”
“여기에요?”
“네.”
“명절이라 바쁘실 텐데?”
홍유정도 선생이기 이전에 자식이 있는 한 가정의 어머니고, 한 집의 며느리다. 그런데 명절 바로 전날에 보육원에 음식 봉사를 하러 오다니 의아한 것이다.
“그러니까요. 바쁘실 텐데 오셨어요. 집에서 한 소리 크게 들을 텐데 말이에요.”
며느리가 명절 전날에 집에서 음식을 안 한다니 분명 안 좋은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러 간다고 해도 가정이 우선이니 말이다.
‘아니, 그전에 시댁이나 처가 안 가시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희승이 웃으며 말했다.
“아! 황 사장님 애들은 잘 크죠?”
“잘 크고 있습니다.”
“꽤 많이 컸을 것 같은데…… 못 본 지 오래됐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크기는 했지만 아직 갓난아기라서요. 보육원에 같이 오기는 좀 힘들어요.”
“그렇지요.”
아직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된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갈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보육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게…… 어쩌면 여기 사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자기들에게 없는 엄마, 아빠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은 다시 아이와 함께 보육원을 떠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육원 아이들은 지켜봐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 식구들은 투희가 태어나고 난 후 보육원에는 잘 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황민성이 강진과 함께 오는 것이 전부였다.
“주말에 제가 애들 데리고 민성 형 집에 갈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황 씨라서 그런지 우리 애들 어릴 때 보는 것 같아서 무척 예뻐요.”
황희승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미소하고 태수 어리잖아요.”
“그건 그렇지요.”
말을 하는 황희승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저처럼 가진 것 없는 아빠…… 일찍 죽은 아빠가 아니라 황 사장님처럼 가진 것 많고 건강한 아빠 밑에서 태어났으면 우리 애들도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건……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부모가 자식을 고를 수 없듯이, 자식도 부모를 고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태어나 보니 부모님이 재벌일 수 있었고, 누군가는 태어나 보니…….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보육원 아이들을 지그시 보았다.
‘세상 참 불공평한 것 중에 이런 것도 또 없지.’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을 때, 황희승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괜한 말을 해서 사장님 마음 쓰이게 했나 봅니다.”
“아닙니다.”
강진은 음료수를 하나 꺼내 황희승에게 따라주었다.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황희승이 슬며시 말했다.
“애들 커서 보육원 나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애들 보육원 나가고 난 후가 궁금하세요?”
“그…… 사장님도 보육원에서 나오셨으니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궁금해서요. 이런 거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강진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꽤 먼…… 한 십 년 후의 일이지만, 황희승은 보육원을 나간 후 아이들의 생활이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지금은 보육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는데, 나중에 이곳을 나가게 되면 그런 울타리마저 사라지니 말이다.
황희승을 잠시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보육원 나올 때 정착금이라고 돈을 좀 줘요.”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는 그 돈으로 일단 고시원에 들어갔습니다. 정착금으로는 보증금 하기도 좀 어렵거든요.”
“후우! 그렇겠죠.”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태수는 잘 해 나갈 거예요.”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황희승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미소도 나이를 먹고 퇴소를 하면 태수가 동생을 챙겨야 할 텐데……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황태수와 황미소를 보았다.
‘하긴, 태수가 미소를 데리고 같이 살겠구나.’
자신은 혼자였던지라 혼자 벌어서 혼자 살면 됐지만, 황태수는 분명 황미소를 위해 열심히 벌어서 황미소를 위해 쓸 터였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동생이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 거야.’
세상에 의지할 곳 단 하나 없는 것보다는, 힘들어도 동생이 있는 것이 황태수는 행복할 것이다.
“태수 나중 일이 걱정이신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세요. 태수하고 미소한테는 저하고 민성 형, 그리고 상식 형이 있잖아요.”
“그…… 죄송해서…….”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으세요. 저희들이 돈으로 태수를 돕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태수가 사회 나왔을 때 일자리를 구하면 할 만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지낼 곳이 필요하면 지낼 만한 곳을 소개해 주는 것 정도로만 도와줄 거예요.”
강진이 황태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정도만 도와줘도 태수는 잘 해 낼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그 정도만이라니요. 그 정도만 도와줘도 태수한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일자리라는 것이 사회 초년생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잖습니까.”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일자리라는 것이 쉽게 구하려고 하면 쉽게 구해질 수도 있지만…… 처음 구해 보는 사람에게는 뭘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었다.
강진도 처음에 아르바이트 자리 구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한다고 처음 전화할 때 많이 떨렸는데…….’
혹시 어리다고 일을 안 주면 어쩌나, 혹시 이미 일자리가 찼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보통 가정에서 자란 청춘에게는 아르바이트는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모자란 용돈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강진에게는 그것이 생계였다.
그래서 정말 간절히 아르바이트를 구했었다.
황미소의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다시 정리해 주고 있는 황태수를 보던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형이 너 많이는 못 도와줘도 최소한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 정도는 어떻게든 구해 줄게.’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작게 입을 열었다.
“파이팅이다, 태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