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29
2화
배용수는 김치를 썰고 있었다.
서걱! 서걱!
먹기 좋은 크기보다는 조금은 더 작고 얇게 썬 배용수가 옆에 있는 밀가루 반죽에 김치를 넣었다.
그러고는 수저로 반죽을 섞은 배용수에게 강진이 얇고 작게 썬 돼지고기를 내밀었다.
잡채에 들어가는 고기보다 조금 더 작게 썰린 고기를 반죽에 넣고 젓던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비 오는 날에는 김치전이지.”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만들기 쉽고 맛도 있고…… 비 오는 소리 들으며 먹으면 아주 좋죠.”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김치전 반죽을 보았다.
“근데 나는 오징어 넣고 한 게 더 좋은데.”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냉장고에서 오징어 채 썰어 놓은 것을 꺼냈다.
“그럼 몇 장에는 오징어를 넣으면 되죠.”
“괜찮아요. 번거롭잖아요.”
“번거롭기는요. 부칠 때 위에 오징어 톡톡톡 올리면 끝인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부침개는 뭘 넣어도 다 맛있지.”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아요. 파를 넣으면 파전이 되고, 꽃을 넣으면 꽃전이 되고, 배추를 넣으면 배추전이 되고…… 참 많네요.”
“그렇다고 이상한 것을 넣지는 말고요.”
배용수가 웃으며 프라이팬에 김치전 반죽을 부었다.
촤아악!
조금은 수분이 많아 보이는 반죽이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수분이 많으면 부드럽고 얇은 김치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저승식당 식구들은 얇은 전을 더 좋아했다.
기름 튀는 소리와 함께 반죽이 익어가자, 강진이 그 위에 오징어를 툭툭 올렸다.
“맛있겠다.”
강선영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은 파와 마늘, 그리고 고추를 썰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그렇게 양념간장까지 만든 강진은 맛있게 익어가는 김치전을 보았다.
김치전을 다 같이 먹을 만큼 만든 강진과 저승식당 식구들은 홀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자, 먹죠.”
강진이 웃으며 음식을 놓자, 식구들이 주위에 둘러앉았다.
“상식 형도 와서 좀 먹으라고 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상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김치전 했는데 와서 좀 가져가세요.”
[김치전?]“비도 오고 해서 좀 만들었어요.”
[맛있겠다.]“형수님하고 같이 오세요.”
[너희 형수 오늘 친구들하고 약속 있다고 아침에 나가서 없어.]“그래요? 그럼 점심에 식사하러 오시지.”
[너희 형수가 나 먹으라고 김치찌개 끓여 놓고 나갔다.]뿌듯함이 담긴 강상식의 목소리에 강진이 웃었다.
“후! 그럼 그거 먹어야죠.”
[그래서 맛있게 먹었다. 기다려. 금방 갈게.]강상식이 전화를 끊자 강진이 식구들을 보았다.
“형 온대요.”
“형수는 어디 가셨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친구 만나러 가셨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가게 문을 보았다. 문밖에선 빗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약속을 잡으셨네.”
“비 올 줄 아셨겠어? 약속 날에 비가 온 거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덜컥!
일요일 한낮에 내리는 봄비는 기분 좋은 청량감을 주었다.
촤아악! 촤아악!
그리고 빗소리도 듣기가 좋고…….
“오늘 쉬기로 한 건 참 좋은 결정이었어.”
“맞아. 비 오는 날 운전하면 정말 피곤하지.”
한끼식당이 쉬는 일요일에는 주로 봉사하러 가거나, 보육원에 음식을 해 주러 간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내리는 봄비에 외출하지 않고 쉬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내는 것도 좋으니 말이다.
내가 잘 쉬고 편해야 이런 봉사 활동도 오래 할 수 있다.
힘들고, 불편하고, 꼭 가야만 하는 곳으로 인식이 되면 오래 할 수 없게 되니 말이다.
비 내리는 밖을 보던 강진이 김치전을 찢어 입에 넣었다.
고소한 기름과 김치의 짠맛, 그리고 오징어의 식감과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강진의 말에 강선영도 젓가락을 들어서는 김치전, 그것도 오징어가 몇 개 같이 붙어 있는 곳을 뜯어서는 입에 넣었다.
“맛있다.”
같은 말을 하는 강선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이혜미도 김치전을 찢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얼굴로 맛 표현을 하는 이혜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막걸리나 한잔할까요?”
“낮부터요?”
“원래 술은 낮술이죠. 특히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가 좋죠. 그리고 김치전에는 막걸리 아니겠어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그래. 술은 낮술이지. 그리고 우리 막걸리 맛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내 양은 주전자에 담았다.
콸콸콸!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강진이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이렇게 해야 귀신들도 조금 더 맛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준비를 할 때, 활짝 열린 문으로 강상식이 급히 들어왔다.
“나 왔다.”
웃으며 손으로 몸에 묻은 빗물을 털어내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우산 안 쓰고 오셨어요?”
“바로 옆에서 오는데 무슨 우산까지 써.”
말을 하며 강상식이 탁자에 다가오자, 강진이 카운터에서 수건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고 얼굴을 닦은 강상식은 의자에 앉으려다가 잠시 멈췄다.
식탁에 막걸리를 따라 놓은 잔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귀신 직원들이 다 앉아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에 강상식이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앉았다.
“낮부터 막걸리네.”
“술은 낮술이죠.”
“그런가?”
“그리고 비도 오고 김치전도 있으니…… 막걸리가 빠지면 서운하죠.”
강진이 양은그릇을 하나 더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형도 한잔하세요.”
“그럴까?”
강상식이 그릇을 들자, 강상식이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쪼르륵!
“소리 좋네.”
“조금 일찍 부를 걸 그랬네요.”
“일찍?”
“비 오는 소리에 부침개 튀겨지는 소리까지 같이 들으면 기분이 더 좋거든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을 덧붙였다.
“그 소리를 맛있는 소리라고 하는 거지.”
“맛있는 소리라…… 확실히 맛있는 소리지.”
“맞아요. 빗소리가 들리면 국수가 먹고 싶고 부침개가 먹고 싶고…….”
“맞아. 비 오는 날에는 면도 당기지.”
“나는 비 오는 날에는 홍합탕이 그렇게 먹고 싶던데.”
“홍합탕요? 진작에 말씀하시지.”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른 홍합 있지?”
지금 당장 생홍합을 사러 가는 건 무리지만, 마른 홍합으로 해도 맛있는 홍합탕을 만들 수 있었다.
“주방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냐?”
“나는 잘 모르지. 네가 우리 주방 대장이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싱크대 위에 서랍 열어 보면 있다.”
“오케이!”
강진은 주방에 가서 마른 홍합을 찾아 물에 담가 놓고는 육수 통을 꺼내려다가 잠시 멈췄다.
‘홍합을 넣으면 육수 말고…….’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합에서 감칠맛이 우러나올 텐데 굳이 또 육수를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무하고 파, 그리고 고추만 넣어서 맑고 살짝 얼얼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냄비에 파와 무를 넣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너무 진하지 않게 끓이던 강진은 홍합이 통통하게 물에 불자 끓어오르는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고추를 썰어 넣은 강진은 홍합탕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홍합탕 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됐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홍합탕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시원하고 칼칼한 홍합탕 한 그릇 뚝딱 나왔습니다.”
홀로 나온 강진이 냄비를 테이블 가운데에 놓자,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겠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이 그릇에 홍합탕을 조금씩 덜어서 각자의 자리에 놓자, 배용수가 수저를 들어 국물을 떠먹고는 말했다.
“칼칼하고 좋네.”
“맛있지?”
“맛있는데…… 육수 안 썼어?”
“홍합이 들어가는데 굳이 육수를 써야겠나 싶더라고. 그래서 무하고 파, 고추만 넣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이것도 가볍고 좋네.”
육수를 넣고 끓이면 맛이 진하고 좋겠지만, 이렇게 파와 무, 홍합만 넣고 끓여도 맛이 좋았다.
음식이라는 것이 정식으로 먹을 때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가볍고 편하게 먹는 것도 좋았다.
집밥이 늘 맛있지만, 가끔은 인스턴트 음식이 맛 좋은 것처럼 말이다.
강진이 식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보고 있었다.
황민성은 매일 저승 비타민을 챙겨 먹고 있어서 귀신을 볼 수 있지만 강상식은 아니었다.
그래서 강진이 식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에는 혼자 이야기를 하고 웃는 강진만 보일 뿐이었다.
잠시간 강진을 보던 강상식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카운터로 가서는 서랍에서 향수를 꺼내 입에 치익 하고 뿌렸다.
“그거 자주 하면 안 좋아요.”
“괜찮아. 나도 귀신 보는 삶에 이제는 익숙하다.”
웃으며 대꾸한 강상식이 배용수를 향해 손을 들었다.
“어이! 용수! 이제 보이네.”
“어서 와서 드세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자리에 앉으며 이혜미와 강선영을 보았다.
“확실히 보고 들으면서 같이 자리를 해야 기분이 좋네.”
강상식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국물도 나왔는데 한잔 하시죠.”
“그래.”
배용수가 웃으며 잔을 들 때 가게 문이 열리며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형 어떻게 오셨어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상식이가 시간 있으면 오라 하더라고. 마침 이 근처에 일 보고 있어서 바로 왔지.”
웃으며 황민성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내 동생들이 형 빼고 먹는다는데 알아서 와야지 않겠냐.”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자, 형도 한잔 받으세요.”
강진이 막걸리를 따라주고는 잔을 들었다.
그에 황민성과 강상식과 한끼식당 식구들이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혔다.
그리고는 막걸리를 쫘악 들이킨 강상식이 웃으며 김치전을 뜯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비 오는 날 김치전 좋네.”
강상식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활짝 열려진 문으로 밖에 내리는 봄비를 보았다.
“비 오는 날에는…… 김치전이지.”
그리고 배용수의 기억 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
난 비 오는 날이 좋았다. 비 오는 날에는 마루에 앉은 할머니가 텃밭에서 딴 깻잎과 파로, 아니면 김치를 썰어서 부침개를 만들어 주셨다.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와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간식이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그래서 난 비 오는 날이 좋았다.
운암정 정자에서 배용수는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다.
툭툭툭!
비가 내리는 정원을 보며 배용수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으! 비 억수로 오네!”
운암정 수석 숙수 이진웅이 급히 정자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 배용수가 웃으며 수건을 내밀었다.
“형 여기요.”
“쌩유!”
웃으며 이진웅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내며 말했다.
“그런데 왜 늘 여기냐?”
“비 오는 날은 김치전이죠.”
“그러니까 멀쩡한 주방 놔두고 왜 꼭 여기 와서 이 지랄이냐 이거지.”
말을 하며 이진웅이 털썩 정자 한쪽에 앉다가 눈을 찡그렸다. 내리는 빗줄기에 정자 안이라고 안전하지는 않았다.
가끔 바람에 휘날려 오는 빗줄기에 정자 안도 젖으니 말이다.
“왜 꼭 비 떨어진 곳에 앉으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배용수가 빗줄기가 안 떨어진 안전 지역을 가리키자, 이진웅이 그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정자 바닥에 놓인 김치전을 집어 입에 넣었다.
“사방에 벽이 있고 비 막아주는 지붕이 있는 편안한 주방 놔두고 꼭 여기 와서 전을 하더라.”
“주방에서는 빗소리가 잘 안 들리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이진웅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참 김치전을 좋아해.”
“비 내리는 날의 김치전을 좋아하죠.”
배용수가 웃으며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김치전을 뒤집었다.
촤아악!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