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40
13화
아침 일찍 일어난 강진은 배용수가 차려 준 아침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 못 바꿔서 서운해서 어쩌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 쪽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십 년 전에 여기 왔으면 나보다 저 냉장고가 저승식당 고참이잖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내보낼 수 있겠어?”
조금은 아쉬운 눈으로 주방을 보던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냉매 채우니 멀쩡하게 돌아가더라. 그냥 좀 더 쓰다가 정말 이제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때 바꾸자.”
“그래. 그때는 내가 정말 최신형인 거로 사 줄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는 정말 좋은 거로 사 줘라. 나도 좋은 냉장고 한번 써 보자.”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을 때, 가게 문이 흔들리며 풍경이 딸랑거렸다.
“강진아!”
가게 밖에서 들리는 오혁의 목소리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문을 보다가 서둘러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귀신들은 들고 있던 핸드폰과 태블릿들을 내려놓았다.
가게 문을 열자 앞에는 오혁이 이강혜와 함께 서 있었다.
“형, 누나.”
강진이 친근하게 부르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바쁜데 우리가 방해한 건 아니지?”
“아침부터 바쁠 일이 있나요? 저 아침 먹고 있었어요. 아! 두 분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실래요?”
“그럼 먹을까?”
이강혜의 말에 강진은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앉아 계시면 밥 가져갈게요.”
“그래. 고마워.”
가게 안으로 들어온 오혁은 의자를 빼서 이강혜를 앉게 하고는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평소 이 시간에 밥을 먹어?”
“두 분 제 단톡 있으시죠?”
“그렇지.”
“그거 올리고 나서 바로 밥 먹어요.”
밥과 국을 퍼서 홀로 나오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아직 아침 안 드셨어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국과 밥을 이강혜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우리는 아침에 공원 산책하고 나서 간단하게 밥 먹어.”
“그럼 배 안 고프세요?”
“배는 고픈데 아침 산책하고 먹는 거라 입맛은 더 좋지.”
웃으며 오혁이 찌개를 보았다.
“아침부터 거하게 먹네.”
오늘 아침 메뉴는 부대찌개와 밑반찬, 그리고 고등어구이였다. 아침에 먹기에는 좀 과한 음식이었다.
“아침에 점심 메뉴를 찍어서 올리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그럼 사진에 올라온 음식들이 다 네가 아침에 먹는 음식인 거네?”
“그렇죠.”
자리에 앉은 강진이 밥을 먹으며 물었다.
“그런데 아침에 어떻게 오신 거예요?”
“아! 네 푸드 트럭 오늘 형이 좀 쓰자.”
푸드 트럭이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푸드 트럭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나 싶어 보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슬 후원회에서 후원하는 아이들 소풍 가거든.”
이슬 후원회는 오혁의 아버지인 L 그룹 회장, 오택문이 만든 봉사 단체였다.
봉사도 하고 후원도 하는 곳인데 오택문이 오혁에게 이사를 맡겨서 지금은 오혁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푸드 트럭 가지고 음식 해 주려고요?”
“응.”
오혁의 말에 강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형 음식 해 본 적 있으세요?”
“그럼. 해 봤지.”
“해 보셨어요?”
“강혜하고 신혼일 때 내가 아침 차리고 했어.”
“그거야 이 인분 정도고요. 후원회에 몇 사람이나 올지 몰라도 소풍이라고 표현하는 거 보면 많이 올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양 해 본 적 있으세요?”
“그렇지는 않은데 삼겹살 정도 굽는 데에 딱히 스킬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삼겹살이야 그렇죠. 그런데 애들한테 삼겹살만 먹일 수는 없잖아요.”
“당연하지. 삼겹살은 나하고 강혜가 해서 애들 줄 거고, 다른 음식들은 출장 업체에서 준비해서 가지고 올 거야.”
오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직접 해서 애들 먹이고 싶은가 보구나.’
오혁의 재산이면 삼겹살도 출장 업체에게 구워서 가지고 오라고 하거나 즉석에서 크게 바비큐를 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 주고 싶어서 푸드 트럭을 빌리려 하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밥 먹고 제가 푸드 트럭 사용하는 거 알려 드릴게요.”
“오케이! 고마워.”
“아! 그리고 일일 보험도 가입하셔야 해요.”
“당연하지.”
기분 좋게 웃는 오혁을 강진이 보다가 말했다.
“몸이 정말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소매를 걷어 팔을 드러냈다. 그리고 힘을 주자 팔에 단단한 근육이 올라왔다.
“예전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한 팔십 퍼센트까지는 회복이 됐지.”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이제 운동 적당히 해. 지금이 딱 좋아.”
“그래?”
“그리고 이제 단백질 좀 그만 먹어.”
“단백질 먹으면 몸에 좋아.”
“좋은 걸 누가 몰라. 그래도 너무 많이 먹잖아.”
“알았어. 당신이 조금만 먹으라고 하니 조금만 먹을게.”
“안 먹는다는 말은 안 하네?”
“근육 조금만 더 붙이고.”
웃으며 오혁이 부대찌개에 밥을 말아 먹자, 이강혜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밥을 먹으며 강진을 보았다.
“요즘 장사는 어때?”
“가게야 늘 잘 되죠.”
“다행이네.”
“단골 점심 장사라 불경기 그런 걸 안 타요.”
대답을 하던 강진이 물었다.
“오늘 푸드 트럭 빌리려고 일찍 오신 거예요?”
“응.”
“그거면 공원에서 만나서 말씀하셔도 됐는데. 혹시 오늘 공원 안 가세요?”
“안 가기는. 가야지.”
미소를 지으며 멍하니 허공을 보던 오혁이 슬쩍 눈가를 닦았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티슈를 꺼내 내밀었다.
그에 오혁이 웃으며 티슈로 눈가를 닦고는 말했다.
“나는 공원에 갈 때마다 참 세상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해.”
오혁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혁이 공원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 이유가 짐작되었다.
사실 강진도 가끔 공원에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 좋은 세상으로 가는 발걸음에 형이 한 걸음 보탠 셈이죠.”
“무슨. 내가 한 것이 뭐가 있나…… 우리 강혜가 좋게 한 거지.”
“맞아요. 강혜 누나는 정말 대단해요.”
두 사람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민망하게 사람 앞에 두고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예요.”
이강혜가 민망해하는 것에 강진과 오혁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왜요. 정말 좋은 일 하신 거잖아요.”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한숨을 쉬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이나 빨리 먹어요. 밥 먹고 후원회 소풍 가려면 시간 없어요.”
“시간 없기는. 여기서 거기까지…….”
오혁이 말을 하는 것에 이강혜가 그를 스윽 보았다. 그 시선에 오혁이 두말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웃던 강진도 서둘러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나도 일 좀 해 볼까?”
밥을 먹던 강진은 배용수가 일어나는 것에 그를 보았다.
‘일? 무슨 일?’
강진이 눈빛으로 묻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삼겹살만 먹을 수 있냐? 쌈장도 좀 만들고, 애들 좋아할 음식도 좀 만들어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음식이야 출장 업체에서 어련히 맛있는 걸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것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수고해라.’
강진의 눈짓에 배용수가 주방으로 들어가다가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혹시 두 분 중에 한 분 혁이 형 따라가실 분 있으세요?”
“혁 씨요?”
이혜미가 의아한 듯 배용수를 보았다. 왜 자기들이 오혁을 따라가나 하는 눈빛이었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후원받는 아이들이면, 옆에 수호령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아…….”
“저희 음식들 좀 싸서 보낼 테니 두 분 중 한 분이 가셔서 거기 수호령 분들한테 음식 드시라고 좀 해 주세요.”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감동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이슬 후원회에서 후원하는 아이들이 다 불우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조금 남보다 가진 것이 없어서 조금 더 가진 후원회에서 후원을 받는 아이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 주변엔 아이가 걱정되어서 저승으로 가지 못한 수호령이 있을 수 있었다.
부모님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먼저 간 가족일 수도 있었다. 귀신은 어디에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안내를 해 줄 직원이 필요했다.
“저는 점심에 음식 만들어야 해서 갈 수가 없네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강선영을 보았다.
“언니, 어떻게 하실래요?”
“글쎄…….”
말을 하던 강선영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이혜미를 보았다.
“네가 가.”
“제가 가요?”
“근데 너 혼자 가지는 말고, 호철 씨 불러서 같이 가.”
“오빠를요?”
“소풍이면 경치 좋은 곳이나 놀기 좋은 곳에 갈 거 아니겠어? 그러니 둘이 가서 귀신들 식사하는 것 챙겨 주고 데이트도 해. 우리만 가는 게 아니니까 음식 정리나 그런 건 너나 호철 씨가 할 필요 없을 테니 놀 시간도 많을 거야.”
강진과 함께 가면 그릇 정리나 이런저런 일을 도와야겠지만, 오혁을 따라가는 것이면 이혜미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귀신들에게 ‘이거 드세요.’라고 하면 끝이었다.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요. 호철 형 불러서 같이 가세요.’
강진이 눈빛으로 말을 하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게요. 이따가 강진 씨가 오빠 불러 주세요.”
이혜미는 주방으로 들어가며 배용수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 도시락도 싸 줘요.”
“피크닉 도시락이라…… 좋네요. 어떻게, 양식으로 아니면 한식으로?”
“그냥 예쁘게 해 줘요.”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피크닉 도시락도 잘 싸 줄게요.”
이혜미와 이야기하던 배용수는 주방에서 홀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형하고 누나한테는 네가 잘 설명해 놔라. 피크닉 도시락은 딱 이 인분만 만들 거니까.”
“조금 많이 만드시지 그래요? 아이들도 먹게요.”
“애들 먹을 걸 따로 만들 겁니다. 대신 두 분이 먹을 건 딱 이 인분만…… 그래야 조금 더 특별하죠.”
“고마워요. 근데 강진 씨가 어떻게 설명을 할지 걱정이네요.”
음식 2인분만 따로 만들어서 보내는 것이다. 그것도 강진이는 없고…….
“괜찮아요. 저놈 거짓말 참 잘해요.”
“그야 다 우리 귀신들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요. 이번에도 좋은 거짓말로 두 분이 피크닉 기분 낼 수 있게 도시락을 가지고 가게 할 거예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거짓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이번 미션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누나하고 같이 간다고 했으니 두 분 기분 내라고 만들었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두 사람이 먹기 전에 이혜미와 최호철이 음식을 집어 가면 되는 일이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탓! 타탓!
칼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에 오혁이 주방을 보았다.
“용수 씨 주방에 있어?”
“네.”
“그런데 왜 너 혼자 밥 먹고 있었어? 그릇 하나만 있던데?”
오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용수는 음식 하면서 먹어서 배부르다고 안 먹었어요.”
“그래도 같이 먹지……. 용수 씨 아직도 인사하기 불편한가?”
오혁이 작게 묻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요.”
“흠…… 불편해하니 인사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네가 잘 말해서 언제 자리 한 번 만들어 줘. 아! 혹시 용수 씨가 아직도 불편하다고 하면 강요는 하지 말고.”
자신이 모르는 사정이 있어서 사람을 안 만나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신은 좋은 의도로 인사를 하려 하지만, 상대는 그것이 불편할 수 있는 것이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