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1
34화
저승을 통해 오가라는 말에 선뜻 이해하지 못한 강진이 신수호를 보았다.
“JS를 통해 하란을 오고 가라고요?”
“지방 가실 때 JS를 통해 가는 것처럼 외국 JS로도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 JS를 가실 때는 출입국 관리소에서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JS를 통해 외국으로 갈 수 있다는 말에 그게 되는구나 싶기도 했지만, 강진은 더 의아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귀신도…… 출입국 관리소를 가야 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귀신도 국가마다 관할이 있으니까요. 일단 JS 하란 관리소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JS를 통해 가시면 그쪽 JS금융 직원이 편의를 봐줄 겁니다.”
설명을 마친 신수호가 서류를 꺼내 놓았다.
“서명하시고 출입국 관리소에 내시면 됩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서류를 살펴보았다.
「
성명:
출국지:
…….」
서류를 살펴보던 강진이 신수호에게 물었다.
“그럼 한국 영업을 하면서 하란 영업도 하라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이강진 씨 체력만 되면 상관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턱을 쓰다듬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낮 장사를 안 하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배용수가 강진에게 말했다.
“게다가 사람인 너야 체력이 떨어지겠지만, 우리야 체력이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자신들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든든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역시 내…….”
“됐고.”
뒷말이 뭐가 나올지 아는 배용수가 신수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도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저희도 갈 수 있습니까?”
“국내라면 이강진 씨가 세 번 불러서 같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국에서 이강진 씨가 불러서 가시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JS 직원들에게 연행이 될 수 있습니다.”
“연행? 그런 것까지 한다고요?”
“됩니다. 한국에서 죄지은 귀신들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귀신도 밀입국을 한다는 것에 강진과 식구들이 멍하니 신수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느끼던 신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JS금융에 대출이 많은 귀신들 중에는 타국으로 가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멀리도 이동할 수 있습니까?”
귀신은 자신이 죽은 곳에서 멀리 이동할 수가 없다. 죽은 연차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악령 중에는 거리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도 있습니다.”
“악령이면…… 그 나쁜 짓을 한다는?”
“맞습니다. 그러니 잡혀 소멸을 당하기 전에 밀입국이라도 하려는 것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원분들도 같이 가시려면 서류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강진 씨를 보호자로 지정하고 여권을 발급해 가시면 됩니다.”
“귀신 여권이라…….”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나도 없는 여권을 네가 먼저 가지게 생겼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귀신 여권은…… 정말 대박이다.”
배용수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강진도 웃고는 신수호를 보았다.
“그럼 지금 바로 가도 되는 건가요?”
“지금 출발하실 겁니까?”
신수호의 물음에 강진이 TV를 보았다.
“배고파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TV를 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문자를 보내고는 말했다.
“JS로 가시면 기다리는 직원이 있을 겁니다. 그를 따라 절차 진행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신수호가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서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회사에 아침 회의가 있습니다.”
“저 때문에 괜히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문고리를 잡은 채 그를 돌아봤다.
“하란에 돈 벌러 가십니까?”
“네? 그건 아닙니다.”
“남을 도우러 가는 길입니다. 남을 도우러 가는 사람을 위해 제 시간을 쓰는 건 괜찮습니다.”
신수호는 그 말을 남기고 문을 열고 떠났다.
딸랑!
문이 닫히며 풍경 소리가 들리자 강진이 식구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JS로 가시죠.”
그리고 강진이 JS 명함을 꺼내 가게 문에 대고는 열었다.
덜컥!
화아악!
문을 열자 익숙한 JS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강진이 문을 잡고 식구들을 보자, 배용수와 여직원들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JS로 들어온 강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두치를 볼 수 있었다.
“저를 기다리시는 분이 강두치 씨였어요?”
“호가 도와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있나요.”
싱긋 웃으며 강두치가 말했다.
“하란에서 저승식당을 하시겠다고요?”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 식사라도 챙겨 주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강두치는 쾌활하게 웃으며 직원들을 둘러봤다.
“일단 직원분들 여권부터 만들어야 하니 사진부터 찍으러 가시죠.”
그렇게 말한 강두치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재빨리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하란 소식 좀 아세요?”
“JS 쪽으로 말입니까?”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인근 국가에서 JS 직원들 지원받고…… 정말 정신없죠.”
“지원요?”
“JS라고 인력이 남아도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도 정해진 인구에 맞게 인력이 배정되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고로 인한 죽음이 많이 발생하면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망자들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고, 주변 국가에서 인력 지원을 받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혹시 한국에서도 가나요?”
“하란 주변 국가에 한국은 포함이 안 됩니다.”
“아…….”
강진이 아쉬운 듯 강두치를 보았다. 한국 JS 직원들이 가면 그래도 의지할 곳이 있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국에서 저승식당 사장님이 봉사하러 온다는 말에 하란 JS 쪽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하란 JS에 도착하면 맞이할 사람이 있으니 긴장하지 마십시오.”
강두치가 걸음을 옮기며 사진관으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강진과 식구들은 강두치의 안내로 출입국 관리소로 들어섰다.
그리고 강진은 강두치가 가져다준 서류에 식구들의 인적 사항을 적었다.
이혜미와 강선영이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배용수가 강두치에게 물었다.
“그런데 거기 가면 음식을 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거기 가시면 재난 지역 저승식당을 위한 요리 장비가 있을 겁니다. 그걸 이용하시면 충분하실 겁니다.”
강두치의 설명에 배용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재난 지역에서 물과 가스를 어떻게 쓰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요리사다 보니 배용수는 음식을 할 여건이 가장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서류 다 됐습니다.”
강진이 서류를 다 작성해 놓자, 강두치가 서류를 받아 내용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강두치가 서류를 가지고 창구로 가서 내자, 잠시 후 직원이 검은색의 수첩을 세 개 가지고 왔다.
그에 강두치가 그것을 들고 다가와 나눠주었다.
“여기 세 분 여권입니다.”
배용수가 대표로 여권을 받아 열어보았다.
검은색 바탕에 은색으로 글이 적혀 있었다.
“나 여권 처음 가져 봐요.”
여권을 나눠 받은 이혜미가 신기한 듯 여권을 보자 배용수가 웃었다.
“저는 여권이 있었죠.”
“운암정에서 해외 음식점 많이 다녀 보셨다고 하셨죠?”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 년에 한두 번은 늘 저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에 있었죠.”
배용수가 뻐기는 듯 말하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영어는 좀 하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움찔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야 가이드가 데려가는 곳에서 음식만 먹고 오면 되는데…… 굳이 외국어를 할 필요는 없지.”
그러더니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식 요리사한테 외국어가 무슨 필요냐? 우리 운암정에서는 외국 귀빈이 와도 다 한국어로 말을 해. 한국에서 한식을 먹을 거면 지들이 통역을 데려오는 거지. 안 그래?”
“그래, 그렇다고 하자.”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런데 지금 가실 겁니까? 지금 거기 시간이 여섯 시 차이니까…… 한 새벽 두 시쯤 됐을 거라 저승식당 영업시간도 아닌데요?”
“일단은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라도 잡으려면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할 수 있는 곳과 시스템도 봐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음식 식재는 어떻게 하죠?”
요리사만 있다고 음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음식을 만들 식재들이 필요했다.
“그건…….”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던 듯 강두치가 잠시 있다가 문득 말했다.
“예전에 우리나라 재난 때 외국에서 온 저승식당 사장님들은 우리나라 사장님들에게 식재를 받아 썼습니다.”
“우리나라?”
강진이 보자 강두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저희 나라도…… 사고가 있잖습니까. 그때는 전국에 있는 식당 사장님들이 모두 그곳에 가서 영업을 하셨습니다.”
“아…….”
재난이라는 말에 강진이 더는 묻지 않았다. 한국도 안전불감증 인재(人災)라 할 수 있는 사고들이 생기고 많은 분들이 희생이 된 일들이 있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도 그런 현장에 가서 망자들 모셔갈 때는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JS 직원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세요?”
“저희도 한국 드라마 보면서 막 울기도 하고 화도 내고 합니다. 그러니 측은지심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강두치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사고를 보고 있다가 망자들을 모실 때는…… 저희도 참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 사고가 있고 난 후에는 저희도 정신과 상담을 받습니다.”
정신 진료까지 받는다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식재는 현지에서 조달하면 되는 거군요.”
“그 나라 저승식당 사장님들도 많이 가셨을 테니 그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될 것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강두치가 한끼식당 식구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가자, 그곳에는 한 개의 문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번 게이트라 적힌 문 앞에는 마치 비행기 승무원인 것 같은 복장을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런 여성을 보며 강두치가 빙그레 웃었다.
“기분만 내는 겁니다.”
강두치가 일행을 데리고 문 앞으로 가자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JS 국제 게이트에 잘 오셨습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여성의 말에 강두치가 말했다.
“하란으로 갑니다.”
“알겠습니다. 뒤에 망자분들 여권 확인 도와 드리겠습니다.”
한끼식당 식구들이 여권을 내밀자 여성이 그것을 보고는 돌려주었다.
“여권 확인했습니다. 그럼 하란으로 네 분 출국 맞으시지요?”
“네.”
“그럼 좋은 여행 되십시오.”
여성이 자신의 아이디 카드를 문 옆에 있는 기판에 가져다 대더니 나오는 한글자판에 하란이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여성이 문을 열었다.
“하란입니다.”
여성의 말에 강진이 문 너머를 보더니 이내 눈을 찡그렸다.
문 너머는 한국 JS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다만 다른 점은 이국적인 외국인들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명부 이거 틀렸잖아!”
“이스메트 팀장! 이거 가져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광경을 본 강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사람, 아니 JS 직원들을 보니 정말 큰일이 났다는 것이 느껴졌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