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18
1019화
점심 무렵 강진은 황태수, 황미소와 함께 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원장님이 푸드 트럭도 있고 날씨도 선선하고 좋으니 보육원 식당이 아닌 야외에서 먹는 게 어떻겠냐며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방에서 만든 음식들을 푸드 트럭으로 옮겨와서 거기에서 배식을 하고,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강진은 식판에 담긴 잡채를 후루룩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추석이라 풍성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고기도 꽤 많이 들어 있었다.
아니, 정말 많이 들어 있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이렇게 고기를 많이 넣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미소야, 고기 더 먹을래?”
“응. 먹을래.”
황미소가 웃으며 하는 말에 황태수가 자신의 잡채에 있는 고기를 동생의 식판에 올려 주었다.
고기를 먹으며 웃는 황미소를 보고 강진이 피식 웃으며 자신의 식판에서 고기를 집어 황태수의 식판에 올렸다.
“너도 먹어.”
“저는 괜찮아요.”
“괜찮기는. 세상 모든 어린이는 고기를 좋아하는 법이야.”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식판에 담긴 잡채를 보았다. 고기만 골라 황태수에게 주다 보니 야채와 면만 남았다.
‘민성 형이 고기 잡채를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잡채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고기였다. 강진도 어릴 적에 잡채에서 고기만 쏘옥 쏘옥 빼 먹은 적이 있었고, 황민성도 그런 적이 있었다.
특히 황민성에겐 고기가 잔뜩 들어간 잡채가 추억의 음식이었다.
전에 그의 어머니가 정신이 안 좋으실 때 요양원에서 아들 먹이려고 잡채에 고기를 잔뜩 넣은 적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정신이 없으신데도 아들 먹이시겠다고 그렇게 음식을 하셨는데…… 지금 음식 하고 계시겠네.’
황민성의 집에서는 김이슬과 문지나가 함께 한창 음식을 하거나 점심을 먹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황미소를 보았다. 황미소는 정말 맛있게 잡채를 먹고 있었다.
“미소는 정말 잘 먹는구나.”
“네!”
환하게 웃는 황미소를 보던 강진이 문득 황태수를 보았다.
“태수는 여전히 공부 잘하지?”
“그냥요.”
황태수의 말에 황미소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 육 학년 책도 봐요.”
“육 학년 책을?”
“네! 언니 오빠들이 그러는데 오빠 정말 공부 잘한대요.”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태수 훌륭하네.”
“공부가 가장 쉬워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마 쉬운 게 하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황태수를 보았다.
“미소가 엄청 빠르던데?”
“네. 정말 잘 달려요.”
“네가 보기에도 그래?”
“저희 반하고 미소 반하고 체육 시간이 같아서 운동장에서 보는데, 정말 빨라요. 같은 학년 중에서는 미소가 가장 빠른 것 같아요. 아! 남자애들 포함해서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황미소를 보았다. 아직 어린아이라 남자, 여자 체구가 많이 차이 나지는 않는다. 몇몇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도 더 클 정도였다.
하지만 남녀 간 신체적인 차이는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미소가 다른 남자애들, 그것도 같은 학년에서 가장 빠르다는 건…….
‘혹시 육상에 재능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황미소를 보다가 황태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소 육상 시켜 볼까?”
“육상요?”
“물론 지금 말고 조금 더 크고 그때도 잘 뛰면.”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황미소를 보았다.
“미소 달리는 거 좋아?”
“달리는 거?”
“응.”
“모르겠는데?”
“몰라? 미소 잘 달리잖아.”
“그건 애들하고 노니까 뛰는 거잖아.”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하긴. 노니까 뛰는 거지, 뛰려고 뛰는 건 아니지.”
애들을 잡으려고 뛰고, 도망치려고 뛰고, 누구 보러 뛰는 거지 뛰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둘 나이가 아니었다.
‘지금은 너무 어리니까.’
한 3학년 돼서 달리는 거 보고 재능이 있으면 후원을 하는 게 어떨지 강진은 고민했다.
‘육상이 돈이 많이 들어가나?’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싶겠지만, 운동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정운희 원장이 아이를 안은 채 다가왔다.
“어떻게, 입에 맞으세요?”
“정말 맛있네요.”
“다행이네요.”
정운희가 아이들 식판에 담긴 잡채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황민성 후원자님과 강상식 후원자님이 명절 지내라고 후원금을 보내 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후원요?”
“못 들으셨어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못 들어본 일이었다.
“우리 형들이 그래요.”
“뭐가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시거든요.”
“아!”
“제가 이런 일 하면 제 왼손뿐만 아니라 옆집, 뒷집 왼손들도 다 알게 할 텐데요.”
“좋은 일을 한 건데 감출 것도 아니죠. 그리고 널리 알려야 다른 사람들도 기부라는 것이 있는 줄도 알고 우리 같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는 줄도 알 테고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전에 한 연예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연예인요?”
“그분이 여러 봉사 활동도 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데 꼭 카메라를 대동해서 하거든요. 방송에도 나와서 이야기하고요.”
“그러시군요.”
“그분이 그래서 오해를 좀 받아요. 일부러 사람들한테 좋은 일 한다는 거 생색내려고 봉사한다는 오해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분들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그런 분들도 저희는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람들한테 보이려고 봉사를 하든, 기부를 하든…… 분명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명절에 보육원에 찾아가는 거 욕은 하면서 정작 본인은 봉사나 기부를 안 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장 입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더 감사했다. 뭐가 되었든 그들이 가져오는 물품과 후원금은 밥이 되고 반찬이 되고, 아이들 입힐 옷이 되니 말이다.
“아!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것이 아니고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오해하더라도 계속 이렇게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언론에 알려지고 해야 사람들이 기부나 봉사에 대해서 알 수 있지 않겠냐면서요. 그러고는 웃으면서 말을 하더라고요. 저 욕하셔도 되는데 욕하시는 댓글은 기부 댓글로 해 주라고요.”
“기부 댓글요?”
“‘카카’라는 곳의 ‘같이 가자’라는 곳은 기부를 안 하고 댓글이나 좋아요만 눌러도 회당 백 원씩 회사에서 기부를 해 주거든요.”
“좋아요와 댓글만 달아도요?”
“한 기부 목록에 한 번만 달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올라와서 저도 시간 날 때마다 들어가서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아요. 한 오 분만 투자해도 이삼천 원 댓글 기부가 되거든요.”
“참 좋은 제도네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그거 누르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많이들 눌러요?”
“그럼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기 시간을 써서 남을 위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세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백 원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지만 한 분이 누르고 열 분이 누르고 더 많이 누르면 큰돈이 돼서 기부가 되는 거죠.”
강진이 웃으며 정운희를 보았다.
“잘 찾아보면 돈 안 들여도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그 연예인이 그렇게 사진을 찍고 하시나 봐요. 이런 일도 있으니 많이 관심 가져 주라고요.”
“좋은 분이시네요.”
“저도 그분이 참 좋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황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두 분이 기부금도 보내 주셨는데 따로 추석 잘 보내라고 식재들과 고기도 많이 보내 주셔서…… 정말 풍족한 명절이 되었어요.”
“아! 그래서 잡채에 고기가 많았군요.”
“그렇죠. 작년에는 잡채에 고기를 많이 못 넣어서 애들이 고기 몇 점씩 먹고는 아쉬워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애들이 고기 반 잡채 반으로 먹을 수 있겠어요.”
“고기 잡채네요.”
“그러네요. 정말 고기 잡채네요.”
정운희가 웃으며 황미소를 보았다.
“미소, 잡채에 고기 많아서 좋지?”
“네! 정말 맛있어요.”
황미소의 말에 정운희가 안쓰러운 얼굴로 아이를 보았다.
“맛있는 거 자주 해 줘야 하는데 미안하네.”
“아니에요. 지금도 맛있는 거 많이 먹어요.”
황미소가 환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정운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많이 먹어.”
“네!”
“아! 잡채에 고기 아직도 많으니까 모자라면 더 가져다 먹어.”
“아싸!”
황미소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푸드 트럭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려 하자, 황태수가 급히 말했다.
“뛰면 넘어져. 천천히 가.”
“안 넘어져!”
소리를 치며 달려가는 황미소를 보며 정운희가 웃다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저기 사장님.”
강진이 보자 정운희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해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일으켰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원장님과 여기 일하시는 분들에게 오히려 고맙고 감사합니다.”
강진은 진심이었다. 자신이야 어쩌다 한 번 애들 맛있는 거 해 주러 오지만,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분들은 거의 일 년 내내 돌본다.
지금 같은 추석에도 쉬지 못하고 나와서 애들을 살피는 것이다. 추석이라도 애들 밥도 먹여야 하고 어린아이들은 더 챙겨 줘야 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강진 또한 보육원 시절, 이런 사람들의 도움으로 명절을 지냈다.
강진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운희를 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 나온 보육원에는 자주 가세요?”
“제가 가는 보육원이 몇 곳 있어서요. 매달은 못 가고 두 달에 한 번은 가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기 원장님이 사장님 보면 참 뿌듯하겠어요.”
“그런가요?”
“그럼요. 저희들은 저희 품에 있다가 나간 아이들이 잘 크고 잘 살면 참 뿌듯하거든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미소와 황태수를 보았다.
황미소는 잡채가 있는 곳에서 배식을 해 주는 사람에게 식판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배식을 해 주는 사람이 웃으며 황미소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고는 잡채를 담아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때로는 사람도 고쳐 써도…… 괜찮네.’
흔히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제 버릇 개 주냐는 말도 있고 말이다. 모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 식판에 잡채를 담아 주고 있는 사람, 홍유정이 그 예외에 속했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홍유정이 이쪽을 보고는 조심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강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강진과 인사를 나눈 홍유정은 음식을 더 받으러 온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담아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홍유정이 과거에 한 잘못은 지울 수 없지만…… 앞으로 그녀가 가르칠 학생들과 아이를 생각하면 좋은 변화였다.
앞으로 그녀가 가르칠 학생들 수백 명은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홍유정의 주위에 있는 선생님들도 그녀의 영향을 받아 좋은 선생님이 될 수도 있었다.
홍유정의 변화로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정말 귀한 직업이어야 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선생님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