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39
12화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엄마의 음식들을 떠올리던 신수조가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미소 짓는 신수조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어머니 보고 싶으세요?”
“늘 보고 싶죠.”
“하긴, 제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네요.”
당연한 질문을 했으니 말이다. 그에 신수조가 그를 보고는 웃었다.
“너무 그렇게 안쓰럽게 보지 마세요. 저 엄마 자주 봐요.”
“네?”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신수조가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영상통화요.”
“아!”
강진이 보자 신수조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엄마가 바빠서 자주 연결이 되지는 않는데…… 그래도 얼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 해요.”
“영상통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그녀의 주머니 쪽을 보았다.
“저승식당은 정말 저승과 가깝네요.”
“우리 빼면 저승과 가장 가까운 건 저승에 사는 사람들 빼고는 없죠.”
웃으며 신수조가 냉장고를 툭툭 치고는 말했다.
“오랜만에 이 냉장고 보니 이 안에 엄마가 해 놓으셨던 음식 생각이 나네요. 엄마가 여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반찬하고 음식들을 늘 채워 놓으셨거든요.”
김복래를 자주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식은 그리운 모양이었다.
“음…… 그럼 어머니 손맛은 아닐지 몰라도 신수조 씨 좋아하는 음식들 좀 해 드릴까요?”
“그거 좋네. 뭐 좋아하세요?”
배용수가 말을 하며 신수조를 보았다.
“신수조 씨 좋아하는 음식하고 밑반찬하고 쫘악 해서 친정 왔다 간 기분 내게 해 드릴게요.”
둘의 말에 신수조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냥 강진 씨가 해 줘요. 강진 씨가 하면 엄마 손맛하고 같으니까.”
그러고는 신수조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요리법 적힌 노트 어디에 있어요?”
“아.”
강진은 싱크대 위에 있는 선반을 열어서는 그 안에서 노트를 꺼냈다.
처음에는 그 노트를 보고 요리를 했지만, 지금은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어서 그것을 보고 요리를 하고 있지 않았다.
강진이 요리 노트를 건네주자 신수조가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이거 엄마가 나한테 선물해 준 거예요.”
“어머니께서요?”
“이 노트 보고 요리를 하면, 이 노트를 쓴 분의 생각대로 음식을 할 수 있잖아요.”
“그거 정말 신기했어요.”
강진도 레시피를 보자마자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걸 느끼고 깜짝 놀랐었으니 말이다.
“엄마가 두치 오빠한테 부탁해서 저승에서 구해 온 거예요.”
신수조가 노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없을 때…… 우리 오빠들하고 나, 엄마가 해 준 음식 먹고 싶으면 이거 보고 하라고 이렇게 만들어 주고 가신 거예요.”
“그럼…… 이 책의 주인은 신수조 씨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김복래 여사님께서 음식 못하는 저를 위해 남겨 주신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강진 씨한테 전해 준 거예요.”
“신수조 씨가요?”
“엄마가 나를 위해 남겨 줬고, 내가 강진 씨에게 준 거니까요.”
신수조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엄마 음식 맛이 우리 식당에 계속 있었으면 했어요. 다른 분들도 엄마 음식 맛을 볼 수 있게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노트 덕 많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신수조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저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뭐예요?”
“김복래 여사님과 제가 먼 친척이라고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남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할아버지도 아니고 고조부 누나의 자손이다.
즉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누나의 손자였다. 그러니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렇죠.”
“그런데 왜 저에게 이 저승식당을 맡기게 되신 겁니까? 멀어도 친척에게 맡기려고 했다면 신수 형제분들이 맡아도 될 것 같은데?”
강진의 물음에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큰오빠는 식당 일보다는 변호사 일을 좋아하고, 둘째 오빠는 전국 돌면서 좋은 식재 찾고 그걸 식당에 연결해 주는 걸 좋아해요. 좋은 식재를 좋은 가격에 사서 좋은 식당에 납품하는 것이 좋대요.”
“생각 좋으시네요.”
“우리 오빠 중에 둘째 오빠가 가장 착해요.”
“그럼 셋째 분은?”
“셋째 오빠는 그냥 술을 좋아해요.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도 많이 혼났는데…… 결국은 술 파는 쪽으로 가더라고요.”
웃으며 신수조가 식당을 보았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 안 좋아했어요.”
“그러셨어요?”
신수조가 미안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저승식당이 의미도 있고 일할 맛도 나지만…… 가끔은 힘든 일도 생기잖아요. 엄마는 그런 일 저희가 하지 않기를 바라셨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자신도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다면…….
‘내 아이한테는 이 일을 넘기고 싶지 않으니까.’
저승식당은 정말 보람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힘든 일이었다.
한이 없으면 귀신이 되지 않는 만큼, 다들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들과 지내다 보면 그 사연들을 알게 되고…… 그게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김복래는 자식들에게 저승식당을 맡기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알기에 신수조는 강진에게 미안했다. 엄마가 자신들에게 맡기기 힘든 짐을 강진에게 맡겼으니 말이다.
신수조의 사과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저는 저승식당 맡아서 참 좋습니다.”
“그래요?”
“그럼요. 저승식당을 맡게 되어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생겼잖아요.”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와 주방에 모여 있는 직원들을 보았다. 그에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저에게 한끼식당을 맡기셨는지는 못 들었는데요.”
강진이 재차 묻자 신수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가 강진 씨를 보셨어요.”
“저를요?”
“강진 씨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그야 자주 했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언제 했냐고 물으면 답할 수 없다. 할 아르바이트가 없을 때 자주 하던 것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이니 말이다.
“강진 씨 일하던 편의점 앞에 엄마가 앉아 계셨대요.”
***
편의점에서 생수를 한 병 고른 김복래가 카운터로 향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인지, 아니면 손님이 몰리는 시간인지 카운터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천오백 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남자 직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은 채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계산을 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볼 때, 김복래 옆에 있는 젊은 여자 귀신이 말했다.
“언니, 직원이 참 싹싹하네.”
여자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귀신은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가씨라 김복래에게 언니라고 부를 나이로는 안 보였다.
하지만 귀신은 나이를 먹지 않으니…… 생긴 것으로 나이를 평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여자 귀신은 김복래와 이십 대를 같이 보낸, 정말 오래된 귀신이었다.
“그러게.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주는 표정이네.”
김복래는 여자 귀신과 작게 이야기를 나누며 카운터에 생수를 내려놓았다.
“어서 오세요. 생수 육백 원입니다.”
직원의 말에 김복래가 웃으며 천 원을 꺼내 내밀었다.
“천 원 받았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여 천 원을 받은 직원이 사백 원을 거슬러 주고는 재차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고마워요.”
김복래가 웃으며 돈을 받곤 편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을 나와 앞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은 김복래가 자신의 다리를 주물렀다.
“언니도 나이 많이 먹었네. 옛날에는 시장에서 식재들 바리바리 들고 한참을 걸어도 힘들다는 소리 한 번 안 했는데.”
“그럼. 나이 많이 먹었지. 벌써 내 나이가 팔십이 넘어.”
“세상에…… 우리 언니 정말 나이 많이 먹었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네.”
여자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네가 나 걱정된다고 옆에 남은 것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그렇네.”
여자 귀신은 지나간 세월을 떠올리며 작게 미소를 짓다가 무릎을 쭈그리고는 김복래의 다리를 주물렀다.
여자 귀신이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에 김복래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시원하다.”
김복래의 말에 여자 귀신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언니, 그동안 참 고생했어.”
여자 귀신의 애잔한 얼굴에 김복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생은 무슨…… 나는 할 만했어.”
“그랬어?”
“그럼. 이 일 하면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너도 만났잖아. 나는 다시 태어나도 저승식당 하고 싶어.”
“피이! 그런 사람이 예전에 호가 식당 맡겠다고 했을 때 말렸어?”
여자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미소를 지었다.
“호가 장남이라 책임감이 강해서 그래. 그리고 호는 공부를 잘하잖아. 식당 주인보다는 변호사가 더 좋지.”
“언니도 식당 주인보다는 변호사 아들이 더 마음에 드나 보네.”
“나는 엄마 아니니?”
식당 주인과 변호사 아들…… 보통 엄마들이라면 아들이 변호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김복래도 자식 일에 있어서는 보통 엄마였다.
김복래는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파란 하늘을 지그시 보던 김복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식당 일은 내가 하는 일이니 장남인 자기가 잇고 싶은 거지, 호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야. 그리고 호가 식당을 하면 손님들이 어디 음식 하나 제대로 주문하겠니?”
김복래의 말에 여자 귀신이 웃었다.
“하긴, 그건 그렇다.”
신수호가 식당 일을 하면 사람 손님이든 귀신 손님이든 편하게 음식을 주문하지는 못할 것이다.
웃으며 여자 귀신이 김복래의 다리를 주무를 때, 그녀는 한곳을 보고 있었다.
편의점 입구 앞에 서 있는 한 꼬마가 기웃거리며 가게 안을 보고 있었다.
‘아까도 저기에 있던데…….’
왜 아이가 편의점 앞을 기웃거리나 싶어 의아하던 찰나, 편의점 문이 열리며 직원이 밖으로 나왔다.
“형!”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자, 직원이 들고 나온 봉지를 내밀었다.
“가져가서 바로 먹어야 해.”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폐기하는 것 주는 건데. 형이 미안하다.”
“형도 먹는 거잖아요.”
아이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형도 이거 한 이틀 지난 것도 먹어 봤는데 아무 이상 없더라.”
어깨를 으쓱인 직원이 아이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안에 이번에 신상으로 나온 샌드위치 넣었거든? 그거 맛있으니 내일 먹어.”
직원의 말에 아이가 봉지를 열어 안을 보고는 급히 말했다.
“이거 유통기한 내일까지인데요.”
“그러니까 내일 먹어.”
“이거 형이 산 거 아니에요?”
“일 플러스 일이야. 형이 먹고 싶어서 하나 사고 남은 거 주는 거야.”
직원의 말에 아이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가 방학 끝이지?”
“네.”
“다행이다. 그럼 이제 학교에서 밥 먹을 수 있겠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자, 동생들 배고프겠다. 어서 가.”
“감사합니다.”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뛰어가자, 직원이 그 모습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김복래를 발견하고는 작게 고개를 숙인 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원이 바로 강진 씨였어요.”
“아…… 그러셨군요.”
생각을 해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챙겨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가진 강진 씨가 우리 식당을 맡아 줬으면 하셨어요. 그래서 큰오빠가 강진 씨에 대해 조사해 보고는 찾아간 거예요.”
“그럼 저와 먼 친척이라는 건?”
“그건 사실이에요. 찾아보니 먼 친척이더라고요.”
말을 하던 신수조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한테 큰 짐을 맡기는 것 같아서 어머니가 정말 많이 미안해하셨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다음에 여사님하고 통화하실 때 전해 주세요.”
강진이 웃으며 식당을 보았다.
“저 이강진은 저승식당 맡게 돼서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다고요. 오히려 제가 여사님한테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렇게 전해 드릴게요.”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