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4
37화
경찰의 눈꼬리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본 강진이 말했다.
“저…… 맛이 좀 이상한가요?”
“아닙니다. 맛이 좋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음식 봉사를 하러 오기는 했지만, 여기 현지인들 입맛을 몰라서요. 입맛을 알면 그에 맞게 음식을 하려고요. 이왕이면 맛없는 음식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경찰이 국을 보다가 말했다.
“베이란이라고 얼큰하고 개운한 양고기 국이 있습니다.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이 주먹밥은 저희 입에도 잘 맞습니다.”
“매운맛을 좋아하십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좋아들 합니다.”
경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된장국이 익숙한 맛이 아니라서 좀 불편하시겠지만 속을 편하게 해 주니…… 사람을 구하기 위해 먹는다 생각하고 드셔 주세요. 다음에는 최대한 현지 입맛에 맞추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맛을 따지고 음식을 먹을 처지가 아닙니다.”
웃으며 경찰이 걸음을 옮기자 한쪽에 쳐져 있는 천막이 보였다.
“이봐, 한국에서 온 형제가 따뜻한 음식을 가지고 왔어.”
경찰이 웃으며 강진과 함께 천막에 다가갔다. 천막은 사방이 뚫려 있고 위에만 쳐져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밖에서도 안이 들여다보였는데 안에는 소방관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쪽에 쭈그려 쉬고 있었다.
거기에 몇 명은 멍하니 앉은 채 빵과 우유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경찰이 말했다.
“지진이 난 후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서 상황이 안 좋습니다.”
경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레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내 놓으며 말했다.
“몸에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맛을 더 생각해야겠다.”
이건 배용수에게 하는 말이었다.
“맞네. 지금 딱 봐도 피곤해서 입맛이 하나도 없는 분들인데…… 아무리 몸에 좋고 배가 편해진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먹기 힘들겠다.”
“맞아. 유트브로 하란 음식을 검색해서 어떤 맛인지 알아야겠다.”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어서는 사람들에게 음식들을 나누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이 주는 음식에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경찰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통을 한국에서 보고 오신 분이십니다.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이건 음식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에게 보내는 희망이라 생각하고 먹읍시다.”
경찰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음식이 따뜻한 것만 해도 마음에 듭니다.”
소방관 복장을 한 사람이 비닐을 뜯어 주먹밥을 먹으며 강진에게 손을 들었다.
“맛있습니다.”
그리고는 소방관이 동료들을 보았다.
“멀리서 희망을 가지고 오신 분이니 어서 희망들 먹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소방관이 웃으며 주먹밥을 서둘러 먹으며 된장국을 마셨다. 그리고는 살짝 눈가가 흔들렸다.
그의 입에도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국물이 따스해서 좋네요.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여기 분들 입맛 참고해서 음식 만들어 오겠습니다.”
강진이 핸드폰을 들어 번역된 음성을 틀자, 소방관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 좀 쉬었으면 다시 가자.”
소방관의 말에 동료들이 주먹밥을 서둘러 입에 넣고는 된장국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는 일어나 가려다가 다가왔다.
“구조 작업을 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음식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소방관의 말에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가리켰다.
“드리려고 가져온걸요.”
강진의 말에 소방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을 주머니에 넣기 시작했다.
다른 소방관들도 그를 따라 음식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이혜미가 말했다.
“최 선생님 오시는 거 이야기해 드리죠.”
“최 선생님요?”
“아까 경찰분들이나 소방관님들이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잖아요. 관심과 도움이 희망이니…… 한국에서 사람들이 더 도우러 온다는 걸 알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 의료진들이 오고 있습니다.”
“의료진이요?”
“의료진뿐만 아니라 하란의 슬픔을 돕기 위해 사람들이 기부를 하고 구조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아 주십시오.”
뉴스에서 한국 사람들이 하란 대사관에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나왔었다.
게다가 한국 119 구조대원들이 하란으로 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강진의 말에 구조대원들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조 작업을 하러 움직였다.
방금 전까지 피곤해 보이던 것과 달리 발에 기운과 활력이 느껴졌다.
그에 강진이 미소를 짓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식사를 나눠주었다.
아이스박스 세 개 분량의 음식을 모두 나누어 준 강진은 경찰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는 길에 피해 보신 분들도 많이 보이던데 그분들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으세요?”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온 구조대원들도 있지만, 도시가 붕괴되면서 집을 잃은 분들도 많았다.
그런 분들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나라에서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는데…….”
경찰관이 한쪽에 있는 빵과 우유를 보았다.
“먹는 것이 부실합니다.”
경찰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레에 빈 아이스박스를 실었다.
“또 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경찰관이 지갑을 꺼내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필요한 것……은 도와 드리기 어렵겠지만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강진이 수레를 끌고 걸음을 옮겼다.
***
강진은 메흐메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여기에서 하란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이 아닌 하란 저승식당 사장인 메흐메트에게 음식을 배우는 것이 좋았다.
덜컥!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메흐메트가 상자와 물통들을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아직 안 돌아오신 줄 알고 기다렸는데 가게에 가셨군요.”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왔으면 내 가게로 오지 그랬나?”
“제 가게에서 음식을 해서 가져왔었습니다. 그걸 구조대분들에게 전달하고 어르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상자를 옮기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자에는 밀가루와 고기, 그리고 야채와 같은 식재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여기에서 하시려고요?”
“그럴 생각이네.”
“가게에서 만들어서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 낫지 않나요?”
물과 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조리 도구도 다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해서 가져오면 편할 것이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상자를 들어 문 옆에 있는 수레에 싣고는 말했다.
“가게에서 음식을 해 오면 편하지. 게다가 여기보다 음식 위생도 좋을 테고.”
위생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보았다.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어디서 나는 건지 매캐한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무너진 건물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며 퍼져나갔다.
이런 곳에서 음식을 하는 건 요리사로서 끔찍한 일이었다.
“먼지가 많이 들어갈 텐데…….”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레를 밀자, 강진이 급히 옆에서 밀었다.
“나도 이런 상황이 아니면 여기에서 음식을 하지 않아. 조심히 요리를 해도 먼지나 그을음 같은 것이 잔뜩 들어갈 테니까.”
“그런데 왜 여기서 하시려 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메흐메트가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보았다. 한쪽에 무너진 건물에서 사람들이 그나마 멀쩡한 살림들을 찾아 거두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나?”
“안쓰럽죠.”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저분들은 그래도 살 의욕이 있는 분들이야. 재난을 겪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살기 위해 냄비라도 챙기고 있으니까.”
그리고는 메흐메트가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중년의 아저씨 한 명이 멍하니 무너진 폐허를 보고 있었다.
“저런 분들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어.”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중년인을 보았다.
중년인은 멍하니 폐허를 보고 있었는데 그 옆에 어린 소녀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반투명한 모습의 소녀를 보니 이번 참사로 죽은 듯싶었다.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아 반 영혼 상태로 있었다.
잠시 중년인을 보던 메흐메트가 말을 이었다.
“저런 분들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줘도 목으로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이 죽었는데 입에 밥이 넘어가는 부모는 없다.
게다가…… 이렇게 자식을 잃었으면 더욱…….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네. 그리고 살려면 밥을 먹어야 해.”
“그럼 저렇게 의욕이 없으신 분들 밥을 드시게 하려고 여기에서 음식을 하시려는 건가요?”
강진이 수레를 보며 묻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자신이 참 싫어질 때가 언제인지 아나?”
뜬금없는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언제인데요?”
“눈물이 나고 너무 슬픈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네.”
강진이 보자 메흐메트가 고개를 저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슬픈데…… 이놈의 몸뚱이는 주인의 생각도 모르고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넣어 달라고 하니 내가 싫어지는 거네. 그리고 더 웃기는 건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이 갑자기 밀려 들어온다는 거네. 나는 저 사람들이 강제로라도 배고픔을 느끼게 할 생각이네.”
메흐메트가 수레를 끌며 말을 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참을 수 있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참기 힘든 법이네.”
메흐메트의 말에 뒤에서 배용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우리 숙수님이 음식을 하던 것이 떠오르네.”
강진이 뒤를 돌아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외국에서 유명한 음식 평가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런데 그분께서 우리 가게에 왔는데 음식의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를 한 거야. 세계적으로 미식가로 알려진 사람이라 그것 때문에 매출 타격이 있었어.”
“그래?”
“숙수님은 매출이 떨어진 것은 신경을 쓰지 않으셨는데…… 운암정 요리가 변했다는 말은 인정하실 수가 없었어. 수십 년 변하지 않는 맛이 바로 운암정의 자존심이니까. 그래서…….”
그래서 그 평론가를 다시 초대하려 했다. 그때 운암정 많은 요리사들이 그것을 걱정하고 반대했다.
그날 나간 음식은 늘 그렇듯 운암정 요리사들이 정성을 다한 음식이었고 문제가 없었다.
그 평론가는 전에 한식을 맛있게 먹고 좋은 평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호불호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적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검색해 봤는데…… 어느 시점부터 그 평론가 음식 평점이 대부분 좋지 않더라고. 그리고 더 찾아보니 그때쯤 평론가가 같은 병원에 입원한 아동 환자들에게 기부를 했다는 것을 알았어.”
“그럼 그때쯤 평론가 몸이 안 좋아졌다는 거네.”
“그렇지. 그래서 내가 숙수님께 이야기했지. 우리 음식 문제가 아니라 이건 평론가의 미각을 느끼는 혀와 코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숙수님이 초대 안 하셨어?”
“하셨지.”
배용수가 수레에 실려 있는 식재들을 보며 말했다.
“운암정 주방으로 초대해서 요리하는 것을 앞에서 보여 드렸어.”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