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38
11화
“음식 나왔어요.”
신수조가 웃으며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손님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뭘요.”
신수조가 웃으며 손님들을 보았다.
“음식 더 필요하신 분?”
“없어요. 아가씨도 좀 앉아서 쉬세요.”
“맞아요. 아침에 일하고 저녁에 어머니 일도 도와드리고…… 그래서 몸이 버티겠어요? 좀 쉬세요.”
손님들의 말에 신수조가 웃으며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신수호가 백발의 할머니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후덕한 인상의 백발 할머니는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엄마.”
신수조가 맞은편에 앉자, 할머니…… 저승식당의 주인 김복래가 웃으며 말했다.
“손님들 말대로 너는 이만 들어가서 쉬어. 내일 아침에도 일찍 나가야 하잖아.”
“괜찮아. 그리고 나 내일 쉬어.”
“그래?”
“응.”
그러고는 신수조가 신수호를 보았다.
신수호는 책을 보며 가끔 들고 있는 펜으로 밑줄을 치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신수조가 손을 내밀어 신수호가 보는 책을 들었다.
“응?”
책을 뺏긴 신수호가 쳐다보자, 신수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승 일만 하지, 무슨 저승 변호까지 한다고 그래.”
그러고는 신수조가 신수호를 보았다.
“공부하는 거 지겹지 않아?”
“지겹기는……. 나는 공부하는 게 가장 좋아.”
신수호의 말에 신수조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련하겠어.”
신수조의 말에 김복래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너 죽었을 때 오빠가 변호해 줄 거니 공부 방해하지 마.”
“스무 살 꽃다운 처녀한테 벌써 죽는 이야기를 해.”
“사람은 다 죽어.”
김복래가 가게 안 손님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보면 알잖니.”
김복래의 말에 신수조가 손님들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는 아주 나중에 생각할래.”
죽음과 가장 가까이 사는 신수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았다.
저승에 대해 많이 알기는 하지만 가 본 적은 없는 그런 낯선 곳이니 말이다.
그런 곳보다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일이 있는 이승이 좋았다. 그리고 죽는다는 것이…… 뭔지 알아도 두렵기도 하고 말이다.
“두치 오빠 말 들어 보니 저승 변호사 시험 엄청 어렵대.”
“그래서 공부하잖아.”
신수호의 말에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손님들 저승에서 힘들지 않게 잘 변호해 줘.”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돈이 있다면 내가 나서서 도울 거다.”
돈이라는 말에 신수조가 피식 웃었다. 악덕 변호사나 할 만한 말이지만…… 신수호의 말은 도와줄 가치가 있는 사람은 도와주겠다는 말이었다.
저승에서 돈이 있다는 건 살아서 좋은 일을 하던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니 말이다.
그래서 돈을 보고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저승에서 돈이 없고 죄를 받을 상황이라면…… 죗값을 받는 것이 옳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신수조를 보던 신수호가 말했다.
“일은 할 만하니?”
“오빠가 어쩐 일이야? 그런 걸 다 물어보고.”
평소 이런 걸 물어보는 성격이 아닌 신수호가 물어보니 의아한 것이다.
“그래서 일은 어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 힘들게 하지는 않고?”
신수호가 다시 묻자, 신수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태봉 아저씨가 소개해 준 곳인데 사람들 이상하겠어? 다 좋아.”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봉 아저씨는 저승식당 단골 귀신이고 고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신수조가 일하는 삼삼 인테리어를 소개해 준 귀신이었다.
“근데 일은 힘들어.”
“힘들어?”
“사장님이 나 처음 일 배우고 싶다고 찾아갔을 때…… 여기는 여자 남자 없고 일하는 사람만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여자 취급 없이 막일 다 시키셔. 그래서 일은 좀 힘들지.”
“많이 힘들어?”
“몸은 힘든데 그래도 할 만은 해. 그리고 사장님이 기술이 좋아서 잘 배우고 있어. 그래서 힘들어도 재밌어.”
신수조가 웃으며 하는 말에 신수호가 재차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를 때려서라도 공부를 하게 했어야 했는데.”
동생이 자기 하는 일이 재밌다고 하니 대견한 마음도 들고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여동생, 그것도 막내가 남자도 하기 힘든 인테리어 일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인테리어가 말이 좋아 인테리어지 모래와 시멘트, 그리고 공구를 만지는 현장 일이니 말이다.
신수호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에 신수조가 웃었다.
“됐거든.”
“여자가 하기에 인테리어 일은 너무 힘들어.”
“어머, 이 아저씨 좀 보게? 요즘 남자 여자 일을 누가 나눠.”
신수조가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시고는 말했다.
“그리고 때려서 공부할 거면 둘째, 셋째 오빠는 지금 다른 일 하겠지.”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둘째와 셋째는 신수호에게 많이 맞으면서 공부를 했다.
하지만 결국은 공부가 아닌 다른 쪽으로 풀렸다. 신수용은 식자재 도매, 신수귀는 주류 쪽으로 말이다.
“그래도 너는…….”
“됐어.”
신수조는 신수호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오빠가 나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건 아는데 나 정말 괜찮아. 그리고 나 이 일 좋아.”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신수조가 말을 이었다.
“나는 뭔가를 예쁘게 만드는 것이 좋아. 그리고 내가 잘 만든 집과 방을 보고 좋아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또 좋아.”
웃으며 신수조가 신수호를 보았다.
“우리 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어.”
“무슨 말?”
“좋은 집은 행복한 가족을 만든다고.”
신수조의 말에 김복래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집은 행복한 가족을 만든다……. 좋은 말이구나.”
“그렇지?”
신수조의 말에 김복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집이 행복을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도움이 되기는 하지. 하지만 집이 안 좋아도 가족끼리 모여 있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란다. 물론 평소에는 그걸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던 신수조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것이 아니잖아. 좋은 집을 만들어서 그곳에 사는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알아. 알아.”
웃으며 신수조의 머리를 토닥여 준 김복래가 말했다.
“우리 막내 좋은 집을 만들어서 가족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렴.”
“응.”
인테리어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집을 꾸미는 것이지만, 좋은 집을 만드는 것은 같기에 신수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엄마. 내일 나하고 냉장고 사러 가자.”
“냉장고? 갑자기 무슨 냉장고야?”
“엄마 냉장고 바꿔 주려고. 우리 집 냉장고 많이 낡았잖아.”
“아직 쓸 만한데…….”
“쓸 만하기는. 툭하면 냉기 약해지고 우웅! 우웅! 소리는 엄청 크고. 나는 비행기 시동 거는 줄.”
“얘는. 그 정도는 아니야.”
김복래가 웃으며 하는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저었다.
“엄마 물건 오래 쓰는 거 아는데 냉장고 오래돼서 바꿀 때 됐어. 그래야 좋은 물건 만드는 사람들도 먹고살지. 아낀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막내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가전제품은 전기세가 많이 나옵니다. 바꿀 때가 됐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신수조가 그를 보았다.
“그걸 아는 사람이 나한테까지 오게 해? 돈도 많이 버는 변호사가?”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내 월급 어머니가 관리하시잖아. 나도 용돈 받아 생활해.”
“오빠도 참 오빠다.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엄마가 주는 용돈 받고…….”
“얘는. 오빠 놀리지 마.”
김복래가 웃으며 하는 말에 신수조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 냉장고 보러 가자.”
“괜찮은데…….”
김복래가 주저하자 신수호가 말했다.
“막내가 모처럼 큰마음 먹고 해 주려고 하는 거니 그렇게 하세요.”
그러고는 신수호가 신수조를 보았다.
“오빠가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고맙다.”
“피이! 용돈 받아 생활하는 주제에…… 냉장고 비싸.”
신수조의 말에 신수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더 고맙다.”
받는 월급도 적을 텐데 그 비싼 냉장고를 어머니를 위해 사려는 동생이 고마웠다.
***
신수조는 어머니와 함께 냉장고를 사러 L 가전에 들어서고 있었다. 냉장고를 보러 왔다고 하자 직원이 냉장고가 있는 코너로 안내하고는 설명을 하려 했다.
그 모습에 신수조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저희가 보고 고를게요.”
“제품마다…….”
“저희가 할게요.”
신수조의 말에 직원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필요하신 것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직원이 몸을 돌려 가자, 신수조가 옆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아저씨가 정말 좋은 거 고를 수 있는 거 맞죠?”
신수조의 말에 중년의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중고 가전제품만 수십 년을 다룬 사람이야.”
“이건 최신이잖아요.”
“최신이든 뭐든 냉장고 기본은 다 똑같아. 다른 최신 기능들은 다 부수적인 것일 뿐이야.”
중년 귀신은 냉장고가 진열되어 있는 쪽으로 걸으며 말했다.
“어떤 걸로 고를 거야?”
“그야 엄마가 좋다는 걸로 골라야죠.”
“그럼 나는 왜 같이 오자고 했어?”
“그래도 뭐가 좋은지는 알아야죠.”
그러고는 신수조가 김복래를 보았다.
“엄마 구경하자.”
“그래.”
웃으며 답한 김복래가 신수조의 손을 잡고는 냉장고에 다가갔다.
냉장고를 보는 김복래의 옆에서 신수조도 웃으며 같이 구경을 했다.
“엄마 이거 되게 크다. 안에 많이 들어가겠다.”
신수조가 양문형의 큰 냉장고를 보는 것에 김복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너무 커.”
“왜, 냉장고는 크면 좋지. 그래야 많이 들어가지.”
신수조의 말에 김복래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우리 딸이 사 주는 거니까 큰 거 말고…….”
김복래가 한쪽에 있는 냉장고를 보았다. 하얀색 바탕의 심플한 냉장고를 보며 김복래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이 사 주는 건데 정말 좋고 예쁜 걸로 살 거야. 그래서 나는 이 하얀색이 좋구나.”
김복래가 웃으며 냉장고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았다.
“그리고 이게 우리 딸 최대치인 것 같고 말이야.”
김복래가 가격표를 보는 것에 신수조가 웃었다.
“나 카드 있어.”
“어떤 엄마가 딸이 빚을 내서 사 주는 선물을 좋아해. 엄만 이런 걸로 사고 싶어.”
김복래의 말에 냉장고를 봐 주러 온 아저씨 귀신이 말했다.
“사장님.”
“네.”
김복래가 냉장고를 쓰다듬는 것을 보며 아저씨 귀신이 말했다.
“이런 것도 좋지만, 식당 주방에서 쓰기에는 너무 하얀색 아닐까요?”
“왜요?”
“제가 음식점에 영업용 냉장고를 많이 납품해 봤지만, 보통 은색이나 때 안 타는 걸로 하던데요.”
아저씨 귀신이 냉장고를 보며 말했다.
“요즘이야 도색을 잘 해서 김칫국물 튀어도 닦으면 변색이 잘 안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안 되는 거지, 되기는 하거든요.”
일반 가정집에야 이런 하얗고 예쁜 냉장고를 들여도 괜찮을 것이다. 음식물 튈 일이 많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저씨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내가 잘 닦으면서 쓰면 돼.”
막 쓰는 냉장고가 아니라 딸이 사 준 예쁘고 좋은 냉장고…… 그만큼 아끼고 잘 닦으면서 쓸 생각이었다.
엄마와 있었던 일을 떠올린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 엄마가 이 냉장고 정말 깨끗하게 닦으면서 잘 썼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행주를 들고는 냉장고 한쪽을 닦았다.
냉장고에는 군데군데 고춧가루나 양념에 변색이 된 부위가 있었다.
배용수도 슬며시 비닐장갑을 끼고는 행주를 잡자,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저희가 깨끗하게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네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저으며 냉장고를 살짝 뒤로 기울였다.
“어! 제가 할게요.”
“아니에요. 저 혼자 하는 것이 편해요.”
신수조는 살짝 냉장고를 기울인 채 뒤로 조심히 밀었다.
본체 뒤에 달린 바퀴로 냉장고가 천천히 원래 있던 곳으로 움직이며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원위치에 서자 신수조가 잠시 냉장고를 쓰다듬었다.
‘이 냉장고에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해 놨었는데…….’
지금도 냉장고 안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많지만, 엄마가 한 음식은 없는 것이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