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48
21화
최문우와 임수정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셔 주셔서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배를 두들겼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하셔야죠. 힘든 일 하시는데요.”
“그러게요. 그래야 하는데…….”
최문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내가 죽은 후 뭘 먹어도 딱히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먹어야 사니 먹을 뿐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해도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없으니 무용지물인 것이다.
웃으며 배를 쓰다듬던 최문우가 강진에게 말했다.
“VR에 대해서 설문 조사를 한다는 거 그냥 핑계이시죠?”
최문우가 웃으며 자신을 보는 것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셨어요?”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자신의 국수 그릇을 보았다.
“이 국수를 먹으니 알겠더군요. 사장님이 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고 싶어서 핑계를 댔다는 걸요.”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합니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고…… 오랜만에 제 아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최문우가 강진을 보았다.
“다만 궁금한 건…… 정말 이 음식이 여기 오리지널인가요?”
“그건 왜 물으세요?”
“제가 국숫집을 여럿 가 보고, 먹어도 봤지만 비빔국수를 이렇게 국물 많게 하는 집은 본 적이 없습니다.”
강진이 말없이 보자, 최문우가 말을 이었다.
“미친 소리 같지만…… 마치 제 아내가 사장님한테 자기가 해 주지 못한 음식을 해 주라고 한 것 같습니다.”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신가 보네요.”
“하아! 아무튼, 정말 잘 먹었습니다.”
최문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진이 말했다.
“벌써 가시게요?”
“저 야근하고 온 사람입니다.”
웃으며 최문우가 말을 이었다.
“졸린데 배가 부르니 어서 집에 가서 좀 자고 싶네요.”
“피곤하실 텐데 제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나중에 또 밥 먹으러 오겠습니다.”
그러고는 최문우가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건우를 데리고 내려와야 하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급히 카운터로 걸음을 옮겼다.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간 강진은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아래에는 애견 간식들이 있었다.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애견 육포를 보던 강진이 그것을 꺼내 들었다.
“건우 그거 주시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2층 쪽을 보았다.
“보고 싶은 사람은 봐야죠. 그게 사람이 아닌 개라고 해도요.”
말을 하며 강진은 봉지 속 애견 육포를 보았다.
이건 저승의 열화 육포라는 것이었다. 맛이 매워서 열화가 아니라 열화지옥에서 건조해서 만들어서 열화 육포였다.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만들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쫄깃했다.
물론 강진이 먹어 본 건 아니고 포장지에 적힌 광고 문구였다.
카스와 하이트, 오비, 카프리에게 가끔 사다 주는 간식이었다.
“하긴, 죽은 주인을 VR로 보고 좋아하는 건우니까 주인을 직접 보면 아주 좋아하겠네요. 게다가 이걸 먹으면 수정 씨를 핥을 수 있잖아요.”
이혜미가 피식 웃었다.
“건우 이거 먹으면 꼬리가 풍차처럼 회전하겠네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회전을 시켜서 꼬리가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러게요.”
두 귀신이 좋아할 건우를 생각하며 웃을 때, 2층에서 최문우가 건우를 안고 내려왔다.
밑으로 내려온 건우가 헥헥거리며 자신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건우 다음에 또 보자.”
멍!
작게 짖는 건우의 얼굴을 손으로 주물럭거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털을 가진 레트리버의 얼굴을 손으로 주물럭거리니 촉감이 꽤 좋았다.
“그럼 또 오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단톡방에 한끼식당 검색하면 저희 가게 단톡 나오거든요? 매일 점심 메뉴 올라오니 혹시 좋아하는 음식 나오면 오세요.”
“알겠습니다.”
가게 밖으로 나온 최문우가 건우를 내려놓았다.
푸르르!
몸을 떠는 건우를 보던 강진이 최문우에게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건우 간식이에요.”
“가게에 애견 간식도 파세요?”
“그럴 리가요. 애들 사료 챙겨 줄 때 주는 겁니다.”
“그러시군요.”
최문우가 비닐봉지 안을 살피려 하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지금 말고 집에 가서 주세요.”
“지금 말고요?”
“이게 너무 맛있는 거라 애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말을 하며 강진이 임수정을 보았다. 그 시선에 임수정이 안쓰러운 눈으로 건우를 보았다.
“건우 벌써 자기 간식인 줄 아는 모양인데…….”
건우가 꼬리를 흔들며 간식이 담긴 봉지를 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개 코는 개 코네요. 봉지로 묶었는데 냄새를 벌써 맡았나 봅니다.”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말했다.
“봉지에 담을 때 냄새가 묻어서 그럴 겁니다.”
그러고는 최문우가 건우를 보았다.
“이건 집에 가서 먹자.”
끼이잉! 끼잉!
최문우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건우가 실망스러운 눈으로 봉지를 보았다.
“그러니 어서 집에 가자.”
최문우는 건우를 달래고는 목에 줄을 채운 뒤 강진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제가 먹은 거 가격을 치르고 싶은데…… 그렇게 하자니 강진 씨한테 미안한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잘 아시네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최문우가 미소를 지었다.
“대신 다음에 동료들하고 와서 매상 많이 올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최문우가 고개를 숙이고는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임수정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에 임수정이 마주 손을 흔들었다.
“오늘 고마워요!”
임수정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소리쳤다.
“집에 가서 깜짝 놀랄 거예요!”
“네?”
“그런 것이 있어요. 저희 사장님이 드리는 특별 선물이에요.”
“선물요?”
의아한 듯 자신을 보는 임수정에게 강진이 입 모양으로 말했다.
‘행복하세요.’
입 모양을 읽은 임수정은 미소로 화답하고는 최문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강진이 줬다는 선물이 뭔지는 몰라도…… 행복하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한편, 멀어져 가는 임수정과 최문우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사람이나 개나…… 마음은 같나 봐요.”
“생명이고 마음이 있으니까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는 잘 되어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도 내밀지 않고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음식은 두 종류만 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더는 묻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배용수가 알아서 음식 메뉴를 정했을 테니 말이다.
“난 뭐할까?”
“푸드 트럭 청소 좀 해.”
“청소? 깨끗하잖아.”
“깨끗해도 더 깨끗하게 한 번 더 닦아. 남이 쓰는데 괜히 내 주방이 더럽다는 인상 받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수긍한 강진은 행주와 청소 도구를 챙겨 뒷문으로 나갔다.
***
띠리리!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 최문우가 건우의 목줄을 풀었다.
그러자 건우가 열려 있는 화장실로 알아서 들어갔다. 그러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건우를 보며 최문우가 피식 웃었다.
“네가 그나마 손이라도 덜 가서 내가 데리고 산다.”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작게 짖었다.
멍.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발이나 씻기라는 듯 앞발을 들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에 작게 한숨을 쉰 최문우는 건우의 네 발을 꼼꼼히 씻겼다. 그런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주고, 드라이기로 발을 말려 주었다.
수건으로 닦아도 물기가 많이 사라지지만, 드라이기로 바짝 말려 줘야 습진과 같은 피부 질환이 생기지 않았다.
위윙! 위윙!
발을 말려 주던 최문우가 피식 웃었다.
“예전에 네 엄마가 네 발 말려 주고, 나는 네 엄마 말려 줬었는데 기억나?”
헥헥헥!
작게 헥헥거리는 건우를 보며 최문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가 그런 말까지 알아들으면 네가 사람이지 개겠냐.”
“개라도 우리 건우가 얼마나 똑똑한데.”
임수정은 거실 소파에 앉으며 말을 덧붙였다.
“아까 강진 씨가 준 간식 줘.”
임수정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최문우가 비닐봉지를 꺼냈다.
“자, 간식 먹자.”
멍.
대답하듯 작게 짖은 건우가 혀로 코를 핥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런 건우를 보며 최문우가 피식 웃었다.
“하긴, 네가 먹는 것 말고 무슨 낙이 있겠냐.”
웃으며 건우 머리를 쓰다듬은 최문우가 비닐봉지를 열고는 육포를 꺼냈다. 육포는 조금 길쭉한 모양이었다.
“고기 좋은 거 썼나 보네.”
고기를 갈아서 만든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잘라서 만든 것에 최문우가 냄새를 맡아 보았다.
“냄새도 좋네.”
개들이 먹는 간식은 대부분 특유의 냄새가 난다. 개들이 냄새나는 간식을 좋아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건 개들이 먹는 간식 같은 냄새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먹는 것 같은 육포 향이 났다.
최문우가 간식을 코에 대고 있자, 건우가 발을 들어 그의 팔에 척하니 올렸다.
마치 “어허! 인간 놈아, 그건 내 것일세.”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웃었다.
“건우야, 오빠는 네 거 안 먹어. 걱정하지 마.”
최문우도 자신의 팔에 올려진 건우의 발을 보고는 육포를 내밀었다.
“자.”
최문우가 육포를 내밀자 건우가 앞니로 육포를 조심히 물었다. 그러고는 살살 당기다가 최문우의 손에서 육포가 빠져나오자 날름 입에 다 집어넣었다.
“천천히 먹어. 그렇게 먹으면 소화도 안 돼.”
최문우의 말에 그를 힐끗 본 건우가 육포를 다시 뱉고는 엎드렸다.
그러고는 양발 사이에 육포를 놓더니 천천히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이놈 머리는 좋아.’
머리가 너무 좋은 나머지 자신을 질투하기까지 했고 말이다.
임수정을 사이에 두고 다투던 건우를 떠올리던 최문우가 재차 고개를 젓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가볍게 산책을 해서 땀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씻고 자면 개운하니 말이다.
덜컥!
샤워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슬쩍 고개를 들었던 건우가 다시 육포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건우야, 천천히 먹어. 그렇게 먹으면 토해.”
그 순간, 육포를 씹던 건우가 번개처럼 몸을 일으켰다.
그 반동으로 발 사이에 끼워져 있던 육포가 저 멀리 튕겨 나갔지만 건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소파가 있는 곳을 보았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말했다.
“건우야, 왜 안 먹어.”
건우가 가장 좋아하는 걸 내팽개친 채 가만히 있으니 말이다.
임수정의 말에 건우의 입가가 푸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소파 쪽으로 다가갔다.
“응?”
그런 건우의 행동에 임수정이 의아한 듯 볼 때, 건우가 가만히 다가와서는 소파 위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임수정을 가만히 보더니 그녀의 머리에 난 상처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마치 많이 아프냐는 듯 말이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