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놀란 눈으로 최호철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놈이 죽었어요?”
“응.”
“두들겨 맞아서 입원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죽을 정도라는 말은 못 들었는데?”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귀신들이 붙어 있으니 좋은 꼴은 못 보는 거지.”
“귀신들 때문에 죽었다고요?”
“귀신들한테서는 사람한테 안 좋은 기운이 나오니까. 그놈의 영혼이 쑥 나와 버리더라고.”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맞는 말이다.
“그럼 여자 귀신들은……?”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 강진이 그 뒤를 보니 그놈에게 붙어 있던 여자 귀신들이 흐느적거리면서, 말 그대로 귀신같은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는 셋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셋은요?”
“그놈 죽고 승천했어.”
“아…… 그래도 다행이네요.”
“다행이기는 한데…… 저 셋이 안쓰럽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남은 귀신 셋을 보았다. 걸어오던 귀신들은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까지 하는 여자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최호철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놈은?”
“나도 처음 보기는 한 건데…… 군인들이 와서 끌고 갔어.”
“군인?”
“저승 군인이니 귀졸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놈 죽고 혼이 나오니까, 군인들이 나타나서 바로 끌고 가더라.”
“삼일장 치르는 동안은 이승에 머물러야 하는 것 아니었어요?”
“몰라, 그냥 와서 끌고 가더라고.”
“워낙 지은 죄가 흉하고 나쁘니 JS에서 특급으로 데려간 모양이네요.”
“그런 것 같아. 와서 끌고 가는데, 분위기 엄청 심각하더라.”
말을 하던 최호철이 눈을 찡그리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영혼으로 나오자마자 두들겨 팼어야 하는데, 바로 끌고 가서 때리지도 못했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들을 향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에 한 번 뵀었는데.”
“아…… 그때는 고마웠습니다.”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가게를 가리켰다.
“저희 가게는 처음이시죠?”
“호철 씨가…… 맛있는 음식 먹게 해 준다고 해서 왔는데…….”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아직 시간이 몇 분 남은 것에 강진이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것 있어요?”
“먹고 싶은 거요?”
“네.”
강진의 말에 서로를 보던 여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호철 씨가 저희도 밥을 먹을 수 있다고는 했는데…… 정말 밥을 먹을 수 있나요?”
“그럼요. 여러분들과 같은 분들에게 식사를 해 주는 곳이니까요.”
“그럼 명란젓 들어간 계란말이요.”
여자의 말에 강진이 다른 귀신들을 보자 그들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돼지고기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요.”
“차돌박이 들어간 매운 된장찌개요.”
세 귀신이 주문한 메뉴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같이 들어오세요.”
말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냉장고에서 하얀 물통을 꺼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쌀을 씻은 물로 하면 맛이 더 좋다.
그래서 쌀을 씻고 난 물을 이렇게 따로 담아 놓은 것이다.
뚝배기에 쌀뜨물을 담고 불에 올린 강진이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명란젓을 잘라 알을 긁어낸 강진이 그것을 계란을 푼 그릇에 담고는 섞기 시작했다.
촤촤촤촥!
강진의 손에서 계란과 명란이 섞이기 시작했다.
강진이 음식을 만드는 사이 문이 열렸다.
디링!
풍경 소리와 함께 귀신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사장, 김치 담갔어요?”
한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오늘 새벽에 담갔습니다.”
“그럼 생김치에 두부로 줘요. 두부는 살짝 따뜻하게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두부에 김치로 주세요.”
“수육은 없나?”
다른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럼 오늘은 김치에 수육하고 두부로 드시겠어요?”
“좋죠!”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물을 받고는 일단 두부를 넣었다.
“나 뭐 할까?”
귀신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김치 좀 썰고, 수육 좀 부탁해.”
“알았어.”
배용수가 수육을 만들 재료들을 냉장고에서 꺼내는 것을 보며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다.
홀 한쪽에는 최호철과 여자 귀신들이 앉아 있었다.
여자 귀신들은 예뻤다.
귀신들은 밖에서는 흉한 모습이지만, 한끼식당에서는 자신이 기억하는 생전의 모습으로 현신을 한다.
그래서 이십 대 초반, 여대생의 모습을 한 여자 귀신들을 볼 수 있었다. 세 명 모두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고, 청순하고 귀여운 그런 얼굴이었다.
아마도 그 나쁜 놈의 취향이 이런 쪽인 듯했다.
‘한창 좋을 나이에…….’
강진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며 여자들을 볼 때, 다른 귀신들이 홀 한쪽에 놓아둔 반찬통에서 반찬들을 덜어갔다.
그에 최호철도 그릇에 반찬들을 덜어 식탁에 놓고는, 소주를 가져다가 여자들에게 한 잔씩 따라주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계란말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그의 칼질에 계란말이가 예쁘게 잘려 나갔다. 그러고는 접시에 담아서 여자 귀신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주문하신 명란 계란말이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을 하며 여자 귀신들이 계란말이를 보았다. 잘린 단면 사이로 분홍빛 명란이 송송 박혀 있는 것이 맛있게 보였다.
“맛있겠어요.”
계란말이를 주문한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는 곧 나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끓고 있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두 음식도 앞에 놓고 밥까지 가져다 놓은 강진이 의자를 하나 가져다가 놓으며 말했다.
“저도 좀 앉아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여자 귀신들의 허락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일단 드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들이 시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소주를 따라 최호철에게 내밀었다.
최호철이 소주를 받아 입에 털어 넣고는 강진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이번에 네 도움이 컸어. 고맙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고생 많이 하셨죠.”
“고생은 무슨…….”
스윽!
최호철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일찍 잡았어야 했는데.’
소리는 내지 못하고 눈빛으로 말을 하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앞으로 이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먹던 것을 멈췄다. 그동안 나쁜 놈에게 붙어 지박령으로 지냈다 보니, 앞으로는 귀신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안한 것이다.
그에 최호철이 말했다.
“승천하실 때까지 내가 같이 있으려 하는데…….”
최호철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괜찮으시겠어요?”
“저희야 좋죠.”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이 생활을 어떻게 하나 걱정되고 무서웠는데…….”
여자 귀신들의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내가 말을 편하게 놓을게.”
“그렇게 하세요, 오빠.”
오빠라는 말에 순간 최호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죽어서도 살아서도, 형은 형인가?’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음식을 먹는 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제가 여기서 식당을 하다 보니 귀신들도 나름 자신들만의 삶을 살더군요.”
“어떤?”
“귀신분들도 영화도 보러 다니시고, 백화점에서 아이쇼핑도 하고, 재밌는 건 이것저것 하고 다니십니다.”
“그래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은 호기심을 느끼는 듯했다. 아무래도 지박령으로 나쁜 놈의 옆에만 붙어 있다 보니 일반적인 귀신들의 삶은 모르는 것이다.
“호철 형이 잘 알려 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여자 귀신의 인사에 최호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 믿으세요.”
“네.”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여자 귀신이 계란말이를 먹다가 입을 열었다.
“저…… 집에 가보고 싶은데…… 가도 될까요?”
여자 귀신의 말에 최호철이 그녀를 보았다.
“가고 싶어요?”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가족이 보고 싶겠죠.”
강진의 말에 순간 최호철이 그의 발을 툭 쳤다. 그에 강진이 그를 보자 최호철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이런…….’
그리고 그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진은 알았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여자 귀신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니 말이다.
“흑흑흑! 엄마…….”
“으흐흑!”
가족이라는 말에 바로 눈물이 터진 여자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최호철이 다시 강진의 발을 툭 치며 그를 쳐다보았다. 괜한 말을 했다는 시선이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이었다.
귀신에게 가족은…… 말 그대로 미안하고 보고 싶은, 단어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에 강진이 최호철을 보자, 그가 한숨을 쉬고는 여자들 앞에 잔을 밀어 놓고 소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쪼르륵!
맑은 소리와 함께 따라지는 소주를 본 여자 귀신 한 명이 단숨에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단숨에 소주를 마신 여자 귀신이 김치찌개를 떠먹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집에 가보고 싶어요.”
여자 귀신의 단호한 말에 최호철이 그녀를 보다가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까?”
“가고 싶어요.”
“엄마하고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못 했어요.”
울먹이는 여자 귀신들의 모습에 최호철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디링!
여자 귀신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에 고개를 돌리니 강두치가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덜컥! 덜컥!
강두치가 들어오는 것에 귀신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의자를 밀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오늘은 몇 분에게 용건이 있는 것은 맞지만, 긴장들 하지 마세요. 그냥 고지서 몇 장 돌리러 온 거니까요.”
말과 함께 강두치가 가방에서 고지서 몇 장을 꺼내더니 귀신들을 보았다.
“홍수호 씨!”
강두치의 부름에 귀신 한 명이 엉거주춤 일어나 다가오자, 강두치가 종이를 주었다.
“조만간 JS 금융에서 한 번 뵙겠네요.”
강두치의 말에 홍수호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요즘 나쁜 짓 안 하는데…….”
“그건 저희 회사 와서 이야기하시고요. 최태식 씨.”
말과 함께 강두치가 고지서들을 귀신들에게 나눠주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최호철 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최호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저요?”
끄덕!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자 최호철이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요즘 나쁜 짓 안 했는데?’
귀신이 되고 초반에는 이것저것 해 보다가 빚이 좀 생겼었다. 남자 귀신들이 귀신 되고 하는 가장 대표적인 나쁜 짓도 몇 번 해 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 하는데?
주춤거리며 최호철이 나서자 강두치가 서류를 한 장 꺼냈다.
“이수미 씨, 최향순 씨, 오미정 씨가 최호철 씨에게 돈을 보냈습니다.”
강두치가 말을 한 세 여자는 나쁜 놈이 끌려가면서 승천을 한 여자 귀신 셋이었다.
그 여자 귀신들이 돈을 보냈다는 것에 최호철이 놀란 눈으로 강두치를 보았다.
“저한테요?”
“다 합쳐서 514만 원입니다. 여기 서명하시면 입금이 되십니다.”
강두치의 말에 최호철이 서류를 보다가 말했다.
“저승에서도 돈이 필요하다는데…… 저는 괜찮으니, 반송해 주실 수 있습니까?”
최호철의 말에 강두치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514만 원이면 지금 최호철 씨 상황에서는 큰돈입니다.”
“괜찮습니다. 저보다 그 사람들이 더 필요할 겁니다.”
최호철의 말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재밌는 사람이네.’
빚이 많으면 JS 금융에서 줄을 서야 하고, 빚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쌓이면 소멸이 될 수도 있기에 귀신들은 돈이 생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호철은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