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3
36화
강진이 주위를 둘러볼 때, 메흐메트가 불을 켜고는 말했다.
“식재 창고를 보여 주겠네.”
말을 한 메흐메트가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에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온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밤이기는 하지만 달빛이 밝아 주위가 어느 정도는 보였는데, 주위 풍경이 무척 좋았다.
앞에는 낮은 담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푸른 초원이 보였다.
거기에 넓은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한쪽에는 꽃밭, 그 옆에는 우물이 있었다.
마치 경치 좋은 시골집에 와 있는 것 같은 모습에 강진이 감탄할 때, 메흐메트가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통나무로 만든 작은 창고가 있었다.
“여기가 식재 창고네.”
메흐메트가 창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강진과 배용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창고에는 여러 야채들이 한쪽에 종류대로 진열이 되어 있었고, 정육점에서 쓸 법한 대형 냉장고에는 고기들이 놓여 있었다.
“좋네요.”
배용수가 흡족하게 재료들을 살피자, 메흐메트가 말했다.
“물은 우물물을 길어서 사용하면 되네.”
메흐메트가 재료들을 손수레에 싣기 시작했다.
“음식 하시려고요?”
“귀신들 밥 챙겨 줬으니 산 사람들 밥도 챙겨줘야지.”
재료들을 수레에 싣는 것에 강진이 그를 거들었다.
“자네 시간 괜찮으면 같이 하겠나?”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시계를 보았다. 지금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아홉 시 반이었다.
내일부터 낮 영업은 안 하더라도 오늘은 해야 했다. 오늘 점심에 낼 음식을 단톡방에 이미 올렸으니 그것을 기대하는 직장인들이 있었다.
“제가 한국에서 낮 장사를 해서요. 오늘 낮 장사까지는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알겠네.”
“낮 장사 끝나고 오면 아침 여덟 시쯤 올 것 같습니다. 그때 아침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식재들을 싣고 창고를 나섰다.
밖으로 나온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주위에 집이 없습니다?”
주위에 보이는 건 말 그대로 자연이었다. 경치 좋은 산속에 덩그러니 메흐메트의 가게만 있는 형태였다.
“여기가 공동묘지거든.”
“공동묘지요?”
“저 뒤로 가면 공동묘지야. 그래서 근처에 인가는 없지.”
메흐메트가 식재를 가게 안으로 들이며 말했다.
“그럼 이따 오게나.”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가게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네.”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문에 명함을 대고는 문을 열었다.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이 가게 입구에 종이를 붙였다.
종이를 붙인 강진이 글을 한번 읽어 보고는 중얼거렸다.
“뒷부분은 괜히 적은 것 같은데. 괜히 좋은 일 하러 간다고 알리는 것 같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식당에 오신 분들 다 단골이시잖아. 이렇게 영업을 안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문 닫으면 걱정들 하실 거야. 그러니 사정 설명을 해 놓는 것이 좋아.”
“하긴…… 나 같아도 늘 가던 식당이 문을 닫고 있으면 걱정이 되기는 하겠다.”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로 들어온 강진은 식탁에서 음식을 싸고 있는 이혜미를 보았다.
이혜미는 일회용 봉지에 주먹밥을 싸고 있었다.
하란에서 돌아온 강진이 생각해 보니 굳이 음식을 재난 지역에서 직접 할 필요가 없었다.
보니 메흐메트도 자신의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럼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가면 되는 것이었다.
강진이 선택한 간편식은 주먹밥과 두부와 배추가 들어간 된장국이었다.
주먹밥만 먹기에는 퍽퍽할 수 있으니 따뜻한 국물로 속을 달래 줄 수 있게 간을 약하게 해서 만들었다. 재빨리 후루룩 마실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간편하게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플라스틱병에 담았다.
강진이 작은 플라스틱병에 담긴 된장국을 들어 보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근데 서양 사람이 좋아할까?”
한국인의 입맛에 좋다고 외국인의 입에도 맞지는 않는다. 외국에서 좋아하는 음식도 한국인의 입에는 안 맞아 입도 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거기 사람들이 지금 맛으로 음식을 먹지는 않을 거야.”
“그건 그렇지.”
“그러니 지금은 최대한 간편하면서 영양이 되고 소화가 좋은 음식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보았다. 간단한 주먹밥과 된장국이지만, 둘 다 배를 채우기 좋고 소화가 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배추가 들어간 된장국은 소화에 좋다.
“게다가 날씨가 쌀쌀하니 따뜻한 된장국이 좋을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우리가 자신 있는 한식으로 하고 사람들 반응 봐서 안 좋다 싶으면 메흐메트 어른한테 현지인 식성 좀 확인해서 다음에는 그것에 맞게 하자.”
강진은 아이스박스에 음식들을 차곡차곡 담더니 JS에서 가져온 비닐을 아이스박스 끈에 감았다.
이렇게 해야 배용수를 비롯한 귀신들이 들 수 있었다.
강진과 배용수가 각자 아이스박스를 들고, 이혜미와 강선영도 하나를 양쪽으로 잡고 들었다.
“그럼 가시죠.”
명함을 문에 대자 문이 열리며 그 너머로 JS가 보였다.
강진과 식구들은 조심히 JS로 들어섰다.
덜컥!
문을 연 강진이 슬며시 주위를 보았다. 재난 지역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지만, 혹시라도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아이스박스가 혼자 두둥실 떠서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나오기 전에 주위를 살피는 것이다.
강진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것을 본 배용수가 말했다.
“나와봐, 내가 가서 볼게.”
배용수가 아이스박스를 내려놓고 문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이리저리 보다가 말했다.
“아무도 없다.”
강진이 서둘러 아이스박스를 들어 밖에 놓았다.
그리고 아직 안에 있는 것들도 들어 밖에 놓고 문을 닫았다.
그런 강진에게 배용수가 손수레를 끌고 왔다.
JS에서 가져온 손수레라 배용수도 만질 수가 있었다.
“여기다 싣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이스박스들을 다 올렸다.
“어르신은?”
“식탁 위가 어제와 좀 달라진 것을 보면 오셨다가 음식 주러 가신 모양이야.”
배용수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보다가 수레 손잡이를 잡고는 걸음을 옮겼다.
배용수와 식구들이 수레를 잡고는 뒤에서 밀어주었다.
수레를 밀고 가는 강진의 뒤에서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해…….”
답을 원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주위에 방황하는 귀신들이 워낙 많으니 탄식처럼 토한 중얼거림이었다.
“애들이 너무 많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배회하는 귀신들을 보았다. 주위에는 귀신들이 많았다.
거기에 멍하니 무너진 건물을 보고 있는 사람들과 바닥에서 무언가를 줍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 사람들은 무너진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뭐라도 건지려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수레를 힘을 주어 끌었다.
지금도 많은 귀신들을 보아 조금이라도 희생자를 줄이려면 구조가 빨리 되어야 했다.
그리고 구조하는 분들이 배가 불러야 힘을 낼 것이니 어서 먹을 것을 전달해야 했다.
서둘러 수레를 끄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 가는 거야?”
“북적거리는 소리를 따라가면 돼.”
아직도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경찰 한 명이 다가왔다.
“여기부터는 위험합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경찰의 말에 강진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는 식사를…….”
강진이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찡그렸다. 자신이야 JS 번역 이어폰을 끼고 있어 경찰의 말을 알아듣지만, 경찰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강진이 경찰에게 손짓하더니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비닐에 싸인 주먹밥을 꺼내 내밀었다.
“밥. 밥. 먹는 거.”
강진이 주먹밥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국어로 말을 하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야, 너 영어 좀 하잖아. 영어로 말해.”
“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었다. 강진은 영어를 잘하고 중국어와 일어는 듣는 것까지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무역회사에 다닐 때 외국어로 대화를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고 영어나, 일어, 중국어가 아닌 하란어라 당황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음식을 가리키다가 말했다.
“푸드.”
강진이 짧게 말하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야.”
“이 분이 영어를 하는지 모르잖아. 이럴 때는 단순한 단어로 말을 해야 해.”
그리고 강진의 생각대로 경찰은 아이스박스에 담긴 음식들을 보고는 말했다.
“푸드?”
“예스.”
그리고는 강진이 손으로 구조 현장을 가리키며 음식을 주는 시늉을 했다.
그에 경찰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지금 이쪽 건물들이 많이 파손돼서…….”
말을 하던 경찰이 눈을 찡그렸다. 말이 안 통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오케이.”
그리고는 입을 가리키고는 노라고 말했다. 그것을 몇 번 하자 경찰이 말했다.
“제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고 말은 어렵다?”
“오케이! 오케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듯하자 경찰이 말했다.
“그럼 고개 돌려 보세요.”
경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에 경찰이 웃었다.
“그럼 잘됐군요. 일단 음식 가져다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로도 끊기고 물이나 가스도 안 돼서 구조대원들 식사가 불편했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대신 건물 쪽으로는 다가가지 마세요. 돌이 떨어지거나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경찰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수레를 끌었다.
그런 강진을 데리고 가며 경찰이 비닐을 조심히 풀었다. 그리고는 주먹밥을 보다가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주먹밥을 씹는 것을 본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번역 앱을 켜고 말했다.
“맛이 어떠세요?”
강진의 말이 하란어로 번역이 되어 핸드폰에서 나오자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소한 맛이 좋군요. 그런데 좀 기름진데요?”
경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통해 말했다.
“열량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소고기로 볶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는 강진이 아이스박스에서 된장국이 담긴 통을 꺼내 내밀었다.
“이 국물하고 같이 먹으면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경찰이 작은 통을 받아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눈을 찡그렸다.
살짝 갈색이 도는 빛에 뭔가 뿌연 것이 맛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건 한국식 된장국이라는 겁니다. 속을 편하게 해 주고 몸을 따스하게 해 줍니다.”
앱을 통해 번역된 설명을 들은 경찰이 강진을 보았다.
“한국 분이십니까?”
“맞습니다.”
“설마? 한국에서 여기까지 음식 해 주러 온 건가요?”
“네.”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뉴스로 여기 일을 보고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요리사니 여기 수고하시는 분들 식사라도 도와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경찰이 그를 보다가 된장국을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된장국을 빠르게 마셔 버린 경찰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형제의 나라에서 온 된장국이라 그런지 아주 맛이 좋습니다. 아주 맛이 좋아.”
사실은 경찰의 입에 맞지 않았다. 맛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이국 먼 나라에서 자신의 나라의 고통을 돕겠다고 온 이방인의 마음이니 말이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