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조 사장이 한숨을 쉬며 일어나려다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음식점에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음식점 사장이 쳐다보고 있으니 뭐라도 하나 시켜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드는 것이다.
주위를 보다가 보드에 쓰인 글을 본 조 사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메뉴가?”
“손님이 원하시는 음식을 만들어 드립니다.”
“아…….”
조 사장이 보드를 볼 때, 강진이 말을 했다.
“그리고 손님의 음식값은 방금 나가신 분이 계산하고 가셨습니다.”
“황 사장이?”
놀란 눈을 한 조 사장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이미 가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뭐로 해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조 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거나 잘하는 것으로 주십시오.”
지금 상황에서 입맛이 돌 수가 없었다.
“제가 또 아무거나를 잘하기는 하는데, 종류를 정해 주시면 또 더 잘합니다.”
농 섞인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김치 넣고 김밥이나 한 줄 말아 주세요.”
“김치 넣고요?”
고개를 끄덕인 조 사장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나야. 그래…….”
조 사장이 통화를 하는 것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김치 넣은 김밥이라…….’
딱히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는 음식이다. 그냥 김에 밥 넣고, 김치 넣고 말은 후 썰으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요리 연습장에서 본 것도 같은데.”
생각과 함께 강진이 요리 연습장을 펼쳤다. 간단한 음식이라도 요리 연습장에서 본 것을 하면 숙련도는 차원이 다르니 말이다.
스르륵!
종이를 넘기며 찾자 곧 김치 김밥이라는 레시피가 쓰여 있었다.
글을 읽는 것과 함께 이번에도 글이 스르륵 사라지는 현상이 생겼다. 이제는 익숙한 현상이라 개의치 않고 마저 읽자, 사라졌던 글이 다시 나타났다.
‘됐다.’
김치 김밥 레시피를 읽은 강진이 냉장고에서 김치 통을 꺼냈다.
그리고 김치를 꺼낸 다음 손으로 눌러 국물을 꾹꾹 짜고는 한쪽 그릇에 올렸다.
김을 깔고 밥도 잘 펴서 깔은 강진이 좀 커다란 김치를 잘라 잘 펼쳐두었다.
그 다음 펼친 김치의 가운데를 자르고, 김치 머리가 서로 반대 모양이 되도록 밥 위에 올렸다.
이렇게 하면 레시피에 있던 설명대로 어느 쪽을 먹어도 줄기와 잎을 같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는 설탕을 조금 집어서 김치 위에 툭툭 치듯 뿌리고는 들기름도 살짝 발라주었다.
‘됐다.’
그리고 순식간에 김치 김밥을 말고 자르던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이걸로 오만 원을 받으면, 백 퍼센트 확률로 JS 금융에서 마이너스가 될 텐데.’
김치 김밥 하나로 오만 원을 받으면 날강도 소릴 듣기에 딱 좋다. 그러니 공짜가 없다는 철칙을 가진 저승에서는 이것도 마이너스를 할 것이다.
김치 김밥을 보던 강진이 슬쩍 냉장고를 보았다.
김치 김밥에 어울리면서 순식간에 낼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리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수도 같이 내자.’
김밥만 먹으면 조금 퍽퍽한 감이 있으니, 잔치국수와 함께 내놓으면 먹기 좋을 것이다.
게다가 멸치 육수는 이미 끓여 놓은 것도 있으니…… 면만 삶으면 되었다.
생각과 함께 강진이 홀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5분만 기다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전화기를 귀에 대고는 손을 들었다. 괜찮다는 조 사장의 표시에 강진이 물을 끓이고는 국수를 넣었다.
그리고 멸치 육수도 끓이고는 계란 지단까지 빠르게 만들어냈다.
이제 국수만 삶아지고 육수에 넣기만 하면 된다. 잔치국수를 거의 다 만든 강진이 냉장고를 보았다.
‘계속 걸리네.’
잔치국수에 김치 김밥만 내놓아도 여전히 마이너스일 것이다.
‘저승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 여기서 걸리네. 만 원만 받을걸.’
만 원만 받았으면 김치 김밥에 잔치 국수를 내놓으면 어느 정도 값이 맞을 것 같은데…….
오만 원을 맞추려고 하니 뭔가 또 해야 할 것 같았다.
그에 잠시 있던 강진이 냉장고를 열어서는 멸치볶음과 깻잎장아찌를 꺼냈다.
“김치 김밥을 좋아하면…… 이런 것도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강진이 요리 연습장을 펼치며 빠르게 넘겼다.
‘멸치볶음 김밥하고 깻잎 김밥도 있으려나?’
휘리릭! 휘리릭!
빠르게 종이를 넘기던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덮었다.
‘그냥 넣고 말면 되겠지.’
그냥 김치 김밥 만드는 것에서 멸치와 깻잎만 넣으면 될 것이다.
없는 레시피기는 하지만, 김치 김밥에서 속 재료만 멸치와 깻잎만 바꾸면 되는 것이니 못 만들 것도 없었다.
생각과 함께 김에 밥을 올린 강진이 멸치볶음과 깻잎장아찌도 올리고는 말았다.
스륵! 스륵!
그렇게 멸치 깻잎 김밥과 김치 김밥을 만든 강진이 국수의 면발을 확인하고는 잔치국수도 만들었다.
김밥과 잔치국수를 만든 강진이 밑반찬들을 챙겼다.
“식사 나왔습니다.”
홀로 나온 강진이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리며 조 사장을 보았다. 조 사장은 여전히 어딘가에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투자 설명회 때 브리핑 자료들…… 응, 응. 그래, 그럼 그렇게 하고. 그…….”
말을 하던 조 사장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면이 불으면 맛이 없습니다. 일단 식사 먼저 하시죠.”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손가락을 들어 잠시 기다리란 시늉을 하자, 강진이 말했다.
“황민성 씨가 조 사장님을 생각해서 주고 간 돈으로 만든 음식입니다.”
멈칫!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이따 들어가서 이야기하세나.”
그걸로 통화를 끝낸 조 사장이 음식을 보았다.
“여럿 내오셨네요.”
“음식값을 많이 받아서, 김치 김밥만 내기에는 양심이 걸려서요.”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으로 김치 김밥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김치 김밥을 하나 입에 넣고 씹던 조 사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맛있다.’
아삭한 김치의 식감과 함께 들기름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씹을 때마다 입안에 감도는 단맛이 신맛을 잘 잡아 주었다.
아삭! 아삭!
김치 김밥을 또 하나 집어 입에 넣은 조 사장이 잔치국수를 보고는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먹고 국물까지 한 모금 마신 조 사장이 강진을 보았다.
“맛이 참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옆에 멸치볶음 김밥도 좀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김치 김밥 옆에 있는 멸치볶음 김밥을 집어먹고는 웃었다.
“정말 맛있습니다.”
“그래요?”
“멸치의 고소함과, 깻잎장아찌의 짜면서도 개운한 맛이 밥과 잘 어울립니다.”
웃으며 조 사장이 멸치볶음 김밥을 하나 더 입에 넣다가 피식 웃었다.
“할아버지가 해 주시던 맛이 떠오르네요.”
“할아버지요?”
“이상하십니까?”
“보통 어머니나 할머니가 해 주시던 맛이라고 하지 않나요?”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나는 할아버지 손에 자랐습니다. 그 덕에 할아버지 손맛이 할머니고 어머니였죠.”
말을 하던 조 사장이 피식 웃었다.
“손맛이라고 해도 시골 노인네라, 그냥저냥 배고파서 먹을 정도기는 했지만요.”
“그럼 김치 김밥도 할아버지가 해 주셨나 보네요.”
강진의 물음에 조 사장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요즘도 소풍 갈 때 김밥을 쌉니까?”
“소풍 하면 김밥, 김밥 하면 소풍인데 변할 것이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밥을 입에 넣었다.
“나는 소풍 때 할아버지가 김밥을 싸주지를 않았어요.”
“할아버님이시니 싸기 어려우셨겠지요.”
“그렇죠. 근데 그때는 그게 싫었어요. 나도 다른 애들처럼 김밥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다른 애들이 하는 건 나도 하고 싶은 것이 애들 마음이죠.”
“맞아요.”
말을 하며 조 사장이 김밥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김밥 싸 달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소풍을 가서 도시락을 열었는데 이런 김밥이 들어 있더군요.”
“김치 김밥이요?”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도 들어 있고…… 이렇게 멸치볶음도 들어 있었어요. 내가 싸 달라고 하니 김에다 밥을 넣고, 집에 있는 반찬들로 속을 채운 겁니다.”
말을 하는 조 사장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와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김밥을 먹은 조 사장이 피식 웃었다.
“그때는 그것도 창피했는데…….”
웃으며 조 사장이 김밥을 먹고는 국수를 다시 크게 집어먹고 국물도 마시기 시작했다.
“맛있게 드십시오.”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그를 보았다.
“괜찮으면 잠시 이야길 좀 더 하고 싶습니다.”
“그러시죠.”
강진이 의자를 가져다가 옆에 놓자 조 사장이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런데 가게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런가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집에서 밥을 먹는 편한 느낌입니다.”
말을 하며 가게를 둘러 본 조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황 사장도 그래서 여기를 오는 모양입니다.”
“최고의 칭찬이네요.”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음식을 먹다가 말했다.
“나와 황 사장이 한 이야기, 들었습니까?”
“주방하고 홀이 가까워서요.”
“치매가 어떤 병인 줄 아십니까?”
“노인들에게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인에게 생기는 병이라…….”
강진의 답에 조 사장이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치매는…… 가족에게 생기는 병입니다.”
“가족요?”
“치매가 걸리면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됩니다. 가족도 기억이 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잠시 말을 멈춘 조 사장이 강진을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치매를 앓는 것은 한 사람이지만 그 병으로 슬프고 괴로운 것은 가족 전부입니다.”
조 사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 흠!”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무는 강진의 모습에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할아버지가 치매로 돌아가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제가 의사가 되고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할 때 치매에 걸리셔서, 보살피는 데는 부족함이 없게 해 드렸는데…… 어느 날 요양원에서 급히 저를 찾더군요.”
“요양원요?”
“할아버지가 주방에서 안 나가고 버티고 계시다고, 급히 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 봤는데…… 할아버지가 요양원 주방에서 김밥을 싸고 계시더군요.”
조 사장의 말에 강진이 이제 몇 개 안 남은 김밥을 보았다.
“할아버지의 그날은 손주의 소풍 전날이셨나 보군요.”
“그때 알았죠. 내가 창피하게 생각을 한 김밥이…… 손주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김밥을 하나 집어든 조 사장이 웃었다.
“그런데 말이죠.”
강진이 보자 조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제가 그때는 몰랐다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할아버지는 그저 김밥만 싸셨습니다.”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조 사장이 말했다.
“치매는 그래서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조 사장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혹시 황민성 씨도……?”
황민성도 그와 같은 아픔이 있냐는 것이다. 그에 조 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남의 슬픔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결론은 같은 아픔이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럼 이제 치매 연구는 안 하시는 것입니까?”
강진의 말에 조 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황 사장과는 의견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저 역시 치매 치료에 일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여성 정력제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여성 정력제는 치매 연구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연구하다 보면 치매 치료에 대한 단서를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 자금 역시 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조 사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비아그라도 심장 질환 치료 목적으로 나왔다가, 부작용 때문에 남성 정력제로 더 알려지기는 했지.’
그리고 말을 듣고 보니 조 사장이 돈에 눈이 먼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조 사장의 말대로 황민성과는 의견 차이일 뿐…… 두 사람 다 치매를 치료하고자 하는 목적은 같았다.