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2
35화
문 너머로 펼쳐진 긴급한 분위기에 강두치가 입맛을 다셨다.
“상황이 어려운 게 보이는군요.”
그리고는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하나를 넘어서자 긴급한 분위기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마치 방금까지 보던 사건 뉴스 속에 자신이 들어온 느낌이었다.
“여기…… 난리도 아니네.”
배용수가 분위기에 압도된 듯 슬며시 강진에게 가까이 붙었다.
그를 본 다른 직원들도 강진의 옆에 붙었다. 급박하게 사람들이 뛰어가고 소리 지르는 현장에 있으니 어쩐지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한끼식당 식구들이 똘똘 모여 있을 때, 중년 남자가 서둘러 다가왔다.
“한국 저승식당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하란 JS 외교부 크반츠입니다.”
“이강진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배용수, 이혜미, 강선영입니다.”
강진이 차례차례 일행을 소개하자, 크반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일단 여기는 복잡하니 이쪽으로 오십시오.”
크반츠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르며 말했다.
“여기 저승식당 영업은 끝났습니까?”
“끝났습니다. 다음 영업은…… 오늘 저녁이라고 해야 할지 내일 저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머리가 복잡한 듯 고개를 젓는 크반츠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충 21시간 후쯤 한다 생각을 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말했다.
“재난 시 저승식당 장비들이 있다고 하던데요.”
“준비해 놨습니다.”
크반츠가 일행을 한 방으로 안내했다.
“일단 장비들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방에는 작은 손수레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여러 요리 도구들과 물통이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본 배용수가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이게 끝입니까?”
배용수의 말에 크반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재난 지역에서 요리할 때 가장 필요한 건 가스와 물입니다.”
“그렇죠.”
크반츠가 수레에 있는 숯 봉지를 들었다. 숯 봉지에는 기괴하게 생긴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아드남의 열매로 만든 숯입니다.”
“아드남의 열매요?”
“하란 JS 지옥에 있는 열매인데, 먹으면 배 속에 한국의 열화지옥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그런 열매를 왜 먹는 거죠?”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
크반츠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에게 속삭였다.
“나라마다 지옥이 다른 모양이다.”
강진의 속삭임을 들은 크반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습니다. 각 나라마다 가진 문화가 다르니 그들이 믿는 지옥의 형상도 다릅니다.”
말을 한 크반츠가 한쪽에 있는 물통을 가리켰다.
“어쨌든 아드남의 열매로 만든 숯은 하나만 있어도 수백 인분 음식을 만들기에 충분한 화력을 냅니다.”
그리고 크반츠가 다른 요리 도구들을 가리켰다.
다른 도구들도 JS에서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한국과는 크기나 모양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것은 같아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물은 어떻게 합니까?”
물에 대한 설명이 없어 배용수가 묻자 크반츠가 말했다.
“물은 직접 떠서 써야 합니다.”
“직접요? 거기 물을 받을 곳이 있습니까?”
“영업을 할 곳에 가시면 저승식당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 매장으로 연결이 된 문이 있으니 그곳에서 물을 받아 쓰시면 됩니다.”
그리고는 크반츠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영업하실 때 혹시라도 구조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 근처는 피해 주십시오.”
구조 작업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들이 몰리면 구조 작업이 힘들어질 수 있겠군요.”
귀신들이 몰려 있으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보지 않고 피해서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구조 작업에 크게 방해가 될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크반츠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곳에는 이미 망자들이 많기 때문에 모여 있든 말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향수를 뿌려 놨으니까요.”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향수를 뿌린 모양이었다.
피해 지역에는 귀신들이 많으니 사람들이 그곳을 가지 않는다. 그럼 구조 작업을 할 수가 없으니 귀기를 지우는 작업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야 사람들이 구조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왜?”
강진의 물음에 크반츠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시신을 직접 보게 되면 귀신이라도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습니다. 혹시라도 정신에 충격을 받아서 도주를 하거나 하면 본인에게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구조 작업이 이뤄지는 곳 말고 다른 곳에서 영업해 주십시오. 혹시라도 밥 먹다가 자신의 시신을 볼 일이 없도록요.”
“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십시오.”
크반츠가 수레를 직접 끌고 가려 하자 배용수가 급히 말했다.
“제가 할게요.”
“아닙니다. 제가 하면 됩니다.”
“아니에요. 저 힘 좋아요. 그리고 일 많이 하시는데 제가 할게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배용수가 수레를 잡고 끌자 강진과 식구들이 수레를 옆에서 밀어주었다.
그러다가 강진이 크반츠를 보았다.
걸음을 옮기면서 크반츠는 전화를 연신 만지며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외교부 직원이신데도 무척 바쁘시네요?”
강진의 물음에 크반츠가 한숨을 쉬었다.
“지진이 국적 따져서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요. 지진이 난 지역에서 죽은 외국인 망자들을 따로 인도해서 출국도 시켜야 합니다.”
“출국요? 죽으면 죽은 나라 JS로 가는 것이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긴 한데…… 인과 관계가 없는 이런 천재지변에 의한 죽음은 출생국으로 보냅니다.”
“그렇군요.”
크반츠의 설명을 들으며 강진과 식구들은 북적거리는 곳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한쪽에 있는 문으로 다가가서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밖에는 정말 어둠이 가득했다. 게다가 문을 열자 매캐한 냄새가 밀려 들어왔다.
“지진이 나면서 불이 났는데 그 재들이 날려서 그렇습니다.”
크반츠가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르다가 문득 수레를 보았다.
“수레는 못 나갈 것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밀고 나와 보세요.”
강진이 수레를 눈대중으로 재 보자 대충 봐도 문보다 수레가 더 컸다.
그래도 워낙 신기한 일이 많은 JS 세상이라, 강진이 수레를 밀고 배용수가 수레를 끌며 문을 지나갔다.
그러자 수레가 길쭉해지는 것 같은 현상을 보이더니 문을 통과해 나가졌다.
“신기하네요.”
강진의 말에 크반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노인이 마스크를 쓴 채 요리 기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메흐메트.”
크반츠의 부름에 메흐메트라 불린 노인이 그를 보았다. 그리고는 강진을 보고는 다가왔다.
“*** *****.”
뭐라 말을 하는데 외국어라 강진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에 강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서 온 이강진입니다.”
그 모습에 크반츠가 주머니에서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꺼내 내밀었다.
“귀에 꽂고 있으면 상대의 말이 한국어로 들릴 겁니다.”
그리고는 크반츠가 다른 하나를 꺼내 메흐메트에게 내밀었다.
그에 강진과 메흐메트가 케이스를 열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내 말이 들리나?”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신기한 듯 케이스를 만지작거리고는 말했다.
“잘 들립니다. 한국에서 온 이강진입니다.”
“와 줘서 고맙네. 나는 하란에서 저승식당 하는 메흐메트네.”
미소를 짓는 메흐메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영업은 끝나셨나요?”
“끝나고 지금 정리 중이네.”
“그럼 저희가 도와 드릴게요.”
그리고는 강진이 크반츠를 보았다.
“여기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가서 일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크반츠가 명함을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크반츠가 주머니에서 이어폰 케이스를 세 개 더 꺼내 한끼식당 식구들에게 내밀었다.
“여러분들도 필요할 겁니다.”
크반츠의 말에 배용수가 케이스를 받아 이혜미와 강선영에게 나눠 주고는 착용했다.
크반츠가 메흐메트를 보며 인사했다.
“그럼 수고하게나.”
“가.”
크반츠가 문을 향해 걸어가자 배용수가 살며시 속삭였다.
“외국이라 존대가 없어서 그런가?”
“왜?”
“어린놈이 어른한테 반말을 하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JS 직원들이 생긴 대로 나이를 먹었겠어? 메흐메트 어르신하고 비슷하니 말을 놨겠지.”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 말이 맞네. 내 어릴 때부터 보던 술친구니까.”
메흐메트가 요리 도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영업을 할 동안 어르신께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나라 돕겠다고 왔는데 신세를 질 것이 뭐가 있나. 내가 오히려 자네의 신세를 지고 고마운 일이지.”
메흐메트는 바닥에 놓인 그릇을 어디서 주워 온 듯한 탁자에 턱하니 올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제가 뭐 옮겨 드릴까요?”
“아니야.”
그리고는 메흐메트가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영업은 어떻게 할 텐가? 나하고 같이해도 좋고, 다른 곳에서 따로 해도 좋고.”
메흐메트의 물음에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모여 있으면 찾아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 여기에서 거리를 좀 두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좋지.”
그리고는 메흐메트가 한끼식당 귀신들을 보다가 말했다.
“귀신들과 같이 온 건가?”
“저희 가게에서 일하는 식구들입니다.”
“귀신을 직원으로 쓰나?”
“식구입니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보아하니 귀기는 없는 모양이군.”
“저희 가게가 낮에는 사람 장사를 합니다. 그래서 귀기를 지우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귀신들은 모두 귀기를 지운 상태라 저녁에 저승식당 영업할 때는 다른 지역 귀신들을 데려와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구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신한 망자들을 볼 수 있네.”
“한국에는 아는 귀신들이 있지만, 여기에는 저희가 아는 귀신이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말했다.
“그럼 귀신들을 소개해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우리 가게부터 가도록 하지. JS를 통해 오고 가려면 한 번은 내 가게에 가기는 해야 하니까. 가게에 식재료들이 있으니 그곳에서 필요한 것과 물을 챙겨서 영업하면 되네.”
말을 한 메흐메트가 강진을 데리고 그가 나왔던 문을 향해 걸으며 말했다.
“그리고…… 저승식당만 영업할 생각인가?”
메흐메트의 물음에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이곳은 좀 어두웠지만, 저쪽으로는 조명이 뿜어내는 빛들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가 멀고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지금도 구조 작업이 한창이지요?”
메흐메트가 조명이 있는 곳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잠시 엉덩이 붙이고 물 한 모금 먹고 편히 쉬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못 살릴 수도 있으니…….”
말을 한 메흐메트가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들이 쉴 수가 없지.”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조명을 보다가 말했다.
“저분들이 먹을 간편식이라도 좀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살리겠다고 저렇게 고생하고 쉬지도 못하는 분들이다. 강진이 할 수 있는 건 그분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체력 회복이 되면서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였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맙네. 아! 그리고 간편식은 정말 간단하게 먹으면서도 쉽게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네.”
메흐메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은 JS로 돌아왔다. 한끼식당 식구들이 모두 JS로 들어오자 메흐메트가 다시 문을 잡고는 열었다.
덜컥!
“들어오게.”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메흐메트의 가게는 서양 중세 드라마에서 볼 듯한 통나무로 된 주점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