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43
16화
주위 사람들 귀에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이자, 그의 앞에 이혜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 있어요?”
이혜미를 보던 강진은 앞에 있는 여자 귀신을 가리켰다. 그에 이혜미가 “아.” 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용수 씨 바빠서 저를 부른 거네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황 판단을 하는 이혜미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이혜미가 웃으며 여자 귀신에게 다가갔다. 여자 귀신은 의아함이 어린 눈으로 강진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귀신이 강진에게 말을 걸고, 강진은 그 귀신의 말에 반응을 하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이혜미의 말에 여자 귀신이 그녀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혜미가 여자 귀신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혜미도 이런 일을 몇 번 해 봤기에 알아서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최문우를 보았다.
애가 뭘 보냐는 물음에 최문우는 말없이 건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내를 보고 있습니다.”
“아내? 아…….”
이강혜가 작게 탄식을 토하자, 최문우가 웃으며 건우가 쓰고 있는 VR 기기를 손으로 잡았다.
그에 건우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그 손을 피하려 했다. 마치 VR 기기를 벗기지 말라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직 내 차례가 아니라는 거지?”
고개를 젓고는 최문우가 말했다.
“개가 냄새로 사람을 구분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눈으로도 사람을 분간합니다.”
강진과 이강혜가 자신을 보자, 최문우가 말을 이었다.
“수정이가 늦게 야근을 하고 올 때는 제가 건우 데리고 차로 마중을 나가는데…… 창문이 닫혀 있어도 창밖으로 아내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면 꼬리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마치 꼬리에 모터를 단 것처럼 막 회전을 하지요.”
말을 하던 최문우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퇴근하던 아내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지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지루함도 아내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것을 보면 깨끗하게 씻겨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와서 아내가 편하게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에 기분도 좋았고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며 웃던 최문우가 건우를 보았다.
“그래서 이 녀석이 VR을 벗기 싫어하는 겁니다. VR을 쓰고 있으면…….”
잠시 말을 멈춘 최문우가 한숨을 쉬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으니까요.”
최문우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숨을 토하고는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VR을 통해서 자신을 보고, 또 죽은 전 주인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애들도 사람을 알아보지.’
최문우의 말대로 개들은 후각뿐만 아니라 시각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물론 후각이 더 뛰어나 체취를 더 잘 기억하지만, 가까운 사람은 모습으로도 기억한다.
이야기를 듣던 이강혜는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듯이, 짐승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강혜가 건우를 보고 있는 사이, 슬며시 뒤로 물러난 강진은 작은 목소리로 최문우의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귀신을 보는 사람 처음 봐요.”
그녀의 말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보통 귀신 분들은 저 같은 사람을 만날 일이 없죠.”
대부분의 귀신들은 귀신을 보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저승식당에 오는 귀신들은 한국 전체 귀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리고 강진도 귀신을 보는 사람은 저승식당 사람들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호철 형이 전에 자기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예전 일을 잠시 생각하던 강진에게 여자 귀신이 말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해요. 귀신을 보고, 귀신한테 밥을 주는 식당 사장님이라니.”
“귀신을 봐야 밥을 주죠. 못 보면 밥을 줄 수 있나요.”
“그건 그러네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아, 저는 임수정이에요.”
“저는 이강진입니다. 저승식당 사장이죠.”
강진의 말에 임수정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임수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런데 건우가 수정 씨를 못 보나요?”
“저는 귀신이잖아요.”
당연히 못 보는 것 아니냐는 임수정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짐승들은 귀신을 보기도 하거든요.”
“그래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임수정이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강진 씨가 말을 하니 진짜 같네요.”
“진짜니까요.”
강진의 말에 임수정이 웃었다.
“옛날에 개가 귀신을 쫓아준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헛소리는 아닌 거네요.”
“제가 만난 개들은 귀신을 보던데 건우는 아닌가 봐요.”
“우리 건우가 좀 둔해요. 먹을 것만 좋아하고 하루 종일 뒹구는 것만 좋아하거든요. 귀신을 보고 그럴 애가 아니에요.”
임수정의 말에 강진이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헥헥거리며 한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듯했다.
“건우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VR 속 수정 씨가 있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임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저걸 써 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그런 것 같아요. 저를 볼 때의 행동을 하거든요.”
웃으며 임수정이 건우의 꼬리를 보았다. 건우의 꼬리는 마치 헬기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런 건우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최문우를 보았다. 최문우는 이강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아! L 전자 분이셨군요.”
사장이 아닌 그저 직원이라고만 소개를 한 이강혜가 말했다.
“저희 제품을 건우가 쓰고 있어서 신기해서 다가왔어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건 직접 만드신 건가요?”
이강혜의 말에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VR 기기를 보았다.
“제가 손재주가 좀 있는 편이라서요. 어린애들 자전거 헬멧 개조해서 만들었습니다.”
웃으며 대답하던 최문우가 이강혜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 광고 봤습니다.”
“저희 핸드폰 광고요?”
“네. 어느 날 건우 밥 주고 TV 앞에 밥상 차려서 먹고 있는데 광고를 하더군요. 죽은 고등학생 자식을 만나는 부모님 광고였습니다.”
영수, 예림이, 가은이가 나오는 광고를 본 모양이었다. 그때 부모님의 동의하에 아이들을 만나는 모습을 촬영해서 광고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광고는 참 짧았는데…… 밥을 먹지도 못하고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며 최문우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광고를 찾아서 봤는데…… 그날 그것만 계속 봤습니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사고 우리 수정이 영상들을 L 전자에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최문우가 웃으며 이강혜를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캐릭터화가 오래 걸리더군요.”
“죄송해요. 전국에서 신청하신 분들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아닙니다. 저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냥 조금 오래 걸려서 기다리는 것이 좀 힘들었을 뿐입니다.”
웃으며 고개를 저은 최문우가 말을 이었다.
“수정이가 오고 VR로 그녀를 보는데…….”
최문우의 말을 들으며 임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저이 그렇게 눈물이 많은 줄 처음 알았어요.”
***
임수정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최문우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딩 얼마나 걸리는 거야?”
임수정의 물음에도 최문우는 말없이 핸드폰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임수정은 귀신이니 그녀가 하는 말을 최문우가 못 듣는 것이다.
VR 앱이 업데이트됐다는 알람과 함께 핸드폰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그것을 보며 최문우가 깊게 숨을 토하고는 VR 기기를 꺼내 핸드폰을 부착했다.
그러고는 핸드폰 화면이 돌아오자 VR 앱을 켰다.
“후우!”
다시 숨을 크게 쉰 최문우가 VR 기기를 머리에 썼다.
그 모습을 임수정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광고로 어떻게 나오는지 봤지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니 말이다.
최문우를 보던 임수정이 고개를 돌려 소파 위에 누워 있는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쓰던 베개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최문우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임수정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어렸다.
“건우야, 아직도 엄마 냄새가 나?”
건우가 제일 좋아하고 늘 물고 다니는 자신의 베개…… 처음에는 이 베개로 최문우와 건우가 참 많이 싸웠다.
퇴근하고 집에 온 최문우는 침대 위에 자신의 베개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임수정의 베개를 건우가 가지고 있는 것에 화를 냈었다.
도로 뺏으려고 하다가 건우와 정말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최문우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건우가 정말 필사적으로 베개를 차지하고 내주지를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빼앗아도 그다음 날 퇴근하고 와 보면 건우가 베개를 가져다가 머리를 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최문우는 더 이상 베개를 빼앗지 않았다.
생각을 해 보면…… 자신보다 더 오래 임수정과 살던 친구가 바로 이 건우라는 개…… 아니, 자식이었다.
자신도 이렇게 임수정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그 베개를 아직도 옆에 두고 자는데, 건우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핸드폰으로 사진도 보고 동영상도 보지만…… 건우는 벽에 걸린 결혼사진과 액자들에 있는 엄마밖에 못 보니 말이다.
그래서 양보를 했다. 자식이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니 말이다.
잠시 건우를 보던 최문우가 그 머리를 손으로 한 번 쓰다듬었다. 그에 건우가 말없이 머리를 손에 비볐다.
원래 건우와 최문우는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최문우가 보기엔 건우가 자신을 질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개 키우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주인이 혼자 기르는 경우는 주인이 남에게 애정 표현이나 친근한 행동을 하면 질투를 한다고 말이다.
그 때문인지 결혼하기 전에 임수정의 집에 놀러 간 날에는 몇 번 물리기도 했다.
나중에 결혼을 하고 건우와 함께 살게 된 후에도 사이가 나빴다.
자신에게는 곁을 내어주지도 않고 자신이 부르면 개가 소 보듯이 보니 말이다.
이 때문에 최문우는 속이 상했었다. 아내가 야근을 하면 밥을 주는 것도, 볼 일 보게 해 주려고 밖에 데리고 나가서 산책을 시켜주는 것도 자신인데…… 이게 자신을 주인 취급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티격태격 살던 중 아내가 죽었다. 그리고 건우는 그때부터 외로웠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해 주려고 그러는 것인지 자신이 쓰다듬으면 조금씩 몸을 대주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마리의 개와 한 명의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살고 있었다.
잠시 건우를 쓰다듬던 최문우가 VR 기기를 자신의 머리에 썼다.
스윽!
VR 기기를 쓴 최문우가 장갑을 손에 끼었다. 보통 VR 기기는 작은 초코바 같은 컨트롤 바를 사용하지만, L 전자의 VR 작동 기기는 장갑으로 되어 있었다.
장갑을 낀 손으로 직접 상대를 만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손가락을 겹치는 모양으로 명령을 입력할 수 있었다.
VR 화면을 보던 최문우가 숨을 크게 토하고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명령어가 떠오르자, 최문우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네.’라는 명령어를 눌렀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임수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