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49
22화
스윽! 스윽!
자신의 얼굴에 닿는 건우의 혀에 임수정은 깜짝 놀랐다.
“건우야, 너……?”
건우는 다시 혀를 움직여 임수정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핥았다.
할짝! 할짝!
건우는 자신이 피를 모두 핥아서 안 아프게 해 주겠다는 듯 정말 열심히 혀를 움직였다.
그런 건우를 멍하니 보던 임수정이 손을 내밀었다.
“손!”
파앗!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번개처럼 앞발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듯 말이다.
자신의 앞발이 임수정의 손에 닿자 만족스러운 듯 헥헥거리며 그녀를 보았다.
마치 자신을 어서 칭찬해 주지 않고 뭐 하냐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놀란 눈으로 건우를 보았다.
“내가 보이는 거야?”
멍!
건우가 대답하듯 짖자 임수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가 보이고 내가 하는 말이 들려?”
멍! 멍! 멍!
연신 짖은 건우가 소파에서 뛰어내려서는 빙글빙글 돌았다.
멍! 멍! 멍!
그런 건우의 모습을 임수정이 놀란 눈으로 보았다. 그러다가 건우를 껴안았다.
“우리 건우, 엄마 너무 보고 싶었지.”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푸르르! 푸르르!
마치 사람이 우는 것처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건우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는 임수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건우가 손에 잡혔다. 건우의 털 하나하나가 손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따스한 건우의 촉감도…….
건우를 쓰다듬던 임수정은 고개를 돌려 한쪽에 굴러가 있는 육포를 보았다.
‘설마 저걸 먹으면 귀신을 보고 만질 수 있는 건가?’
임수정이 육포를 보고 있을 때, 건우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욕실을 향해 크게 짖었다.
멍! 멍! 멍멍!
어서 나와 보라고, 여기 우리 엄마 와 있다고 외치는 듯 정말 크게 짖는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급히 말했다.
“건우야, 짖으면 안 돼. 쫓겨나.”
멍! 멍!
임수정의 만류에도 건우는 재차 짖으며 급히 욕실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고는 발로 욕실 문을 긁기 시작했다.
멍! 멍멍!
“야, 왜 그래! 금방 나갈게.”
샤워를 하고 있던 최문우는 건우가 짖는 것에 연신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것 가지고 남이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가 이렇게 짖어 대면 민원이 들어올 테니 말이다.
“너 안 그러다가 왜 이래? 그만 짖어.”
안에서 연신 들리는 최문우의 목소리에 임수정도 급히 건우에게 다가갔다.
“건우야, 엄마 어디 안 가. 그만 짖어.”
멍! 멍!
그래도 연신 짖는 건우의 턱을 임수정이 가만히 쓸어 올렸다.
“진정해. 진정. 괜찮아. 괜찮아.”
같은 말을 두 번씩 해 주자, 그제야 멈춰 선 건우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건우의 꼬리가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더니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꼬리가 빠질 것처럼 좌우로 흔드는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었다.
“엄마 보니까 그렇게 좋아?”
멍!
크게 짖은 건우는 몇 바퀴를 같은 자리에서 돌다가 거실 한쪽에 있는 자신의 침대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더니 침대 구석에 있는 자기의 장난감을 물고는 다가왔다.
자신의 앞에 장난감을 내려놓고 웃으며 올려다보는 건우의 모습에 미소 지은 임수정이 장난감을 주우려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장난감을 뚫고 지나갈 뿐이었다.
“건우야, 미안해. 이건 안 되나 봐.”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의 장난감을 발로 툭툭 치다가 그녀를 보고는 바닥을 툭툭 발로 쳤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바닥에 앉자, 건우가 그녀의 무릎에 자신의 머리를 올려놓았다.
건우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가 바로 이것이었다. 임수정의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엎드려 있는 것 말이다.
그런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그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헥헥헥!
그 손길이 기분 좋은 듯 건우가 혀를 내밀며 헥헥거렸다.
그렇게 잠시간 건우를 쓰다듬던 임수정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육포를 보다가 다시 건우를 보았다.
“건우야, 간식 좀 가져와 봐.”
임수정이 육포를 가리키자, 건우가 일어나서는 육포를 물고 다가왔다.
그러곤 툭! 하고 육포를 바닥에 내려놓은 건우가 임수정을 빤히 보았다.
임수정은 육포를 보다가 슬며시 손가락으로 그것을 밀어 보았다.
스르륵!
“어?”
육포가 밀려나자, 임수정의 얼굴에 의아함과 놀람이 어렸다.
임수정은 다시 육포를 밀어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스윽!
자신의 손에 육포가 잡히는 것에 어리둥절해진 임수정은 식탁 위에 놓인 육포 봉투를 보았다.
“설마 이것도 저승에서 온 물건인가?”
한끼식당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 때, 저승에서 가지고 왔다는 비닐장갑을 꼈었다.
“아! 집에 가면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거라는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건우가 자신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때 깜짝 놀랐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임수정이 육포 봉투를 볼 때, 임수정의 손에 뭔가가 닿았다.
툭!
육포를 쥐고 있던 손에 건우의 코가 닿은 것이었다.
헥헥헥!
자신을 보며 뭔가를 바라는 듯한 건우를 보던 임수정이 웃었다.
“던져 주라고?”
멍!
작게 짖으며 꼬리를 흔드는 건우를 보던 임수정이 육포를 던져 주었다.
휙!
그러자 건우가 후다닥 뛰어가 육포를 물고는 돌아왔다.
그리고…….
툭!
다시 자신의 손에 육포를 올려주는 것에 임수정이 웃으며 그것을 다시 던졌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최문우가 나왔다.
“야!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해. 우리 쫓겨난다고.”
최문우의 외침에 건우가 그를 향해 짖었다.
멍! 멍!
그에 최문우가 눈을 찡그렸다.
평소 안 짖다가도 이렇게 한 번 짖으면 경비실에서 전화가 오니 말이다.
건우를 살짝 혼내려던 최문우는 건우의 표정을 보고 갸웃했다.
건우가 정말 기분이 좋을 때나 짓는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멍!
“크게 짖지는 말고.”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임수정을 보며 작게 짖었다.
멍!
마치 엄마 왔는데 왜 아는 척을 안 하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최문우는 임수정을 볼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최문우는 건우가 짖는 곳을 보며 말했다.
“뭐 있어?”
최문우는 건우 주변의 바닥을 살폈다. 혹시 바닥에 뭐라도 떨어졌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바닥에는 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 의아해하던 최문우가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바닥에 육포를 내려놓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육포가 맛이 없어?”
멍!
작게 짖은 건우가 육포를 발로 밀었다.
“먹기 싫어?”
최문우가 육포를 손으로 집으려 하자, 건우가 급히 육포를 발로 눌렀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어쨌든 조용히 해야 해.”
그러고는 최문우가 안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건우가 급히 안방 입구를 막았다.
멍!!
조금 크게 짖은 건우가 임수정이 있는 곳을 보았다. 바닥에 앉아있던 그녀의 얼굴엔 망설임이 어려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임수정이 한숨을 쉬며 건우를 보았다.
“건우야, 이리 와. 아빠 자야지.”
멍.
건우가 답을 하며 다시 최문우를 보았다.
왜 엄마가 있는데 알아보지를 못하냐는 듯 말이다. 그런 건우를 보며 최문우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빠 잘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최문우의 모습에 건우가 뒷발로 서서는 문을 긁으려 했다.
“건우야, 그만해.”
문을 긁으려던 건우가 발을 내리자, 임수정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건우가 다가와서는 앞발을 올렸다.
그에 임수정이 웃으며 머리를 긁어주고는 바닥에 놓인 육포를 집어 들었다.
“오빠 눈에는 이게 그냥 허공에 떠 있는 걸로 보이겠지.”
임수정이 아까 망설인 것은 이것이었다.
육포를 들어서 영화 ‘사랑과 귀신’에 나오는 장면을 재현할까?
그럼 최문우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귀신으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면 최문우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귀신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존재다. 자신이 또 사라져서 최문우가 또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며 육포를 만지작거리는 임수정에게 건우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가 비벼댔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기분 풀라는 듯 말이다.
그런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머리를 껴안았다.
“오빠는 나를 못 보지만, 그래도 네가 나를 보니까 엄마는 괜찮아.”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혀를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할짝! 할짝!
그런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
눈을 뜬 최문우는 코끝을 스치는 육포 냄새에 옆을 보았다. 자신의 베개 옆에 육포가 놓여있었다.
그 육포를 보던 최문우가 한숨을 쉬고는 그것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얘가 왜 이러지?”
최문우는 들고 있던 육포를 반대쪽 손바닥에 툭툭 쳤다.
얼마 전 한끼식당에서 강아지 간식을 받았다.
평소에는 하나를 주면 순식간에 뚝딱 먹어 버렸는데 이 육포 간식은 조금씩 아껴 먹었다.
게다가 퇴근하고 집에 와 보면 육포에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는데, 먹기보다는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 이 육포를 싫어하나 싶어서 다른 간식을 주고 이건 따로 놨는데 퇴근해서 보면 늘 이 육포를 가지고 있었다.
간식이 먹고 싶어도 간식 통에는 손을 대지 않고 주는 것만 먹던 녀석인데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건우가 자신한테 이 육포를 주고 가고는 했다.
TV를 보고 있으면 슬며시 이 육포를 물고 와 자신의 근처에 놓았다. 마치 자신에게도 먹어 보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개가 먹는 간식을 자신이 먹을 수 없어 다시 돌려주고는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자고 있으면 입가에 이걸 올려놓고 가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자다가 놀라서 일어나기를 반복하자, 이제는 베개 옆에 두고 갔다.
마치 좋은 거 나눠 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고맙기는 한데…….”
먹는 것을 좋아하는 건우가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하니 고맙기는 했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최문우는 난감했다.
게다가 새 걸 줘도 개 간식이라 먹지 않을 판인데, 건우가 자신에게 주려고 가져올 때는 입으로 물고 오다 보니 침도 묻고 축축하기까지 했다.
한숨을 쉰 최문우는 육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우야.”
거실로 나온 최문우는 소파에 누워 있는 건우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건우에게 최문우가 육포를 들어 보였다.
“너 아빠가 이거 먹었으면 좋겠어?”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짖었다.
멍! 멍!
연신 짖은 건우가 소파 한쪽을 보았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재차 한숨을 쉬고는 들고 있던 육포를 건우에게 던져 주었다.
휙! 덥석!
날아오는 육포를 입으로 받은 건우가 그것을 옆에 뱉어 놓고는 최문우를 보았다.
기대감에 찬 건우의 시선에 작게 고개를 저은 최문우가 간식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건우의 간식들이 이것저것 잔뜩 들어 있었다. 사람 먹을 것은 없어도 건우 간식은 잊지 않고 쟁여 두고 있었다.
그중 몇 개 남지 않은 육포를 꺼낸 최문우가 냄새를 맡아보고는 건우를 보았다.
“그럼 맛만 본다.”
말을 한 최문우가 인상을 찌푸린 채 육포를 조금 입에 넣고는 뜯었다.
생각보다 겉은 딱딱했고, 반대로 속은 쫄깃했다.
‘괜찮은데.’
개 간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먹는다면 최고급 수제 육포라는 생각을 하며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