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지금요?”
의아해하는 유성태를 보며 임호진이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버지께서 거절을 하셨던 일인데…….”
“어르신과는 말을 했습니다. 여건만 되면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유성태가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제가 막걸리를 배우는 것이 그 여건입니까?”
“기존 거래처에다가 새로운 일본 거래처가 생기는 겁니다. 그걸 어르신 혼자 다 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잠시 망설이던 유성태가 말했다.
“제가 막걸리를 배우려면 시골에 가서 살아야 하는데…….”
“공기 좋고 마을 인심도 좋고, 나쁘지 않을 듯한데요.”
“애들하고 아내 의견도 있고…….”
“물론 아이들과 사모님 의견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세상에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드님들도 다 크셨으니 굳이 데리고 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유성태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하려는 사업도 있습니다.”
“부동산 사업을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이야기 들으셨군요.”
“혹시 괜찮으시면 사업 내용을 좀 들어도 되겠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유성태가 웃으며 말했다.
“제주도 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요?”
“아시겠지만, 제주도가 요즘 핫하잖습니까. 중국인들도 많이 들어오고 관광객들도 많고요. 그래서…….”
유성태의 사업 이야기는 꽤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길어지자 임호진이 뭐라 말을 할 듯 입을 달싹였다.
그에 강진이 작게 임호진의 무릎을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야기는 다 듣죠.’
강진의 시선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스윽!
강진이 유성태를 보았다. 유성태는 신이 난 얼굴로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강진이나 임호진 둘 다 회의적인 마음에서 듣고 있는 거라서인지, 그리 신빙성이 있다거나 잘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마음 때문에 강진은 유성태의 이야기를 다 듣기로 한 것이다.
중간에 말을 끊는다면 유성태가 왜 이야기를 다 듣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고, 자신의 말이 막힌 것에 대한 반감으로 임호진과 강진의 이야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은 그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들어주었다.
조금 길어진 유성태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임호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임호진의 시선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사업 쪽에 대해 잘 모르는 강진이지만 부동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공사장 현장 아르바이트라는 것은 무언가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지으려면 땅이 있어야 하니 어른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배산임수니 좋은 땅이니, 여기는 투기로 땅값이 많이 올랐다느니…… 여기는 왜 짓는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다 보니 유성태의 이야기는 그리 현실성이 없었다.
‘제주도가 핫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인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코인도 초반에 한 사람들은 대박이 나고 돈을 벌었지만, 끝판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지옥의 고난과도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임호진의 시선을 보니 그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았다.
땅이나 주식이나 소문이 나기 전에 사야 재미를 보지, 소문이 나고 사면 이미 늦는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유성태가 말했다.
“그…… 마음에 안 드시나 보군요.”
유성태의 말에 임호진이 뭐라 말을 하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에 임호진이 잠시만요, 라고 말하고는 핸드폰을 받았다. 그러더니 뭔가 대화를 나누고는 유성태를 미안하다는 듯 보았다.
“잠시 올라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뵐까요?”
“아닙니다. 음…….”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설득할 수 있겠어?’
임호진의 눈빛을 읽은 강진이 말했다.
“제가 이야기 나누고 있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유성태를 보았다.
“잠시 올라갔다 올 테니, 이강진 씨와 잠시 이야기 나눠 보십시오.”
“다음에 뵈어도 되는데…….”
“아닙니다. 금방 올 테니 이야기 나누고 계십시오.”
임호진이 서둘러 커피숍을 나가자 강진이 유성태를 보았다.
“막걸리는 만들고 싶으십니까?”
바로 제주도 일이 아닌 막걸리로 화제를 돌리는 강진을 보며 유성태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젊었을 때 잠시 아버지 일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래요?”
“저희 집이 오 대째 막걸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버지 막걸리를 좋아하고요. 그래서 제가 육 대를 해서 크게 키우려고 했었습니다.”
“아…… 그런데 왜 안 하세요?”
강진의 말에 유성태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와 같이 일을 할 자신이 없더군요.”
“왜요?”
“저희 아버지 보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좋은 분이시던데?”
“하!”
강진의 말에 유성태가 웃었다.
“임 과장님이 처음 우리 아버지 뵈러 갔을 때 막걸리 벼락 맞았다는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듣기는 했습니다.”
“그런 분입니다. 성격이 불같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호통부터 치는 분입니다. 그것 때문에 거래처들도 많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래요?”
강진의 물음에 유성태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다가 말했다.
“마누라한테 운전을 가르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싸움이 나죠.”
자주 들은 이야기다. 가까운 사람에게 돈 빌려주지 말고, 운전 가르치지 말라는 이야기 말이다.
“제가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면 매일 매일이 남편에게 운전 배우는 마누라 심정이 될 겁니다.”
유성태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있구나. 그럼…… 이성적인 설득은 안 되겠네.’
흔히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옳다고 이성적으로 말을 해도,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라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잠시 유성태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자제분들은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큰 녀석은 지금 대학교 3학년이고 작은 녀석은 지금 군대에 있습니다.”
“생각보다 나이가 있으시군요.”
“그냥 좀 일찍 애를 낳았을 뿐입니다.”
유성태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저희 과장님이 어떤 분이신 것 같으세요?”
“임 과장님이야 좋은 분이시죠.”
웃는 유성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과장님이 제주도 부동산 사업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업이라는 것은 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가지고 하는 겁니다. 모든 사업이 다 잘 된다면 누가 사업을 안 하겠습니까?”
“그렇죠.”
맞는 말이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성태의 상체가 좌우로 벌어졌다.
강진이 자신의 말에 수긍을 하자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이다. 그런 유성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왜 유성태 씨는 자신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을 할 것이라 생각하세요? 게다가 듣기로는 유성태 씨는 부동산에 대한 것을 잘 알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지금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
잠시 그를 보던 유성태를 보며 강진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저녁에요?”
“제가 이 앞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태광무역 직원 아니십니까?”
“인턴입니다.”
“아…… 그럼 정직원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안쓰럽다는 듯 보는 유성태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녁에 시간 되세요?”
“괜찮기는 하지만…….”
“저희 가게에 식사하러 오세요.”
“그…… 왜냐고 물어도 되겠습니까?”
유성태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분위기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나 과장님 둘 다 유성태 씨 사업에 부정적입니다.”
“…….”
강진의 말에 유성태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눈치라는 것이 있으니 짐작이 간 것이다.
그런 유성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설득하려고 했는데…… 말로는 설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이강진 씨 식당에 가면 저를 설득할 수 있다 생각을 하십니까?”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유성태 씨가 사업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설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유성태가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부동산 사업이 그렇게 안 좋아 보입니까?”
“제주도에 많이 가 보셨습니까?”
“친구하고 자주 갔습니다.”
“혼자서는요?”
“안 가 봤습니다.”
유성태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다음에 제주도에 혼자 가 보세요.”
“혹시 친구가 저를 속인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니라 생각을 합니다. 다만…….”
강진이 유성태를 보았다.
“음식점에서 ‘여기 뭐가 맛없어요?’ 하면 주인이 말을 해 주던가요?”
“안 해 주지요.”
“그와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좋은 면만 보여 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음…….”
강진의 말에 유성태가 작게 침음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호진이 유성태가 사업 머리가 아주 없다고 하지는 않았으니, 그도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그런 유성태를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물었다.
“혹시 어머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희 어머니요?”
“네.”
왜 그런 걸 물어보나 싶어 보던 유성태가 말했다.
“고 윤 자, 미 자 되십니다.”
‘고윤미, 고윤미.’
이름을 몇 번 되새긴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태광무역 건너서…… 핸드폰 가게 근처에 한끼식당입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음식을 아주 맛있게 잘합니다.”
“그러세요?”
“한끼식당으로 검색하면 사람들이 리뷰 올린 것도 있으니…… 식사하시고 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사모님하고 자제분도 같이 모시고 오세요. 제가 맛있는 식사…… 가격 조금만 받고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공짜는 아니군요.”
“공짜가 지금은 좋지만 나중에는 배로 돌아오는 법이라…… 돈이 없는 분들 빼고는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무료로 주십니까?”
“그냥 하는 말 같겠지만…… 저희 가게에 오는 손님 중 반 이상은 돈을 내지 않습니다.”
“어? 진짜요?”
“진짜입니다.”
“그런데 영업이 되세요?”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운영은 되고 있습니다.”
“이야…… 좋은 일 하시네요.”
강진의 식당이 무료 급식소 개념이라 생각을 한 유성태가 대단하다는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녁에 기다리겠습니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안 되시면 혼자서라도 꼭 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유성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회사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선 강진은 임호진이 최미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성태 씨는?”
“말로는 설득이 어려울 것 같아서 보냈습니다.”
“설득 못 하고 그냥 보냈어?”
“네.”
“이런…… 조금 기다리라고 하고 나한테 전화를 하지 그랬어.”
설득을 했어야 한다 생각하는 임호진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말했다.
“아무래도 말로 설득하기는 조금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왜?”
“아버지하고 같이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보이더군요.”
“부담감?”
“마누라한테 운전을 가르치는 스트레스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하시던데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르신하고 같이 일하면…… 자주 싸우기는 하겠네. 게다가 부모 자식 간이라 더 안 좋겠는데.”
“과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르신 성격이 쉬운 성격은 아니지.”
고개를 끄덕이던 임호진이 한숨을 쉬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임호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옆을 보았다. 강진의 옆에서는 할머니 귀신이 그를 보고 있었다.
‘방법이야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